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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좋아하는 걸까, 좋아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무를 좋아한다고 말로도 머리로도 인정하는데, 어쩌면 좋아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좋아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무시무시하게 냉정한 일이 될 테니까.
나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를 내가 의심하는 데에는 여러 증거가 있다. 일단 나무에 대해 잘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나무 이름은 몇 가지밖에 안 되고, 그것도 나무와 이름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다. 상대를 좋아한다면서 상대에 대해 이토록 모르고 있다는 것은 결국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 않을까. 또 나는 나무 아래에 또는 숲에 오래 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무나 숲 자체보다는 나무와 숲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애정이 없는 탓이다. 애정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개체들에 대해서는 비명을 지를 정도로 싫어한다. 나무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개체들에 대해 이렇게 지긋지긋해 하다니, 아무래도 나는 나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닐지.
그런데도 도무지 인정하기가 싫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고, 나무를 좋아한다고 믿고 싶다. 아무도 물어본 사람도 없는데 마냥 그렇게 내세우고 싶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고, 숲을 좋아한다고. 그렇다면 왜 그런가 말이다. 그게 내가 알아야 할 나의 숨겨진 모습 중 하나이다.
이 책도 내가 나무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구해 읽었다. 나무가 숲으로 간다니, 얼마나 황홀한 여정인가. 나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 이 책으로 나무에 대해 좀더 알게 된다면 그 또한 나와 나무와의 관계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책은 점잖았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진지했다. 그래서 조금 서운했다. 유머가 좀 보였더라면 싶었으니까. 읽는 중에 소로우도 떠올랐고 빌 브라이슨도 생각났다. 아주 오래 전에 그들의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 내용은 전혀 떠오르지 않고 이름만 생각났다. 다만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만큼 이 책 속으로는 들어선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또 내가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나무나 숲을 찾아서 여행을 하는 것도 상당히 매력적일 것 같기는 하다. 작가처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가면서 3박 4일 동안 밤낮으로 자작나무만 본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니까. 열대우림은 썩 끌리지 않고 북반구의 침엽수림은 상상속에서라도 가 보고 싶기는 한데.(정말 몸으로 가고 싶은 것인지 사진만 봐도 만족하는 건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ㅎㅎ)
편한 마음으로 볼 수는 있는 책이지만 쉽게 넘길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나무에 대한 내 상식을 훨씬 넘어 전문적인 용어처럼 보이는 말들도 많이 있었고, 진지한 만큼 지루한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무와 숲과 연결되어 내 마음에 남을 책이다.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나무를 좋아하는 걸까. - 무주에서 스키타는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며 읽은 책이다.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