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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에 추리와 SF를 가미한, 노련한 쉐프의 특선 요리
"‘연애시대’에 추리와 SF를 가미한, 노련한 쉐프의 특선 요리" 내용보기
서른 여섯 살의 남자. 강남에 빌딩을 갖고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 아버지를 두고 있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벤츠를 선물할 정도로 재력가이다. 본인 역시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아버지와 같이 약사를 하고 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가 하나 있고, 이번 여름 휴가엔 코타키나발루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 남자, 고민이라고는 하나도 없
"‘연애시대’에 추리와 SF를 가미한, 노련한 쉐프의 특선 요리" 내용보기

서른 여섯 살의 남자.

강남에 빌딩을 갖고 약국을 경영하는 약사 아버지를 두고 있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벤츠를 선물할 정도로 재력가이다.

본인 역시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아버지와 같이 약사를 하고 있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딸 아이가 하나 있고,

이번 여름 휴가엔 코타키나발루로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 남자, 고민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신랑감.

이런 사람이 뭔가 고민이 있다고 하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사치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네가 세상을 알기나 하냐? 국으로 입 다물고 그냥 감사하며 살아라. ‘88만원 세대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 강남에 빌딩 있어, 아버지 잘 나가, 본인 잘 나가, 도대체 아쉬운 게 뭔데?”

아마 당장 이렇게 응수할 테니깐.

 

그런데 이 남자, 그렇게 스탠다드하지 않다.

이종격투기를 한다. 해외에서 하는 대회에까지 출전한 경력이 있고, 약사라는 직업이 더해져 이미 여러 번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무엇 하나 아쉬울 게 없을 것 같은, 완벽해 보이는 이 남자가 이종격투기를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카시오페아공주는 이 남자와 자신이 카시오페아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말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여자는 남자의 딸이 다니는 영어 유치원의 선생님이다. 아침마다 딸을 바래다주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친근해진다.

 

30대의 남성과 그가 만나게 된 젊은 여자의 이야기.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소재인데, 여자가 외계인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자에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상처와 그로 인한 복수심이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것이 된다. 우리의 모든 일상이 그러한 것처럼.

 

이재익은 흔하디 흔한 소재에 추리 소설과 SF 소설의 장르적 특성을 적절히 배합하여 단순한 드라마나 멜로가 아닌 유일한하고 특별한이야기로 만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재익은 숙련된 쉐프이다. 결국 모든 건 배합의 기술이니깐. 똑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누가 한 음식은 맛이 없고 누가 한 음식은 맛이 있다면 그건 좋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함께, 재료들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요리사의 탁월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걸 실력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이재익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선천적으로 스토리텔링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 어떻게 적절하게 배합해야 맛이 있을지 그 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는 손맛의 달인처럼.

 

[덧붙임] 1. 이 작품이 가진 하나의 미덕은 한때는 진리나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이젠 판타지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고 그것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준다는 데 있다. 사랑이나 용서, 가족애 같은 것. 이젠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고릿적 것들에 대한 가치를 믿고 싶게끔 해준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고. 그런 측면에서 이 작가는 마술사다.

2. 이 작품 역시 오디오북으로 들었다. 1시간 분량의 시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라디오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이 세상에 그와 나, 단 둘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바로 그 사람과 소통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오디오북이 가진 장점 역시 그렇지 않을까? 종이로 된 책이나 소설을 영상화한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몰입하고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에 빠져 들어 결국 두 시간짜리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듣고 말았다. 일부러 몇 바퀴 더 돌다가 파킹랏에 차를 세우고도 한참을 차에서 안 내리고 말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남자주인공 역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참 좋다. 약간 이선균 비슷하기도 한데…  원래 계획은 오디오북을 다 듣고 도서관에 기증하거나, 한국말에 서툰 친구에게 선물하려는 거였는데, 소장할까 고민중. 조승우가 들려줬던 '별' 이후, 마음에 드는 목소리를 발견했다. ^^; 


3.
이 작품은 한마디로 연애 시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베이스는 연애시대인데 거기에 추리와 SF가 가미되어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요리가 만들어졌다. 영상화해도 좋을 듯.



c*****g 2011.05.28.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