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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늘처럼 고요한 여름날, 푸른 숲 속 자연의 품에 홀로 안겨 있다 보면, 저 바깥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이 세상을 오로지 나 혼자 살아가고 있는 건지 모호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 기억의 묘지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죽어 버린 생각들이 되살아나고 엄청난 사랑의 힘이 가슴속으로 되돌아 와,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신비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 아름다운 존재를 향해 흘러간다. (P. 146)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는 찰나, 하나의 이미지로 와서 박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사랑의 깊이를 적잖이 헤아려본 적 있을 터다. 눈을 깜박일 때마다 새롭게 인화되는 사진들이 여전히 가슴을 지펴주기에 따뜻하다. 한때의 격렬했던 감정은 바람 자는 호수인 양 일렁임도 없다. 오후 햇살 듬뿍 받아 한층 눈부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구름 베일을 벗어 던지고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달처럼 내 영혼 앞에(P. 31)’ 나타난 마리아.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못했던 내게 마리아가 타인으로, 그러나 온전한 타인은 아닌 대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은 어린 시절에서 끝나지 않았다. 끈의 한쪽 끝을 잡고 있는 마리아와 반대편에서 끌어당기길 기다리며 끈을 놓지 않는 나. 숙성한 몸으로 서로의 크기에 각자의 인식을 맞추는 청춘. 타인과 자신을 혼돈할 나이는 지났건만 사랑 앞에서는 다시 하나의 존재가 되는 나. 내 것은 아니지만 내 것이어야 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존재임을, 나 자신을 믿듯 믿을 수 있는 존재,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 자신보다 더 가까운 존재임을 진심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이 없다면 내 생명은 생명이 아니며 죽음조차 죽음이 아닌 존재, 그것이 없다면 나라는 가엾은 존재는 한숨처럼 허공으로 흩어지고 말 그 존재를 느끼고 싶었다. ((P. 133) 이렇다 할 위기도 없는,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이다. 주요 인물도 많지 않다. 신이 당장 생명을 거두어가도 불평하지 않을 병약한 마리아와 잠깐의 방황 끝에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고 힘차게 내딛는 나와 이 둘 사이를 미묘하게 오가는 의사가 전부다. 마리아를 하루라도 더 연명하도록 애쓰는 게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도 되는 듯 구는 의사가 미심쩍지만 그것도 이내 풀린다. 마리아와 내가 지상에서 단 한번뿐일 찬란한 순간을 만끽하자마자 서둘러 찾아온 이별을, 이별은 사랑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음을, 오히려 보다 아름다운 영속성이 있음을 남은 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는 역할로 소설이 품고 있는 삶의 비밀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어째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과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하루하루 미루기만 하는가? (P. 94) 만약 막스 밀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십대에 읽었더라면 내 사랑의 기억은 보다 눈부시지 않았을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가슴을 덥히지 않았을까. 서랍 안에 잘 정돈된 물건처럼 흐트러짐을 찾을 수 없어 꽤 오랫동안, 어쩌면 일생을 흐뭇하게 보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향한 정직하고 숭고한 감정의 물결을 잔잔하게 보여준 이 책은 우리가 왜 고전을 펼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숨겨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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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다시 읽어 본다. ![]()
사랑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이야기인 만큼,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여 다른 이를 만나고 사랑을 키워 가는지,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우리의 사랑은 결국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 ![]() 이 작품은 8개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내용은 인간이 경험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나타내기에 그에 걸맞은 각각의 제목을 붙여 볼 수 있다. 여러 빛깔의 무지개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없이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이야기들은 각각의 의미를 가지는 동시에 신비로운 그림 하나로 완성된다. (p160. 독일인의 사랑 제대로 읽기 중에서) 이 작품이 더욱 마음에 감동을 주는 것은 마리아는 어려서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기에 항상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렇게 맑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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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에서 나온 징검다리 클래식시리즈는 청소년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원작의 맛과 재미를 그대로 살려 다듬은 명작 시리즈다. 각 작품에 작가나 작품에 대한 풍부한 설명과 사진이 담긴 부록은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하지만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데도 한 몫을 단단히 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아이들은 이 시리즈를 고집하며 명작을 즐긴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강추하는 명작시리즈다.
이번에 새로 읽은 책은 시리즈 31번째로 나온 독일 소설이다. 이성간의 사랑이 이렇게 진지하고도 깊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작품이다. 대중소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시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한 막스 뮐러의 작품 [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의 소설은 유일하게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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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어봤다고 자부함에도 불구하고 막스 뮐러의 단 하나뿐인 작품 <<독일인의 사랑>>은 처음 읽어보았다. 막스 뮐러는 소설가로서보다는 종교학, 동양학, 비교언어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더 큰 이름을 남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유일한 소설인 <독일인의 사랑>이 사랑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고전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작품은 두 남녀의 고귀한 사랑을 시와 같은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두 주인공은 종교, 사랑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종교학의 권위자였던 막스 뮐러의 사상이 가미되어 있다. 특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나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 전문을 이용하기도 했으며, 아름다운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인의 사랑>에 대해서 ’시처럼 음악처럼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의 본질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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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따뜻하고 싱그러운 계절. 그래서 여기 저기 결혼식 소식으로 주말 스케쥴이 가득차고 덕분에(?) 축의금으로 지갑이 가벼워지는 달이다.
<독일인의 사랑>의 주인공의 8가지 회상으로 이루어진 책. 주인공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나'와 '타인'이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고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햇던 천사같은 소녀가 자신의 동생들에게 반지를 건네주며 작별인사를 할 때 자신은 그 반지의 주인이 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런 소년에게 예기치 않게 소녀가 반지를 건네자, "네 것은 곧 내 것이다"라며 다시 돌려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와 소녀와 재회한 소년은 신, 종교,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녀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단지 '불치병에 걸린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야기' 라는 진부한소재로 끝날 수 없는 이유는 이 두 사람의 전혀 가볍지 않은 대화에 있다. 특히 소녀의 깊이 있는 철학적 소양은 그녀 존재의 의미이기도 하다.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고 그렇다 할 '악역'도 없다. 그나마 소년에게 소녀를 떠날 것을 권하는 늙은 의사가 있을 뿐이다. 그 마저도 '악의'가 아닌 소녀를 향한 또 다른 사랑, '선의'로 어쩔 수 없이 둘의 방해꾼의 역할을 맡을 뿐이다.
소녀가 떠난 후... 소년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늙은 의사가 그러했듯 소년의 사랑이 어떤 영속적인 것으로 되살아 계속 될 것임을 암시하는 마지막 부분이 여운이 남는다.
짧은 이야기 시적인 표현이 은은한 수채화 같은 삽화와 함께 빛이 나는 작품. 그리고 '플라토닉 사랑'이 이들의 사랑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고전의 아름다움과 작품성, 가치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이 있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집어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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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열심히 읽고자 하는 의욕은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손에 들기까지의 과정도 쉽지 않지만, 큰 맘(?) 먹고 책을 펼쳐보아도 중도에 포기하고만 적도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고전 울렁증'을 앓게 되고 말았다. 그러다 좋은 기회에 푸른숲의 징검다리 클래식에서 나온 <독일인의 사랑>을 읽게 되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모르지만 고전에 대해 별 지식이 없는 나에게도 귀에 익은 제목의 작품이어서 꽤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150페이지도 안 되는 가벼운 분량 덕에 꽤 용기를 얻었다. 고전에 익숙지 않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책이니 더 읽기 수월하지 않을까 예상도 했고 말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척 병약해서 침대에만 누워 있는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남자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그녀에 대한 자그마한 사랑을 키워오다가 청년이 된 후 마침내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와 함께, 언제 죽음이 닥칠지 알 수 없는 그녀의 상황이 둘 사이에 장애물이 된다. 이 줄거리만으로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점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이 작품의 진정한 묘미는 그들의 사랑을 표현한 주옥같이 아름다운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즐기면서 삶을 흘려보내는 것일까? 매일이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으며, 잃어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어째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과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하루하루 미루기만 하는가? (-p94)
신은 네가 고통스러운 삶을 선사하셨지만, 너와 그 고통을 나누라고 나를 보내신 거야. 너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야. 무거운 돛을 달고 나아가는 배처럼 우리는 그 고통을 함께 짊어져야 해. 그러면 바로 그 고통이라는 돛이 인생의 폭풍우를 헤치고 결국에는 안전한 항구로 인도할 거야. (-p142)
위의 문장 외에도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아름다운 언어들이 너무나 많아 눈으로 문장을 좇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안해진다. 평소 자극적인 줄거리의 메체만 즐겨 보았는데.,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순수한 마음과 사랑으로 인해 무척 뜻 깊은 독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엇다. 게다가 드문드문 아름다운 일러스트도 곁들어져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또, 상황 전개보다는 인물의 심리를 표현한 글들이 많았는데, 이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은 한 번 읽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책의 후반에 첨부된 작품해설을 보면 대강의 줄거리는 물론 그 배경까지 세밀하게 알 수 있지만, 작품 자체의 묘미를 느끼고자 한다면 최소 두, 세 번은 다시 읽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막연한 고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칫 놓칠 뻔했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이해하기에 벅차더라도 무조건 원본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작품의 이해를 추구하기 보다는 단순히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의 원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게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융통성있게 나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고전 독파에 어려움을 느낄 경우 '징검가리 클래식'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청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