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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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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리고 '여백의 미'가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책을 만났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책이 나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했고, 가을 초입의 감기는 약을 먹었음에도 더 지끈거리게 만든다. 한번 눈에 들어 온 책은 쉬이 손에서 놓여지지 않는다. 기억력의 한계일까? 아니면 책 속의 저자와 함께 돌아다니는 그 여행의 필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일까? 책과의 여행에서 중간에 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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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리고 '여백의 미'가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책을 만났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긴 책이 나의 마음을 쿵쾅거리게 했고,

가을 초입의 감기는 약을 먹었음에도 더 지끈거리게 만든다.

한번 눈에 들어 온 책은 쉬이 손에서 놓여지지 않는다.

기억력의 한계일까? 아니면 책 속의 저자와 함께 돌아다니는 그 여행의 필름이 끊기지 않기 위해서일까?

책과의 여행에서 중간에 휴지기를 두는것은 참 힘겹고 부담스럽다.

 

참 독득한 책을 만났다.

정열적인 빨알간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빨알간 표지만큼이나 역설적인 제목, <슬픔이 춤춘다>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상에 빛나는 작품으로 소개되어있다.

책을 고를때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또 책의 베스트셀러 여부와 입지도는 무시 못 하는 부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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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를 아시나요? 아이티는,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 섬의 서부를 차지하는 공화국으로 1804년에 프랑스에서 독립하였다.

커피 면화 설탕.... 주산물이며, 주민은 대부분 아프리카계 흑인이고, 주요언어는 프랑스어다.

수도는 포르토프랭스.

책 <슬픔이 춤춘다>는 바로 이 아이티 출신의 한 소설가의 수수께끼와 같은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재정권을 피해 뉴욕으로 망명을 한 아버지, 저자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독재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추방당한 신세. 몬트리올로 망명을 한 아들. 그러나 갑자기 아들에게 찾아온 아버지의 부음소식.

낯선 땅에서 쓸쓸히 사라져 간 아비의 부고를 전하기 위해 고국 아이티로 돌아가는 여정들을 담고 있다.

 

저자의 20대 거칠지만 충분히 이성적인 나이. 20대는 어디든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나이였다.

그리고 시대적 암울한 상황 가난, 폭력, 베고픔... 더이상 젊음을 고향에 뿌리내릴 수 없도록 만든 충분한 장치였다.

그래서 선택한 사랑하는 가족을 남긴 채 떠나 온 고향과 낯선 땅에서의 새로운 출발점.

어디에서나 환대받지 못한 이방인임을 아비의 부음 소식을 전하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여정 속에서

그 흐느낌이 가깝게 들려온다.

 

아비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 가는 길이지만 그는 너무 아버지를 몰랐다.

아버지와의 교감이 거의 전무햇던 어린시절은 그에게 죽은 아버지에 대한 괴리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어떤 폭력에도 무릅 꿇지 않았던 혁명전사였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들도 얼핏 보여준다.

아버지와 어릴적 친구였던 사람들을 만나고, 아버지가 머물렀던 곳도 들러보고.......

아버지와 자기를 그렇게 내쳤던 조국에서 그는 생전의 아버지의 흔적들을 찾고 싶었던 것일까?

 

불쌍한 어머니,

남편과 아들 모두 자신의 신념을 따라 다른 길을 택했을때 어머니는 혼자 고향집을 지켰다.

연약한 여인네의 모습으로,....... 그래서일까? 남편의 죽음을 믿지 못해 실성한 듯.... 그렇게 망연자실하는 모습에서 가혹한 슬픔이 치밀어 오름을 느낀다.

 

"나는 일종의 회한에 사로잡혔다.

믿을 수 없을만큼 뒤죽박죽된 심정.

어머니와 누이,

여자들은 이 집에서 너무나 큰 대가를 치뤘다'

 

아버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어머니의 기억을 통해 듣는다.

누이의 절대적인 후각으로 아버지의 냄새를 기억한다.

9살 난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나이에 비해 예리하면서 조숙한 조카와 함께 아이티의 미래를 바다라본다.

한 가정의 남자의 부재는 또다른 남은 자의 슬픔이자 힘겨움임을 느낀다.

 

슬픔을 기억속에서만 삭여야만 하는 그 지독한 괴로움과 고뇌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서릿발처럼 날이 선다. 하지만 머무름과 귀향 사이의 고뇌도 자신의 몫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는 추억 속에 여전히 아이티에서 행복하게 노닐던 아이였기 때문이다.

 

 

 

 

 

 

두꺼운 책이지만 연시와 같은 느낌의 여백이 두드러져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사물과 사람을 바라다보는 시각이 참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뭔가 좀 철학적이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바라다봄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다.

 

독재와 망명..... 떠나는 사람과 남은 자들의 그리움의 간극은 흐르는 시간만큼 커질 것이다.

다시 돌아감은 자존감을 과시하기보다 근원적인 운명인 것이다.

태어나고 자란곳으로 간다는 그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슬픔이 춤춘다> 책은 그래서 더욱 마음 아프게 읽은 책이다.

겹겹이 쌓여왔던 운명의 장난같은 길고 긴 이별의 슬픔이 끝이나고 이제서야 남겨진 자들의 품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

비록 생명이 숨쉰 채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기를 맞이할 고향과 가족이 있는 품으로, 땅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슬픔 이상의 기쁨이다.

남은 자들에겐 더이상 살아 떠나 있음으로 인한 뚝 끊긴 시간들이 아닌......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 없는 그 부재의 소용돌이에서 더이상 헤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이젠 덤덤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여느때와 같은 일상이지만 이젠 '부재'가 아닌 '추억, 소통' 할 수 있는 일상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머리가 조금은 덜 아팠어도 저자가 표현할 언어적 미학들을 제대로 느끼고 읽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인데...

인기척없이 들어찬 가을의 감기가 온통 흐트러진 나의 몸과 마음들을 그렇게 또 춤추게 하는구나^^

 

 

 

l*****5 2013.10.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