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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말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 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 밤을 기억해 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 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보였다 언덕 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 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 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삼고(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잘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삼독(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삼충(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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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시를 한구절 보았다 천양희씨의 "밥". 저런 시를 짓는 시인의 시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했다. 읽으며 내내, 마음이 저미기도, 기쁘기도, 심지어 낄낄대면서 읽게 만든 시집. 가끔 읽는 시지만, 이래서 시를 읽었지 라고 생각하게 하는 시구들이였다. 오래된 농담. 입. 한계. 순서가 없다 등. 읽으며 저 짧은 문장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을하게 하고 감정을 가지게 하는지. 천양희님의 다른 시가 궁금해진다. 모르는 소리마라 몸 있을때까지만 세상이므로 삶에는 대체로 순서가 없다. - 순서가 없다 중.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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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법 하루가 길게 저물 때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무슨 말이든 거꾸로 읽는 버릇이 내게는 있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신문을 문신으로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거꾸로 읽다보면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어제는 어제를 견디느라 잊고 있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직성(直星)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넌 아직도 바로 보지 못하는 바보냐, 한다
거꾸로 읽을 때마다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나도 문득 어느 시인처럼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천양희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죄없는 일이 / 시쓰는 일이라고 아직도 믿으면서” (「시인의 말」) 사는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시인에게 시는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63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에 시가 제목으로 든 시만 보더라도 「바다시인의 고백」,「시인이 시인에게」,「그자는 시인이다」,「시인좌(座)」,「마들시편」,「시(詩) 통장」,「시는 나의 힘」같이 7편이나 되거니와 실제로 시를 생각하는 시편은 더 많다. 아울러 “바다시인의 고백”이나 “시인이 시인에게” 하는 말도 따지고 보면 천양희 시인의 목소리가 여러 가지로 변주되는 것일 뿐이다. 특히 “불꽃 삼키고도 매운 연기 내는 / 굴뚝의 문장 / 시뻘건 꽃 피우다 모가지째 툭, 떨어지는 / 동백의 문장 / 모천회귀하려다 불귀의 객이 되는 / 연어의 문장”(「그자는 시인이다」)은 그 동안 천양희 시인이 추구했던 “피의 문장”을 연상시킨다. 시가 곧 삶이라고 할 만큼 시와 삶이 밀착되어 있는 시인이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을 관통하는 방법은 세상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 신문을 문신으로 작가를 가작으로 시집을 집시로” 읽는 것이다. 시인이 세상을 “거꾸로 읽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지만 어떤 때는 사물의 진실을 적확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읽을 때 우리는 어떤 진실의 핵심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하려 그것은 세상을 새롭고 보는 한 방법이자 한 편의 빼어난 시로 완성된다. 시인은 낱말을 거꾸로 읽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아가 언어를 희롱한다. “대개 절창이란 자신을 절단낸 뒤에야 오는 것”(「바다시인의 고백」), “벽만이 벽이 아니라 / 때론 결벽도 벽이 되고 / 절벽 또한 벽”(「벽과 문」), “어머니 밤늦도록 / 편지 한 장 쓰신다 / ‘바다 보아라’ / 받아보다가 바라보다가”(「바다 보아라」), “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 기차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기차를 기다리며」),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웃는 울음」), “물을 거꾸로 쓰면 룸”(「물의 가족」) 처럼 언어 희롱의 사례는 시집에 골고루 퍼져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언어 희롱은 거꾸로 읽기처럼 새로운 진실을 드러낼뿐더러 무거운 세상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효과가 있다. 어떠한 권위나 힘에도 눌리지 않는 자유로움에 닿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깊고 서늘한 감동을 주기고 한다. 오래된 농담 회화나무 그늘 몇평 받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평이나 더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더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되 얻으려고 언덕길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알이나 더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에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