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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입으리>에 반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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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에게 지상의 가장 큰 환희, 인생을 지탱하는 가장 믿음직한 한 편의 시를 그대의 아침 식탁에 조용히 놓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한 편의 시를 읽는 그대를 바라보며 나의 긴긴 상처와 외로움이 회복되어질 것입니다. 우리들의 하루가 아침햇살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출발하기 위하여! _신달자
위의 구절은 책 뒷편에 신달자 시인께서 남긴것인데, 한편의 시로 하여금 마음을 편히 쉬게 하고,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 좋은 느낌을 받네요. 시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수는 없지만, 자기상황에 맞추어 읽다보면 자기만의 시 세계에 빠지게 될지도 모를 노릇이지요. 여기 나온 76편의 주옥같은 명시들을 신달자님의 간결한 해설로 풀어서 시들이 생동감을 더하게 되네요. 포근하게 안아주며 감싸주는 여자의 따뜻한 마음으로 정이 넘치는 표현들로 가득하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시인들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듯 그들의 마음을 꿰뚫고 섬세하게 쏟아내어 버린다. 시인의 체온까지 느낄수 있게 바로 옆에서 호흡하듯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것을 느낀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나온 시들 중 선생님의 강요에 못이겨 외운 시들이 전부인데, 미디어세계가 모든 걸 점령한 요즘, 시들이 세상에 빛을 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인듯 하네요. 그래도 희망과 용기 그리고 꿈을 전해주는 시들이 세상에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황동규 시인의 연필화를 읽다가 책제목과 부딪치게 된다. 처음엔 이게 시 제목인지 어떻게 이런 제목이 나오게 되었는지 많이 궁금했는데... 막상 여기 시의 마지막구절에서 발견하게 되어버렸다.
눈이 오려다 말고 무언가 기다리고 있다 옅은 안개속에 침엽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저수지를 돌며 연필 흔적처럼 흐릿해지는 길 입구에서 바위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다
뵈지는 않지만 길 속에 그대 체온 남아 있다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무언가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입으리
여기 표현을 보면 하늘이 굳어있고, 눈이 쏟아지기 일보직전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어두움이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숨고르기를 하며 한바탕 긴장된 모습이 역역함을 나타낸다. 눈내리기 전 준비는 다 되었지만 비록 눈과의 만남을 통해 아픔의 상처를 남긴다는 약한 마음을 표현하는 듯해서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더이상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듯 여운을 남긴다. 현실과의 갈등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있지 않고, 제 갈길로 가야하겠다는 마음의 자세는 아닐런지 생각해 본다.
한영옥님의 시 초겨울 단상을 들어보게 된다.
동숭동 오래된 찻집, 창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커피 마시며 사람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자니 차츰 따뜻해진다 차갑다는 요새 사람들 움직일 때마다 모락모락 따뜻한 입김 피어 창턱까지 올라와 괴는 것이다 오래도록 식지 않는 커피잔을 꼭 싸안아 준다 알밤 웃음 툭 터트리며 기다리던 사람 들어선다
막 시작한 초겨울은 추위를 더 타게 되고, 따뜻한 커피생각이 간절하다. 커피 한잔에 몸을 녹이고, 마음을 내놓아 다른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해지게 된다. 따뜻하게 데워진 마음에 그냥 마음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까지 함께 가는 것이다. 겨울은 왔지만, 커피덕분에 사람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따뜻해짐을 느낀다. 겨울이란 계절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묵과 어두움속에 가두어놓지만, 일단 누군가가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이 달라지고, 움츠렸던 것도 활짝 펴게 되는 반전을 보여주는 것 같다.
김용택님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들어보게 된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빛에 너무 빠진 나머지 달속에 마음을 넣어 님에 보냅니다. 흔다디 흔한 달이지만, 이번 달은 지금까지 본 달중에 최고의 달이라 보여져서 꼭 님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네요. 달 속에 감춰진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그리움으로 승화시켜 꼭 님이 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고, 자기가 먼저 님에게 알려줘야한다는 마음이 보이네요.
몇 편의 시를 나누어 보았는데, 시 속에 담긴 시인의 마음이 사뭇 진지하고, 내면의 가치관이 바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답니다. 적절한 어구사용과 표현들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과용기로 이겨내라는 격려도 묻어있는 것 같네요. 시와 해설이 같이 있기에 더 빛을 발하고, 향기가 곳곳에 스며드는 거라 봅니다. 주옥같은 시들에 맞는 신달자님의 알기쉬운 멘트들이 시인들의 내면세계를 연결해 주는 좋은 다리역할을 해주어 편안하게 읽었답니다. 참~ 시라는 것이 그냥 한번 읽고 끝나버리면 많이 아쉽죠. 천천히 읽어내려가면서 상황을 연상해 보고, 좋은 표현은 메모도 해 보고, 써 먹어도 보고, 음미하면서 생각날때면 또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 시 속에 함축되어 있는 시인의 내면세계에 푹 빠져서 시의 매력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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