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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의식이 부른 개화에 대한 욕구
"위기 의식이 부른 개화에 대한 욕구" 내용보기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그 시기, 우리나라의 역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무너져버린 황권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외세, 다시 일어서느냐 멸망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그 시기는 실로 치열한 고민을 필요로 하는 때였다. 1856년에 태어나 1914년 사망한 유길준의 삶은 이러한 시기 전반에 걸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너져 가는 유교에 한 발을 담근 채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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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그 시기, 우리나라의 역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시기'였다. 무너져버린 황권과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외세, 다시 일어서느냐 멸망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그 시기는 실로 치열한 고민을 필요로 하는 때였다. 1856년에 태어나 1914년 사망한 유길준의 삶은 이러한 시기 전반에 걸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무너져 가는 유교에 한 발을 담근 채 나머지 한 발은 개화의 온건한 물결에 디딘, 그의 삶은 어찌 보면 성공이라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초의 일본 유학생, 미국 및 유럽 국가들 순방. 그 시대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흔치 않았을 기회들을 그는 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갑오개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경험했을 그의 삶은 굴곡이 심했을 것도 같다. 특히 갑신정변이 그에게 안겨다 주었을 긴 연금생활은 실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 답답함 가운데서 탄생한 것이 바로 <서유견문>이다.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서 일본을 방문하고, 박영효와 함께 미국을 방문, 짧게나마 미국에서 생활했던 그에게 이 글은 그가 바라본 이상적인 개화상을 그리고 있다. 그 내용은 근대적인 국가와 국민 등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군대, 화폐, 교육, 복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대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다소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객관적인 문체로 나열한 그의 글은 설명문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은 그 이상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갑신정변은 분명 개화의 흐름을 한 풀 꺾어 놓았으며, 이는 (개인적으로 견디어 내야만 했을 유폐 생활을 굳이 언급치 않는다 하여도) 그에게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색다른 문명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개화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에겐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군주와 신하, 아버지와 아들 등 다분히 전통적인 비유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설명했다. 지극히 서양적인 개념을 지극히 유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야만 하는, 어쩌면 이는 당대 개화를 이야기한 이들이 가지는 일종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부국강병에 대한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납세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그는 '정부=국민'에 가까운 설정을 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국채상환과 관련,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실제 상환에 필요한 돈은 국민이 내놓는다는 그의 설명에서 그러했으며, 무엇보다도 '정부에 실책이 있다는 것도 역시 국민들이 무식하였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은 이러한 설정을 명백히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글은 여러 부분에서 강성한 국가가 존재할 때 비로소 그 국민도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다. 이러한 그의 국가에 관한 이야기는 대학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서 극에 달한다. 인간의 몸, 건강에 대한 서양 대학의 통제 부분은 어찌 보면 무시무시하게 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각종 기계로 팔의 힘, 숨쉬는 힘, 다리 힘, 허리 힘 및 내장의 기력까지 시험하여 그 가운데 하나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 같으면 상당한 운동을 하도록 시킨다. 가령 팔 힘이 부족한 자는 쇠뭉치를 휘두르도록 하고, 허리 힘이 부족한 자는 끌어당기는 기계를 따라 누웠다 일어났다 하게 하고, 다리 힘이 부족한 자는 달리는 법을 익히도록 하며, 이 외에도 각기 부족한 곳이 있는 자마다 거기에 상당하는 기계와 운동법이 있다., p63) 이러한 체육 교육의 현실을 그는 통제 아닌 '실효 있는 공부'라 파악하고 있는데, 이는 강한 개인으로부터 강한 국가가 비롯될 수 있다는 식의 그의 사고관을 엿보게 해준다. 이 책은 당대 개화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거기에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사용한 국한문혼용체의 문체는 국문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하겠다. 이런 점들과 함께 박노자 님의 '우승 열패의 신화'라는 책에서 이야기된 사회진화론적인 성향을 고려하며 읽는다면 흥미로울 것이다.
이달의 사락 q*****2 2005.09.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