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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일본에 출장 가서 장기간 생활도 하기도 하였지만 사케를 마셔본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데도 따뜻한 정종이 빨리 술기운이 올라오더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에서인지 일본에서인지 어딘지 모르지만 마셔보긴 마셔 보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도 사케는 우리나라의 정종과 같은 술이라는 생각뿐이고 사케와 비슷한 우리의 정종도 제삿날 이외에는 평소에 거의 마시지도 않는 술이기 때문에 사케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것이 맞는 말이다. 그래서 호기심에 더욱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하여 일본술 사케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쌀과 물등의 원료, 전분을 당분으로 바꾸는 누룩과 당분을 술로 만드는 효모 그리고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제조법, 도정 정도에 따라서 그리고 양조알코올의 첨가여부에 따른 술의 분류, 색깔, 투명도, 냄새, 맛으로 하는 평가, 술의 종류에 따른 계절별, 온도별, 음식궁합별로 마시는 법, 게다가 이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본론이라 볼 수 있는 술과 함께 곁들이면 좋은, 아주 많은 일본식 안주의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 사케의 완전정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술을 좋아하기는 한다. 하지만 도수가 높은 술을 더 즐겨한다. 그래서 막걸리나 맥주, 포도주 같은 것은 잘 마시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비오는 날, 따끈따끈한 파전에 동동주는 뇌리에 박혀있다. 하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소주가 대세이다. 수많은 날들을 즐겨왔던 술의 가장 큰 문제는 한번 마셨다하면 뿌리를 뽑는 나쁜 근성이 몸에 배여 있어 항상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다. 후회 후회의 연속이다. 이책을 읽어 가면서 이제부터라도 나쁜 습관을 탈피하여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하고 많은 세월동안 술을 마셨으면서도 정작 술에 대해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죽자사자 술만 퍼마셨을 뿐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술을 음미하면서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하겠다. 눈으로 술잔 바탕의 흰색을 기준으로 하여 술의 색깔을 가늠하고 푸른 동심원들을 보면서 투명도를 알아내고, 술잔을 가볍게 돌려가면서 공기와 접촉시켜 향취를 불러일으켜 코로 향기를 맡고, 마지막으로 혀로 맛을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술을 즐기는 모습으로 생각된다. 이런 격조있는 차분한 술마시기가 광기어린 소모적인 것에서 오는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만 바꾸어 줄 것이다.
책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일본 요리중에 사케의 종류에 궁합이 맞는 많은 안주와 그것을 만드는 법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눈으로도 먹는다는 일본의 식습관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보기만해도 맛깔나게 소담스러운 것들이 즐비하다. 일감으로 떠오르는 것은 일본 음식이 우리와 다르게 양념맛이 아니라 재료 그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조리한다는 것이다. 이 책 한권으로 이제부터 진한 고추의 양념에 싫증이 날 때에는 담백한 일본식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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