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공찬전}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고소설이 아니다. 고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던 나에게는 더욱 그러한 소설일 것이다. 저승에서 있었던 일을 사촌의 몸을 빌려서 이야기하는 {설공찬전}은 {금오신화}에서 [남염부주지]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상에서 유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사상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이야기하고 있는 구조는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유명한 정치가들이나 사상가들은 들어서 알고 있는데 채수라는 인물은 처음 들어본다. 하지만 {설공찬전}이나 그에 얽힌 일화들, 그리고 채수라는 인물에 관한 일화들을 접해 본 결과 매우 강직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강직하기는 하나 용기 있는 인물은 또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중종반정 당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공찬전}에 드러난 채수의 사상은 무척이나 진보적이다. 당시 생각초자 하기 힘들었던 여성의 지위에 대해 저승에는 여성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일을 갖고 남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남녀의 차별이 심하고 여성이 아직도 남성과 성적인 차이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무색한 우리 나라 남성중심 사상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마 채수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또 하나로 채수는 중종반정을 비꼬고 있는데 아무리 높은 벼슬을 하던 사람이라도 반역자는 저승에서 높은 벼슬도 대우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심지어 임금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중종반정 당시 반정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채수의 {설공찬전}이 금서로 되고 그가 이로 인해 파직까지 당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반정의 주역인 사람들에게 결계를 주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백성들에게 이 같은 사실들을 알려서 나라의 권위와 중종반정의 정당성을 상실할까 염려되어 저지른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