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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위에서>를 보면 무문관수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불교에서는 눕지 않고 앉아서만 수행하는 장좌불와, 잠을 자지 않고 참선하는 용맹정진과 더불어 무문관 수행을 가장 어려운 수행으로 여긴다 한다.
이 책은, 동은스님이 2002년 5월에서 8월까지 삼개월동안 강진 백련사에서 무문관수행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그날그날 적은 일기다.
무문관수행에서 수행자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수행을 할까 과연 화두란 뭘까 궁금했고 무문관수행에 대해 알아보던 중 발견한 책이다. 포교사 자격증이 있는 친구에게 한 권, 불심이 깊은 사무실 동료에게 한 권을 선물하고, 같이 읽은 책이다.
무문관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강진만 바다와 후박나무와 마당의 풀과 그 자연에 내려앉는 달빛과 비와 바람의 흔적들에 대한 감상이 많다. 그리고 무문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몸의 상처가 심해지면서 그로 인한 고통스러움을 쓴 글들과 결국 다른 스님들의 권유에 못이겨 수행 중간에 입원을 해야했던 과정등을 읽으며 좀 범속하다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의 삼분의 이 정도를 읽었을 때이다. 마침 이 책을 같이 읽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치열하지도 않고 동은스님이 무슨 화두를 갖고 수행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사무실 동료는 이야기한다. 이 정도의 평정심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마음이 깊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문이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삼일도 견디지 못할 거라 한다. 이 정도라면 난 삼일은 거뜬히 지낼 수 있겠다 했더니. 그건 당신의 '오만'이란다. 화두란 것은 입밖으로 내기도 어려운 것이며 수행자들이 그걸 깨닫게 되어 내게 말을 해준다해도 나는 그것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오만. 그 단어에 순식간 마음을 베였다. 늘상 만지던 종이, 아무런 긴장없이 만지던 종이에 손가락을 베였을 때 온몸의 세포가 촉수처럼 일어서던 바로 그 느낌으로 오만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아. 나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이 책을 읽고 있었구나. 동은스님도 책에서 적고 있듯이 처음 스님들의 생활을 접했을 때 일반일들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던 부분에서 좀 실망했었다고 했는데. 무문관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생활이 정말 각고의 고통으로 연속될 것이라는 내 기준치를 세워두고 그 기준치로 이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한 책읽기를 하고 있었구나. 영 쓸데없는 책읽기를 하고 있었구나. 그 상황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들어가 보고자 했다 한들 온전히 그렇게 되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이러이러 할 것이라는 어떤 기준을 세워두고 그 기대치에 견주어 책을 읽고 내 기대치에 미치치 못할 때 책에 대한 폄하를 서슴치 않는 책읽기는 아예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후, 책의 나머지 삼분의 일은 겸손한 마음으로 찬찬히 읽었다. 책의 마지막부분에서 동은스님이 이 책에 대한 후기로 적었던 글귀가 선연하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정진중,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느낌들을 일일이 적을 수는 없었다고..." 아뿔싸! 동료가 이야기했던 화두에 대한 내용이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구절, 이미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오만이라는 단어에 겹쳐져 나를 부끄럽게 했다.
내 마음속 오만함이 벗겨지고 세상사에 더 겸손해진 후, 다시 한번 읽어 볼 책으로 간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