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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짓는다는 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이름을 짓는다는 건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내용보기
“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리는 걸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몰라.” “뭐라고 하는데?” “아름답다.” “아름답다?” “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리는 거?” “응, 그런 거, 아름답다고 하는 거야.” 그런 게 아름다운 것이라면, 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린 삶의 순간들을 그린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그렇다면 우리 삶도 아름답다. 거기 늘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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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리는 뭐라고 하는 알아?” “몰라.” “뭐라고 하는데?” “아름답다.” “아름답다?” “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리는 거?” “응, 그런 거, 아름답다고 하는 거야.” 그런 게 아름다운 것이라면, 예쁘고 신기하고 금방 없어져버린 삶의 순간들을 그린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그렇다면 우리 삶도 아름답다. 거기 늘 사라지는 것들은 존재하니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관찰해야만 한다. 기억해야만 한다. 써야만 한다. 이 우주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29세 라운지』는 어떤 헤어짐에 대한 기나긴 별사인 동시에 관찰 기록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한 문장으로 먼저 뜨거운 한 시절이, 그리고 차가운 회상이 지나간다. 마치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듯이, 혹은 낮이 끝나고 밤이 찾아오듯이. - 김연수(소설가)

이 추천평 때문에 책을 읽었던 건 아니지만 이 추천평을 발견하고 이 작품이 더욱 좋아졌던 건 사실이다. 이신조는 제4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던 『기대어 앉은 오후(리뷰 읽기보듬어줄 수 있는 그 누군가)로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뒤 재작년쯤 산문집 한 편을 읽은 적이 있다. 딱히 작품들이 기억에 남진 않지만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두 작품 모두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이 작품은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부분의 여성소설이나 사소설이 그렇듯 노골적이지 않아서 좋다. 징징대지도 한탄하지도 않는다. 뭐랄까. 장지문을 통해 비치는 은은한 달빛 같다고 할까? 어렸을 때 외갓집에 가면 겨울이 오기 전 코스모스나 국화를 잘 말려 방의 여닫이문에 한 겹 덧발라 장식해놓았었다. 그런 코스모스나 국화 같기도 하다. 제 존재를 확연히 드러내지는 않지만 제 존재를 감춤으로써 존재감을 확보한다. 그리고 매우 우아하다. 그 우아함에 위엄이 깃들여있어 고상하다. 문체도 작품도.

인생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뉴트리노처럼 우리가 파악하지도 감지하지도 측정하지도 못하지만, 우주의 어둠 속에 신비한 비밀처럼 존재한다. 물리학자들이 우주탄생의 신비를 풀기 위해 뉴트리노를 연구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도 존재를 확인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그러나 인간의 삶을 명백히 구성하는 뉴트리노를 찾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신조의 글쓰기도 그렇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들. 인간과 인간적인 것에 대한 사유와 성찰, 풍요롭고 향기로운 내면생활, 섭리에 대한 겸허, 운명에 대한 초탈, 진실한 영혼을 알아보는 진실한 눈, 그리고 아름다움. 그저 그것으로 충분한 것들[i]. ‘라는 인간의 과정을 기억하고 생각하고 사색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신조의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런 문장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나는 고심 끝에 ‘자유기고가 문수형’이란 명함을 만들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나는 계속 요가 수업에 참가했고, 요리를 했고, 산책을 했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엄마와 수형을 생각했다. 지형과 아버지(아빠)를 생각했다. 민오를 생각했다. 세완을 (9년 만에 다시)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세완을 생각했고, 사랑을 생각했고, 세완을 사랑하는 나를 생각했다.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p.196)

 

그러나 줄거리로 요약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스토리 진행보다 더욱 중요한 건 그런 주름 사이 사이의, 틈 사이 사이에서 보이는 작가의 사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이 사전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마치 외국어를 처음 접한 사람처럼, 이방인처럼, 일상적인 것, 일상생활을 (낯설게) 들여다보기.

많은 경우, 사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담백한 위안을 얻는다. 사전의 풀이는 도덕이나 관습의 가치 판단 없이 공정하고 적나라하기 때문인데, 그게 묘한 안도감과 통쾌감을 맛보게 한다. (중략) 소나기와 간통과 의회민주주의와 마그네슘과 조리돌림과 가뭇없다와 팥배나무와 개기일식과 살인자가 그저 그렇게,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곳, 사전. 짐짓 무자비하고 거침없지만 떳떳하고 정연한 세계, 사전. (p. 20)

생각하고 정의 내리고 사유하는 것도 사랑의 과정이다. 그리고 사랑을 그려 보는 것은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알랭 드 보통을 떠오르게 하지만 둘은 유사하지만 다르다. 알랭 드 보통에 비해 이신조는 유머 없이 진지하다. 여성적이면서 여성적이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이 소설은 여성소설로 한정지을 수 없다. 은희경이나 신경숙, 김형경 등과의 유사성도 찾을 수 있겠지만 이전 세대의 작가나 작품들과는 명확히 다르다. 혹은 권지예나 조경란과도 닮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엄밀히 말해 이 작품은 연애 소설로만 규정지을 수 없다. 앞에서 열거한 작가들과는 미세하게 조금씩 어긋나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다. 작품을 읽으며 니콜 클라우스를 떠올린 건 아마도 우리 모두 동갑내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본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지만 한 때 이지형이란 필명을 쓰던 이지민이나 김숨이나그런 동갑내기 작가들도 떠오른다.

스물 아홉에 읽어도 좋겠지만 열 아홉이나 서른 아홉에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부분에선 문장 문장이 시처럼 읽힌다. 가슴에 콕 와 박힌다.

노교수가 쓰고, 세완과 내가 조심스레 매만진 어떤 구절이 인용된 것도 있었다. ‘모든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원인이 있고, 방향이 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물리학이다. 지난 수십 년, 그 단순하고도 심오한 진리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 같은 문장들. (153)


[i] 작가의 말 중에서. P.286



c*****g 2012.06.01.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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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라운지] (2011.1.25)
"[29세 라운지] (2011.1.25)" 내용보기
3.3   23페이지, 23줄, 26자.   나형은 선배의 부탁으로 선배 부인의 1인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1인 출판사의 두 번째 사원인 셈이죠. 발행인은 사장이나 그런 용어를 감당하지 못하여 스스로 편집장으로 불리우길 원합니다. 2년 반의 활동 후 몇 가지 사건이 겹치고 파산합니다. 그 편집장은 나형에게 글을 쓸 것을 것을 권합니다. 새로운 출판사에 가게 되어 몇 가지 일을
"[29세 라운지] (2011.1.25)" 내용보기

3.3

 

23페이지, 23줄, 26자.

 

나형은 선배의 부탁으로 선배 부인의 1인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1인 출판사의 두 번째 사원인 셈이죠. 발행인은 사장이나 그런 용어를 감당하지 못하여 스스로 편집장으로 불리우길 원합니다. 2년 반의 활동 후 몇 가지 사건이 겹치고 파산합니다. 그 편집장은 나형에게 글을 쓸 것을 것을 권합니다. 새로운 출판사에 가게 되어 몇 가지 일을 하던 중 안세완이란 과학자를 알게 됩니다. 문득 9년 전 고등학교 때 임시 교사로 왔었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와 어떻게 정부 사이가 되었는지는 불명확) 안세완에게는 이란성 쌍둥이가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을 기억나게 합니다. 11년 전(첫 만남에서 2년이 지났으니)의 교통 사고로 어머니와 수형이 죽고, 지형은 몇 년 전 공익요원의 소집이 끝나자 가출하였습니다.

 

독특합니다. 주관이 있는 글, 그렇기에...

 

글은 좋은데, 저랑은 안 맞는 듯.

 

141023-141023/141023

k****8 2015.01.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