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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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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해(1949년)에 태어난 이시영 시인 신작에 세월호가 새겨져 있다.날씨는 왜 이리 차갑고 바람은 왜 불어오나.시인 어르신이 오늘은 또 어찌 적어 두시려나. 짧은 단신처럼 전해지는 소식을 마치 그대로 옮기듯이 적었다.그래서 이 간명한 진실 앞에 서지 못한 우리를 더욱 몸 둘 바를 모르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하동>, 이시영 시집, 창비(2017)- 세월호 미수습자 합동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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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해(1949년)에 태어난 이시영 시인 신작에 
세월호가 새겨져 있다.

날씨는 왜 이리 차갑고 바람은 왜 불어오나.
시인 어르신이 오늘은 또 어찌 적어 두시려나.

 

짧은 단신처럼 전해지는 소식을 마치 그대로 옮기듯이 적었다.

그래서 이 간명한 진실 앞에 서지 못한 우리를 더욱 몸 둘 바를 모르게 하고 있는 것일까.

 

 

-<하동>, 이시영 시집, 창비(2017)

- 세월호 미수습자 합동 장례식 날 (20171118)

 

 

 

 

a****6 2017.11.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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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벼려진 짧은 시편들이 주던 평화가 돌연 어떤 나른함으로... 이시영, 하동
"잘 벼려진 짧은 시편들이 주던 평화가 돌연 어떤 나른함으로... 이시영, 하동" 내용보기
대전 할머니 산소 다녀오는 길에 걸린 시간이 도합 열 시간 남짓, 돌아와 쓰러져서 자리에 눕고, 중간에 잠시 깨 고양이 용이 약을 먹인 시간을 제하고, 열네 시간을 내리 잤다. 할머니를 비롯해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함께 모셔져 있는 가족 납골묘 앞에서 머문 시간은 이십 분 남짓, 내려오는 길에 여동생이 예약한 식당에서 여동생 내
"잘 벼려진 짧은 시편들이 주던 평화가 돌연 어떤 나른함으로... 이시영, 하동" 내용보기

  대전 할머니 산소 다녀오는 길에 걸린 시간이 도합 열 시간 남짓, 돌아와 쓰러져서 자리에 눕고, 중간에 잠시 깨 고양이 용이 약을 먹인 시간을 제하고, 열네 시간을 내리 잤다. 할머니를 비롯해 할아버지, 그리고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함께 모셔져 있는 가족 납골묘 앞에서 머문 시간은 이십 분 남짓, 내려오는 길에 여동생이 예약한 식당에서 여동생 내외와 조카들, 사촌 누나 내외와 큰 조카, 그리고 작은 조카 내외와 그 아이들까지 함께 한 시간 남짓, 식사를 했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뻘이었다.


   새벽에


  시월은 귀뚜라미의 허리가 가늘어지는 계절
  밤새워 등성이를 넘어온 달은 그것을 안다


  긴긴 연휴에 반드시 통과해야 할 의례를 모두 마쳤다. 그사이 가을은 성큼성큼 근접해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국도변 벌써 잎을 떨구며 스산한 자태를 휘청거리는 어린 가로수들을 보았다. 내려가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근처로는 죽은 고라니가 혀를 빼물고 있었다. 고양이 몸집 크기의 동물 사체도 하나 있었는데, 애써 고양이는 아닐 거야, 혼잣말 하면서 아내에게는 아예 고양이의 고, 고라니의 고, 자도 꺼내지 않았다.


   아침 노래


  로자 룩셈부르크에 의하면 북유럽의 추운 계절, 머나먼 남쪽 나라를 향해 하늘을 나는 독수리 등에는 작은 새들이 겁먹은 눈을 깜빡이며 업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드디어 나일강 변에 이르면 수천 킬로의 비행에 지쳐 나자빠진 독수리 머리맡에서 자신이 지닌 가장 영롱한 아침 노래를 들려준다고 한다.


  이시영의 시야말로 추석에 가장 가까운 시일 것이라고 마음대로 짐작하면서 신간 시집을 훑기 시작한 것이 연휴의 첫날, 모두 읽고 나서는 그저 츱츱, 입맛을 다셨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도 물론 그 그중의 하나다, 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관습적으로 시집을 내는 시인들, 을 비판한 적이 있다. 이에 적지 않은 후배 시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3년여만에 시집을 내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 내가 내 발등을 찍는 행위를 했구나’ 하는 점이다. 나 역시 저 구습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기가 이젠 내 고향


  그 시절 사는 게 모두 어려웠지만 정춘이 형 순천 중앙 극장 목소리 고운 장내 아나운서 꼬드겨 밤기차 타고 서울로 서울로 도망치던 때의 콩닥이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청계천이라나, 하여간 썩은 물 흘러가던 시커먼 판자촌 사글셋방 이불 짐 부리고 담배 한가치 맛있게 태우고 나서 바람벽 기대어 떨고 있는 처자에게 등 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지. “여기가 이젠 내 고향!”


  시인의 짧은 시편들, 나는 그의 짧은 시편들이 시작된 《무늬》라는 시집을 아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지는 시집들에서 연거푸 보여준, 짧은 시편들이 품고 있는 영롱한 감각, 그 감각이 제대로 날아가 꽂혀 있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매번 이마를 탁 치며 좋아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니까 이 시집에 속한 여러 시편들을 바라보면서는 짐짓 고개를 쳐들고 딴 짓을 하게 될 뿐이었다.


   호수


  오리 한 마리가 느리게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자
  호수는 그만 간지러워서 오리 발을 꽉 붙잡았다
  깜짝 놀란 오리가 깃을 털며 날아오르는 소리에
  후다닥 깨어지는 오후의 적막한 평화


  나는 시인의 짧은 시편들이 제공하는 짧은 평화들에 많은 위안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시편들은 짧으나마 깊게 박혀 오래 지속될 어떤 평화가 아닌 영문 모를 나른함을 제공하고는 서둘러 뒷걸음을 치고 있다. 시인이 자신의 시가 도달해 있던 어떤 관습을 깨뜨리고 잘 벼려진 짧은 시편들을 썼듯이, 어쩌면 이제 다시 한 번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잘라내야 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시영 / 하동 / 창비 / 131쪽 / 2017 (2017)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7.10.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