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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를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저자를 모르는 이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저자는 유명한 지리학자이다. 대표적인 개론서 몇 권을 집필한 지리교수였기 때문이다. 저자를 아는 사람이거나, 제목에 '지리'라는 학문적 용어가 들어간 이상, 이 책은 전공서적의 느낌이 직관적으로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이 책은 중,고교 지리시간에 지리과목을 배운 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큰 공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리나라의 농작물과 나무, 하천과 평야 및 해안과 인간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리학의 정의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라면, 저자는 우리 국토의 자연과 그 위에서의 인간생활에 대해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학문적 용어가 아닌, 본인의 경험과 관찰을 통한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근대화 이전의 농촌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저자는, 사라진 옛 경관에 대한 그리움, 안타까움을 이 책의 전반적인 정서로 다루고 있다. 저자의 전공분야인 하천과 평야, 해안 부분에서는 이러한 그리움, 안타까움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루면서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 수많은 자연경관들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사실에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여러 전통적 경관과 인간생활들이 사라지는 것에 무작정 분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내에 그리고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로 사라진다는 점이 아쉽다는 것으로 읽힌다. 마치 기약없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한 저자의 심정이 본문 곳곳에 드러난다. 한편 한강 골재채굴 및 한강종합개발, 여러 대규모 간척사업, 해안사구의 규사채굴 부분에서는 저자의 이러한 심정을 넘어서 분노를 하는 모습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이것들은 경제성장을 빌미로 한 적극적인 자연환경 파괴이자 착취임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토건사업들이 정당화되어 아직도 우리의 삶에 개발지상주의로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 분노의 감정이 들 것이다. 한강종합개발 파트의 경우에는 현 정부에 의해 진행중인 4대강 사업과 비교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해방 이후 지리학 전공자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지리학과 지리교육의 발전을 위해 힘쓴 저자의 노력과 그 과정이 곳곳에 솔직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호남평야, 낙동강삼각주 등의 부분에서는, 일본인 지리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지리지식을 그대로 계승해 온 지리학계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성찰이 돋보인다. 저자의 노력에 힘입어 70년대 이후의 교과서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충적평야 파트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한편으로, 저자의 이러한 노력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남북의 갈등이 극심하던 시절에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저자는 간첩으로 오인되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자가용을 사기 전까지 답사 과정에서 몇번이나 경찰서에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해안의 조석의 위력을 모르고 부둣가에 차를 대어 놓았다가, 차가 바다에 잠길 뻔했다가 동네 주민들에게 의해 위기를 벗어난 대목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드는 생각은, 지리학은 연구실 내에서만 다루는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라 실제 자연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생활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지역의 지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명문대 지리학 교수가 아니라, 다름아닌 지역주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저자처럼 지속적인 답사와 탐구적 성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러한 에피소드를 수 차례 겪은 저자이기 때문에, 지리적 내공이 엄청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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