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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모든 곳에서 살아볼 수는 없고, 머무는 시간이 짧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더욱 그립고 아득해진다는 생각도 든다. 이 세상의 모든 곳을 다 가볼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책을 읽으며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느낌도 받고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 책자를 통해 다른 나라의 풍광과 다른 사람의 감상을 함께 엿보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 이 책에는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인 '북아일랜드'의 캠프힐에서 보낸 시간을 담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 이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송은정. 서울의 낡은 골목에서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고, 지금은 매일 안방 옆 '집업실' 책상으로 출퇴근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짓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글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다. 한국을 벗어나 산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특히나 그곳이 발달장애인들과 생활하는 시골의 작은 공동체라면 더더욱 그렇다. 캠프힐에서 나는 지금껏 으레 믿고 따른 방식과 가치관을 잠시 뒤로 밀어둔 채, 나를 둘러싼 모든 '다른' 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했다. 장애,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문화, 사고방식, 하다못해 날씨와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일상 전체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5쪽_프롤로그 中)
캠프힐을 처음 알게 된 건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의 호주관련 게시판이었다고 한다. 영국 곳곳에 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단체의 이름은 캠프힐, 캠프힐은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을 기반으로 1940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된 장애인 공동체이다. 저자는 그 중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몬그랜지 커뮤니티에서 승낙 메일을 받았고, 그곳에서 보낸 365일을 이 책에 담아냈다.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30쪽) 고단했던 서울살이를 위로해줄 지상낙원이길 기대했지만, 어떤 곳에 살든지 다 비슷비슷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을 보며 약간 어설프기는 해도 다른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나가는 모습에서 내 안의 또다른 나를 바라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캠프힐에 관해서 하나씩 알게 된다.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사진과 글을 통해 서술해나가서 한껏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곳에 다녀온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당연히 귀기울이게 되지 않을까.
수요일 아침의 노랫소리, 카푸치노, 기도하는 시간, 탐스러운 사과나무, 크리스틴의 헬로우, 창문 너머로 비친 달, 안나의 바짓단 소리, 한낮의 티타임, 조의 벤조 연주, 지긋지긋한 빵, 어슴푸레한 새벽 공기, 니콜의 엉터리 댄스, 크리스마스 편지, 따뜻한 해영의 부엌,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모든 눈 맞춤들. 방금 전까지 선명하게 빛나던 순간들이 과거를 향해 뒷걸음질쳤다. (295쪽) 어딘가 새로운 곳을 향해 가서 적응하고 정착하다가 다시 그곳을 떠나 되돌아온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간접 경험해본다. 좀더 긴 여행, 그것도 캠프힐이라는 생소한 곳에 대해 경험담을 풀어주는 책이다. 우리 인생이 자신만의 파라다이스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면, 저자는 한 걸음 다가가는 경험을 하고 돌아온 것은 아닐까. 천천히 음미하며 삶을 누리는 저자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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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_송은정 (지은이) | 북폴리오 | 2017-08-30
존 밀턴은 『실낙원』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마음은 지옥을 천국으로도 만들 수 있고, 천국을 지옥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재주이기도 하다.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거나, 천국을 지옥으로 만드는 재주. 그저 마음속에서만 그러다 말면 다행인데,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기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편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을 아무리 천국으로 만들고 싶어도 그리 되지 않을 때는 물리적 장소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지은이 송은정.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일상적인 불만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내게도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회사는 인문역사서를 만드는 작은 출판사였고 나는 그곳의 유일한 직원이었다. 편집이라는 직무는 만족스러웠다. 월급은 턱없이 적었지만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물질적인 공허함을 채워주었다. 물론 그 순진한 마음은 반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 문장 속에 지은이가 처한 오늘이 잘 그려져 있다.
지은이는 이직을 결심한다. 이곳저곳 알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그래서 아예 멀리 떠나기로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인생의 시간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삶이 유한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성취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겠지만, 반대로 나는 천천히 이 삶을 음미하고 싶었다. 내 앞에 놓인 정류장에 하나씩 들르며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정류장을 알아보던 중, 캠프힐(Camphill)에 시선이 머문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며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이다. 캠프힐의 원조는 인지학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로 알려져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사는 마을을 지칭한다. 지은이는 어디로 갈 것인가 수소문 하던 중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몬그랜지 커뮤니티와 연결이 된다. 예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북아일랜드로 날아간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지갑에는 전 재산이 담긴 통장과 연결된 체크카드와 2개의 신용카드가 꽂혀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1년치 비상금을 탈탈 털리고 만 것이다. 내 마음이 다 아프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만 안고 있는 그녀에게, 마중 나온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며 힘과 위로를 준다.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그렇게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은이는 그곳에서의 일 년 동안의 기록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서 이 책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을 펴냈다. 지은이의 글은 담담하며 진솔하다.
캠프힐에서는 장애인을 빌리저(villager) 또는 레지던트(resident)라고 부른다. 의미 그대로 마을 주민이다. 그리고 지은이처럼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봉사자들은 코워커(co-worker)라고 부른다. 그녀가 머물 몬그랜지는 ‘마치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축소해 놓은 듯’ 했다. 마을 안에는 빵을 굽는 베이커리, 베틀로 러그와 앞치마, 가방을 짜는 위버리, 과일 주스와 잼 등 저장 식품을 만드는 푸드 프로세싱, 작물을 재배하는 드넓은 밭, 소와 돼지 등 가축을 키우는 목장이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마을 안에서 해결되는 셈이다.” 몬그랜지에는 다운증후군과 자폐증을 가진 빌리저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서 교육을 받게 된다.
지은이는 캠프힐에서 지내는 일 년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겪는다. 그곳이 빌리저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따뜻한 감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빌리저)은 캠프힐에서 정부의 장애인 지원금, 자체 펀딩을 통한 기부금 덕분에 생존권은 보장받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면 빌리저들은 한없이 무력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국가와 사회, 마을, 이웃, 심지어 가족마저도 몬그랜지만큼 저들의 삶을 보듬을 수 있을까. 빌리저들의 평온한 세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돕는 편이 어쩌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계획되었던 일 년을 잘 채우고, 한국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문을 나선다. 캠프힐을 떠난다. “몬그랜지는 파라다이스였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질문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존재하지 않는 답을 좇아 나는 세상에 없는 파라다이스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다른 삶의 길. 지은이의 표현처럼 ‘또 다른 정류장’을 찾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꼭 지은이가 들렀던 정류장을 못 가보더라도, 지은이처럼 어제의 나와 이별을 하고 오늘의 나와 가까워지기 원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매일 조금씩 더 나다운 모습으로, 조금씩 매일,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이 출구 없는 이별을 기꺼이 되풀이할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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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내 삶의 방향을 생각해보기
* 저 : 송은정 마침 시기적으로 우연히 겹치면서 읽게 된 여행 에세이 책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여백이 많은 하루였지만 부족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P263 中) 올해 상반기 6개월 정도 정말 한번 주말마다 푹.. 게을러져봤드랬습니다. 천국은아니지만살만한,북아일랜드,캠프힐,여행,힐링,에세이,송은정,일단멈춤,북폴리오,자원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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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소형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탈직장을 꿈꾼다. 점심시간을 짬내 이직(후보)처에 면접을 보러 다니곤 했다. (여의치는 않았다.) 몇 번인가를 반복했다고도 했다.
문득 돌아보니, 이게 아니라고. 아니었다고. 이직이 아니었다고, 회사가 문제 였을지도 모른다고. 이직처가 아닌 다른 갈 곳을 고민하는 저자의 눈에 들어온 키워드: 캠프힐Camphill- 그러니까, 장애인 공동체.
우여곡절 끝에, 북아일랜드 캠프힐의 자원봉사를 떠난다. 자원봉사의 ㅈ도 모르지만, 장애의 ㅈ도 모르지만.
장애 구성원을 돌보는 것 같지만, 실은 저자는 본인의 마음을 돌보고 있었나봐.
저자가 두고 간 한국의 직장인의 현실과, 북아일랜드의 자연속에 숨은 이상적이지만은 않은 또다른 현실. 캠프힐의 창립정신으로 부터 이어져온 이상과, 식사후엔 전원이 매달려서 설거지를 하는 현실. 그곳에 숨겨진 이상은 무엇일까. 코워커로서 함께 지내는 장애인을 챙겨야 하는 저자와, 한국에서의 생각의 관습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고통받는 저자. 여기에서 고통받는 나, 저기에서 고통받는 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
<We will find a way, we always have. - 영화 「인터스텔라(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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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인지 가 볼 수도 없고, 갔다고 한들 다시금 돌아와 형용할 수 없으니 우린 그저 상상하고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여기 가히 천국이라 불릴만한 곳을 다녀온 이가 있다.
모두에게 시간은 잔잔히 흘러가고 욕심도 시기도 없는 그런 곳! 북아일랜드 캠프힐!
처음엔 워킹홀리데이로 가는 뉴질랜드 농장, 호주 들판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을 수록 아~ 이곳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절차와 조건이 까다롭다고 하니~ 책을 읽고 보며 느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마음이 벌써부터 애틋해졌다."
책의 첫장을 넘기며 덮을 때까지 내마음이 그러했다.
캠프힐에서 만난 또다른 코워커들, 하우스 패런츠, 빌리저들~ 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습관, 삶의 방식,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혹은 줄다리기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애틋하게 만들었다.
과연 나라면....
그들의 삶속에 뛰어들어 함께 어울릴 수 있었을까?
너무 단조롭지만 평화로운 풍경 사진 하나하나에 덩달아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꼈다.
그 곳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쉽지 않을 테지만,
저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힘든 시간들조차 어느새 아쉬움가득 되새기고 싶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코워커로 그 곳의 삶에 녹아내린다면 아마 멋진 풍겨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타인의 잣대에 맞추느라 감정 소비가 심한 현대인들, 그리고 나.
급변하는 사회의 속도에 발 맞추느라 정작 자기 감정에 귀기울이지 못하고 눈치보느라 감성 표현에 목말라
있는 상황에 별일 아닌일에도 크게 놀라고,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그들의 삶이 부러운건 나뿐인걸까? 가끔은 솔직하게 있는 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싶지만 이 시대는 그 작은 여유조차 허락해주지 않는 것만 같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피땀이요, 고통이었다는 걸,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정직하게 순차적으로, 그리고 순환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앞도 아닌 땅만 보고 미친듯이 달려가고 있는 것인지...
나의 평안을 위하여 주위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되게 대해왔던 내 자신을 깊게 반성하게 만들었던
캠프힐의 삶.
크리스토프. 캠프힐을 이궈내고 성장시킨, 위대하지만 평범한 노인.
그의 웃음으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과연 나라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이런 정성과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있을까 자문해보았다. 여러차례 되새김질해보아도, 난 그리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기에 그의 모습이 더 빛나보였나보다.
"꽃보다 아름다운, 크리스토프"
정신 없는 출퇴근길,
빽빽한 지옥철안에서 내마음만은 천국으로 안내했던,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책을 읽는 동안은 서있던 그 곳이 내게는 천국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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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치열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인 북아일랜드의 캠프힐로 떠난다. 그것이 인생의 궤도 이탈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설레임을 가지고 도착한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말 그대로 아날로그 라이프다. 마을에서 먹을 음식들은 대부분 직접 키우고, 가공해서, 요리해 먹는다. 어느날 뚝딱 떨어지는 것 없이 땀 흘려 얻는 생활은 책의 표지에서처럼 "느리지만 성실하게, 서툴지만 무리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이 천국인 건 아니다. 낯선 사람들과 환경, 단조로운 패턴의 지루함, 당당한 사람들 속에서 느껴지는 위축 등등 적지 않다. 다만 끊임없이 몰아붙여야 하는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다르게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때문에 이 책에서는 캠프힐의 생활이 어떻고, 한국은 어떻고 하는 것보단,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담담하게 풀어놓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 작가가 처음 캠프힐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조는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는 날 조를 보며 다시금 그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말이야 말로 저자가 약 1년 동안 캠프힐에서 느낀 모든 것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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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뜨거운 여름을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 이 책은 드물게 바쁜 나에게 휴식이 되어주었다. 어떤 상황에 대입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보다 더 큰 마음의 안정이 되었다.
한창 이병률 작가의 책이나 기타 유럽 기행들에 미쳐 읽었던 때가 있었다. 한 여름 소나기와 같이 한 분야의 책을 6권쯤 읽으면 잠시 독서에 휴식을 취하다, 다음 분야로 넘어가기를 반복한다. 메말라있던 여행 욕구와 일기 감성을 이 책이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았다.
개강을 했다. 개강 증후군처럼 개강의 분위기가 싫어 더욱 고개를 숙인 채 등교를 하게 된다. 이 책이 그런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지만, 가방 안에 담긴 초록 표지에 내가 해야 할 것이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나의 쓸모를 찾으려 이리저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마 끝날 때까지 그 쓸모는 찾지 못할 수 있다.
낮에 쓰는 일기. 나에게 일기의 제 역할을 할 때는 낮일 때뿐이다. 내가 해야 할 일, 어제 했던 일, 하고 있는 일, 미래에 하고 싶은 일 등을 써 내려가는 일은 치솟는 감정을 갈무리해준다. 어제는 백화점에서 손수건을 새로 하나 샀다. 예뻤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힙한 카페를 가서 수다를 떨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다가올 월요일은 수업이 오후 수업 하나였다. 여름보다 훨씬 나아진 날씨에 도서관에 에어컨이 틀어지지 않았다. 좋았다. 나빴다. 소란스러움이 싫었다. 좋았다.
“지난 1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왔다. 나는 변해서 내가 됨을 이제야 깨달았다. 어쩌면 천적 없는 새가 되고 싶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서울의 공기가 반갑기도 하다. 마음속에 숲과 도시가 공존해 꽉 차있다. 배가 터져버릴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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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색다른 환경은 사고의 전환과 흥분, 해방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는 동시에 딱 그만큼의 두려움이 매일 밤 다른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다름에서 비롯된 차이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기에 나는 이미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 있는 사람이었다. 매순간 부딪쳤고, 아팠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미세한 변화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보다 만족스러운 나로 변모해 있을 것이라 기대할 뿐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의 1년 생활
책의 저자 송은정은 짧은 직장생활을 거쳐 서울의 낡은 골목에서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고, 지금은 매일 안방 옆 '집업실' 책상으로 출퇴근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짓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글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은 그녀는 영화 <런치박스>의 대사처럼 때로는 잘못된 기차가 우리를 바른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다 그러하듯, 출근길 지옥철과 야근, 월말이면 왜 그렇게 통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돈이 많은지 등과 같이 마음 한 켠에 상수常數의 불만을 품고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럼에도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 채 늘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게 직장인의 숙명일까? 저자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원하는 삶의 방식이 뭔지도 모르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어제의 나'를 오늘 또 반복한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정보를 찾던 중 북아일랜드에 위치한 장애인 공동체, 캠프힐에 대해 알게 되고 그곳에서 1년 간 살아보기로 결심, 그곳의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자원봉사자인 코워커에 지원했다.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지금과는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긴장감 속에서 캠프힐의 문을 두드렸다.
이곳은 일일이 사람 손이 필요하며 누군가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내고 부르는 것이 일상인 곳이었다.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느긋한 시골 생활,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줄 유기농 식단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애, 성별, 인종, 국적, 언어, 문화, 사고방식 심지어 날씨와 식습관까지 완전히 뒤바뀐 채 저자는 느리고 서툴지만 삶을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배우며 인생의 소중함도 경험한다.
저자가 근무하던 직장은 인문역사서를 만드는 작은 출판사였다. 유일한 직원이었지만 담당했던 편집 업무는 만족스러웠다. 월급이 턱없이 적었지만 책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인해 물질적인 공허함을 채울 수 있었지만 이런 그녀의 순진함은 반 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퇴사와 이직이라는 고민이 슬그머니 다가왔던 것이다. 책은 3부에 걸쳐 총 3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경험한 캠프힐에서의 1년 생활을 따라가보자.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캠프힐은 인지학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을 기반으로 카를 쾨니히가 설립한 장애인 공동체다. 쉽게 말하자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작은 마을인 셈이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세계 각처에 이런 형태의 공동체가 수백여 개 산재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를 코워커라고 부른다.
"안녕하세요. 새로 온 코워커시죠?"
캠프힐에서는 장애인을 빌리저villager 또는 레지던트resident라고 부른다. 마을의 주민임을 의미한다. '토마스, 헬렌, 안나, 크리스틴', 하우스패런츠인 카인은 한 사람씩 이름을 짚어가며 각자의 성격과 특징에 대해 들려주었다. 가족 관계, 나이, 참여하는 워크숍. 그리고 개별적인 장애 등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내용들이었다. 카인은 아주 천천히, 명확하게 단어를 발음하고 설명했으며,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자리를 비운 빌리저들과 곧장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다. 카인이 들려준 정보로 그들을 상상해 보았지만 그럴수록 실체는 더욱 의뭉스러웠다. 마치 설화 속 주인공들처럼 점점 흐릿한 안개 속에 숨어들었다. 무의미한 상상력은 접어둔 채 아직 만나본 적 없는 이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불러보았다.
자이언트 코즈웨이로 여행하다
북아일랜드 북동쪽 끝에 위치한 자이언트 코즈웨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이다. 당일치기 여행으론 꽤나 먼 곳이었지만 저자를 포함한 다섯 명은 8월 한 달간 프로모션 요금을 시행하는 로컬 버스 회사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반드시 다녀와야 할 이유였다. 2층 버스에 몸을 싣고 5시간 만에 도착했다. 유명 관광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호젓했다.
자이언트 코즈웨이는 약6천만 년 전의 화산활동으로 주상절리가 생성되어 있었다. 무려 4만여 개의 현무암 육각 기둥이 해안가 주변으로 펼쳐져 있었다. 제주도를 여행 다녀온 사람은 주상절리의 풍광을 쉽게 이해할 것이다. 마치 벌집의 단면을 닮은 육각형 기둥은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다듬은 듯 정교했다.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지만 내일의 일과가 기다리기에 마지막 환승 버스에 올라탔다.
안나 할머니
어쩐 일인지 안나 할머니가 저자의 손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할머니가 저자에게 보여준 것은 앨범이었다. 뜬금없는 행동이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그녀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투명한 접착 비닐 아래 보관된 사진 속 주인공은 젊은 시절의 안나였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깊은 눈매와 보조개가 팬 미소만큼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다시 깨닫다
집 떠나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살고 잇는 20대 코워커들에게 술이 없는 밤이란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다. 수확한 채소와 농기구를 보관하는 창고이자 휴식 공간인 랜드빌딩은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음주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소란을 피워도 괜찮고 열댓 명의 코워커들이 다 함께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자리가 불편해졌다. 혼자 만의 고요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토아 안의 카페는 티타임을 가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대기 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저자의 뒤로 마그다가 따라 섰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일하는 워크숍이 다르면 좀처럼 만나기가 어려운 게 코워커 사이였다. 마침 마주친 김에 오늘 밤 술자리에 올 것인지 물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안티 소셜 상태랄까. 요즘이 그래"
서둘러 다가오면 뒷걸음치는 사람, 가끔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 고독한 시간만큼 함께하는 순간 또한 소중히 여기는 사람. 그게 바로 나라는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캔들마스의 의미
얕게 패인 땅 속에 양초 하나를 반듯이 세우고 불을 밝힌 후, 일용한 양식을 기거이 내어준 땅에게 감사의 마음을, 어김없이 찾아올 봄에게 반가움의 인사는 건네는 노래를 합창한다. 사람들은 자리를 옮겨 채소밭과 허브가 자라는 화원에서도 계속됐다. 캔들마스는 과수원, 축사를 순례하며 초를 켜고 다가올 봄을 축복하는 날이었다.
눈을 껌뻑이는 소들을 향해 노래를 불러주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라니. 이따금씩 그들이 보여주는 이런 작은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노래가 끝난 뒤 하우스패런츠 대니가 스피치를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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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성실하게, 서툴지만 무리하지 않고" 북아일랜드 캠프힐 아날로그 라이프를 살았던 저자 송은정의 생활 모토였다. 평생 일하며 살텐데, 잠시 쉬어가는 기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을까. 에세이집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에서 저자는 캠프힐에서 보낸 1년동안 매일 '어제의 나'와 이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적는다.
서양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또는 사회로 나아가기 전, 잠시 쉬거나 타지에서 생활하며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는 '갭이어'를 갖는 것이 흔하다고 한다. 정해진 등산 코스를 오르듯, 숨가쁘게 다음 단계를 밟아나가는 우리네에게는 상당히 낯선 문화다. 그래서인지 유독 번아웃 증후군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바닥을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캠프힐은 꽤 괜찮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요즘 20-30대 사이에 흐르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힐링' 이다. 힘들고 지치는 삶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힐링의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가 '여행' 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요즘들어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지인이 많다. 캠프힐도 일종의 "워킹홀리데이"가 아니었을까? 장애인의 자립을 도우며 보람도 느끼고, 가벼운 노동과 긴 휴식을 함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 그 곳이 바로 캠프힐인 것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일처리에 익숙한 저자에게(뿐만 아니라 나 또한) 캠프힐에서의 비효율적인 노동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설거지처럼 작은 활동조차 일일이 단계를 나누어 진행하는 빌리저와 코워커. 입주 장애인들은 '빌리저'로, 도우미들을 '코워커'로 부르는 단어조차 우리의 인식과 너무나 달랐다. 간접적 경험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마치 내가 북아일랜드 캠프힐에 다녀온 듯 했다.
일상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일종의 힐링이 되고 쉼터가 되어줄 좋은 책이다. 마음이 힘든 친구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에세이,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수요일 아침의 노랫소리, 카푸치노, 기도하는 시간,탐스러운 사과나무, 크리스틴의 헬로우, 창문 너머로 비친 달, 안나의 바짓단 소리, 한낮의 티타임, 조의 벤조 연주, 지긋지긋한 빵, 어슴푸레한 새벽 공기, 니콜의 엉터리 댄스, 크리스마스 편지, 따뜻한 해영의 부엌,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모든 눈 맞춤들. 방금 전까지 선명하게 빛나던 순간들이 과거를 향해 뒷걸음질쳤다. -p.295,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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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송은정 지음, 북폴리오, 2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