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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판타지, 낭만과 공포 사이- 글피 글·그림 『풀 뜯어 먹는 소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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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판타지, 낭만과 공포 사이- 글피 글·그림 『풀 뜯어 먹는 소리 2』       『풀 뜯어 먹는 소리』(글피 글·그림, 네오카툰, 2017) 2권을 읽는다. 웹툰을 그리는 젊은 부부가 시골로 내려가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이다. 귀향하는 과정이 그려진 1권에 이어 2권에는 치마요가 출산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시골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젊은 부부의 삶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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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판타지, 낭만과 공포 사이

- 글피 글·그림 『풀 뜯어 먹는 소리 2』

 

 

 

풀 뜯어 먹는 소리』(글피 글·그림, 네오카툰, 2017) 2권을 읽는다. 웹툰을 그리는 젊은 부부가 시골로 내려가 생활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이다. 귀향하는 과정이 그려진 1권에 이어 2권에는 치마요가 출산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시골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가는 젊은 부부의 삶 또한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시골 통나무집을 향한 환상=낭만이 시골 생활의 한편에 있다면, 여기저기 들끓는 벌레들에 대한 공포는 시골 생활의 다른 한편을 보여준다. 머리 안으로 들어간 파리 때문에 치마요가 호들갑을 떠는 건 예사이고, 삐직삐직 소리로 자기 존재를 알리는 커다란 지네를 보면 통나무집 낭만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묘한 건 시간이 흐르면 그 끔찍했던 일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는 점에 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일까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있을 테지만, 시간만으로는 안 되는 일들이 사실은 더 많다. 아기 낳는 일도 그렇지 않은가? 10개월이 지나면 아기가 태어난다. 정말, 시간만 흐르면 자연스레 아기 엄마 아빠가 될 것 같다. 작가는 아기 낳는 일을 치마요가 앓는 지독한 생리통에 비유한다. 여자가 아니니 나는 그 고통을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고통을 가늠할 수 있을 성싶다. 시간에 덧붙여 엄청난 고통을 겪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된다. 아이를 낳으면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아이를 낳고 부부는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다. 조리원 사람들이 모든 일을 챙겨준다.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는 안락한 삶이 펼쳐진다.

 

이렇든 저렇든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2주는 어느덧 지나고 부부는 통나무집에 돌아온다. “누가 뭐래도 역시 우리 집이 제일 편하군요!”라고 치마요는 무심결에 외친다. 과연 그럴까?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 “이제 육아가 시작되는구나!!”라고 소리치는 두 사람의 얼굴에 공포(?)가 밀려온다. 가뜩이나 병원과는 거리가 있는 곳에 부부는 살고 있다. 우는 아기를 살피다가 부부는 아기 얼굴에 빨간 점이 있는 걸 발견한다. 신경이 엄청 쓰인다. 부부가 나서기 전에 이미 조카 바보가 된 삼촌 미욱이 먼저 나선다. 의사는 혈관종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언제나 병명은 무섭게 들린다.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 한두 달이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 치마요는 의사의 말을 듣고 이내 시무룩해진다. 엄마 마음이다.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의 육아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은 8월 말에 출간되었다. 여름특집으로 알래스카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유이다. 알래스카는 치마요 막내이모가 사는 곳이다. 부부는 결혼하기 전 한 달 동안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귀촌 2년 전, ‘시골 생활을 미리 해본 셈이다. 막내이모 부부는 알래스카에서 리조트를 운영한다. 크고 화려한 리조트를 생각하면 안 된다.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통나무집 여러 채가 세워졌다. 이모 부부가 사는 이곳에도 짐승이 많다. 현존하는 사슴 중 가장 크다는 무스가 자주 보이고, 간혹 곰도 리조트 주변으로 내려온단다. 천도복-치마요 부부가 사는 시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치마요는 알래스카에 사는 이모 부부를 보며 귀촌과 자급자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웹툰으로 먹고 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천도복을 꼬드길 때는 웹툰이 대세란 말을 수없이 해댔지만 상황은 어찌될지 모르는 거다. 대비할 수 있을 때 대비해야 한다.

 

  

귀촌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텃밭을 가꾸는 일을 빼놓을 수는 없을 듯싶다. 텃밭을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씨앗을 뿌리고 시간이 흐르면자연스레 텃밭은 여러 먹을거리로 가득 찰까? 그럴 리가 없다. 웹툰을 그리는 작가다 보니 이들 부부는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당연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언감생심이다. 간만에 일찍 일어나도 병원이니 마트니 가야 할 곳이 많다. 날씨가 더우면 텃밭 가꾸기는 아예 머리에서 사라진다. 어느 날 부부가 텃밭을 보니 경계가 없는 숲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곳에서는 싹이 텄더라도 열매가 제대로 맺을 리 없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시골 생활에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부부는 다시금 깨닫는다. 몸을 움직인 만큼 땅은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준다. 그래도 귀촌 첫해보다는 올해가 나았나 보다. 이 책 맨 뒤에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나 과일이 사진으로 제시되어 있다. 웹툰을 그리는 젊은 부부가 시골에 적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o*****s 2017.12.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