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올해 고2로 올라간 여고생이다. 엄마가 요즘 선물을 자주 주시는데 죄다 책뿐이다.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물이 책이라는 걸 모르시는 걸까? 나도 사실 책 선물이 반갑진 않다. 벌써부터 엄마가 수능 논술 걱정을 하는 걸 뻔히 알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엄마 때문에 책을 좋아한 건 맞지만 요즘은 독서가 별로다. 책 읽은 시간도 없고. 게다가 엄마가 주신 책들은 완전 짜증나는 이름들뿐. 헤밍웨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등등. 표지도 따분하고 내용은 더 지루하다. 공부할 교과서가 더 는 것만 같다. 아휴~ 한숨만 나온다. 근데 그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얼른 집어 들었다. 쬐끄맣고 새파란 게 참 예쁘다. <괴테 청춘에 답하다>를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청춘에 답하다?” 엄마는 날 청춘이라고 생각한 거야? 좀 웃기지만. 암튼... 엄마는 글쓰기 연습을 자꾸 해버릇해야 논술이 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말이 없는 편이라 엄마는 나름 날 걱정하는 것 같다. 지난번 아빠랑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다고 한다. 사실 난 할 얘기가 없어서 그런 것뿐인데. 난 아무 생각이 없을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 그런 거 아닌가? 엄마는 내가 사춘기 우울증이라도 걸릴까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로 써보라고 한다. 한번은 내가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난 글쓰는 거 싫다니까!” 엄마는 깜짝 놀란 듯했다. 괜히 미안했다. 엄마는 책을 읽고나서 감상문을 써보는 게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늘 달고 다니신다. 그래서 지금 <괴테 청춘에 답하다>를 읽고 감상문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의 목차를 먼저 보고 제일 먼저 “독서에 대해”라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괴테도 우리 엄마와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뛰어난 작품들을 읽어라. 고전을 많이 읽어라. 책을 읽고 교양을 쌓아라” 등등. 엄마 말씀이 잔소리만은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좋은 게 별로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 고전이 몽땅 이런 식으로 잘 요약되었음 좋겠다. 엄마가 이 글을 읽는다면 내 걱정 안 하셨음 좋겠다. 그리고 제발 “엄마 딸!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 그만하셨음 좋겠다. 그 소리 들을 때마다 완전 닭살이다. 엄마 나도 다 컸거든요! 그리고 나 사춘기 우울증 아니예요. 내가 말 안하고 있을 땐 아무 생각 없어서 그런 거예요. 엄마 사랑해요~
|
|
|
|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소설을 읽었다.. |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 외에 괴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
|
하룻밤 안에 쉬지 않고 읽었다. 통 책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었는데 <괴테 청춘에 답하다>는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청춘이라 하기엔 뻔뻔한(?) 중년의 주부이지만 이 책은 삶과 일과 생활에 지치고, 날마다 제자리 걸음인 인생을 사는 우리 세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마비된 뇌를 움직여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사랑을 다 쏟았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을 공급받지 못해 헛헛하고 외롭고 우울한 주부들. 괴테는 그런 우리에게 사심을 버리는 게 진짜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 주부들은 아무리 가족이지만 돌아오지 않는 사랑 때문에 솔직히 힘들어한다. 괴테도 그랬을지 모르겠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는 나도 모른다."라는 말에서 괴테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 같았다.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나도 진짜 가족을 사랑한 걸까? 잘 모르겠다. 이 외에도 일과 인간관계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많은 진실이 담겨있다. 특히 나처럼 조용히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한 주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
1시간으로 예고되었던 기획회의가 3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아침 점심을 스트레이트로 굶은 데다 며칠 회의를 준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허기는 둘째 치고 심한 피로가 밀려왔다. 아무 성과 없이 진만 뺀 기획회의. 며칠 오늘 회의에 올인했지만 난 정곡을 파고들지 못했고 그런 내 자신에게 몹시 지쳐있었다. 허겁지겁 올라탄 지하철. 그런데 어떤 짙은 블루가 내 지친 눈길을 사로잡았다. 왼쪽 깊숙한 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매혹적인 커버로 뒤덮인 책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내 몸이 저절로 그 앞으로 다가갔다. 가만 보니 메탈이 은은히 번진 진한 사파이어 색감의 조그마한 책이었다. 무척 고급스럽고 매혹적이었다. 게다가 그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파란 눈의 짧은 금발의 미녀였다. 그 장면은 지하철 내부를 완전히 분리시켜버렸다. 흑백의 풍경에서 튀어나온 비현실적인 블루. 누군들 그 장면을 잊겠는가? 그동안의 모든 좌절과 피로를 씻겨주는 태평양 같은 평안함. 여름 바다 같은 청량함. 난 그 장면과 책 제목을 머릿속에 억지로 새기고 집에 가자마자 책을 구입하고 읽었다. <괴테 청춘에 답하다>. 커버 속의 알맹이는 더욱 달콤하고 맛있었다. 괴테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과연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를 자살시킨 그 괴테가 맞는지 싶었다. 시대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했던 괴테가 전부는 아니다. 괴테는 진정 균형잡힌 인물이었다. 이 책에서 괴테는 결코 자신의 고귀함을 뻐기기 위해 점잔빼지 않는다. 모든 진실을 다 가르쳐준다. 순수함과 이치를 두루 갖춘 괴테의 가르침은 결코 세속적이지도 않고 관념적이지도 않다. 시대를 초월해 어른으로서 철학자로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아주 잘 가르쳐준다. "나는 작가라는 천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다거나,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될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내가 추구한 것은 내 자신을 더욱 현명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내 인격을 고양시키고 내가 옳다고 인정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마 괴테는 작가로서 순수미와 대중성 사이에서 무척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결론엔 해답이라 할만한 진정성과 설득력이 있다. 이것을 넘어선 답이 또 있을까?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삶을 재충전하기도 한다. 이 책은 창의력이 고갈되어 있던 나에게 생명수와도 같은 활력을 주었다.
|
|
고전은 펼쳐보기만 해도 하품이 나온다는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다. 어쩐지 교과서를 떠올리게 되어... 자꾸 억지로 머릿속에 뭔가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도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직장생활을 하고...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습게도 "옛말 그른 게 하나도 없다"는 말에 대해 굉장한 공감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대충 넘겨보다가...처음 멈짓한 구절이 있다. "존경심 없는 스스럼 없음은 코미디다." 마찬가지로 껍데기만의 정중한 예의에 관한 경계도 함께 언급한다... 이후로 한장한장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몰랐다기보다는 알아도 무심하게 여겼던... 하지만 마음속에 새겨두면 절대 세상 살아가는 데 손해 볼 일이 없는 지혜의 엑기스들로 가득하다.. 현명한 조언자 한 명을 알게 된 기분? 한 구절씩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