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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툼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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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이 영화와 <북경의 55일>가 선후 관계에 놓인 줄 착각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를 않다. 아마 둘 다 찰튼 헤스턴 주연이라는 점이 착시를 유발하는 듯하다. <북경의...>는 의화단 사건을 소재로 삼았고,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마흐디 교파의 하르툼 포위 사태를 다루었으므로 서로 아무 관계도 없고, 다만 <북경의... >가 몇 년 더 먼저 만들어져 상영되었다는 것, 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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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이 영화와 <북경의 55일>가 선후 관계에 놓인 줄 착각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를 않다. 아마 둘 다 찰튼 헤스턴 주연이라는 점이 착시를 유발하는 듯하다. <북경의...>는 의화단 사건을 소재로 삼았고,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마흐디 교파의 하르툼 포위 사태를 다루었으므로 서로 아무 관계도 없고, 다만 <북경의... >가 몇 년 더 먼저 만들어져 상영되었다는 것, 그 영화나 이 영화나 캐스팅 면면이 대단히 화려하다는 사실 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다. 오히려 의화단 사건이 하르툼 포위보다 몇십 년 더 뒤에 벌어졌으니, 고든 마샬이 두 유니버스를 넘나들며 크로스오버 브리지 노릇을 한다는 생각은 매력적이긴 하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고든 마샬은 증국번, 좌종당 등과 함께 태평군을 제압한 사람이며, 극중에서 황제로부터 궤장을 받았다느니 어쩌니 하는 건 이와 관련된 언급이다.

여기서 부관 겸 연락책(liason) 장교 노릇을 하는 커널 스튜어트 역을 맡은 배우는, 특정 세대가 결코 잊지 못할 최루성 순정물 <라스트 콘서트>에서 소녀(파멜라 빌로레시 扮. 특정 세대는 아마 '벨로리지'로 읽을 것이다)와 비련에 빠지는(동침도 함) 늙은 피아니스트 역을 맡았던 리처드 존슨이다. 딱 보면 정말 로맨틱하게 생긴 마스크이다. 허나 이게 그때로부터 무려 십 년 전인데 이때도 저만큼이나 얼굴이 삭았다는 걸 고려하면... 참고로 빌로레시는 당시 스물도 채 되지 않았으며, 삐삐처럼 발랄하면서도 청순한 매력이 매우 돋보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물론 이걸 자기 세대의 추억으로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여튼 토요일 낮(토요일 밤 KBS 2TV에서도 틀어 줬음)에 본 버전으로는 정말 오래 뇌리에 새길 만한 미모였다고 여겼더랬음. 여튼 그 피아니스트가 바로 지금 이 장교라는 소리.

놀랍게도 사이비 교파를 이끌며 자신의 마호멧의 참된 계승자임을 내세워 지역 패권을 노리는 마흐디 역에 로렌스 올리비에가 나온다. 요즘 같으면 화이트워싱이라고 욕깨나 들어먹었을 텐데, 진짜 문제는 거기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역을 구태여 이런 거물 배우가 과연 맡았어야 했는지, 자원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다. 얼굴을 저렇게 시커멓게 칠해 놓아서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만의 섬세한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지극히 평면적인 광신자일 뿐이라 더욱 의아하다. 각본의 의도는 대사 중에서 내내 강조되듯, 고든도 광신자(단 서구식 교양과 세련됨으로 절제할 뿐), 이 '마흐디'를 자칭하는 분리주의형 리더도 광신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고, 서로 대립하면서도 서로 너무나 닮은 면에 리스펙트를 줘 가며 서로의 광신을 지키려 싸운다는 쪽이겠다. 허나 관객 눈에는 과연 둘이 뭐가 닮았다는 건지 끝까지 납득이 곤란해질 뿐이다.

글래드스턴 수상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해석된 편이다. 그는 확고한 리버럴 스탠스라 고든 같은 (원리주의적) 기독교도, 맹목적 애국주의를 내세운 구식 인사를 대단히 꺼려했는데, 이 영화 속에서 그 점이 비교적 실감나게 묘사도 되었다. 앞서 말한 스튜어트 대령(대령치고는 젊다)은 두 대립하는 장난 아닌 성격들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와 화해를 시도하는 성실한 중개자 역을 잘 소화했다. 이 영화에서 글래드스턴과 고든 사이의 관계는, 마치 2차 대전 말이나 한국전 당시 트루먼과 맥아더 원수 사이의 관계를 연상케도 한다. 이겨 봐야 큰 의미도 남지 않는 전쟁에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글래드스턴의 고뇌는 마치 베트남전에서 한 발 빼려는 미국의 외교적 곤경을 연상케도 하는데, 이 영화가 언제 제작되었는지 연도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볼 것.

여기 예스에는 제목이 희한하게 붙었는데 '카쓰므'는 하르툼이 발음 안 되는 일본인들이 붙인 제목이고, 한국에서 수입되었을 당시에는 '카슘' 공방전으로 번역된 듯하다. 영화에서는 내내 '카르툼'으로 발음되는데, 영어의 k와 아랍인, 수단인들이 내는 음가 q(아니지만 알파벳으로는 대강 구별을 위해 그리 적음)는 서로 크게 다르다. 가래침을 뱉듯 크으으으악! 하면서 내는 기분으로 조음한다. 사실 '하르툼'보다는 '카르툼'이 더 가까운 표기인데, 현재 교육부에서 정한 표준은 하르툼이므로 그리 쓰는 게 맞겠고, 영화 <대부>1에서도 캐릭터 월츠 회장이 키우는 그 명마 이름이 '카르툼'이라고 나온다.

s****o 2023.12.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