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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코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자신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집은 병원인데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이것저것 알고 있었고, 어른 잡지를 보고 휴대전화기로 뉴스를 보기도 했다. 그리고 한자도 많이 알았다. 구스코가 공원에 있는 긴 나무의자에 앉아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기한테도 저런 때가 있었지 했다. 그리고 언제 자신은 어른이 되나 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바로 건너뛰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때 바로 옆에 모르는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그런 괴상한 생각을 하느냐고 했다. 구스코는 갑자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놀랐다. 그리고 구스코는 할아버지를 몰랐는데 할아버지는 구스코를 아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구스코한테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약이 있다면 먹고 싶냐고 하니 구스코는 먹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지팡이 머리를 뽑고 그 안에서 검은 구슬처럼 생긴 약을 주었다.
약을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와서 구스코는 시험해 보려고 아빠 책장에서 두툼한 의학책을 빼서 보았지만 독일말만 보일 뿐 도통 뜻을 알 수 없었다. 영어로 하는 뉴스를 봐도 알 수 없었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달라질까 하고 잤다. 그런데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해도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구스코한테 짝인 마나에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다음 시간은 체육이어서 구스코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 나가서 줄 맨 뒤에 섰다. 그런데 여자애들의 대장 노릇을 하는 후쿠하라 키사가 구스코를 보고 ‘풋’하고 웃었다. 옆에 있는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웃었다. 남자아이들은 구스코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구스코는 대체 아이들이 왜 웃는지 알고 싶었다. 마나에가 구스코한테 가까이 와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서 왜 그런지 가르쳐주었다. 구스코 팬티가 보여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게 지금만 그런 게 아니고 늘 그랬다.
점심시간에 구스코는 마나에와 화장실에서 이야기를 했다. 마나에는 구스코가 팬티가 보이든 말든 마음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스코는 그게 창피하다고 했다. 키사 무리가 구스코를 ‘보여팬’이라고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곳에 키사 무리가 와서 쿠스코와 마나에는 화장실 첫째 칸에 숨었다. 키사 무리는 구스코에 대해 이야기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양말은 짝짝이로 신고 다닌다며. 구스코는 거울을 보는 것은 다른 사람한테 흉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남들이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점검하는 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사 무리는 마나에를 햄이라고 했다. 햄과 보여팬이 잘 어울린다고. 마나에는 팔을 때리면 금세 분홍색이 되어서 본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구스코는 그럴 때 손수건을 찬물에 적셔서 대고 있으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구스코는 자기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신에 대해 몰랐다는 것을 알았다. 할아버지가 준 약은 지식을 알게 해주는 게 아닌가 보다. 키사 무리에는 마나에와 친했던 고사카 아유가 있었다. 키사가 마나에를 햄이라고 해서 아유가 마나에를 떠났다고 했다. 여섯째 시간에 아유가 울면서 교실에서 뛰어나갔다. 선생님은 아이들한테 자습하라고 하고 따라갔다. 아이들이 키사가 아유한테 뭐라고 했을거라고 말했다. 구스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키사 자리에 갔다. 키사가 한 말 할아버지는 후쿠하라 그룹 회장이고, 엄마는 배우 마리 아이나라고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런데 구스코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마나에는 교실에 돌아온 아유한테 더 마음을 쓰고, 키사와 친하게 지내던 유리도 무척 얼굴이 안 좋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창피를 당하게 했으니 구스코도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어도 사람 마음은 알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구스코는 세상에는 모르는 게 좋은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희선
☆―
‘앞으로 가끔 듣고도 못 들은 척하거나, 알고도 모른 척 하자. 그렇게 하는 거야.’
이 방법을 쓰면 내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몰라도 되는 일은 세상에 득시글득시글 하다고.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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