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색리뷰] 아틀란티스야, 잘 가 ~ 허수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안녕, 초산草山 ~ 나 인월引月에 살았던 미경이야. 기억나니? 내가 이렇게 뜬금없이 아주 아주 오래 전, 대학시절 분신같았던 너를 부른 것은, 내 비밀 애기를 하나 들려주고 싶어서야. 이렇게 너를 부르게 만든 것은 경실이 때문이고. 오늘 이야기책을 하나 읽었는데. 이 이야기 속의 '나'라는 아이인 경실이가 꼭 고등학교 때 나 같았거든.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경실이와 경실이의 이복 언니인 정우를 살짝 섞어놓은 인물이 나였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너무 너무 외로운 아이들. 찐빵 속의 꽉찬 단팥소처럼. 그렇게 서로 그렇게 의지가 되는 아이들. 겉으로는 가진 게 많아 보이지만. 엉망진창인 부모를 둔 아이들. 그러면서 별을 바라보기를 좋아하고. 꿈을 갖기를 원하고. 먼 곳으로 가기를 원하고. 뚱뚱한 소녀라서 놀림거리가 되는 경실이. 늘 당당한 척 씩씩한 척 하는 정우. 그들 속에 내가 있었네. 집안 환경이 하도 특별해서 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중고등학교 시절.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을 짝사랑해서 죽으려고도 했었고. 물론 뽀뽀 같은 것은 하지 않았지만. 순전히 나혼자 존경하고 애타하고 그리워했을 뿐이지만. 그렇게 선생님과의 사랑을 꿈꾸다가도. 빨강머리 앤이 되었다가, 캔디가 되었다가, 테스가 되었다가, 그러다가 뫼르소가 되기도 하고. 아틀란티스 같은 잃어버린 낙원 대신에 헤르만 헤세의 독일을 가겠다는 꿈을 꾸었고. 아직은 그런 꿈들의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하고. 마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라며 더이상 '미미'라는 일기장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경실이처럼. 나도 그냥 그런 세상을 보며 살아가는 그만그만한 어른이 되어 버렸지만. 초산, 지금도 나에게는 잃어버린 낙원, 꿈, 비밀 따위를 꿈꾸는 '소녀'의 그 시절이 남아 있단다. 그러나 만약 누가 내게 그시절 "꿈 말고 뭐가 더 있지?"라고 묻는다면, 나도 어쩌면 경실이처럼 "울분"을 떠올렸을거야. 나는 왜 그렇게 가난하지? 나는 왜 이런 못난 부모를 만났지? 나는 왜 이렇게 두메 산골에 쳐박혀 있지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지? 라며 울분을 토했을거야. 그러나. 이제 그런 감정도 추억처럼 소중하다고 말하면 믿겠니? 그런 울분이 나를 키운 '8할의 바람' 같은 거였다면 더더욱 믿겠니? 이 책에서 아주 맘에 들었던 경실이의 말이 있어. "독서클럽은 내 영토였어. 누구하고도 나눌 수 없는 내 영토. 나는 그 비밀만은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너의 지구의, 그냥 니가 가져라. 그 지구의가 니 집일 수도 있을 거야." 나는 누구에게나 누구나만의 영토가 있을거라 생각해. 그리고 그 영토가 잃어버린 왕국, 또는 꿈일 수 있는, 아틀란티스를 꿈꾸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야. 초산草山 ~ 이제 안녕. 내가 언제 또 너를 소환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독일행 티켓을 구해 볼까 해.
** 나는 이 책을 고등학교 여학생에게 추천할 것이다. 성장소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꿈의 상실에 대한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