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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할 책 '야전과 영원'을 미뤄두며 독서를 강행했다.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시한이 정해진 책을 남겨둔 독서는 속도를 냈다. 약간 설렁설렁 읽게 되긴 했지만 애초에 생각에 빠지자면 한도 없기 때문이다.
흔히 제목이란 저자와 독자의 계약이라고 한다. 계약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는 차치하더라도 제목은 독자에게 이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암시한다. 처음에 엇나가는 듯 하다가도 책의 중반을 넘고 말미에 이르면 제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설이라는 장르조차 그러한데 제목에 史가 들어가면 그리고 수식하는 단어가 음악이라면 책을 선택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기대하는 것이 있는 법이다. 나는 '음악의 세계사'라는 제목을 보면서 음악이 중심이 되는 책일 것이다라는 기대를 했다. 물론 부제가 '전방위 예술가 김정환의 세계사 오디세이'이기는 했지만 세계사를 음악의 흐름에 맞추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을 따름이었다. 아마도 부제가 제목이었다면 이 독서는 매우 만족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가 수많은 책 중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음악에 문외한이고 특히나 음악과 관련된 교양이 부족하다 느낄 때가 많아 그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그면에서 본다면 이번 독서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초반부터 이토록 씩씩대며 읽은 책은 손에 꼽힐 듯 하다. 의아함이 분노로 넘어가고, 분노가 체념이 되고, 체념을 지나 평온함에 이르는 감정의 기복을 다 겪고 책을 덮으면서 내가 느낀 것은 이 책의 제목에 관한 생각과 저자의 끊임없는 자기 생각과 감각의 형상화였다. 특히 얼마 되지 않는 음악에 대한 부분이 더욱 그러하였다. 문장을 읽노라면 선명하지 않은 흐릿한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하다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책을 읽을 때면 가끔 단어와 문장이 나를 향해 속삭이거나 달려들거나 노래하거나 춤추듯 느껴질 때가 많다. 글자들이 윤무를 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것을 타인에게 설명하기 어려운데 저자는 아마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피어나고 폭발하고 춤추었나보다. 전체를 본다면 하나의 흐름과 분위기로 책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분부분 기조가 달라지는 곳들이 많았다. 워낙 분량이 많다보니 통일감은 오로지 느껴지는 감각과 이미지라고 해야할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읽었던 '교양'이라는 책을 많이 떠올렸다. 물론 방대함과 깊이는 이 책이 '교양'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문장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약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마 나처럼 음악에 관한 것을 기대하고 읽지 않고 음악을 지우고 세계의 신화와 문학, 정치, 미술, 음악, 역사를 두루두루 오뒷세우스가 방황하듯 여행한다면 어쩌면 매우 괜찮은 독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신의 이름, 인명, 신화의 내용, 문학 작품의 요약내용에서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들이 있었으나 게으른 독자인 나는 그것을 일일이 다 찾아 비교하지 않고 그냥 넘겼다.
여하튼 올 한 해 읽은 책 중 정말 독특한 책을 읽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