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들이 사랑방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쑥떡쑥덕, 미주알 고주알, 밑두리 콧두리 캐담은 고소한 이야기들이 책 한가득하다. 우리네 마을 풍경이 그려지고 사람 살아가는 속깊은 이야기가 깨끗한 매향처럼 피어난다. 두런두런 정감어린 이야기들은 아궁이 솥두껑 밥짓는 굴뚝에 하얀 연기로 솟아오른다. 다 재미있다. 정말 재미있다. 이 책 읽으며 한번쯤은 박장대소하게 된다. 빙그레 웃음이 떠오른다. 비단결 같이 곱게 그림과 대화하다가도 마침표 하나에 속 들킨 것처럼 움찔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아쉽다, 아쉬워 벌써 끝났네. 입맛을 다셨다. 책 보는 내내 한동안 날 행복하게 했던 소근거리는 대화들이 깊은 그림에 취한 듯 눈가에 어른거린다. 수백년 전의 일상과 풍경 속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내뿜는 솜씨가 여간내기가 아니다. 무릎을 탁 친다. 이거지. 깊이가 아름답다. 수백년 종가집 장맛처럼 정갈하다. 벌써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간만에 고맙다, 고마워.^^ |
|
지음[知音] 그림보는걸 참 좋아하고, 나름 ’볼줄 아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
그림은 보기는 쉬워보여도 제대로 읽기 힘든 예술품이다. 특히 현대화가 아니고 과거 특히 서양 명화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조선 시대의 그림은 진면목을 파악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린이들게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하여 『마음으로 느끼는 조선의 명화』가 더욱 살갑게 다가온다. 서은경이 조선의 화가와 그들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만화로 재미있게 풀어내어 쉽게 다가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총 10점의 옛 그림이 등장하는데 하나 같이 평소 즐겨보며 아끼던 그림들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이니 말이다. 설명을 붙인 작품은 다음과 같다. 진경산수화로 꽃핀 겸재와 사천의 우정 - 정선의 인왕제색도 갈댓잎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꼬마 달마 - 김홍도의 좌수도해도 꿈꾸듯 날아가듯, 오색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 - 남계우의 군접화훼도 차디찬 세월 속에서도 스승을 향한 마음 변치 않네 - 김정희의 세한도 붉은 치마폭에 깃든 짙은 매화 향기 - 정약용의 매화쌍조도 한바탕 종이 위에 펼쳐진 푸르른 한여름의 녹음 - 강희언의 사인휘호 복숭아꽃 활짝 피어난 꿈속의 무릉도원 - 안견의 몽유도원도 마음 속에 심은 나의 대나무 - 이정의 묵죽도 서릿발 이겨내고 피어난 가을의 향기 - 김홍도의 한정품국도 천년의 달 만년의 강, 선비의 이상을 그리다 - 고사인물화·산수인물화 더구나 이들에 대한 단순한 회화 분석에 그친 게 아니라 그림의 표현 기법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거나 그려진 당시의 사회상을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재구성한 것도 많아 흥미진진하다 하겠다. 물론 원작을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는 감동이 덜하겠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그림의 세계를 한층 더 깊게 이해한 것은 물론 색다른 재미까지 얻었으니 의미 있는 책이었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