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임은동 허씨 문중의 허은여사님은 나이 8세에 만주로 이주하고 16세에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내신 고성이씨 석주 이상룡선생님의 손자와 결혼하셨다. 친정으로는 재종조부 왕산 허위선생께서 의병을 일으키시어 투쟁하시다 순국하신 집안이고 시집으로는 안동 명문가 고성이씨 임청각 당주이신 이상룡선생께서 독립운동하시려 종가집 재산 다 처분하시며 만주로 가신 대단한 집안이다. 조선땅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은 좋은데 그 남자양반들은 실 생활에서는 샐활력이 제로에 가까웠다. 농사를 지은적도 나무 한짐 한적도 없는, 대의명분은 하늘을 찌르는 서생이셨다. 또한 모든 잡일은 하녀들이 다 했을 대가댁 마나님들도 낭패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주벌판에서 고생하신 이야기, 환국하셔서 또다른 마음의 고생을 하신 이야기, 자손들 이야기, 할머니 구술을 엮어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내내 가슴이 먹먹하여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이 이런 분의 희생으로 이루었다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