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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의 마지막 로맨스(Last Chance Harvey)] (감독 조엘 홉킨스, 2008년작)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Last Chance Harvey)] (감독 조엘 홉킨스, 2008년작)" 내용보기
그는 미국인이자 초로의 상업음악(주로 광고) 작곡가이다. 이혼한 아내와 딸은 런던에서 재혼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제법 성공한 그는 불편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영국인이자 중년의 공항 직원이다.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그녀는 5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대는 어머니만 빼면 역시 평온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Last Chance Harvey)] (감독 조엘 홉킨스, 2008년작)" 내용보기

 

그는 미국인이자 초로의 상업음악(주로 광고) 작곡가이다. 이혼한 아내와 딸은 런던에서 재혼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지만 제법 성공한 그는 불편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영국인이자 중년의 공항 직원이다.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그녀는 5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대는 어머니만 빼면 역시 평온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몇 년이고 아니 몇 십 년이고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가끔은 쓸쓸하기도 하고 가끔은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는 위험에 몸을 던지기에는 이미 인생을 너무 많이 알아 버렸기에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 끔찍하고 비참한 실패로 끝날지도 모를 관계를 위해 안락한 생활을 포기한다는 것은 솔직히 승률이 너무 낮은 도박이다.


물론 이 지적이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성숙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영화는 존재한다.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는 주인공들만큼이나 점잖고 우아하고 어른스럽다. 하비(더스틴 호프먼)나 케이트(엠마 톰슨)는 자신들이 현재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을 알 만큼 영리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남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과감하게 모험할 수 있을까.



이십 대의 청춘들이라면 어느 모로 보나 서로 잘 어울리는 이 두 사람의 연애의 어디가 모험인 걸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느덧 마흔도 중반에 들어선 나는 지나칠 정도로 잘 이해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질 수 있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삶이 한참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중년에는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게 너무도 중대한 모험이다. 더군다나 이 나이가 되면 케이트가 영화의 막바지에서 이야기하듯이 “실망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키스 한 번이 고작인 이 정숙한 로맨스 영화가 당신의 인생관이나 연애관을 바꿔 놓지는 못 하겠지만 삶에 지친 이들에게라면 조금의 휴식은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좀 더 행복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요구하기에는 지나치게 수줍은 이들에게 조금의 용기를 줄 수 있으리라고도. 눈가의 주름과 허리둘레의 군살에도 불구하고 감히 사랑을 생각하는 뻔뻔함을 포기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격려를 보낸다. 

y******n 2011.05.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