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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사뒀다가 오늘에서야 읽었다. 나의 다우(茶友)이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 자하연한의원 원장이신 한의사 임형택 박사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화병' 이야기로 시작한다. 화병은 울화병과 같은 말이다. 울(鬱)은 원인이고 화(火)는 증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울(鬱)은 일단 복잡하게 생긴 한자다.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뜻이 있고, 무성하고 우거지다는 뜻도 있다. 맺히고 쌓이다는 뜻도 있다. 뭔가가 맺히고 쌓여서 갑갑한 상태가 울(鬱)이다. 가슴에서부터 더운 김이 위로 치솟아오르는 느낌이 화(火)다. 화와 열은 다르다. 화는 자각 증상이고 열은 실제적인 체온 상승을 의미한다. 열이 없어도 화를 느낄 수 있다. 화는 일상적이지만 그 결과는 참혹할 수 있다. 화는 마음에서 시작하였으나 모든 신체적 증상의 원인이 된다. 그 증상이 너무 많아 나열하기가 어렵다. 책에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한의학 관점에서 본 화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담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병도 신체를 치료함으로써 회복될 수 있다고 하는데, 오장의 기능을 조절하고 강화하여 인간의 정신 기능을 조절하고 자율신경을 안정시켜 화병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병이 마음에서 생긴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병을 예방하는 것을 의학의 최고 목표로 삼아왔다.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마음속의 모든 의심이나 걱정, 생각, 망념, 불평을 풀라. 세상만사 모두 공이요, 이루었다는 것도 망상이요, 내 몸도 환영이요, 화와 복 모두 본시 없는 것이어서 생사 모두 일몽이다."하였다. "한번 깨닫고 나서 이를 알면 자연히 청정해져 질병이 낫게 된다. 약이 입에 이르지 않고도 병은 이미 잊은 것이 되니 참된 이가 도에 가깝게 함이 이러하다."고 하였다. 이것이 진인(眞人)의 도(道)다. 화는 감정이다.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잠시 멈추는 작은 노력으로도 극한의 순간은 넘길 수 있다. 감정은 어찌할 수 없어도 감정을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있다. 태도를 먼저 바꾸면 감정 자체를 조절하는 법도 자연히 알 수 있다. 감정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대부분 학습에 의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의 결과다. 배워서 생긴 결과이므로, 원한다면 바꿀 수도 있다. 다만 스스로 바꿀 수 없다면 전문의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책에는 여러 계층 사람들의 화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어린이의 화병이다. 준비물을 제대로 챙겼는지, 머리를 양쪽으로 똑같이 묶었는지, 양말목이 똑같이 올라왔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것처럼 동일한 것을 반복하여 확인한다면 어린이 화병을 의심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일을 못 하고 화를 내며 정리한 것을 흐트러뜨리기도 한다. 책을 찢거나 칼로 책상을 긁는가 하면 친구와 싸우는 등 일탈 양상을 보인다. 어린이에게도 화병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나 화병은 4,50대가 많다. 신체가 허약해져 화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는 화병의 치료에 대한 이야기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여러 방법도 있고, 한의학적으로 다스리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실은 어려운 것들이다. 실천할 수 있다면 처음부터 화병에 노출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합리적으로 화를 낼 수 있다면 화병은 이미 거리가 멀다. 멈추고 생각하고 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화병과는 평생 마주칠 일이 없다. 화가 난다고 해서 모두 화병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정작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고, 읽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것 같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몸이 크게 상한 후에야 후회를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나와 인연이 닿는 모든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화를 제대로 알고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