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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를 읽고 그 동안 내가 너무 한국 고전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읽어보지도 않고 재미없어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책으로 인해 고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이나 설이 오면 항상 TV에서 마당놀이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무조건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마당놀이를 좋아하시는 아빠때문에 심청전을 끝까지 본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고 재밌었다. 이것도 나이맛인가? 배비장전을 읽으면서 이것도 마당놀이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당놀이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풍자니까..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에서는 '배비장전'을 왕따와 연관지어 말하고 있다. 물론 심리학적 성격이 짙다보니.. 내가 직접 읽고 생각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배비장이 제주 목사를 따라 제주로 내려가게 된다. 그는 만류하는 부인과 어머니께 절대 여색에 빠지지 않고 잘하고 돌아오리라 약속한다. 그리고 애랑이라는 기생이 등장한다. 그녀는 정말 요물인듯 싶다. 떠나는 정비장에게 두루마기며, 바지며, 상하의복까지 벗어달라한다. 그걸 가지고 오래오래 정비장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말이다. 한술 더떠 그녀는 상투도 베어달라하고, 이까지 뽑아달라한다. 게다가 성기까지 잘라달라한다. 이를본 베비장이 방자 앞에서 쯧쯧쯧 혀를 찬다. 어찌 가족있는자가 여색에 빠졌냐면서... 그러나 그 콧대높은 베비장도 애랑 앞에 상사병에 걸리고 만다.
물론 이것은 베비장이 하도 아니꼽게(ㅋㅋ) 혼자 잘났다고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그를 골탕먹이려 일부러 벌인일이지만... 베비장도 하는 수 없이 그들의 꾀에 넘어가 결국은 이태껏 자신이 욕하던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눈을 감고 게헤엄까지 친다. 물론 그 과정을 소설을 직접 읽어야 재밌기 때문에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설에서 이 소설을 중류 계급의 위선적이며 호색적 생활풍자라 하는데 딱 맞는것 같다. 그러나 조선시대만 그랬겠는가? 배비장을 통해서 현재 주변 인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재밌다.. 정말 재밌다. 특히나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을 배비장이라 상상하고 읽어보시길...ㅎ
'이춘풍전'도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라는 책에 나온 소설이다. 이춘풍이라는 자는 늘 여색에 빠져있고, 방탕한 생활만을 한다. 그러다 최참판 회갑연에 쓸 물건을 사러 2천냥을 받고, 그의 부인이 열심히 바느질해 모은 돈 500냥까지 받아 평양으로 향한다. 그러다 유추월이라는 기생을 만나게 되어 모든 돈을 잃고, 돈이 없는 춘풍에게 더이상 볼일 없는 추월은 자신집에서 하인 노릇이나 하라고한다. 이를 안 춘풍의 부인이 남자복장을 하고가서 그를 질책하고 추월에서 5천냥을 받아낸다. 그리고 춘풍이 돌아오자 탕건과 웃옷을 벗어 자신이 춘풍의 부인이었음을 확인시킨다. 이로인해 춘풍은 자신의 버릇을 고치게된다. 참 지혜가있는 여인이었던듯하다.지금 같으면 당장 이혼 도장 찍었을 텐데.. 남편의 못된 버릇을 지혜롭게 고쳐내고야 만다. 이 소설도 해석을 보면 권력자들의 위선적 생활, 매관매직을 일삼던 정치부패상을 해학과 풍자를 섞은 소설이라고 한다. 베비장전도 그렇고 이춘풍전도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탐관오리는 어디서나 있고, 이로인해 고통받는 백성들도 있다. 해학과 풍자 삼아 이를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까지도 지금과 너무나도 닮았다.
'삼선기'는 도학자들이 여색으로 인해 타락하는 면을 그린 소설이다. 독서만 하여 학식을 쌓던 이생이 기생에 한번 빠져 산에 들어가 초당짓고 평생 기생과 살게된다. 그를 비판하기 위해 고려 무신 정권때 문신을 학살한 정중부도 나오고..(역사 공부한 맛이난다.ㅎ) 공부만 하던 사람들을 실랄하게 비판한다. 그를 보면 정말 공부만 열심히 하고, 세상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물론 그런 점은 훌륭하게 보일지도 모르나, 제 늙은 부모하나 모시지 못하는 무능한 선비이기만하다. 학식을 쌓아서만은 안될것 같다. 이를 세상에 참되게 활용을 해서 써야지..
배비장전, 이춘풍전, 삼선기 모두 재밌는 고전 소설이다. 물론 눈이 주석을 따라가느라 바쁘지만 말이다... 수능만 끝나면 한국 고전은 졸업하게 되는데.. 한국 고전만큼 역사를 알기 좋은 건 없는것 같다. 그리고 현재의 역사도 재해석 할 수 있다. 그 동안 서양 고전에만 눈을 돌렸는데, 한국 고전에서는 서양 고전에서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서양고전에 나오는 그들만의 풍습 같은건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모르는 것도 많았는데, 동양고전은 마치 할아버지께 옛날이야기를 듣듯 편하고 재밌었다. 특히나 고통을 풍자와 해학으로 이겨내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