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학계에서 큰 성과를 이루고 이를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을 인터뷰한 모음집이다. 우석훈, 유홍준, 정민, 박노자, 이택광, 임지현, 주경철 등 60명의 학자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세계일보>에 2년 넘게 연재했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강하여 묶은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성과가 간략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소개되어 있어 부담없이 술술 읽으며 학계의 담론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또 인터뷰해서 정리한 것이라 책으로 정제된 글보다 육성으로 들을 때 생기는 재미도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을 접하는 것도 재미다. 소비자학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불안감 속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자아를 찾는 소비 성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소비 성향에 대한 분석이다.
황상민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인의 정치 성향에 대한 분석을 보여준다. 한국인은 환상을 믿다가 자기 배신의 모순에 빠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박정희 지도력을 요청했던 게 환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참여와 소통을 요구한다.
고병권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에 대해 사회학적 분석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10년은 대중이 추방된 기간이었다고 분석한다. 직장인이 노숙자가 되고, 졸업생이 백수가 되는 추방이었다고. 그리고 추방된 대중은 생존을 위해 권력과 자본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우석훈 교수의 분석도 흥미롭다.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차이가 전체에 기여하기도 힘든 곳이고, 전체가 차이에 기대하는 사회도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간에 대한 수준 높은 통찰을 보여 주기도 한다. 정진홍 교수는 "우리가 종교인이기를 그만두면 비로소 우리는 인간일 수 있는데, 우리는 그때 비로소 종교적인 인간이 된다"고 한다.
공통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많은 수의 학자들이 문과 이과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과 이과 구분은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이상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 외에도 <화랑세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점도 있다. 그간 <화랑세기>가 위서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성과를 알게 되면서 읽고 싶은 책들도 많아졌다. 소개하는 학자마다 책을 소개하는데, 다들 매력적인 학문 세계를 이루어서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간 책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재미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박'노자'의 이름이 '러시아의 아들'이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가 '통섭'이라는 말을 구상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불교 용어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한다.
학자의 삶 자체가 존경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학자도 꽤 있다. 젊은 감각을 지니고 대한민국 사회의 속마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황상민, 대학 총장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학문 세계는 재야 학자처럼 주류에 반기를 드는 이종욱 교수, 과학과 인문학의 접목으로 한국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김영식 교수, 과학의 눈으로 역사의 숨은 그림을 찾는 이종호 교수, 우리말을 사랑하는 그리스어 교수 유재원 등이다.
이 책은 학자들의 깊이 있는 학문 세계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건 분명 한계다. 그러나 60명이라는 양으로 대신한다. 깊이는 없어도 양이 모이면 나름 재미가 생긴다. 최근 학계의 전체적인 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
|
넘어가고 싶은 흥미로운 유혹 |
|
학계와 교단의 비리와 추문이 우리 귀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선생과 학생의 성추문이나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과 논문표절 등은 연예인의 망언 시리즈처럼 뉴스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가십거리가 된 지 오래다. ‘진정한 스승이 없다’ 또는 ‘진정한 어른이 없다’는 질타가 어제 오늘만의 일도 아니지만 학교를 졸업하면서 동시에 선생에 대한 일말의 존경도 사라지는 이 시대가 서글프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은 요즘 젊은이들의 심리적 나약함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과 공교육 울타리에 심각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음을 웅변한다.
그래도 '아카데미아'는 여전히 희망을 품어볼만한 울타리다. 오래 전에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존경심을 발하게 만드는 참교육자들도 있는 법이다. 밤새 연구실에서 묵묵히 연구하는 교수들도 있고, 진정성과 대중성을 갖춘 스타 지식인들도 있다. 박종현이 만난 한국의 대표 지성 60인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컬처그라퍼, 2011)은 “대한민국 독자 99%가 찾는 1% 학자들”이란 문구처럼 우리 시대 지식과 교양의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문화지형도 역할을 한다. 이 책은 2년 넘게 <세계일보>에 연재됐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 시리즈를 보완한 것으로, 저자가 원래 기획한 제목은 보다 이론적인 [학계의 담론, 지식인의 초상]이었다고 한다. 결국은 이론적 정리보다 자유로운 스타일의 인터뷰에 그쳤지만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한국의 대표 지성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물론 자유로운 개방형 인터뷰 외에 사전에 동일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도 같이 실시했다면 좀더 충실한 내용과 톡톡 튀는 지적 재미를 대중들에게 선사할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다. 각자의 전공과 관심분야가 복잡다기하지만 자신의 문제의식과 인식론을 간결하게 풀어낼 수 있는 글솜씨를 가진 분들인데 그런 점을 저자가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자 60인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명제들을 내 나름대로 요약하면 다음 네 가지다.
여러 학자들에 대한 내 나름의 인상을 간략하게 언급하고 싶다. 우선 박노자는 천재라는 말이 어울리는 학자다. 인문사회과학은 학문의 특성상 뉴턴이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들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데 박노자의 책을 읽노라면 한국 국적으로 귀화한 이 러시아인의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비판정신은 국내 어느 학자보다도 예리하고 독보적이다. 한국학에서 보여준 그의 학술적 내공은 때론 감탄마저 불러일으킨다. 한문학자 정민과 안대회는 인기가 무척 많은 스타급 학자들이다. 이들의 인문학 저작은 직장인들도 특별히 챙겨 볼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강명관이 빠져 있어 ‘한문학 삼총사’의 구색은 맞추지 못했다. 모두 '일급수'지만 가장 대세는 이번에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안철수가 아닐까 싶다. 아직 학자로서의 학술적인 대작은 없지만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 철학에 있어서 이정우와 이진우는 미셀 푸코와 현대성을 공부할 때 도움을 준 성실한 학자들이다. 박흥규는 그의 전공인 법학보다도 아나키즘에 관한 일련의 저작이 매우 인상적이다. 나와 같은 세대인 중진학자 장대익도 기대주다. 그가 과연 어떤 대작을 우리에게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 새로이 알게 된 학자들로는 풍수학자 김두규와 최창조, 생사학 전문가 오진탁 등이 있다. |
|
일단 책의 두께에 압도된다. 우리 시대 최고의 필자, 위대한 지성과 만난다는 책의 위엄있는 표지가 시선을 끈다. 대중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학자 60인은 바로 캠퍼스의 글쟁이다. 그래서 사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학자들이 다소 있을 터였다. 그러나 한 사람이 이 많은 60인의 학자를 알기는 어려우나 각자가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서는 대중과 소통을 하는 학자들이므로 각각이 아는 사람들은 많을 것 같다. 그나마 누구나 알만한 학자로는 '박노자', '이덕일, '유홍준', '이원복', '정민', '고 장영희' 교수, '정재서', '최재천','안철수','정운찬' 같은 학자들의 이름이 보인다.
이 책은 1부부터 7부에 이르기까지 60인의 학자들을 꼼꼼이 훑는다. 마치 계간지의 느낌이 드는 구성이 돋보인다. 쉽고 재미있는 것만 찾는 현대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거나 학문에 열심히 빠져드는 유형의 그런 멋진 학자들의 모습을 볼 때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1부에서는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다를 소제목으로 삼고 7명의 학자들의 인터뷰가 그들이 이루어온 학업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2부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지식인의 모습이 있다.
3부에서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나 한시이야기로 유명한 '정민' 교수와 같은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과 즐거운 교감을 하는 지식인의 모습이 소개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5부인 과학과 인문학의 이종교배, 지식의 대통합을 꿈꾸다에 소개된 이야기와 6부의 우리 옛것을 올곧게 탐구하고 지키는 학자의 모습과 인터뷰와 이야기들이었다. 각 사람 당 사진과 함께 7페이지 정도가 할애되어 있다. 그래서 온전히 어떤 분야에 대해 심도있게 알게 되는 것은 어렵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외에 이런 지식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펼쳐지고 있구나 이런 지식인들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구나 하는 신세계를 개척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한눈에 알아보려면 이 책을 일독하면 어디가서 대화에 빠지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든든한 책이었다. |
|
요즘 나의 책읽기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아이들 도서와 교육과 학습에 관련 책들을 주로 읽었다. 나를 위한 책으로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재미와 흥미 위주의 소설을 선택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가 관심을 두고 좋아했던 분야의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작은 반란이 맘 깊은 곳에서 일어났다. 철학, 심리학, 시, 인문, 고전 등의 맘과 영혼을 채울 수 있는 책들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좋은 책들을 접하다 보니 내 생각과 마음의 눈이 더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것 같아서 자꾸자꾸 더 호기심이 생기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기를 바라는 좋은 욕심이 생겨났다. 어렵거나 지루한 책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다 보면 중요한 무엇인가를 찾게 되어서 마음이 즐거웠다. 그래서 책과 소통하는 일은 세상에 그 어떤 일보다 보람되고 가치가 있는 일임을 인정하게 된다. 여기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아마도 머물러 있는 내 생각에 빛을 넣어 줄 주옥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게 된다. ‘우리 시대 최고의 필자, 위대한 지성과 만나다!’라는 노란색 책 띠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최고의 필자이며, 위대한 지성을 만나는 일은 나를 설레게 한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나이고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많은 나에게 강한 끌림으로 다가온 책이다.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 60인의 글들을 읽으면서 평소에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끔 하였다. 이들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강한 의식을 가진 지식인들이고, 그들의 생각과 고민을 우리에게 제시해줘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임을 알게 해 준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글들로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읽어야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직관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한 학자, 비판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인, 소통과 교감을 강조하는 학자. 행복한 사회를 고민하는 학자. 과학과 인문학을 통해서 지식의 대통합을 생각하는 학자, 옛것을 탐구하는 학자, 세상을 이롭게 할 방법을 찾는 학자.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생각과 사상으로 모범이 되어 대중들을 이끌어 주면 세상은 좀 더 밝고, 활기차며, 살기 좋은 평등한 세상,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의 글을 통해서 보지 못한 진실과 알지 못한 사상과 느끼지 못한 불편함과 절실했던 중요함을 배우게 된다. 맘 한편이 무겁기도 하지만, 절망을 느끼기보다는 또 다른 멋진 세상을 꿈꾸게 되는 희망을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마음이 놓인다. 엄마가 되고 예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한다. 지금 사는 이 세상이, 이 세계가 풍부한 물질들로 편한 생활을 만들어 주는 것 그 이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사람과 사람이 맘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길, 세계이길 바라는 맘이다. 대중을 유혹하는 60인의 학자들을 통해서 조금씩 배워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
|
책 안에는 정말 교수님의 직접적인 말씀들, 그리고 저술했던 책 이름들, 사진과 중요한 이력들이 나와있었고, 글의 내용도 수준이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 봤을때부터 이 책은 두꺼운 만큼이나 내용도 알차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60명이나 되는 학자분들을 소개하고 그분들의 철학이나 생각을 담으려면 그만큼 책을 소중하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지하철을 타면서 읽고, 쉬는 시간에 펼치고 보았는데, 처음에는 주위 시선에 이렇게 큰 책을 꺼내어 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 였지만 점점 책 속에 빠져들어가면서 책이 무거운데도 참으면서 계속 읽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책속에서 나름대로 교수님들의 공통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소통의 중요성, 글을 써서 혼자만의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느꼈던 점은 어느 한가지에 몰두해서 학문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것이 얼마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런 모습들이 존경스럽게 보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 이야기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대단한 학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대학교에서 지금도 책과 씨름하며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책 속에 인용된 수많은 책 이름이나 학문 주제들을 이렇게 한 책안에서 다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까지 노력하는 모습에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고 몇몇 교수님들의 연구 중에는 나중에 찾아봐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국사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책도 정말 깊이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도 정말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었던 책입니다. |
|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는 누구일까?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들이 우리들의 삶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절로 흔든다. 우린 허허벌판과도 같은 인생을 돌아다니며 길동무를 찾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며 자신의 길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때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기도 한다. 우린 좋은 직업의 선택 못지않게 좋은 상대를 만나야 한다. 무엇이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지,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최소한 한번쯤은 생각해볼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
|
처음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책을 보았을 때 그 엄청난 두께에 먼저 놀랐다. 일반적인 책의 크기이지만 사전만큼 묵직한 두께를 자랑하는 이 책에는 이 시대의 최고 지성인이라 할 수 잇는 학자 60인의 인터뷰가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날 선 직관력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다'장에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지식인'장에서는 개별 학문 분야에서 비주류의 시선으로 사회의 발전을 모색하며 실천하는 지식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즐거운 교감'에서는 저술 활동이 왕성하거나 대중 독자의 지지가 폭발적이었던 유명한 학자들을, '과학과 인문학의 이종교배, 지식의 대통합을 꿈꾸다'에서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의 통합과 융합을 주창하고 있는 이공계 학자들의 학문 세계를, '상아탑 안과 밖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다'에서는 실용적인 학문에 힘쓰거나 오늘 우리 사회와 현실에 긴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학자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학자'라는 단어에서 느꼈던 고리타분함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적인 느낌을 어느정도 지울 수 있었다. 이 시대의 학자들은 더이상 책상 앞에서 이론만을 논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직도 학자들이 책상물림이나 하고있는 줄 알았던 내가 오히려 고지식하고 현실에 도태되어 있었나보다. 이 시대의 학자들은 다른 누구보다 현실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의 글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다. 말로만 최고가 아니라 정말로 각 분야에서 인정받고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60명의 학자들의 이야기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니 이 책은 정말로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일본을 넘어서려면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구태훈 성균관대 교수의 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지금껏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지 한 번도 이웃나라인 일본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는 않았던 나에게는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일본에 대한 미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우리가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제대로 직시해야만 앞으로의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는 며칠 전 TV 교양 프로에서 얼굴을 보았기에 더욱 반가웠다. 알고보니 몇 해 전 유명세를 치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을 집필하신 분이기도 하다. 놀 줄 모르는 한국 남자들에 대한 진단과 유쾌한 조언이 여자인 나에게도 깊이 와 닿았다. 이 밖에도 내가 참 좋아하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 교수, '트랜드 예측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 중인 김난도 교수, '인간 없는 의학'에 반기를 든 의철학자 강신익 교수 등 이름만 들어도 탄식이 나오는 대단한 학자들의 삶과 학문이 일반인도 편하게 볼 수 있을만큼 쉽고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지식에 고픈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
우리 사회의 현실에 의문을 품게 해주는 대표 지성인들을 만나다!
"지식인의 임무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에 있지 않고 현실을 바꾸는 것에 있다"고 했던 칼 마르크스의 말이 생각난다. 어느 시대나 지식인의 정체와 역할은 사회를 지탱하는 보루, 희망의 등불이라 이름 붙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식인의 현실 참여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부여된 사회적인 책임은 지식인이 짊어지고 가야 할 태생적인 '운명'이리라.
그런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지식인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았음을 고백해야겠다. 오래 전, '아줌마'라는 드라마에서 속물적인 지식인을 희화한 '장진구'라는 인물이 등장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는 친구를 찾아가 지식인으로 사회에서 "뜨는" 방법을 넌지시 묻는다. 친구는 쎈 사람을 하나 골라 매체를 통해 사정없이 "까"라고 일러준다. 그러면 시대의 논객으로, 인기 지식인으로 대중과 매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교육이 신분상승의 훌륭한 도구가 되어 오면서 학식이 하나의 자랑거리가 되는 풍토에서는 지성조차도 상품화되고 소비된다. 그래서 소위 "뜬" 또는 "뜨는" 지성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그들에게서 지성인의 사회적 책임과 학자적 양심을 그리 크게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인터넷을 필두로 한 대중 매체의 발달은 지식인의 사회 참여적인 면에서 볼 때, 양날의 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지식인의 보다 더 적극적인 사회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걸러지지 않는 소음과 잡음에 꼭 필요한 '바른 소리'가 묻히는 경향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귀 기울이고 싶은, 귀 기울여야 할 지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는 데에 의의를 찾고 싶다. 여기 등장하는 학자 60인은 이미 우리 시대 최고의 필자로 대우받는, 이른 바 "뜬" 사람들이다. 책은 이들을 "대한민국 독자 99%가 찾는 1%의 학자들"이라고 표현한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세계일보'에 연재된 시리즈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밝힌다. "학문 영역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고, 이를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고 있는 학자 60명을 만났다. 대표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자들과의 만남에서 이들의 삶과 학문, 집필세계를 탐문했다"(10). 이러한 탐문의 과정은 시대의 담론을 생산하는 학자들이 독자들과 만나는 과정과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저자의 바람대로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학자 60인의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성과를 한 호흡으로 살펴보면서 오늘의 학문적 담론과 이 시대 학문의 지형도를 파악"하는 지도가 되어준다.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을 통해 어떤 담론들이 소통되고 있는지 그 핵심 사상과 거론되는 지성인들의 이름이라도 알아두자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고, 유익했다. "학자는 외부의 주문이 아니라, 자신이 내세운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존재"(32)라고 말하는 푸른 눈의 진보 논객 '박노자 글방'을 즐겨찾기에 등록하기도 했고, "학자로서 진실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을 뿐"(36)이라며 민족주의 사회학자가 아닌 진실을 추구하는 학자로 생각해달라는 신용하 교수님의 말씀에 '학자의 양심'이란 얼마나 고결한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도 했다. "역사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과서부터 바로잡아야"(114) 한다는 이덕일 선생님의 역사전쟁을 응원하며,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인간의 지식이나 용기도 아니고 '착함'이라고"(278) 삶으로 가르쳐주셨던 그리운 고 장영희 교수님의 가르침을 다시 마음에 새겨보기도 했다. "인문학이 가치를 다루고 과학이 사실을 다룬다는 이분법을 고수한 상태에서는 둘 다 절름발이일 수밖에"(372) 없다고 역설하는 홍성욱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기 전공의 높은 벽을 뚫고 나와야 하는 지식인의 과제를 새삼 인식하기도 했다.
소비, 사회 문화, 역사, 건축,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을 한 자리에서 만나며, 그들이 제시하는 '깊이 있는 문제의식'과 건전한 '비판의식'을 읽으며, 지성인들이란 "우리 사회의 현실에 의문을 품게 해주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어렵지 않게 읽으면서, 자각 있는 문제의식을 갖고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아젠다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익과 즐거움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