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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탓하기에 앞서 나는 사실 원작 소설도 그닥 탐탁지 않게 보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윌리엄 골딩 경의 소설은 발표 당시에 많은 반향1)을 모았고, 1980년대 노벨문학상('평화상'이라고 오타 낼 뻔 했음)이 작가에게 수여되는 데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은 지금 와서 보면 평면적인 우화 이상의 그 무엇이 과연 있을까 하는 회의를 선사하며, 노벨상(이것 자체도 그리 높은 평가를 할 건 아님)이 수여되던 배경에도 군축과 긴장 악화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레이건 행정부의 강경 드라이브 덕- 이때 크게 한몫 한 사람이 아직 과장급이던 콘디 라이스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 미소냉전의 살얼음판에서 스웨덴 한림원이 내린 일종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점도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바이다. 볼만한 건 더 예전, 비타협적 장인(匠人) 피터 브룩이 만든 1963년작이다. 흑백이라는 단점이 있으나(이 작품에서라면 모노크롬은 단점이라고 봐야 함), 액션과 화면구성도 박력과 밀도가 넘치며,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해도 보는 재미가 느껴질 정도다. 반면, 이 작품은, 심지어 컬러화면의 장점도 살리지 못한, 밋밋한 관광 CF를 보는 지루함만 유발하며, 동네 초등학교 학예회에나 나올 법한 아역 배우들의 '맥아리없는' 연기에 질리지 않을 이가 없지 싶다. 이 영화에 등장한 밸쌔슬 게티는 그럭저럭 여러 영화에서 모습이 눈에 띄나(이 영화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 나머지 배우들은 이후 소식이 없다. 영화를 보면 과연 그럴 만도 하겠다 싶을 뿐. 1) 비슷한 시기에 톨킨의 '반지의 제왕'도 세상에 발표되었다. 골딩 경의 저것과 유사한 제목(영어 원제)인 그 작품은 그저 판타지 장르라는 이유로 괜한 디스카운트를 겪었지만, 세월의 시험을 받은 지금에서 보면 오히려 더 압도적인 광채를 발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둘 다 '핵'의 대량살상성이 인류 역사 앞에 처음으로 드러난 충격의 파장 속에 탄생한 작품이라는 게 더 근본적인 공통점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