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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도 첫 강의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것은 내 고정관념을 깨는 저자의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평범한 생수병 하나를 들고 저자는 이 디자인은 생산자 관점에서 만들어졌지 소비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가? 아, 그렇구나!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그동안 당연하게 보아왔던 수많은 제품의 디자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자에 의하면 몇 년 전부터 디자인에 불기 시작한 인문학 바람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고 한다. 디자인은 원래부터 순수미술의 변화와 거의 대부분 발을 맞추어 왔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 후 디자인이 순수 미술에서 갈라져 나와 예술이 아닌 경제분야에 서식해야 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한다. 한국전쟁 후 산업사회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한국이 들여온 디자인이 바로 이러한 기능주의적 디자인이었다.
"시작부터 한국의 디자인은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는 거리를 두고 생산의 차원으로만 한정된 것이다. 그리고 품질을 향상하기보다 낮은 가격을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했던 개발도상국적 체제는 디자인이 가치보다는 기능을, 생활보다는 기업을 향하게 만들었다."
결국 인문학에서 격리된 채 생산활동에 국한된 디자인이 21세기에 들어와 넘쳐나는 물질 속에서 안목이 높아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디자이너와 기업이 인문학으로 회귀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예술의 효용성을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예술을 받아들이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그 가치가 실현된다고 한다.
"예술의 가장 큰 의의는 그것을 매개로 하여 사회가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은 감동을 낳고 문화를 낳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공헌을 한다. 이것은 디자인이 기업 또는 생산 활동을 통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그런 점에서 디자인은 이제 낡고 좁은 범주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보편적인 장에서 진정한 예술이 될 필요가 있다." (206쪽)
저자에 의하면 최근 디자인에서 인문학이 강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세상에 대한 우주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론적 우주관이 지배했던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는 생물학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나온 디자인이 유기적인 형상이나 불규칙적인 구조다. 디자인이 비로소 기능주의에서 벗어나 인문학의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과 통찰을 쌓아갈 때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디자인 내부의 기술적, 물질적 과제들을 풀어가리라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
책 속으로:
예술과 구분하기 어려운 디자인들 (왼쪽 페이지 죄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티아스 벵슨의 그로스 체어, 우메다 마사노리의 로즈 체어, 론 아라드의 빅 이지 체어, 자하 하디드의 세락 벤치. 오른쪽 페이지 위는 잉고 마우러가 디자인한 조명인 포르카 미제리아, 아래는 알레산드르 멘디니의 칸딘스키 의자.
자하 하디드의 파격적인 건축인 카이로 엑스포 시티 Cairo Expo City
파비오 노벰브레가 디자인한 의자인 졸리 로저 |
| 최경원 저자의 디자인 인문학..디자인과 지망 고등학교 1학년 아이의 독서록을 위해 구입하였습니다 아이에겐 약간은 어려운 듯 했지만..디자인과 인문학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고 흥미가 갈 수 있도록 풀어낸 책인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
| 독서록을 쓰기 위해 산 책. 디자이너들의 필수 소양이라 생각한다. 햇빛이 따스하게 비치는 창가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다보면 창작욕 또한 솟구치는 법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하는 주체이며 동시에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주변엔 많은 디자인이 있고 디자인은 인문학 속에 녹아들어있다. 내용이 알차고 좋은 책이다. 디자이너들이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