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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관련된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는 책을 나는 여행 책으로 읽는다. 이럴 수도 있지 않나, 누구는 먹으러 여행을 가고, 누구는 여행을 가서 먹고, 누구는 여행도 먹는 것도 그리 잘 못하면서 꾸역꾸역 시도하고.
어떤 이는 무난하게 흐르는 인생을 살고 또 어떤 이는 흐름을 거슬러 용감하게 살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이는 흐름에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다치고 나아가면서 살기도 하고. 누가 맞게 사는 것인지, 누가 잘 사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 그저 제 몫에 맞춰 제 행복을 누리면 되는 시절이다. 이 작가처럼. 기자였다가 요리사가 되고 작가가 되는 이런 방향도 삶에는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책의 구성은 낯설지 않다. 비슷한 형식을 가진 책을 더러 보았다. 내 장점이자 약점인 잘 잊어버리는 능력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발휘되었다. 본 듯하지만 다시 보아도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들. 내가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 지식을 얻는 데에 열정을 가진 이였다면 아마도 많은 내용을 이미 익혀서 외우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한번 읽고 스-윽 넘기는 것으로 아주 만족하는 쪽이라, 이제는 뭘 외우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얻는 이 이상한 습관이 점점 더 마음에 들고. 책은 이렇게 내게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와 주었다.
작가가 요리를 배우려고 유럽 여러 지역을 돌아보았다는데,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의 에피소드들이 특히 재미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지겹지가 않다. 아마도 나로서는 경험할 일이 없을 영역이라 그러할지도. 요리 재료나 요리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역사나 문화 관련 정보들을 알려 주고, 그것으로부터 현재의 우리 삶까지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게 보인다. 그러니 인생의 방향을 과감하게 바꿀 수도 있었던 것이겠지.
고기를 안 먹는 나로서는 고기보다 야채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특히 고추와 알 덴테 파스타와 프렌치프라이 항목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들에 대한 내용은 외웠다가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을 수도 있겠다 싶은데, 이러고 만다. 실려 있는 사진들이 아주 풍부해서 여행 기분을 느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