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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와 오류가 빚는 현실, 무엇이 진짜인가?
"착각와 오류가 빚는 현실, 무엇이 진짜인가?" 내용보기
리브카의 문체는 담백하면서 톡톡 튄다. 가령,“그녀의 옥수수수염 빛깔 머리와 약간 어색한 걸음걸이 때문에, 그리고 뭔지 모를 것 때문에 이미 그때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49쪽)라든가 “긴 다리와 약간 안쪽 방향으로 실룩거리는 한쪽 엉덩이. 나는 이런 매력적인 여자를 두고 나갈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52쪽)라는 레오의 독백은 리브카가 선뵈는 감칠 맛이다.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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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카의 문체는 담백하면서 톡톡 튄다. 가령,

그녀의 옥수수수염 빛깔 머리와 약간 어색한 걸음걸이 때문에, 그리고 뭔지 모를 것 때문에 이미 그때부터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49)라든가 긴 다리와 약간 안쪽 방향으로 실룩거리는 한쪽 엉덩이. 나는 이런 매력적인 여자를 두고 나갈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52)라는 레오의 독백은 리브카가 선뵈는 감칠 맛이다.

리브카는 소설 속에서 1994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츠비 갈첸을 되살려내고 있다. 이름도 똑같고 아버지가 생전에 발표했던 논문도 그대로다. “레마는 햄릿, 그 연극은 죽은 아버지들의 큰 영향력에 대한 얘기라고,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대꾸했다”(171)는 대목은 아버지에 대한 그녀의 그리움을 짐작케 한다.

본문에 보면 리브카의 실제 가족 사진이 두 장 나온다. 하나는 부모와 오빠와 함께 찍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빠와 찍은 것이다.

리브카는 정신병이란 현실은 작가이고, 환자는 그 독자라고 말한다. 레오가 그런 미친 생각은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게 온 거지 나한테서 나온 게 아니란 말이야”(335)라고 대꾸한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모델들에 오류를 도입함으로써 더 신뢰할 만한 예측을 얻어 낼 수 있다.” 리브카는 1903년 독일에서 출간된 다니엘 파울 슈레버 판사의 회고록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에서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이기도 한 작가는 레오가 앓고 있는 정신병의 종류보다는 그의 의식에 떠오른 감각과 감정들에 주목한다. 인간, 더 나아가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데 그 감정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가령 왜 나는 현상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저 여자가 레마라고 믿어야만 하는가?”(64)라든가, “거짓말은, 작은 심리학적 도플러효과를 만들어 내는 그것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 왜곡되지 않은 자기 보고보다 더 많은 걸 알려 준다”(85)라는 서술은 리브카가 작품에서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리브카는 정신병 환자는 독자에 가까우므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착각이나 인식의 오류에 빠져 사는지도 모른다. 이런 착각과 오류는 우리의 삶과 세계를 더욱 실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개다. 가령 도플러 효과는 우리의 착각과 오류를 측정함으로써 현실을 더욱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화자 레오가 앓는 정신병은 카그라스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다.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동물, 물건이 똑같이 생긴 다른 것으로 감쪽같이 바뀌었다는 망상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리브카는 정신병 환자는 독자에 가까우므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자기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착각이나 인식의 오류에 빠져 사는지도 모른다. 이런 착각과 오류는 우리의 삶과 세계를 더욱 실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매개다. 가령 도플러 효과는 우리의 착각과 오류를 측정함으로써 현실을 더욱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위해 리브카가 전하는 일침은 의미심장하다. “진정한 과학자, 자신이 원하는 진실이 아니라 진짜 진실을 탐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면 아무리 달갑지 않고 당혹스러운 사실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더 깊이 파고들기까지 해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가장 단단히 뿌리박힌 믿음을 박살 내는 발견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211)

리브카가 인용한 구절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몇 군데 있다.

인생은 병원이고 그곳에서는 모든 환자가 침대를 바꾸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혀 있다.”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이 세상 밖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아도르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 놀이의 비현실성은 현실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무의식 중에 올바른 삶을 연습하는 것이다.”

나는 아도르노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고 싶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은 현실이 아직 실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이 실제가 되는 순간 아이들은 천진난만함을 잃어버린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16.03.1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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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내용보기
제목부터가 상당히 독특하다. 대기 불안정, 기상 현상들, 제목만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실 그래서 책을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처녀작인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로 2010년 <뉴요커>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이 신인 작가 20인’ 이름을 올린 리브카 갈첸 역시 처음 보는 작가였다. 작가의 이력을 읽으면서 제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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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상당히 독특하다. 대기 불안정, 기상 현상들, 제목만으로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사실 그래서 책을 읽은 것인지도 모른다. 처녀작인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로 2010년 <뉴요커>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이 신인 작가 20인’ 이름을 올린 리브카 갈첸 역시 처음 보는 작가였다. 작가의 이력을 읽으면서 제목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저명한 기상학자인 츠비 갈첸(츠비는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과 미국 국립재해기상연구소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신경정신과를 공부한 정신과 의사이다. 때문에 기상학과 신경정신학의 내용이 주요 골자를 이루는 소설이다.

 

 뉴욕의 오십 대 정신과 의사 레오 리벤슈타인은 어느 날 아파트에서 개와 함께 있는 낯선 여인을 보게 된다. 상큼한 샴푸 냄새, 옥수수수염 빛 금발 등은 그의 아내 레마와 같았으나, 그 여자는 레마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면서… 그는 걱정을 하는 레마를 뒤로 하고 자신의 아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을 한다. 그녀와 추억이 서려있는 헝가리안 페스트리 숍부터 시작해서 지하철 역 근처의 커피숍을 전전하다가 결국 그녀의 나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날아간다. 그곳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고, 또 한명의 중요한 등장인물인 자신을 영국 왕립 기상학회 비밀요원이라 믿는 하비와 함께 아내를 찾는 여정을 계속한다는 줄거리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츠비 갈첸은 실제 작가의 아버지로서 그를 존경하는 의미로 그가 발표한 기상학 이론을 활용하는데, 단일 도플러 기상 레이더, 건조선의 이동이 상승 운동을 일으킬 수 있는가? 등 다소 어려운 개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답게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기도 한다. 솔직히 자신의 아내를 아내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진짜 아내를 찾아 나서는 레오의 심리 상태를 이해를 할 수는 없어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아니었지만, 작가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하여 어렵게 시작해서 조금은 이해를 하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파타고니아까지 아내를 찾아 가지만, 정작 아내를 찾았는지 어떻는지는 언급을 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옮긴이의 말처럼 인식의 왜곡을 발견하고는 인식된 세계가 아닌 실세 세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데 왜곡 자체를 이용하여 왜곡이 존재하지 않을 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고 더 좋은 데이터를 얻는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에서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쉽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듬뿍 담긴 딸의 소설이었다.

l*****t 2012.10.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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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압과 고기압의 충돌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모던클래식 040]
"저기압과 고기압의 충돌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모던클래식 040]" 내용보기
2010년 <뉴요커> 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고 저명한 기상학자인 아버지를 두고 신경정신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원제 '대기불안정'>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독특하다는 표현은 작가의 이력만이 아닌 작품 전반을 지
"저기압과 고기압의 충돌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모던클래식 040]" 내용보기

   2010년 <뉴요커> 선정 '미국 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고 저명한 기상학자인 아버지를 두고 신경정신과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원제 '대기불안정'>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작품이다. 독특하다는 표현은 작가의 이력만이 아닌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플롯과 내러티브의 전개가 마치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만큼이나 난해하면서도 은근히 독자들의 눈을 붙들어 매는 언어들의 향연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인 차원의 역활을 수행해야할 소설의 위치를 망각해 버리고 철학서를 대하는 듯한 삶의 근본에 대한 괴로움을 자아내고 이러한 괴로움을 이해 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겐 저기압과 고기압이 충돌하여 불안한 대기상태를 보는듯한 마음의 심란한 상태를 이끌어 가기 때문이라고 해야 겠다.

 

 

   어느 날 갑자기 잘 있던 아내가 부재해버리고 정체모를 여인이 아내인양 눈앞에 나타나면서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의 삶은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어김없이 뜨고 기온은 따스하며 바람 한 점 없는 그야말로 화창한 봄날이 될 것입니다" 라는 누구나 바라는 기상상태가 "내일은 아침에 일어나봐야 해가 어느 방향에서 뜰 것이며 기온이 따뜻할지 추울지 바람이 거세게 불지 잔잔한지 그 상태는 내일이 되봐야 알 것입니다"라는 회괴망측한 상태로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과정속에서 사랑을 찾아서 아니 좀더 원대하게 바라보면 삶의 의미를 찾아서 방황하는 한 지식인의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위 말하는 카그라스 증후군 증세를 보이면서 현실세계와 자신속의 세계가 오버랩 되는 심리상태를 의학적인 딱딱한 논문이 아닌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상들을 통해서 당사자와 당사자를 둘러싼 이들의 심리적 갈등상태를 풀어가고 있는 무거운 주제의 무거운 내용의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전반이 표방하는 유니크한 주제와 더불어 작품 이해도의 난해성으로 인해 가슴 울러증을 일으킬 만큼 어려운 작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물론 동의 하지 않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작가의 아버지인 기상학자 츠비 갈첸의 등장과 그의 실재적인 논문들의 인용과 정신분석학적인 학문적 내용들을 덧대면서 내러티브의 신빙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장치와 동시에 레파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점(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가 진짜일까라는 생각들...)이 눈에 띈다. 이는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더불어 자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마치 이 작품은 나를 비추는 거울인양 소설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착각 마저 불러 일으킨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작극적인 작품(서스팬스와 주제의 독특함 그리고 다양한 판타지적 요소 여기에 약간의 비뜰림까지 가세한)들에 입맛이 길들여진 독자라면 실망이 클 것이며 완독하는데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시쳇말로 정말 재미없는 작품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대기가 항상 일정하지 않듯이 요동치는 단어들의 롤러코스터같은 긴박감에서 해방되어 잔잔한 수면위를 바라보는 평온함을 맛보게 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기상학과 신경정신학을 심리상태에 적절히 배합하여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 현실속의 자신에 대한 상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l******e 2011.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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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의 경계는 항구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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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behavior:url(#default#VML);} o\:* {behavior:url(#default#VML);} w\:* {behavior:url(#default#VML);} .shape {behavior:url(#default#VML);} 친밀함의 경계는 항구적이지 않다리브카 갈첸,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어느날 아내와 똑같은 모습을 한 다른 여자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다.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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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의 경계는 항구적이지 않다

리브카 갈첸,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어느날 아내와 똑같은 모습을 한 다른 여자가 자신의 집에 들어온다.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인이,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아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내가 하는 행동과 풍기는 느낌, 사소한 감정표현이 이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설 속의 이야기다. 십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가 갑자기 바뀌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것도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는.


그러나 우리는 일상에서 아내가 바뀌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현실의 이야기를 해보자. 예를 들어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이유를 물어보지 못하지만 미묘하게 변해있는 친구의 반응과 행동을 보고 유추해 낼 수 있다. 기분 좋고 행복한 일만 있을 것 같던 친구의 변화는 이전에 있던 치구의 모습과 분명 ‘다르다’.


주인공 레오는 아내의 작은 변화들과 변화들이 축적돼서 쌓인 현재의 모습을 아내가 바뀌었다는 극단의 상상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변화는 레오가 부부생활을 하면서 두었던 ‘친밀함의 경계’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나는 우리가 친밀함에 경계를 두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좋았고 그런 노력이야말로 최상의 친밀함이라고 믿었다. (74쪽)


친말함의 경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친밀함의 경계는 항구적일 수 없다. 어떤 말 못할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말 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고, 어떤 것은 그 반대가 될 것이다. 친밀함의 경계란 교착상태의 전선(戰線) 같은 것이다. 어느 쪽이 나아가면 다른 한쪽은 후퇴하기 마련이고 그 상태는 영원이 지속 될 수 없는 상태 말이다. 레오는 이 전선을 남북의 그것처럼 항구적인 어떤 상태로 보았을 뿐이다.


레오는 아내를 찾아 나선다. 문제의 해답을 츠비 갈첸의 논문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가 논문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초기값 문제’다. 초기값 문제는 기상현상에서 현재의 날씨를 알지 못하면 내일의 날씨도 알아낼 수 없다라는 생각이다. 일종의 나비효과와 비슷한 개념으로 현재의 날씨를 정확히 안다면 미래의 날씨를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거란 것이다. 반대로 초기값 설정이 잘못되어 현재의 날씨를 잘못 알았다면 미래의 어떤 날씨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레오는 아내를 찾는 여정에서 초기값이 잘못 설정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가깝다는 건 충분히 가까운 게 아니란 걸(234쪽)” 알게 된다. 하지만 그가 하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고 바꾸려 하지 않고 분열된 자아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상상으로 나오듯 분열 속에서 일상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하비가 누구이고 레오의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목해야 할 것은 친밀함의 경계가 항구적인 전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g********1 2011.04.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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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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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익숙해서 무료하게만 다가오는 일상이 권태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안에는 어떤 새로움도, 놀라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 놓인 우리들은, 그저 일상의 무게를 버텨내며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일상의 견고한 틈으로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일상의 벌어진 틈 사이로 생성되는 불안은, 권태로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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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익숙해서 무료하게만 다가오는 일상이 권태롭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안에는 어떤 새로움도, 놀라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 놓인 우리들은, 그저 일상의 무게를 버텨내며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일상의 견고한 틈으로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것을 ‘불안’이라고 부른다. 일상의 벌어진 틈 사이로 생성되는 불안은, 권태로움에서 비롯된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첨예하고 예리한 시선의 감각으로 만들어 놓는다. 세계는 존재하는가. 내가 존재하고 서 있는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인가. 불안을 느끼는 자들은 끊임없이 자아와 이 사회 나아가 이 세계를 의심한다. 불안을 통해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에게 낯익은 것이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좀 더 명징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리브카 칼첸의 이 소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의 주인공 레오는 어느 날 자신의 견고한 삶이 무너져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의 일상과 직무에 지극히 순응하는 자세로 살아왔던 그는, 그러나 일상의 견고한 틈으로 새어들어온 그 균열 속에서 방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이상한 사건들 속에서도, 익숙한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이 소설은 정신과 의사 레오 리벤슈타인이 어느 날 자신의 아내 레마가 사라졌다고 믿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집으로 개를 데리고 들어온 아내 레마가 실은 자신의 아내가 아니며, 심지어 아내와 너무나도 닮은 그녀가 아내 행세를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또한 아내 레마가 실종되기 이틀 전에는 자신이 담당했던 정신 분열증 환자 하비마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동안 하비는 의사 레오에게 자신이 기상 현상을 통제하는 기술을 지녔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급기야 영국 왕립 기상학회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나아가 레오 역시 하비의 분열증을 자연스럽게 치료하기 위해 자신 역시 왕립 기상학회 비밀 요원이고, 기상학자 츠비 갈첸이라는 상급 요원의 명령을 하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둘러댄다. 낯선 일들이 레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와중에서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진짜 아내 레마를 찾기 위해 그녀가 태어난 나라인 아르헨티나로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아내를 찾기는 커녕, 레마가 숨겨온 그녀의 어머니 마그다를 만나게 되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는 낯선 그곳에서 아내의 해방을 좇으면서, 기상학자 츠비 칼첸과 관련된 논문을 추적하고, 급기야 거짓이라고 굳게 믿었던 왕립 기상학회와 츠비 칼첸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하비의 주장처럼 왕립 기상학회에 비밀요원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한 아내가 만들었던 가상 인물인 츠비 칼첸 역시 자신이 보낸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면서 그의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그는 결국 하비처럼 왕립 기상학회의 또 다른 요원이 되어 파타고니아로 떠나고, 그곳에서 하비와 자신이 가짜라고 믿는 아내 레마를 다시 만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 레오는 그 누구보다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아온 인물이었지만, 아내가 사라졌다고 '믿기'시작하면서부터 분열증적인 정신 상태를 보인다. 그는 아내와 너무나도 닮은 이 여자가 실은 아내가 아니라는 망상에 시달리며, 진짜 아내를 찾기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한다. 그러나 자신 이외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 상황에서, 그는 끝없이 방황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 처절한 현실의 악몽을 경험한 그에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소설의 말미에 결국 레오는 진짜 아내 레마를 찾게 되는 것이 아닌, 이 가짜 레마와의 삶이 진짜인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는 지극히 익숙했던 이전의 일상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가짜 레마와 함께하는 자신의 이전 일상을 상상한다. 마침내 그는 이 헛된 노력을 통해서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레오의 움직임이 허망한 정열로 끝을 맺게 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의 견고한 일상과 삶 자체가 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역설과 불안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레오가 자신의 "진짜" 아내를 찾아가는 그 이상한 여정 자체는, 견고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는 한 인간의 처절한 움직임을 그대로 형상화하고 있다. 어쩌면 그가 느끼는 “불안의 감정”은, 자신의 존재가 어처구니없는 우연 속에 무작정 내동댕이 처져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지독한 삶의 환멸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그렇기 때문에 그는 "도플러 효과가 왜곡된 인식을 가리킬 수 있으며, 어쩌면 도플러효과야 말로 현실 세계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뛰어난 해석"이라고 쓸쓸히 읊조리는 것이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i*****9 2011.03.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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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리브카 갈첸
"[서평]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리브카 갈첸" 내용보기
새롭고 흥미로운 실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활용된 실험정신이 담긴 심리 소설입니다. 미국의 신예 작가 가운데 유망주인 '리브카 갈첸'은 소설 속 주인공 레오 리브갈첸의 불안정한 심리를 기상학과 연관하여 묘사합니다. 기상학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서평]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리브카 갈첸" 내용보기
  새롭고 흥미로운 실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다양한 과학적 요소들이 활용된 실험정신이 담긴 심리 소설입니다. 미국의 신예 작가 가운데 유망주인 '리브카 갈첸'은 소설 속 주인공 레오 리브갈첸의 불안정한 심리를 기상학과 연관하여 묘사합니다. 기상학은 주인공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새롭고 흥이로운 실험은 분명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심리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가운데 '리브카 갈첸'만의 독특한 가정환경과 실험정신은 그녀가 왜 '미국문단을 이끌 40세 이하 대표적 신인작가 20인'인지를 보여줍니다. 

  고도의 심리적 상황에 직면한 독자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어느날  자신의 집에 등장한 낯선 여인은 자신의 아내와 똑같이 생겼지만 주인공의 직감은 그녀가 아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이 아내가 아니라는 심증이 강해질 수록 그는 자신의 아내가 어디로 갔는지를 생각할 수록 주인공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인 주인공의 선택은 진짜 아내를 찾자입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 레오가 진짜 아내인 '레마'를 찾아 가는 여정을 통해 독자는 일련의 현상과 비밀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서고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주인공 '레오'가 겪는 심리적 상황을 '카그라스 증후군'이라고 말합니다. '카그라스 증후군'은 자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 동물 심지어는 사물이 가짜로 바뀌었다고 믿는 증상입니다. '카그라스 증후군'환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주변에서 인지되는 모든 정보를 끌어 모아 자신을 속인 것을 증명하는 증거로 활용합니다. '레오'의 아파트에 들어선 여인이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작은 행동 하나 그리고 대상의 외형상 모습에서조차도 그것이 자신이 알던 진짜 아내 '레마'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사용합니다.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현상들>의 제목에서 현상과 관계된 것을 마음으로 바꿔보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듯 싶습니다. 즉 '마음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픔 마음들'이라는 제목으로 바꿔서 책을 본다면 화자인 주인공 '레오'의 심리적 불안과 묘사가 매우 치밀한 그리고 고도의 심리적인 혼란 유발을 일으키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화자가 생각하는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이 끊임없이 재구성되면서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은 자신이 담당했던 환자의 실종을 끌어와 자신의 아내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초로 인식합니다. 그리고  진짜 '레마'와 자신이 치료하던 환자 '하비'를 찾던 중 '하비'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던 왕립 기상학회 비밀요원을 확인하는 모습들은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사실들과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더욱 혼미하게 만듭니다. 
  '카그라스 증후군'이라고는 말하지만 이는 동시에 정신과 의사였던 주인공 '레오'의 상태를 이해하는 하나의 사실일뿐 진실의 열쇠를 찾아가는과정은 정말 바뀐게 아닐까 혹은 착각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만듭니다. 독자를 안내하는 화자의 불안정한 심리상태와는 달리 작품속 기상학 이론은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을 정확히 대변해주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정보입니다.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적 갈등을 이끌어 주는 기상학 이론들과 논문은 주인공의 발걸음을 미지의 낯선 곳으로 인도합니다. 복잡하게 얽힌 소재의 연결에서 기상학은 작가의 정신의학, 정신분석학과 더불어 작품 속 주인공과 독자를 안내하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연예 그 미묘한 심리와 '카그라스 증후군'

  주인공 레오가 빠져버린 혼란 스러움 가운데서 독자는 '레마'를 향한 강한 집착을 볼 수 있습니다. 진짜 '레마'를 향한 마음이 과연 허상에서 비롯된건지 아니면 진짜에서 나타난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독자 모두가 각각의 판단아래에서 내려야할 결정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이렇게 표현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기에는 주인공의 마음의 시발점을 찾아가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과 불신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약화등이 복합적으로 섞여 '카그라스 증후군'에 빠진 주인공이 나타났다면 '레마'의 고향을 향한 여정과 진짜 레마를 만나기 위한 여정의 끝인 '무의식'의 땅 파타고니아로의 여정은 아내에 대한 집착과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예의 복잡한 그리고 미묘한 심리상황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는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일깨워 줍니다. 
  진짜 아내를 만났는지 혹은 만나지 못했는지를 풀어 내지 않는 것은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서 남겨놓습니다. 한가지 밝힐 수 있는 것은  책 속의 모든 내용을 어느 하나의 이론과 사고로 해석하기 보다는 화자와 함께 녹아들어 내면의 복잡함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기회로 삼을때 책의 진정한 즐거움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이상의 단서를 둘 이하로 만들고 제한 시키는 작업가운데 발견할 수 있었던 왜곡된 현상과 이해 그리고 해석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높이 사지만 독자들은 또 다른 평가를 내리시리라 생각합니다. 현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훗날의 고전으로 평가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춘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로서 언제나 즐겁고 기쁜 시간입니다.


s******a 2011.02.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왜곡을 통해 진실은 더 선명해질 수 있을까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왜곡을 통해 진실은 더 선명해질 수 있을까" 내용보기
정신과 의사인 쉰 한 살의 남성 레오. 어느 날 그는 사랑하는 아내 레마가 '가짜'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짜' 레마가 '진짜' 레마와 너무나도 닮았을 뿐, 결코 '진짜' 레마가 아님을 확신한다. 그가 지금껏 생각해 온 레마의 특징은 옆에 있는 레마를 '가짜'라고 판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그가 들이미는 잣대는 레마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레마는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지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왜곡을 통해 진실은 더 선명해질 수 있을까" 내용보기

정신과 의사인 쉰 한 살의 남성 레오. 어느 날 그는 사랑하는 아내 레마가 '가짜'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가짜' 레마가 '진짜' 레마와 너무나도 닮았을 뿐, 결코 '진짜' 레마가 아님을 확신한다. 그가 지금껏 생각해 온 레마의 특징은 옆에 있는 레마를 '가짜'라고 판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그가 들이미는 잣대는 레마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레마는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지 않았다 등등으로 몹시 주관적이다. 어느 날 갑자기 레마는 개가 좋아졌을 수도 있고, 전례 없이 불편해진 심기 탓에 레오가 듣도 보도 못한 냉정한 어조로 말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레오는 옆에 있는 '가짜' 레마를 향한 의심을 내려놓지 않고 '진짜' 레마를 찾아 뉴욕에서부터 그녀의 고향인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떠난다. 그의 여정은 오로지 레마로 가득차 있다. 그의 사랑은 집착에 가깝지만 그 마음만큼은 세상을 감동시킬 만큼 강렬하다. 문제는 그의 사랑의 대상이 '진짜' 레마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진짜라고 믿는' 레마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건 레마 자체가 아니라, 레마라고 그가 생각해왔던 존재다. 그의 사랑은 거의 환상을 향해 있다. 비슷한 경험은 흔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 얼마나 자주 착각에 빠지는지 생각해보면, 아내가 바뀌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레오를 아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 사람과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우리는 사랑에 빠지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를 부풀려 그리거나 꿈을 반영하곤 한다. 물론 숱한 다툼 끝에 현실과 가까워지기는 하지만, 별다른 부딪힘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레오처럼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 대개는 아내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겠지만.

 

 

레오의 증상은 정신의학에서 카그라스 증후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의학서가 아닌 문학이기에, 그의 정신보다는 심리 상태를 바라보며 읽었다. 실제 작가의 아버지이자, 작중 의미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츠비 갈첸'과 관련된 기상학 내용들도 마찬가지로 과학적 접근보다는 문학적으로 읽었다. 문학적으로 접근하면 대개의 것들이 감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레오의 심리부터 딱딱한 기상학 논문의 구절들까지 모두 시처럼 다가왔다. 예보에 대한 이야기는 레오의 사랑 못지 않게 무척 의미심장하게 읽혔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현재의 기상 상태를 파악하는 것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컴퓨터가 필요하므로 미래의 예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예측이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내일 날씨를 오늘 밤에 알아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으로서 예보의 책임을 피하는 듯한 말이 약간 괘씸하기도 하지만, 삶의 은유로 생각하면 고개가 꽤 끄덕여진다. 알 수 없는 미래보다 온 힘을 기울여도 쉽지 않은 오늘을 사는 데에 더 열중하고 싶어진다.

 

 

예보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레오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레오는 '진짜' 레마를 찾는 일을 소설이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지만, 서서히 '가짜' 레마와의 협상을 통해 일단은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열중한다. 심지어 아무래도 진짜일 것 같은 '가짜' 레마가 지적하듯, 그는 사실상 '진짜' 레마를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레마를 가짜로 부정할 수 없게 된 레오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레마 가족에 대한 사연도 물은 적 없고, 수두룩한 비밀을 유지하며 살아 온 자신에 대한 자책도 충동적인 여정 속에서 깨달았을 수 있다. 베이컨의 회화처럼 왜곡을 통해 진실이 더 잘 드러나기도 하듯, 레오의 비틀어진 생각은 레마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더 진실된 것으로 만들게 되진 않을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이들은, 지금 당장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지 강력한 의심을 품어보는 것도 어쩌면 사랑의 증폭제가 되어줄 수 있겠다. 당연히 뒷감당은 셀프!



그렇게 모든 것이 똑같았지만 그 여자는 레마가 아니었다. 나는 그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14쪽) 

 

 

나는 개를 데리고 세인트 존 대성당 계단으로 갔다. 개는 무수히 많은 칭찬을 들었지만 나는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77쪽)

 

 

"미래 예보는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현재 예보도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131쪽)

 

 

"당신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가끔 나를 좋아하는 걸 빼곤." (201쪽)

l******e 2014.04.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Atmospheric Disturb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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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Atmospheric Disturbances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슬픈 날씨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레오가 꼭 나인 것만 같고 내가 꼭 레오인 것만 같은 우울한 날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당신은 객관적 판단을 통해 자신을 적당히 조율할 줄 아는 논리적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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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Atmospheric Disturbances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슬픈 날씨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를까? 레오가 꼭 나인 것만 같고 내가 꼭 레오인 것만 같은 우울한 날이다. 한번 상상해 보자. 당신은 객관적 판단을 통해 자신을 적당히 조율할 줄 아는 논리적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도 바보 같은 구석을 늘 숨길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중요한 건 당신이 규정된 관계로서 환자를 대할 때 말고는 외톨이라는 점이다. 그 외의 존재로는 오직 아내가 있는데 그녀에게도 거리를 둬 침묵을 남겨둔다. 그래도 웬만한 개인적인 얘기 상대는 부인뿐이다. 외로울 수도 있지만 이미 익숙해져 있다. 존재를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것이고 당신도 그걸 알고 있다. 사랑의 실천에 대해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기술한다. 「사실상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사랑의 능력의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러나 사랑의 상실이 논리로 극복할 수 없는 불가해한 형태로 다가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때도 지난 날 홀로 있지 못했던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게 놔둬야 할까. (물론 에리히 프롬은 정말 혼자 있으라는 얘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예로 젊고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 곁에 있는 것이 한편으론 이해관계의 산실이라고 여기고 있던 사내가 어느 날 텅 빈 집안에서 왠지 영원할 것만 같은 아내의 부재를 겪고 있던 와중이라면 말이다. 그런 와중에 들어온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아내를 닮고 있긴 했지만 평소에 그녀자신이 질색했던 강아지를 품에 안고 있다면 말이다. 그녀가 도플갱어라는 여러 증거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면 말이다.

 

 

 

 

 

   아까는 당신이 객관적인 사람이라고 전제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객관적일 수 없는 것은 도플갱어라는 외부자극에 의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당신 내부에 언제부터인가 있었을 오류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오직 에리히 프롬이 또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고 내가 그걸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세계에 대한 비 객관적 견해, 곧 우리의 자아도취적 방향에 의해 왜곡된 견해를 갖고 있다.」 당신은 아내가 가짜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굳이 가짜가 곁에 있는 것이 의아하다. 그러나 아내가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예 배제한다. 그것이 모든 의문의 씨눈이 되어서 당신 세계에 혼란과 새로운 질서를 장착한다. 게다가 새로운 질서는 그 절대적인 토대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충분히 논리적이다. 이는 나의 일상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오류인데 예를 들어 나는 무언가를 재해석할 때 다분히 내 안의 결론에 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그걸 인지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그 확신적 결론이 어디서부터 내게 강림했는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일반적으로 경험으로부터 왔을 거라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오가 버림받음에 대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서의 다양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묘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해석적이고 이것 또한 왜곡된 견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사랑이란 뭘까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결혼이라는 특별한 제도에 의해 둥지를 만들지만 그로 인해 눈물 흘리는 예가 얼마나 비일비재한가. 공동체 사회에서는 당위적인 결론들이 행동을 결정지었다. 지금은 결혼의 당위가 그보다 덜하다. 그러나 대다수가 평생을 함께 할 짝을 택한다. 그 까닭은 모를 일이다. 아니면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타인들로 구성된 사회구조에서 살고 있다. 그건 일견 북적거리는 생동감을 안겨준다. 타인들의 얼굴은 마치 우리가 보는 모든 걸 반영하는 것만 같다. 주입받은 혹은 인지한 모든 것들이 타인들을 하나의 거대한 가면으로 만들고 그것은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무척 무서운 모양을 띠기도 한다. 사랑은 그 가면의 주재료다. 배타적인 형태의 사랑도 인류애도 혹은 자연을 향한 세레나데도 우리 삶에 깨알같이 영향을 끼친다. 레오는 레마가 자신만을 사랑할 수는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아마도 그 자신에 대해 그 자신이 내린 평가에 의해서 더욱 말이다. 서문에 나왔듯이 「사랑은 침묵 속의 해석에서 탄생하고 자라난다.」레오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레마다운이란 형용사가 입에 붙을 정도로 그녀에 대한 해석을 알알이 쌓아갔다. 나는 그 점이 슬펐다. 그러나 모든 건 그의 비 객관적인 전제로 인해 정밀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가 가짜라는 그 변치 않을 진실에 익숙해질 때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때때로 오류에 대해 몰아닥쳐올 감정에 의해 그녀와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s*****0 2011.03.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