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나라에나 신화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상투적인 이야기이겠지만 그리스로마신화만큼 신화계의 독보적인 존재도 없을듯 하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분명 내가 아주 어렸을때부터 우리나라의 단군신화만큼 질리도록 듣고,접해왔기 때문이다. 신화계의 전설이라 그러한가? 이 소재만큼 상업적으로 인기있는 신화도 없을거 같다. 책,TV만화를 뛰어넘어 게임계에서도 이것을 소재로 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예가 God of war 말그대로 전쟁의 신,신들과의 전쟁을 다룬 게임인데 매니아층을 형성할만큼 아주 유명한 게임이다. 우리가 한두번은 들어보았을 각계의 신들이 등장하고 당연 신중의 신,신중의 영웅 제우스가 대미를 장식한다. 허나 그 신에 대적하는 자가 있었으니 인간이자(신인 제우스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는게 정확하겠지만) 전쟁의 신이라 일컬어지는 크레토스라는 인물이다.(신화속에 크레토스란 인물이 분명 존재했지만 제작당시에는 그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크레토스는 타이탄과 스틱스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나 게임에서는 전혀 연관이 없다) 내가 난데 없는 게임이야기를 하는 것은 신화속, 과거의 영웅들의 역사속, 현재의 우리삶속 어디든 라이벌은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즐긴다는 것이다.(이책은 분명 영웅들의 이야기이지만 신화속 얘기도 종종 등장한다. 그래서 읽는데 전혀 낯섬과 거리낌이 없다.)
한시대의 영웅이 있다면 그 영웅과 대적하는 혹은 라이벌적인 인물은 있게 마련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 속 영웅들도 그러하다.시대를 주름잡던 영웅의 주변에는 그의 편에 서서 지지를 하는 세력도 등장하지만 그 반면 반대편에 서서 그를 모함하고 해하려는 세력들도 부지기수다.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 속에서도 영웅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영웅의 존재는 악당으로 인해서 더욱더 그 존재가치가 부각되고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면모를 드러 낼 수 있는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내 생각에~)
시대가 시대니만큼 거의 전쟁으로, 끝없는 정복으로 자신의 나라를 부흥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니, 요즘은 이런 영웅들을 찾을수도, 또 찾고싶지도 않다. 전쟁이란 것은 일으켜서도, 일어나서도 않되는 것이지 않은가. 다만, 그들의 전술과 지혜, 특히 현자들을 보면 그런 인물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지 않나 생각해보는데..그런 현자들의 부재가 참으로 아쉽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는 그들이 필요한데...
영웅,영웅은 어떤 사람들인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영웅이 무어냐고 묻는 질문에 자기의 삶을 '자기보다 큰 것에' 바친 사람 이라고 말했다. 영웅(Hero)은 자기보다 큰 것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한 시대의 주인공(Hero)이 된 사람들이다 라고 책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허나 시대의 주인공인 그들에게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그들의 삶도 과연 영웅적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영웅들은 씁쓸하고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다. 이 책속에는 그들의 업적도 당연히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과 죽음이 함께 있다. 그리고 인간적인 그들의 한모퉁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영웅의 죽음이라기에는 처절하기도,외롭기도 한 그들의 삶은 읽는 나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을만큼 애처롭다. 그들이 나고 죽을때까지의 간략한 일화와 중요한 이야기들을 그들의 표현을 빌어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영웅들의 간결한 표현도 표현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축약하고 풀어써주신 이윤기님의 재치도 참으로 유쾌하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에 등장하는 영웅중 19명을 선별하여(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에 없는 철학자도 일부 포함시키었다) 엮고 (저자의 의견을)보태고 고대의 수사법을 통해 이윤기만의 수사법으로 대응하여 간추린 이야기이다. 이윤기, 그만의 글발로 말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 이책이 어떤 책인가. 성서와 더불어 서양 여러 언어의 어휘와 수사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책이라고 한다. 나폴레옹과 베토벤에게는 이 책이 성서와 다름없었고, 에라스무스(네덜란드의 인문주의 사상가)에게는 성서에 버금가는 신성한 책이었으며, 에머슨(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에게는 세계의 모든 도서관에 불이 날 경우 목숨을 걸고 들어가서 꺼내고 싶은 책 세가지 중의 하나였다고 하니, 느낌이 어느정도라도 오시는가. 1편에서는 정말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테세우스를 필두로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조금은 생소한 뤼쿠르고스등을 시작으로 2편에서는 한니발과 스키피오같은 유명한 장군도 포함되지만 대부분은 철학자나 정치가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1편보다는 조금은 생소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들의 일화를 조금만이라도 읽어보면 '아~!'하는 감탄사와 함께 언젠가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인물들이라는걸 알수 있다. 처음에는 약간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우일뿐..쉽게 술술 읽힌다. 초등학생도 쉽게 읽을수 있을정도로 말이다. 책속에는 컬러판 사진들도 대거 수록되어있는데 사진과,그림들 덕분에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한층 더 도움도 되고 눈으로 읽는것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솔솔하다.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을 만들고 싶으셨단던 선생님의 뜻과 열정을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책 속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속 내용을 잘써주신 리뷰어분들도 많으니 참고하시면 될듯 하다.손에 잡으면 빠른 시간안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려울거 없다. 망설이지 말고 고대 영웅들의 매력속으로 빠져 보는 시간을 가지시길..
|
|
제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한 것이 바로 이윤기 선생님의 글이었지요. 그때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행이고 이슈를 받다 보니, 그 영향이 제게도 미쳤던 겁니다. 유행과 인기의 여파를 받은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좋은 예가 제게는 이윤기 선생님의 작품이지요. 처음 책을 읽었을 때의 그 신선하고 무한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실존인가 아니면 단지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한가를 저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을 열었지요. 그러자 신화의 세계는 제게 불가능에 대한 상상의 세계를 가능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윤기 선생님의 책은 제가 곧잘 펼쳐보고 있습니다. 신화의 인물들과 지명들이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은 이윤기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되는 마지막 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애잔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윤기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영웅’에 관한 이야기였구나. 이런 생각으로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탐구하게 됩니다.
이 책은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을 선생님이 간추려 책으로 꾸민 것입니다. 그가 말하길 수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영웅들의 본색을 되살피는 작업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언어에 삼투해 들어와 있는 서양 문화의 무수한 표현법과 수사법을 조명하고 여기에다 피를 통하게 하고 싶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어서,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 작업이 될지언정 때를 묻히는 작업을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옷깃을 여민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문화를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을 아니 느낄 수가 없습니다.
플루타르코스의 기나긴 영웅 열전은 이렇게 시작된다고 합니다. “친구 소시우스여, 지리학자들은 저희가 잘 모르는 땅은 모조리 지도 가장자리에 몰아붙이고는 금을 긋는다. 그리고는 그 금 밖을 설명하면서 맹수가 우글거리는 사막, 다가갈 수 없는 수렁, 얼어붙은 바다라고 한다. 나는 영웅 열전을 쓰되 분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영웅을 그리려고 한다. 하지만 아득한 옛날 영웅을 그릴 때는 바탕 되는 사실이 없으니 그럴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아득한 옛날은, 시인과 몽상가만 살던 시대라고 얼버무려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이에 이윤기 선생이 답하기를.. “플루타르코스여, 금 밖에 있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인식에 훼손되지 않는 사람의 진실과 사람의 꿈 같은 것이다. 시와 신화는 각각 그 시대와 무관한 보편적인 사람의 거울이라서 명이 긴 것이 아니겠는가. 금 밖의 신화는 무리의 꿈이요, 현실 밖의 꿈은 개인의 신화다. 플루타르코스여, 굳이 자리매김을 하자면 그대 자리도 이제는 금 밖이다. 그대도 이제는 사막이요, 수렁이며, 얼어붙은 바다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시라. 이것이 바로 그대의 이 영웅 열전이 우리에게 아직도 유효한 소이연이다.” 금 안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금 밖의 걸러지지 않고 자유분방한 진실한 이야기의 참됨을 알고 있는 두 영웅의 이야기가 고즈넉하게 겹쳐져서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 냅니다. 바라보는 것에도 조금은 진중함과 경건함이 서려 있어야 할까봅니다.
선생이 이 책의 의의에서 지적한 대로 그리스로마 신화 영웅이야기와 우리의 신화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함을 보입니다. 영웅 테세우스 신화의 도입부와 고구려 유리왕 신화는 거의 흡사하지요. 주몽이 아들 유리에게 남긴 것은 주춧돌 밑의 부러진 칼 도막이었고 아이게우스가 아들 테세우스에게 남긴 것도 가죽신 한 켤레와 칼 한 자루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삼국유사」가 전하고 있는 신라 경문왕의 유명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전설도 그리스 신화에 똑같은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프뤼기아 왕 미다스가 그 전설의 주인공인데 우리가 잘 아는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일컫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우리 문화와 그리스 로마 문화가 겹쳐지는 현상은 이상하고 신기한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마치 전 세계의 문화는 서로 얽혀 연결되어 있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사법이란 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미는 기술입니다. 수사법을 동원한 논증의 기술은 때로는 진실을 슬며시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한시적 진실을 영원한 진실이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수사법은 고함보다 큰 울림을 자아내지요.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열전을 집필하면서 여러 군데 수사법을 이용하기를 즐겼는데 아이게우스가 트로이젠을 방문할 당시, 그 때 왕인 피테우스가 자신의 딸을 취한 아이게우스 품으로 이끕니다(이렇게 태어난 아들이 바로 테세우스입니다). 이 대목에서 플루타르코스는 “딸이 아버지의 설득에 못 이겨 손님의 잠자리로 들어갔는지, 아니면 스스로 속임수를 쓴 것인지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라는 얼버무림을 통한 절묘한 수사법을 사용해서 둘의 통정을 기정사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런 표현법을 오늘날까지 정치가들이 줄기차게 사용하고 우려먹고 있다고 하니, 말이 지닌 위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 하게 하고 왜 고대서적들이 요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파르타의 경우 영화 <300>을 통해 기억하기를, 엄청난 근육의 용맹스런 남자들을 기억합니다만 사실은 스파르타에서도 인문 교육이 철저하게 행해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일리아드나 오뒤세이아’를 공부하지 못하도록 외면적으로 보이기를 ‘단순 무식 억압’으로 보였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파르타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는 걸 굉장히 수치스럽게 느꼈고 꼭 필요한 말을 수사법으로 멋들어지게 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한 짓궂은 사람이 스파르타인 데마라토스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스파르타 국민 중 가장 훌륭한 사람이 대체 누굽니까?” 그러자 데마라토스가 대답했지요. “당신과 제일 안 닮은 사람.” 이런 식이었습니다.
영웅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자기의 삶을 ‘자기보다 큰 것’에 바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영웅(hero)은 자기보다 큰 것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한 시대의 주인공이 된 사람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대의 주인공이 되고, 필경은 인간의 한계까지 뛰어넘음으로써 신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작게는 가정에서 넓게는 세계에서 영웅이 되기를 꿈꿉니다. 그 꿈을 ‘스파이더 맨, 슈퍼맨, 베트맨’이라는 특수 영웅에 국한하여 꿈을 대신 실현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소소하게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각자의 가정에서 딸과 아들들에게 영웅이 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고,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영웅이 되고 픈 연인의 마음이 그러할 것이고, 자신들의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험한 일도 솔선수범하고자 하는 우정의 무리들의 마음이 그러할 것입니다. 헌데 인생의 정점에 이른 많은 영웅들은 ‘나를 벨 칼은 내 안에 있을 뿐’이라고 말을 한다고 합니다. 영웅이 되어서 가장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주변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괴롭힘을 당하는 백성들을 위해, 슬픔에 빠져있는 가족과 친구를 위해 영웅이 되고자 했더라도 실제 영웅이 되면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영웅열전은 말해줍니다. 외부의 칼날에 목숨을 잃지 않은 영웅은 반드시 ‘자기 안의 적’의 손에 쓰러지게 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하여 절대 권력자에게는 자기 권력의 한계와 인생 무상을 절감하게 하고 평범한 영웅들에게는 ‘진정성’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이지요. 이 거대한 서사시가 담고 있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영웅이란 거창하고 거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애(人間愛)’를 처음부터 끝까지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영웅’들이 더욱 더 눈에 띄지 않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옛날 그리스로마 시대 같으면 모두 영웅이나 현자로 존경을 받았을 건데 말입니다. 멋들어지지 않아도 요즘 시대의 영웅들은 분명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
|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을 알게 된 것은 2000년엔가 '춘아 춘아 옥단춘아'에서 딸(이다희)과 함께 나온 부분을 읽고 나서였다. 부녀가 결국 같은 길을 가게 될 예정이었는지 두 사람의 대담이 너무 자연스럽고 좋아서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통해서 마흔의 나이에 다시 책을 읽게 되었고 지금 까지 아마 이윤기 선생의 책은 웬만하면 다 사서 읽었다. 특히 그리스로마신화와 관련된 것은 모두...
작년 여름에 이윤기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해서 아직도 젊은데 벌써 가셨나 하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연말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5권이 나왔을때도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샀고 책 앞 부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저자의 사인이 있어서 더 좋았었다.
몇 년전 일이지만 이윤기 선생이 따님과 셰익스피어 전집의 번역에 도전한다고 했을때도 당연히 기뻐했었고 이제나 저제나 번역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3권이 번역되고 나서 절판이 되었는지 시간이 없어서인지 중단되었다. 누가 이윤기 만큼 번역본을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해서 나름 이윤기의 골수팬이라고는 못해도 열렬한 애독자라고 할 수 있는 나로서 이번에 나온 책 '그리스로마 영웅열전'은 참 답답한 심정을 갖게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YES24 홈페이지에서 새로나온 책을 검색하고는 하는데 갑자기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영웅전 예약 판매를 하길래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 지난번에 나온 책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돌아가신 분이 책을 또 쓰셨나 아니면 돌아가시기 전에 책을 다 써 놓았는데 나중에 유작으로 나온 것인가 궁금해 하면서도 당연히 예약주문을 했다.
일단 이 책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고르면
1) 첫번째 쪽의 도입문단이 중국 고전문화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서양문화 얘기로 들어가는데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한 번 읽어보시라.
2) 34 쪽의 그림 설명이 직전 책 (그리스로마신화 5권)에 나오는 설명과 완전히 반대로 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아르고호에 메데이아가 타고 있고 이아손이 이미 금양모피를 가지고 있으므로 콜키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콜키스를 떠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3) 57쪽에는 명백한 오타가 있고
4) 150쪽에는 편집상의 오류가 분명한 쓸데 없는 문장이 한 줄 들어가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을 해 보았는데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1) 이 책의 도입부분에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다시 낸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선생이 돌아가시기 전에 출판사와 약속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약속을 했다면 분명히 계약금을 받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글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고 누군가 조금만 손을 보면 대박까지는 몰라도 쏠쏠한 재미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2) 이런 생각을 한 이유가 지금까지 그리스로마신화는 모두 웅진에서 나왔는데 뜬금없이 민음사에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3) 책을 굳이 2권으로 나눈 것도 석연치 않다. 200쪽 정도 되는 책이라면 합쳐서 한 권으로 만들어도 될 텐데 얇게 만들어서 한 권에 13,000원씩이나 받아야 하나? 조금 기분이 나쁘다.
위 내용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 읽었던 그리스로마신화 책에 비해 재미가 없다. 이윤기 선생의 책을 읽고 별로 라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내가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은 돌아가신 분을 욕되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혹시 내가 너무 과했다면 관계자분들에게 사과한다. |
|
두 권으로 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을 다 읽고나서 저자의 ‘들어가는 말’을 다시금 정독했습니다. 독자들 가운데는 어디선가 읽어보았던 내용들이라서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분이 있어서 였습니다. 이윤기선생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다시 정독하고 내용을 간추려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그 이름이 오르내리는 영웅들의 본색을 되살피는 작업을 통하여, 다양한 경로로 우리의 언어에 삼투해 들어와 있는 서양 문화의 무수한 표현법과 수사법을 조명하고 여기에다 피를 통하게 하고 싶다.”는 희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선생의 말씀대로 그리스-로마시대의 신화를 비롯한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들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표현을 풍부하게 해주고 독자의 이해를 풀어내는 좋은 자산이기도 합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교정과 보완을 거듭하느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원고가 따님에 의하여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저 역시 선친께서 돌아가신 다음 남겨두신 글이 적지 않음을 발견하고 이를 엮어 책을 꾸민 적이 있습니다. 평소 술실수가 많은 저를 걱정하는 말씀을 많이 주셨던 때문이기도 하지만 49재를 치루는 동안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원고를 다듬어 책을 꾸며 가까운 분들에게 드렸습니다.
1999년 7월에 처음 완성된 원고가 2010년 8월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을 때까지도 마무리되지 못한 이유는 따님의 말씀대로 매사에 서두르는 법이 없던 선생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보완작업이 끝나지 않은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보완작업 가운데는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그리스와 터키, 로마를 이 잡듯 뒤지면서 현장을 확인하면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완하므로써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책에는 풍부한 사진자료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이야기의 내용을 실감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오직 궁금한 점은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조각작품은 사진으로 가능하다 싶지만 대형 그림작품은 사진으로 찍어 사실감을 살리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열전>이 쓰인 시기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 열전>에 한 세기 정도 뒤치진다고 하는데, <사기 열전> 역시 동양 3국의 표현법 및 수사법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고 선생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에서는 프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는 만날 수 없는 동양의 근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표현이나 수사법을 그리스-로마의 영웅들의 행적에 투영하고 있어 참신한 비교가 되고 있다는 점을 꼭 짚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플라톤을 철학의 핵심을 이루는 ‘이데아’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일 때의 이야기다. 디오게네스가 플라톤의 방을 둘러보면서 비아냥거렸다. ‘이 방에는 걸상과 술잔이 있을 뿐, 내 눈에 걸상의 ’이데아‘나 술잔의 ’이데아‘는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요.’ 플라톤이 그 말에 응수했다. ‘아마 그럴 것이네. 자네 정신의 눈에는 걸상과 술잔만 보일 뿐, ’이데아‘까지 보일 턱이 없지.“ ‘이데아’가 무엇인가? 가수 서태지의 노래 「교실 이데아」에도 등장하는 이 ‘이데아’란 과연 무엇인가? ‘이데아’는 ‘보다(이데인)’라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미우 쉽고 거칠게 설명하자면, ‘이데아’는 어떤 사물의 실체가 아닌, 우리 정신의 눈으로 ‘보고’ 파악한 사물의 외관이다. 여기에 술병이 하나 있다. 술병의 실체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술꾼들이 본 술병의 외관과 술꾼의 아내들이 본 술병의 외관은 같지 않다. 정신의 눈으로 보고 파악한 사물의 외관은 하나의 술병에 대한 하나의 ‘관념’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톤을 정점으로 발전하는 유럽 철학의 관념론이다. 그렇다면 이데아는 결국 무엇인가? 관념이다.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는 교실이나는 관념적 업압 구조에 대한 비아양거림인 것이다.“
기왕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영웅열전에서는 보기 어려운 이윤기다운 평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계의 지배자 알렉산드로스, 스파르타의 아버지 뤼쿠르고스, 소크라테스와 알키비아데스, 탈레스와 퓌타고라스와 디오게네스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적지 않은 철학자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손꼽는 명장 스키피오와 한니발을 거쳐 카이사르에 이르기까지 영웅호걸들의 행적을 살펴 그들이 인류에게 남긴 교훈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선생이 들어가는 말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델포이신전의 상인방에 적혀 있다는 글귀 ’너 자신을 알라‘를 ‘그노티 세아우톤(gnothi seauton)' 이라는 원어를 인용하고 있는 것처럼 본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수사들 역시 원문을 같이 소개했더라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
|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 관련 책은 에세이까지 거의 섭렵했다. 서양인들이 설명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의 시각에서, 그리스 신화 속에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글이 좋았다. 사실 이 책은 그동안 나왔던 선생님의 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윤기의 책이니까, 그리고 유작이라니까 우선은 펴 들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좀 달랐다. 따님인 이다혜 씨가 후기에 썼듯이 이 이야기들은 '헬레니즘에서 헤브라이즘으로 가는 여정을 이어 주는 다리 같은 것'이었다. 정말로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았던 인간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동안 신화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퓌타고라스에 한니발, 키케로, 카이사르까지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가 나오기 이전에 신문에 연재했던 글이라 그런지 신화나 그리스 로마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식도 좀 더 잘 설명되어 있다. 살아생전 계획으로는 헤브라이즘까지 다루려고 하셨다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신 점이 더욱 안타깝다.
이윤기 선생님의 책을 읽고 "너 자신을 알라"고 처음 말한 사람이 소크라테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같은 의미에서.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한 말은 "악법도 법이다" 말고 또 있었다는 걸 이 책에서 알았다.
"사약을 마신 소크라테스는 숨을 거두기 전에 제자이자 친구인 크리톤에게 일렀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마리를 빚졌으니까 잊지 말고 갚아 주게."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신이다. 당시 그리스 땅에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에 빌어서 병이 나으면 이 신에게 닭 한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살이라는 거대한 병통에서 놓여나게 되었으니 마땅히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바쳐야 하는데 그걸 바치지 못하게 되었으니 크리톤에게, 자기를 대신해서 바쳐 달라고 한 것이다."(2권 111쪽)
|
|
2000여년전에 쓰여진 사마천의 사기는 동양세계에서는 역사서의 바이블같은 하나의 기준이 되어 면면을 이어왔다. 특히 열전편은 인간군상들의 삶을 집대성하였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동양에 사기열전이 있다면 서양세계를 대표하는 것은 다름아닌 그리스-로마 신화일 것이고, 그중에서도 영웅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이야 말로 백미를 장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사마천의 사기열전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쓰여진 시기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연구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동서양이 공통으로 역사의 원동력을 인간 중심에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플루타르코스와 사마천 이전의 역사인식은 신화를 바탕으로한 전설의 시대에 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소리일 것이다. 이런면에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서양세계의 역사적 기원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의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 소크라테스가 사랑했다는 알키비아데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이 회자되는 '개 같은 인생'을 노래한 디오게네스, 최초로 서민을 위한 개혁에 목숨을 건 호민관 그라쿠스형제,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세기의 대결 그리고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외쳤던 카이사르등 그 이름만으로도 벌써부터 왠만한 독자들의 관심을 사로 잡고 있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은 그리스-로마신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명사이자 우리 시대 신화 전문가인 故이윤기 선생의 유작이다.
서양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리스-로마 신화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서양문화의 기저엔 항상 그리스-로마 신화가 동반되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점이 성경만큼이나 회자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동양권의 독자들에겐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혼용되는 지명이나 인명등 읽을수록 복잡하게 다가오는 내용들로 인해 그 깊이와 재미가 반감되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이윤기선생은 바로 이런 점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국내 독자들에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출간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이라는 이름으로 재 탄생시켰다. 굳이 재 탄생이라는 표현을 쓰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각색/편집하는 차원을 넘어서 저자만의 색깔을 담아내고 있는 새로운 영웅열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리스-로마 신화와 동시에 이윤기라는 이름 석자를 떠올렸듯이 이번 책 역시 이윤기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할 만큼 군더기 없이 깔름한 설명과 각종 삽화와 사진으로 한층 맛깔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맛깔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기 마련이고 바로 이윤기선생의 책들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신화나 영웅전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로 다가오는 양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윤기의 입담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리스 로마 영웅들의 모습은 마치 책을 펴든 독자들의 눈앞에 한폭의 서사시처럼 술술 읽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저자의 전문가적인 지식의 깊이와 폭이 넓은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 맞는 언어의 선택 그리고 감미료를 더하는 듯한 나레이션에서 한층 더 영웅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저서는 원전인 플로타르코스 영웅전에 충실한 기초를 배경으로 한 그리스-로마 영웅들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배경까지 곁들여 나레이션을 충실히 하고 있어 중복되는 느낌도 들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팁을 선사하고 있다.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고구려 유리왕의 설화와 너무나도 유사한 점등이 우리가 이역만리 떨어진 생뚱맞은 문화권의 신화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그만큼 신화나 영웅전은 바로 이렇게 이질적인 문화권을 아우르는 인류 공통의 생각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을 마치 겨울밤 화톳불가에서 손자들에게 들여주듯이 맛깔나게 풀어주는 고인의 생동감 넘치는 나레이션이 더해져서 더욱 더 정겹고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다. |
|
이 책은 말하자면 이윤기 선생님의 칼럼입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선생님의 박식한 역사적 지식을 재미있고 익살스럽게 풀어내신 거예요. 읽는 동안 칼럼 형식의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읽고나서 들어가는 말을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에 연재되었는 내용을 보충하여 단행본으로 내신 모양입니다. 이 작품은 총 2권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이 작품을 집필하시던 중에 돌아가신 모양이에요. 그래서 2권의 마무리는 따님이 이어 하셨던 모양입니다. 어디선가 그랬다는 얘길 들은 적이 으흠, 확실히 있네요.
1권에서는 말이죠. 다섯 명의 인물이 소개됩니다.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 흔히 들었던 이름도 있으실 거고 그렇지 않은 이름도 있으실 겁니다. 가장 헷갈리는 건 내가 아는 이름인 것 같은데 조금 다른 경우가 되겠죠? 가령, 안렉산드로스 같은 이름 말이죠. 그게 이렇게 되는 겁니다. 본래 그리스 이름으로는 알렉산드로스가 맞는 거구요, 그게 영어로 바뀌면 알렉산더가 되는 거예요. 그르니까 알렉산드로스가 우리가 흔히 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언니라든가 시누이가 아니라는 말씀이다구리. 이런 예 말고도 그리스 이름이 라틴어로 불릴 때와 로마 명사로 바뀔 때, 가령 아프로디테가 비너스랑 같은 인물이라든가 말이죠. 또 그게 영어로 바뀔 때 그러니까 손대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건 미다스가 맞아, 아니지 멍충아, 마이다스지, 하고 싸우는 멋진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결국엔 모두 이놈의 정신없는 이름 때문인데 말이죠, 이게 그렇습니다. 장사 없어요. 자꾸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 신화 이야기들, 뭐가 뭔지 몰라 멍 때리고 읽었습니다. 일화를 들으면 알겠는데 이름을 들으면 모르겠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불을 가져다 준 게 프로메테우스인지 해리포터인지 아프가니스탄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자꾸 보면 결국 익숙해집디다. 반복 학습 효과라고나 할까요? 여전히 제가 직접 이름을 나열한 수준은 아니어도 들으면 그게 누구인지 알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그 말이지요. 트로이아 전쟁에 나오는 미녀 그러면 헬레네! 하고는 못 맞춰도 헬레네라는 여자가 있는데 그러면 아, 그 여자! 아킬레우스와 파리스와 거시기! 뭐 그럴 수는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걔네가 뭐, 그러면 또 역시 으흠 잠시 생각을...이러다가 어쨌든 이뻐, 뭐 이래야 하지만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처럼 들리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이젠. 어느 정도 동네 슈퍼 아주머니 이름 정도만큼이나 친숙해졌다 이 말이에요, 이제는. 외상도 해줄지 몰라. 아, 돈이 모잘라. 오징어 땅콩은 빼야겠어요, 라고 말하면 왜, 낼 부터 안 오게? 하시며 그냥 봉다리에 담아주시는 아주머니 말이죠. 그 아주머니 이름이 헬레네?
어쨌거나 이렇게 여러 번 봐야 익숙해지는 이들의 이름은 장점도 있어요. 항상 읽을 때마다 새롭거든요. 절대 지루하지 않다는 거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렇고 호머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렇고 플루타르코스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유럽의 신화란 게 기본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집어들어도 이들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러니 결국엔 익숙해 질밖에. 태세우스의 이야기는 심지어 양영순 만화 작가도 그렸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 유럽의 신화가 동양의 신화와 같은 내용일 때가 심심찮게 있어요. 이름만 다르달 뿐 똑같은 내용이요. 가령 유리왕자가 칼을 찾아 주몽왕을 만나러 가는 일화가 테세우스의 일화랑 똑같잖아요? 이 책에서도 그런 경우를 선생님이 언급하시는데요, 거참 신기하단 말입니다. 이게 뭔가 싶은 거에요. 뭔가 얘네들, 비밀이 있다니까. 우리가 모른다고 자꾸 그러는데 고대 사람들은 뭔가 확실히 지들끼리 감추고 있는 게 있다구요. 어쨌거나 그래서 이 신화 이야기들은 어떤 길로 돌아가든 수차례 읽어 이해하고 사는 게 인생에 참 많이 도움이 됩니다. 꼭 무슨 삶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도요, 영화, 미술, 음악, 드라마, 모든 예술 장르에 걸쳐 감상의 식견을 상당히 넓혀주기 때문이에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현대 로맨틱 코메디 영화의 시조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유럽 신화이야기는 그들의 미술에서부터 음악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안 미치는 데가 없으므로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알면 즐길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말인 거니까요. 아님 평생 드림하이나 보든가. 그래서 그런 유럽 신화에 들어가기 앞서 워밍업 정도 혹은 입문서로 시작하기에 이 책,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읽고 오비디우스의 작품도 읽어보시고 그리스로마 신화도 읽어보시고 플루타르코스도 읽어보시고 그러다 보면 이름은 저절로 익숙해지니까요. 아리아드네도요.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변역서로 읽어보실라면 어떤 출판사의 어떤 제목의 책을 들더라도 이윤기 선생님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순 없으니까요. |
|
계속되는 이윤기 읽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는 1권과 2권의 전체 내용이 통일되지 못한 느낌을 주는데 유고집이라는 걸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아마 1권이 이윤기가 의도했던 본래 기획이었던 것 같다. 1권에서는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 등 다섯 명의 영웅을 다룬다. 각 영웅의 전체 생애를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템포와 분량으로 다루지는 않고, 어떤 사건은 길게, 어떤 사건은 간단하게 처리한다. 그 대신에 오늘날 쓰이는 단어나 표현법이 어떻게 영웅과 관련되는지, 그 영웅이 다른 인물이나 영웅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그리고 동양 고전과 어떻게 유사한지 등의 설명들을 덧붙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은 곁가지가 많은 나무와 같아서 장단점을 가진다. 독자들은 그 영웅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서 파생된 관련 상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다. 때로는 ‘아하, 그랬던 거구나!’ 하고 이마를 탁 치게 되는 내용(‘유레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들도 나온다. 그렇지만 서술이 왔다갔다 해서 때로는 (다소) 산만하고 ‘영웅 열전’이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영웅의 생애 자체는 종종 불명료해진다. 특히 테세우스를 다룬 챕터가 그러하다. 저자의 이름을 내건 작품이기에 전체적으로 이문열이 편역한 삼국지처럼 저자의 철학과 주관적 평가가 많이 드러나는데, 이문열이 편역한 삼국지가 긴 분량의 글이라서 약간의 평가가 가미돼도 스토리 전체를 훼손시키지는 않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의 경우는 신문에 실렸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매우 간결하고 때때로 스토리의 전개가 급작스러워 영웅의 일대기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스토리의 완결보다는 영웅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그 어떤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그것이 어휘나 표현법이건, 인생 철학이건 간에. 따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다양하고 색다른 이해과 관점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지만 입문자라면 책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읽기에 무난하며 흥미로운 책이다. 부담없이 읽기에 좋다. 메인 요리뿐 아니라 그에 곁들인 반찬도 맛있는 밥상같다. 잘 차려진 9첩 반상. 그러나 메뉴가 많은 식당일수록 맛있는 음식이 있을 확률은 적다. 김치찌개면 김치찌개, 순두부백반이면 순두부백반, 뭐든 하나만 내세우는 집이 ‘맛집’일 가능성이 크다. 신문에 실렸던 짧은 글들이 베이스라는 게 원천적 한계인 듯하다. 이윤기 특유의 예스럽거나 낯선 한글 표현, 한자어들이 역시나 많이 보인다. 이것을 ‘이윤기 스타일’로 보는 나같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겠으나, 이런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낯선 것’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독자라면 새로운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i]. 물론 저자가 좀더 친절하게 글을 쓰고, 때로는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투박함이 또한 ‘이윤기 스타일’이다. [덧붙임] 1.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은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 들어가는 말은 이윤기가 썼지만 나오는 말은 이다희가 보완해서 마무리했다. 이윤기가 기왕에 신문에 게재했던 글들과 오랜 시간 현지답사를 통해서 공을 들여 써온 글들을 사후 딸 이다희가 두 권으로 엮어서 출판했다(이다희는 최근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번역했다). 미완성의 ‘유고집’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책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도 있겠다. 시작과 끝을 모두 하지는 못했지만, 딸이 같은 길을 감으로 해서 그는 죽어서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딸과 함께. 굳이 자식들이 부모의 뒤를 잊거나 가업을 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 경우에는 그래서 참 고맙다. 2. 1권에 실린 들어가는 말에서 이윤기는 현대인들이 고전으로부터 표현법과 수사법을 빚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라틴 계열의 언어들과 영어 등에서는 서구의 신화와 영웅 이야기에서 나오는 단어와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전에 친숙해지면 그런 단어와 표현을 좀더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이윤기 자신이 정확하게 진술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그러한 표현법과 수사법을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의 의도(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인 것 같다. 물론 고전의 의의가 그런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또한 고전을 보는 한가지 관점은 될 수 있겠다. 그것이 저술의 의도 중 하나였다면, 편집 과정에서 그런 단어나 표현을 영어(혹은 원어까지 포함해서)로 병행해서 써주었다면 영어 원서(나 번역서)를 읽을 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글 번역이야 어차피 역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원래의 표현을 되새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3. 그림과 사진들을 지나치게 많이 실은 듯하다. “보는 책”을 만들고 싶어한 저자의 의도는 알겠지만, 종종 본문과 깊은 관련이 없거나 본문에서 너무 멀리 나간 그림이나 사진들이 보인다. 물론 이 역시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i] 이윤기 특유의 문투나 표현들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경할 수 있다. 주어가 짧고 서술부가 길어질 때 쉼표를 요즘 책 치고는 너무 자주 쓰는 것 역시 낯선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오래된 이야기의 세계는 신기하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고, 마늘과 쑥으로 곰이 인간이 되고, 왕이 알에서 나기도 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인 세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야기의 겉모습에서는 눈이 동그래지는 흥미를, 이야기의 속살에서는 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상징과 은유의 세계. 그것이 오래된 이야기의 세계이다. 오래된 이야기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것은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일 것이다. 사랑, 질투, 잔인함, 슬픔, 즐거움, 쾌락 등 모든 감정이 있는 인간을 닮은 신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으로 유명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책을 통해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했다. 그 이야기꾼이 신문에 연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엮은 책. 바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이다. 신을 닮고 싶었던 인간, 영웅들 이 책은 무려 2000년 전에 쓰인 『플루타르코스 영웅 열전』을 간추리고 맛깔스러운 양념을 넣어 맛있게 요리한 책이다. 2000년 전 플루타르코스는 사실에 기반하여 영웅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썼다. 그러나 2000년이 지난 지금, 책 속의 이야기들은 사실에 따라 썼다기보다 꿈의 세계 같다. 머리는 소이고 몸은 인간인 반우반인 미노타우로스를 이긴 테세우스, 겨우 열두 살 때 어른들도 못 다루는 말을 다룬 알렉산드로스,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영화 같은 전쟁 등.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몽상과 같은 이야기이다. 이 영웅들은 어떻게 보면 신화에 나오는 신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은 신이 아닌 인간이었으니. 친한 친구가 죽어서 슬픔에 의사를 죽이는 모습, 자신이 죽인 테세론처럼 배를 차여 벼랑 아래로 떨어진 영웅의 흥망성쇠의 인생의 모습 등. 영웅들의 모습에 담긴 인간의 모습, 인생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당신은 어떤 영웅이 가장 마음에 드나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는 많은 영웅들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알렉산드로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는 헤라클레스를 동경하고, 디오뉘소스와 동일시되고 싶어 했으며, “내가 알렉산드로가 아니었으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라고 까지 말하며 디오게네스라는 철학자를 좋아한 그.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로서 철학을 사랑하고, 그리스의 거문고 뤼라를 탁월하게 연주할 만큼 음악을 사랑한 알렉산드로스! 무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했지만, 그 안에는 지혜와 철학을 좋아하고 남을 인정할 줄 아는 그가 나는 가장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영웅을 하나쯤 마음에 담아도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글도 재미있지만, 이윤기 선생이 직접 세계 도처의 유적지와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자료들은 더욱 생생하게 독자를 그리스 로마의 세계로 이끈다. 또한 예술 책 같을 정도로 많은 회화들은 예술과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또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에게 영웅 한 명을 마음에 심어준 이윤기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하늘에서 영웅들에게 “저 아래에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당신들의 영웅담을 쓰기도 했고요.”라고 말하고 함께 포도주 한잔 하시고 계시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진 출처 -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515088?Acode=101) [] |
|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Getty Museum과 Getty Center가 있다. 석유로 재벌이 된 Getty라는 사람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그리스 로마 시대의 유물들로 박물관을 만든 건데, 개인 소장품 치고는 그 작품 수가 꽤 된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할만큼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곳이라 언제 가더라도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그리스 문화나 로마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꼼꼼하게 설명을 읽거나 사진을 찍는다. 한곳에서 오랫동안 감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윤기는 기본적으로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을 기둥으로 하는 서양 문화가 세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한번쯤 유럽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그리스나 로마의 영웅들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해주는 이와 같은 책의 유용성을 알게 될 것이다. 맥락 없이 보았을 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 고대의 예술작품들이지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 해서 2000년 전 그 영웅, 그 사건들을 바로 오늘, 그 자리에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게 된다. 무릇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요컨대 이 책은 단순한 영웅전이 아니라 1) 적당한 수준에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여러 영웅들의 에피소드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2) 영웅에 대한 이윤기의 평을 접하며 3) 서양 문화의 근본이 되는 한 축인 헬레니즘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1권과 달리 2권에서는 저자의 설명이 줄어들고 스토리 위주로 전개된다. 1권에서 5명의 영웅을 다룬 반면 2권에서는 무려 14명의 영웅을 다룬다. 이윤기가 작업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하고 유고집 형태로 출간된 탓에 후반부 작업에는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좀더 다채롭게 덧붙이지 못한 것 같다. 만약 이윤기가 생전에 1권에서처럼 자신의 생각을 입체적으로 덧붙이는 작업을 마무리했다면 이 시리즈는 아마 3-4권 정도로 완간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2권이 전적으로 스토리 위주인 것도 아니다. 오히려 2권에 담긴 저자의 주장은 절제되어 있으면서 강렬하다. 각 영웅에 할애된 분량이 짧기 때문에 영웅의 생애를 전부 알 수는 없지만 그 영웅과 관련된 핵심 에피소드를 확인하고, 때때로 동양 고전과의 비교를 통해서 영웅에 대한 이윤기의 평가를 접할 수 있다. 이것이 2권이 갖는 의의라 할 수 있겠다. 유고집으로 출간되었다는 한계 때문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특히 제2권의 완결성은 조금 떨어진다. 1권에 실린 에피소드가 2권에 똑같이 실린 경우도 있고, 심지어 2권 내에서도 같은 에피소드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이윤기가 살아서 이 책을 끝까지 완성했더라면 여러 차례 편집과 퇴고를 거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윤기 식의 고유한 멋을 풍기는 영웅 이야기가 탄생했을 텐데 아쉽다. [덧붙임] 1. 영웅의 말투가 조금 낯설다. 으레 높은 자리에 있는 옛날 사람들 하면 ‘-하오’체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윤기는 왕의 말투로 거리낌없이 “-해요”, “-어요”, “-랍니다” 등을 쓴다. 2. 1권에 비해 2권에 실린 사진들은 비교적 적절하고 본문의 이해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