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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여섯 번째 사요코 ㅡ 온다 리쿠 ,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EBOOK
[본문 중에서]
가끔 윤이 몹시 즐거워하다가도 권태로운 표정을 지어 나를 철렁하게 할 때가 있는데 , 그 때가 바로 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이다 . 어쩜 저 생물이 저런 표현을 , 저런 표정을 하나 싶게 , 낯설고 무섭고 두려워져서 괜히 쿡 찔러보며 그 분위기를 괜찮은 걸로 넘기게 될 때도 역시나 학교 이야기의 문제다 . 윤이 지금이 얼마나 찬란한 시간인지 모르고 있다고 생각이 들면 입술이 바짝 마른다 .
그래봐야 그건 그 시간을 지나온 내 생각일 뿐이겠지 . 아무리 해도 , 그건 내가 어째 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 기껏해야 , 그럼 가지마 . 학교 . 놀면 되지않아~ 하고 뱉어 버리는데 그래봐야 윤은 , 흥! 하고 콧방귀만 뀐다 . 시류를 거스를 자신도 없으면서! 나도 콧방귀로 응답한다 .
뭐가 , 대체 그리 지루할까 ? 모르겠다 . 아니 , 아나 ? 매일 아침 지겹게 반복적으로 같은 길을 걷고 걸어 같은 곳에 가야한다는 것 . 그게 바로 지루한 것 아닌가 ? 싶다가도 ...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 그런 지루한 얘길 나눴냐는 듯 생기를 뿜어내는 딸이라는 괴생물 .
얼마나 뻔한 어른이 되는지 , 나를 내 이모들을 보면서 깨닫는다 . 내가 아직 학생이던 때 지겹게 들은 말들을 똑같이 , 똑같은 표정과 똑같은 뉘앙스로 전할 뿐이라니 ... 윤이 지겨워 할만 하지 .
온다리쿠의 이 소설 중에 몇 문장을 타자쳐 문자로 보내 줄까 하다 그만두었다 . 아무리 좋은 말도 지금은 잔소리뿐일테니 . 다만 윤이의 호기심이 그 표정에서 멈춘다거나 권태로운 세상을 보는 풍경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나중에 , 나도 윤과 이런 대화를 할 날이 오면 좋겠다 .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이런 은유로 , 서로 소통하는 슈와 슈의 아버지 ! 멋지다 생각이 들었다 .
아무리 뻉뺑 돌뿐인 팽이같은 시스템의 학교라도 , 그 안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찾아내는 건 본인이 아니고서는 , 누가 대신 느껴주거나 쥐여 줄 순간들이 아니란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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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eBook]-여섯 번째 사요코 ㅡ 발췌문 ㅡ 온다 리쿠 , 노블마인 , 오근영옮김 , ㅡ 우리가 졸업하던 해는 ‘여섯 번째 사요코의 해’라고 불렸다. 그리고 그것은 저 이상한 은유로 가득 찬 무시무시한 일련의 사건을 일으켰다. ㅡ “그랬지. 올해가…… 여섯 번째라고 했나? 올해도 있긴 있는 거야?” “있어. 꽃병이 교탁 위에 나와 있었다는 게 그 증거야.” “그게 누군지 알아?” “몰라. 아는 건 우리 반 아이라는 것뿐.” “뭐어? 우리 반? 그럼 그 아이는 1년 내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는 거야?” “응.” “흐음, 하지만 그 아이도 깜짝 놀라기는 했겠다. 우리 반에 ‘사요코’라는 전학생이 불쑥 나타났을 때.” “그랬겠지.” 분명 슈도 그것이 처음부터 걸렸다. 왜 지금 같은 미묘한 시기에 쓰무라 사요코라는 이름을 가진 전학생이 이 학교에 나타난 걸까? ㅡ 학교를 졸업한 형과 누나에게 들은 과거 이야기를 떠올려보면서 뭔가가 작은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다. 쓰무라 사요코는 준비된 것처럼 왔다. 하필 이런 전통이 내려오는 학교에, 더구나 3년에 한 번 축제가 열리는 바로 그해에. 그러나 쓰무라 사요코라는 소녀는 정식으로 전학 수속을 거쳐 확실하게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남달리 총명하고 영화배우처럼 예쁘며 생동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마사코는 사요코 그 아이와 죽이 잘 맞는 것 같더라.” 슈가 불쑥 중얼거렸다. 이 또한 우연인가? 혹시 마사코의 무녀와도 같은 촉매적 분위기를 쓰무라 사요코가 간파한 건 아닐까. 설마…… 이건 지나친 비약인가? ㅡ 마사코는 넘치는 교복들 무리에 압도당하는 것 같다. 검은색과 감색의 덩어리들이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제각기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커다란 덩어리 전체가 하나의 의지를 갖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학교란 얼마나 이상한 곳인가. 같은 또래의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모여들어 저 비좁은 사각 교실에 나란히 책상을 놓고 앉는다.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유별난, 그리고 얼마나 굳게 닫힌 공간인가. 같은 학생이라도 대학생과는 사뭇 다른 게 고등학생이다. ㅡ 고교생은 어정쩡한 경계 지점에서 자신들의 가장 허약한 부분으로 세상과 싸우고 있는 특수한 생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ㅡ 마사코가 ‘그 느낌’을 맛본 것은 실내화를 갈아 신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다. ‘……?’ 항상 신학기 초에 학교에 들어설 때면 비일상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요를 잠깐이나마 느끼는데, 그 느낌이 다른 때보다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새로 배정된 교실을 향해 계단을 올라갈 때도 ‘그 느낌’은 다시 찾아왔다. 그것은 소리도 모양도 없는 파도가 저 멀리서 마사코의 내부로 밀려드는 듯한 감각이었다. “사요코가 나왔어.” 계단에서 누군가가 마사코와 스쳐 지나가는 순간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ㅡ 아, 다들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설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몇천 명, 아니 몇만 명의 학생이 스쳐간 이 낡은 학교에는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 뭔가가…… 또는 이 공간 안에 겹겹이 배어 있는 에너지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스며들어 온다. 매일 학교 이곳저곳에서 주고받는 소문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 속에 그런 낡은 이야기,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배어들어 있었다. ㅡ 슈는 실눈을 뜨면서 싱싱한 나뭇잎을 바라본다. 이따금 이대로 영원히 자신의 내면에 각인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은 장면들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언젠가 분명 이런 시간을, 이렇게 옆에서 멋대가리 없는 교복을 입고 무방비 상태의 얼굴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유키오의 목소리를 그리운 마음으로 떠올릴 순간이 올 것이다. ㅡ “그거…… 나도 들은 적이 있는데 조금 다른 이야기였어.” “응, 옛날이야기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살이 붙기도 해서 아마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돌고 있을 거야.” “내가 들은 건 뭐랄까 조금 더 동화 같은 내용인데……. 사요코라는 건 학교 벚나무에 살고 있는 학교의 수호신이고 빨간 꽃을 꽂는 건 그 요정 같은 수호신에게 바치는 의식이래. 올 한 해도 학교가 무사하도록 비는 주술 같은 거라고. 그리고 그 수호신은 변덕스러운 요정이라서 요정의 눈에 띄지 않도록 연극 준비를 하고 요정의 마음에 드는 연극을 공연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어.” “으음, 여자들 입을 거치니까 갑자기 아기자기한 동화가 되는군.” “그리고 다른 아이가 들은 이야기로는, 지금까지 했던 것 중에서 그 수호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연극을 공연한 여자 애가 갑자기 떨어진 무대 장막에 맞아 죽었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도 장막에 핏자국이 있다고도 하고, 그 꽃병은 꺼낼 때마다 그림이 달라진다는 둥 무서운 것도 있었어.” ㅡ “응,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순진한 얼굴로 홍차를 마셨다. 유키오는 다시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몇천 명이나 되는 이 학교의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니. 게다가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 미묘하게 다르고, 또 조금씩 변화된 다양한 이야기가 매일 만들어지고 있다. 슈가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쓰무라 사요코가 갖고 있는 열쇠…… 가토는 그 열쇠가 대대로 사요코에게 전해지는 열쇠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혹시 똑같은 열쇠가 또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쓰무라 사요코는 어디서 그 열쇠를 손에 넣었을까?” “쓰무라 사요코는 정말 우리 학교의 사요코 전설을 알고 있는 걸까. 이 학교가 처음은 아닌 걸까? 어때, 알고 있는 것 같아?” ㅡ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래서 세 번째 사요코는?” “빨간 데루테루보즈가 걸렸어. 우리 형은 과거 사요코를 아는 남학생이 그녀를 회상한다는 형식으로 남자 1인극을 썼어. 그리고 그해는 다행히 그것이 공연되었고 그런대로 평가도 좋았대. 그 때문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대학 합격률도 학교 역사상 1, 2위를 다툴 정도로 좋았고, 형은 다시 졸업식 날 다른 후배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는 거야.” ㅡ 교사들은 그런 의미 없는 행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자율적인’ 행위인 것이다. 더구나 이 ‘사요코’ 전설은 실제로 참여하는 사람이 지극히 소수라는 조건까지 작용하여 그 밖의 다른 학생들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어도 실제로 어떤 이야기인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그것은 통학로의 가로수 풍경과도 같은 것이었다. 매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눈앞에서 없어져버리면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ㅡ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자꾸 흘러갈 것이다. 첫 번째 진학 상담, 운동회, 중간고사. 학교라는 건 이처럼 냉엄한 현실과 목가적인 의식을 똑같은 수준에서 번갈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해간다. 물이 흐르듯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되는 행사들 사이로 자신들의 장래와 인생이 조금씩 정해지고 각자의 앞날이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학생들은 깨닫지 못한다. ㅡ “그건 ‘손님’ 같은 거야.” “손님?” “옛날부터 나그네로 모습을 바꾼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있었단다. 그러니까 뭐냐, 지금도 시골 쪽에 가면 객지 사람이나 지나가는 나그네를 필요 이상으로 환대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더냐. 그건 바로 그런 두려움 때문이란다. ‘귀인이 모습을 바꾼 방문자’가 아닐까 하는…….” “그런 건 민속학적인 이야기잖아요. 실제로는 그냥 보통 전학생인 걸요.” “으음, 보통 전학생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너희가 보기에는 ‘특이한 인물’이지? 본인은 평범한 전학생이라도 너희가 ‘손님’으로 인정했을 때부터는 그 말이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거란다.” “예에, 그럼 ‘손님’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는 걸까요?” “글쎄다. 그건 영원한 테마일 거야. 그냥 너희를 시험해보려고 오는 거겠지.” “뭘 시험해봐요?” “모르지.” “왠지 기분이 나빠요.” 조릿대 덤불 쪽에서 쏴아, 하고 잎이 부풀어오르듯 흔들리며 바람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쓰무라 사요코는 ‘손님’일까? 무슨 의미를 찾아 이 학교에 나타난 걸까? 뭔가 시험을 당할 만한 의미가 우리 쪽에 감추어져 있다는 이야긴가?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인 우리에게 왜 그런 ‘손님’이 올 필요가 있다는 거지?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면서 슈는 생각에 잠겼다. ㅡ 후기 보충 수업이 시작되면서 네 명의 친구는 매일 차를 마시며 두서도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다. 어릴 때의 추억, 학교에 나도는 소문, 자주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그런 이야기가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지만 전혀 싫증이 나지 않았다. 네 명은 서로 질세라 떠들어대다가 별것도 아닌 농담에 배를 잡고 웃어댔다. 잠시라도 이야기가 끊어질까봐 두렵다는 듯, 마치 이 여름에 이야기를 해두지 않으면 평생 기회가 없다는 듯이 매일 서로의 모습을 찾아 모여들었다. ㅡ “세상에! 안 들킬 줄 알았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뒤에도 눈이 있는 사요코라고.” “옙, 미처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그게 뭐가 재미있어? 아이들을 빤히 쳐다보는 게.” 장난스럽게 응수하려던 슈는 순간 대답할 말이 없었지만 빤히 바라보는 사요코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몰라.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가. 난 사람들이 잔뜩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해. 한 사람 한 사람 정면으로 본 사진이 아니라 무심하게 뭔가를 하고 있고 내가 그걸 보고 있다는 걸 상대가 모르는 상태가 제일 안심이 돼지. 저쪽에 넓은 세상이 있고 나는 그 세상 바깥의 파인더 이쪽에 있는 상태를.” “오호.” 사요코는 신기한 듯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ㅡ ‘손님’, 어쩌면 이 ‘사요코’라는 부조리한 관습 자체가 ‘손님’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쓰무라 사요코를 비롯한 우리는 대체 무엇을 시험당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답은 있는 걸까? “그래도…… 네 이야기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미 15년 가깝게 이 어리석은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잖아. 그런데 난 여기에 뭔가 한 줄기 핵심을 꿰뚫고 있는 누군가의 강력한 의지를 느끼곤 해. 도중에 이 이벤트 자체가 없어질 뻔한 위기가 몇 번 있었잖아. 사요코 역할을 거부하기도 했고 죽기도 했잖아. 3년에 한 번이라지만 ‘전달만 하는 역할의 사요코’가 전해주는 걸 잊어버리거나 전달할 때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 수 없게 되기도 하고,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데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집요하게, 끈질기게 누군가의 손으로 궤도 수정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너 오늘따라 어울리지 않게 꽤 논리적이다.” “아, 이건 감이야. ……도대체 누구의 의지일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명기구를 옮기는 실행위원들을 쳐다봤다. 그 대답은 내일이면 알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려다가 슈는 잠자코 있었다. “올해도 사진 찍을 거야?” 갑자기 유키오가 화제를 바꿨다. 사진부 작품이라기보다 슈 혼자만의 취미로 축제 기간 내내 활동하는 학생들의 스냅 사진을 찍어 다음 날 즉시 사진부에서 전시하는 것이다. 축제 기간이 끝난 다음 그 스냅 사진을 사진의 주인공에게 주는 것이 1학년 때부터 해오던 슈의 취미였다. “응, 올해는 특정 개인을 중점적으로 쫓아다녀 " ㅡ 사실은 뭐든 조금씩이 아니었다. 타인이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오는 게 무섭고, 타인 안에 파고들어 가는 것도 무서웠다. ……자신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달랐다. ……자신의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런 감정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올 것을 슈는 알고 있다. 자신의 오만함, 냉정함, 소심함이 자신이 찍는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것을 그는 무엇보다 두려워했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가 끝난 다음에 사요코와 마사코, 그리고 유키오의 사진을 정식으로 찍어줘야지.’ 슈는 그때 결심했다. 정면에서 똑바로 그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야지. ㅡ “캄캄한 곳에서 꼼짝도 못하고 이 짧은 문장 하나를 읽자고 자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니 너무해. 졸면 어쩌지.” 사요코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난 기대가 되는걸. 노랑과 빨강 램프, 틀리면 어쩌지. 빨간색이 멈춤이고 노란색이 서두르라는 거지.” 마사코는 불안한 듯 멀리 있는 램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슈는 자꾸 ‘100가지 이야기’가 연상되었다.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100개의 촛불을 켜고 한 사람씩 괴담을 얘기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촛불을 하나씩 꺼나가다가 마지막 하나가 꺼지는 순간 진짜 마성이 나타난다는 그 놀이 . ㅡ “이건 아주 재미있는 꽃병입니다.” 종이를 펼치는 바스락 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렸다. “지금까지 몇 사람이” “이 꽃병을 어떤 신호로서” “교실에 장식해왔습니다.” “왜 그랬는지 여러분은 아십니까?” 빨간 램프. 강당 안의 어둠 속으로 팽팽하게 한 줄기 가는 실이 지나가는 듯했다. 사람의 목소리라는 건 얼마나 신기한가, 하고 슈는 생각했다. 제각기 다른 높낮이에 여러 가지 색깔이 담겨 있고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 각각의 목소리에서 상상되는 그 목소리 주인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증폭되어 동물이 되기도 하고, 돌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이 꽃병은 어떤 의미에서” “이 학교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읽는 사람도 이제는 적응이 좀 되는지 목소리에도 확실히 여유가 생겼고 점점 일정한 리듬을 따라 대사가 계속되었다. 목소리는 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낮아졌다가 높아지기도 하고 가늘었다가 굵었다가, 경전을 읽는 듯 천천히 이어졌다.) “여러분은 10년 이상” “학교라는 데를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라는 데가 얼마나 이상한 곳인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까?” “학교란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요.” “물론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한 장소입니다.” ㅡ “모두가 이 장소에” “있습니다.” 마사코는 점점 긴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어둠 속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 조금씩 목소리가 나는 위치가 이동하고 있다. ……잔물결이 밀려가듯. 마치 이 강당 자체가 피아노 같은 악기가 되고 누군가 그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건반이구나. 누군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우리를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ㅡ 축제가 끝나면서 분명 뭔가가 ‘끝났다’는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그때는 해방된 듯한 안도감을 맛보았지만, 그는 다시 두리번거리며 지금도 자신이 뭔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정말로 사요코는 없어져버렸다. 이제 학교 어디에도 없다. ㅡ 슈는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김이 서린 듯 뿌옇게 흐려진 창문을 바라보며 ‘비앙카’의 긴 탁자에 앉아 있었다. 딱히 약속이 있어서 들어온 건 아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종잡을 수 없는 허탈감에 빠져 있었다. 축제를 경계로 해서 ‘모두들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쓰무라 사요코 역시 어딜 봐도 수수께끼가 없는 그저 평범한 예쁜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 그녀는 ‘손님’이 아닌 존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ㅡ “지난 10년 동안 사요코는 모두 구로카와 선생님 반에서 나오고 있어.” “뭐?” 슈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내용에 놀랐다. 시다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내가 조사를 해봤어. ‘사요코의 해’에 해당하는 사요코가 어느 반에 속해 있었는지를. ‘전달만 하는 해’의 사요코도 조사할 수 있는 데까지는 모조리 조사했지.” “설마, 그래서…….” “일곱 명까지는 알아냈는데 모조리 구로카와 선생님 반이었어. 이게 우연일까?” ㅡ ‘내가 이상한 걸까? 같은 여자면서. 하지만 여자가 아니면 사요코처럼 정말 완벽한 여자가 있다는 걸, 진짜 대단하다는 걸 모를 거야. 남자 애들은 그냥 여자라는 것만으로 만족하잖아. 그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따윈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을 거야.’ “유키오 같은 타입…….” 마사코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얼굴을 들고 사요코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봤다. 다음 순간 사요코는 눈에 익은 환한 표정으로 빙그레 웃었다. “……이라고 하면 어쩔래?” “겁주지 마.” 마사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사요코가 잠깐 보였던 진지한 눈빛이 심상치 않은 느낌으로 남았다. ‘어떻게 하지? 혹시 진짜면…….’ “아니, 난 받아들이는 척을 잘할 뿐이야. 척을 너무 잘해서 어떤 땐 나도 진짜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야. 하지만 남자 애들은 달라. 참 대단해. 슈 같은 아이는 눈부신 미래와 가능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여서 때로 부럽고 질투가 나서 때려주고 싶어. 그의 미래를 나누어 갖고 싶어서 난 그 애 옆에서 얼쩡거리는 건지도 몰라. ……글쎄, 그렇게 친해 보였나. 그렇다면 나를 미워하는 여자 애들이 많겠네.” “어머! 의외다. 사요코가 그렇게 남자를 부러워하다니.” “난 말이지, 따돌림 당하는 게 싫어. 남자 애들은 걸핏하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우리를 따돌리고 달아나버리잖아. 슈를 보고 있으면 점점 멀리 앞으로 달려가서 나 혼자만 따돌림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ㅡ 이 아이와 정면으로 대결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 아이와 대결하지 않고 넘어갔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그렇게 안도하는 자신에 대해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 지금 이렇게 찾아오다니. 슈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두 손을 몸 앞으로 해서 가방을 얌전하게 들고 똑바로 서서 뚫어지게 두 소년을 바라보는 쓰무라 사요코. 슈는 사요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보일 듯 말듯 웃고 있는 듯,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듯한 눈빛. 평소 교실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던 쾌활한 소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그녀가 온몸에서 뿜어내는 낮의 에너지와는 다른, 그 정반대의 에너지……. 진짜 사요코가 있는 걸까? 그 순간 갑자기 몸이 오그라드는 듯한 현기증과도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누군가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런 의문을 느꼈던 게 아닐까. 이 낡은 건물의 좁은 방에서 이 매뉴얼을 읽으면서 똑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닐까. 그는 자신이 누군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신이 예정된 행동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처럼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은밀하게 찾아다니는 제삼자가 있기 때문에 이 사요코라는 행사가 지속되어온 게 아닐까. 이렇게 학교라는 닫힌 공간은 빙글빙글 영원히 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는 그 순간 뭔가를 이해한 것인지도 모른다. ㅡ “……요컨대 말이다. 학교라는 건 돌고 있는 팽이 같은 거야. 항상 똑같은 위치에서 똑바로 서서 빙글빙글 돌고 있지. 그리고 너희 학생들이 끈을 잡고 팽이를 열심히 탁, 탁, 내리쳐서 팽이가 속도를 잃고 쓰러지지 않도록 열심히 분발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끈을 후배에게 전해주고 차례차례 다른 학생이 팽이를 돌리지. 팽이는 내내 똑같은 하나의 팽이지만 끈을 쥔 사람, 치는 사람이 자꾸 바뀌는 거야. 그리고 난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하면 말없이 그 팽이를 보고 있어.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서서 일정한 속도로 돌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팽이는 말이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지 않으면 똑바로 돌 수가 없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돌리면 위치가 어긋나버리지. 난 팽이가 좀 지나치게 빨리 돌거나 늦게 돈다 싶으면 ‘어이, 좀 느리다. 비틀거리는구나. 그렇게 돌리다간 쓰러진다.’ 이런 말로 주의를 주기도 하고 기합을 넣는 역할을 하지. 너희가 돌리는 팽이가 바로 학교의 ㅡ “슈야, 어떻게 된 거냐? ‘손님’한테 물리기라도 했냐?” 아버지는 손가락에 묻은 초콜릿을 핥아먹으면서 물었다. “예,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요, 아버지. ‘손님’ 말인데요. 사실은 손님이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우리가 ‘손님’이었어요.” “뭐어?” “전 알았어요. 찾아오는 나그네 입장에서는 우리가 ‘끝없이 악의에 가득 찬 손님’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요.” ㅡ “……저기, 전부터 한번 물어보려고 했는데 말이지.” 조금 사이를 두고 슈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꺼낸 슈는 시다라도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섯 번째 사요코〉 말인데, 중단된 부분이 아직 전체의 3분의 1도 안 읽었을 때였지.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데? 넌 어떻게 그런 연극을 공연할 생각을 했냐.” “다들 줄기차게 물어보더군. 그야말로 연습 없는 공연이었으니까. 스태프들끼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해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무서운 연극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역시 본격적인 무대라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걸 알았어. 그리고 집단심리란 정말 무서운 거야. 그 이야기를 그냥 대본으로 읽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거든. 그 다음에는 결국 주인공 ‘나’가 여섯 번째 사요코로서 이 학교에서 같이 학창생활을 보내는 다른 아이들에게, 뭐랄까 청춘의 훌륭함에 대해 잘난 척을 좀 하는 거야. 지금 이 인생의 임시 정거장인 학교라는 곳에서 같이 시간을 공유하다가 다 같이 둥지를 떠나는 멋진 미래라는 내용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줄거리였어. 그리고 사실은 뭉클하게 감동을 주면서 끝날 예정이었지. 그런데 공연이 진행될 때 학생들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어. 아마 대본을 읽어나가는 동안 한 사람 한 사람이 ‘이건 분명히 무서운 이야기일 거야’라고 지레짐작하면서 읽었을 거야.” “하지만 너도 생각해봐라. 그렇게 캄캄한 곳에서 펜라이트만 옮겨가면서 그런 대사를 읽게 해봐.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초자연적인 분위기야.” “응, 그리고 아무래도 연기하는 배우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일 거야. 만약 그걸 진짜 1인극으로 했더라면 분명히 하나도 무섭지 않았을 거고, 그렇게 이상한 긴장감은 생기지 않았을 거야.” “그랬겠지.” 슈는 수긍을 하면서 그 이상한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렇다. 다들 자신들 안의 사요코를 발견하고 공포를 느꼈던 것이다. 그 설명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거울을 봤을 때와 같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공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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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나는 이책이 좋은것같다. 앞으로도 온다리쿠 팬이 될듯!
새 학기 첫날 ‘사요코’라는 여고생이 지방의 고등학교로 전학 온다. 이 학교에는 ‘사요코’라는 수수께끼의 괴담이 전해지고, 붉은 꽃과 열쇠를 물려받아 그해의 ‘사요코’로 지목된 자는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의식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올해는 두 명의 ‘사요코’가 등장하고, 진짜 ‘사요코’의 정체를 밝히려 한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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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다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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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데뷔작이라고 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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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만화 때문이다. 온다 리쿠의 이름이 각인 된 것은. 천재 고교 소설가가 주인공인 만화를 보다가 그 주인공의 입에서 '재밌는' 소설로 이 책 '여섯번째 사요코'가 언급되고는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미스터리와 호러쪽이 주 영역인 듯 했으나 얼마전에 읽은 '꿀벌과 천둥'에 엄청난 감동을 받고 결국에는 구입하게 되었다. 사요코라는 역할을 부여받는 학생이 3년에 한번씩 등장해서 끝까지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면 그 해가 길하다… 라는 재밌지만 뚱딴지스러운 학교의 괴담스러운 전통에 대한 얘기다. 여섯 번째 사요코가 두명이 등장하고, 갑작스런 미소녀의 전학, 진실을 파헤쳐보고 싶은 주인공과 그 주위의 여느 고등학생스러운 캐릭터들, 그리고 지켜보고있는 선생. 스토리 진행에 꾸준한 긴장감을 놓지 않는 형식에 중간 중간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존재 덕분에 호러와 미스테리 장르의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고3 학생들의 1년을 따라가는 전형적인 '일본' 하이틴 소설 같기도 했다. 어찌보면 일본판 '학교괴담'이라고 할지, 다만 스릴이 덜한다고나 할까. 사실,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이란 것이 참 독특한 세상이란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되었다. 벌써 졸업한지 한참 되었고, 그 당시에는 이 책에서 서술하듯 불합리한 수험생의 삶을 깊은 고민 없이 지나갔었지만, 겨우 대학생보다 한 살 어리지만 한없이 어리게 느껴지던 그 시절. 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가면 다만 '고등학교때'라는 한마디로 덮여지는 시절. '학교'의 입장에서보면 또 얼마나 지리한 특별한 변화없이 진행되는 현실일지. 매년 학생들이 들어오고 3년간의 '찰나'의 인생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배출'되고. 그 지난한 과정을 바라보며 때로는 영향을 미치며 '학교'라는 시스템을 묵묵히 따라가는 선생들. 과연 사요코를 만든것은 누구일까. 학교라는 시스템에 자생적으로 발생한 일종의 바이러스일지. 아니면 약간의 변화에 반응하고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잘 알고있는 그 시스템의 관리자의 짓인지. 화재가 발생했어도 학교에는 다시 봄이 찾아오듯이. 아니면 그 항구성을 거부하고 싶은 그 누군가의 저항일지. 잘 쓰여진, 또는 잘 만들어진, 일본의 고교물을 감상하는 것은 항상 재밌다. 만화는 물론 영화에서 아직도 일본 학생 장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온다 리쿠의 소설을 발견한다. '밤의 피크닉'의 짧은 하루에 고등학교 생활의 모든것이 들어가 있는것에 감탄했었고, 이 책에서는 고3 1년의 시작과 끝을 정말 유려하게 보여준다. 저자의 다른 고교물(?)도 찾아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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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다들 한마디씩 멋대로 떠들면서 잘 맘여진 복도를 지나 마당 가운데 있는 별채 손님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방석과 탁자도 나란히 놓여 있고, 방 한복판에 놓인 앙증맞은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작은 전구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전골냄비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은 환성을 올렸다. 사요코가 자리를 비우는 것을 시작으로 마사코와 유키오는 슈를 데리고 해변으로 나왔다. 거센 바람이 부는 캄캄한 모래밭에 아이들이 모여 서성거리는 게 보였다. 파도소리가 무섭게 어둠 속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용이 참 흥미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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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서, 이 책을 사봤습니다. 온다리쿠의 책을 읽는 것은 이 책으로 두번째입니다. 사실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킬링타임용으로 샀습니다. 그런데 책 소개에 드라마화도 되었고, 충격적인 데뷔작 이런 뉘앙스로 써 있어서 기대를 생각보다 많이 했나봐요. 제 취향은 확실히 아니었어요. 그냥 이 작가와 코드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에서 전통으로 내려오던 사요코 연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온다 리쿠의 장점은(두 권밖에 읽지 않아서 이른 생각이긴 합니다만) 풍부한 상상력인 것 같습니다. 글을 읽어가면 갈 수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고 상상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사요코에 관해서도 초반부에는 정말 흥미롭게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었던 부분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부분입니다. 초반부에는 정말 현실적으로 내 주위에 있을 법하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판타지적 요소를 살살 섞으니 그게 잘 조화가 안된다고 느껴요. 차라리 사요코는 귀신이었다 쨘 무섭지? 이랬으면 오히려 납득했을 것 같아요. 분명히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판타지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소설 속에서 여섯번째 사요코로 열쇠를 넘겨받은 사람은 1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유급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대한 설명도 없고, 사요코가 거의 심리 조종을 해서 학교에 불을 지르게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뚝 끊겼어요. 대체 사요코는 심리적 가책을 느끼지 않는건가요? 유급한 가토는 사요코로 선정된 이후 비정상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가 혼자 깜짝 놀라서 실려간건가, 미카코를 굳이 끌어들인 이유는 제삼자의 개입을 통해 사요코 행사를 끝내려고 했나 생각해보지만 잘 이해가 가지 않아요. 세세한 것들까진 따지기도 귀찮고,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사건이 터진거고, 학교 자체가 거대한 연극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렵니다. 대체 사요코의 정체가 무엇인가 하는 걸로 소설에 몰입은 잘 됩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읽으실 분들께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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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설의 가장 좋은 점은, 재밌다는 점이다. 대중소설의 그 다음가는 장점은, 쉽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필요한 지식이 딱히 없이 상상력만 장착하면 된다. 즉, 좋은 대중서설은 쉬우면서도 재밌다는 점이다. 여기에 무언가의 의미까지 얹어지면 더욱 재밌다. 물론 이 의미는 재미와 쉬움 다음으로 존재해야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위의 결론을 완벽하게 무시한다, 재미없고, 이해하는데 불편은 없으나 뒤에 해설까지 달아야할 만큼 이것저것 의도한 바가 많다. 즉 의미를 담기위해 재미를 포기했고, 쉽게 이해시키지도 못한다. 작품은 군상극으로 진행되며, 군상의 가장 중요한 갈등과 상황 전개가 재미없다. 군상은 캐릭터가 아니라 상황과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둘 다 재미없다. 표현도 잘 못한다. 그럼 군상의 주체인 인물이라도 좋고, 심리라도 잘 드러내면 강점이 있으려만, 그것도 아니다. 굳이 평하자면. 어설픈 실력으로 재미없는 상황을 전개하는 공포스럽지 않은 군상극. 이걸 자기전에 읽으면서 하차하지 않은 내 인내심이면, 눈 앞에 귀신이 나타나도 잘 참을 수 있을 거 같다. 돈 버리지 말고 다른 스릴러, 공포를 찾길 적극 추천한다. 해설서 달린 공포소설 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