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시선을 두면 고물도 예술로 승화되는 증거들이 책 한권에 가득 들어있다. 모조리 지하 창고행이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물건들을 모으는 재주도 그렇거니와 원래 수명 다한 물건들, 처치곤란한 물건들에 눈길을 빼앗길 만큼 여유롭지 못한 성격탓에 저자의 안목과 사물을 대하는 감각, 거기에 낭만적 구라까지 곁들임으로 등장해서 무척 특별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물건의 가치를 알아내는 타고난 감각때문에 고물은 그 동안 묵은 때를 벗고 하나의 역사를 담은 명백한 오브제가 된다. 마르셀 뒤상의 변기가 특이한 예술작품으로 변환되는 현장을 목격자의 입장으로 한 권의 에세이를 바라본다면 나는 너무 가혹한 독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물을 대하는 저자의 시점보다는 독일문화에 들어가 이방인의 일상에서 느끼는 그들의 다양성과 성실함, 낡은 사물 하나에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무한한 공감을 느꼈다. 실제 독일인의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렸을 때부터 학습되는 일상의 한부분이다. 경제관념을 어려서부터 일깨운다고 하면 냉정한 표현이 될 지 모르지만 킨더슈필(아이들놀이)처럼 더이상 필요가 없어진 자신의 물건을 집앞에서 보자기 하나 깔아놓고 전시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일이 허다하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쓰지는 않지만 남에게 필요할 수 있는 물건들, 가령 유리그릇, 화병, 접시, 장식품등을 바구니에 담아 Zum Mitnehmen(줌 미트네멘 / 가져가세요)이라는 종이 쪽지를 붙여 내놓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간다. 혹은 각 동네마다 열리는 장터에 내어 놓기도 한다. 물건을 정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일에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고 벼룩시장에라도 가면 팔리지도 않을 물건을 시간내내 펼쳐놓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구경하는 재미도 그만이어서 처음 이 곳에 오면 매주 토요일마다 상시로 열리는 각 구역 벼룩시장엘 줄기차게 다니기도 한다. |
|
옛 물건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예술 |
|
오래된 사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_(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 민병일 글,사진 / 아우라 - - ;사유하는 사물;로서의 프랑켄바인 - 괴테가 즐겨 마셨고 레마르크가 사랑했던 거룩한 백포도주 >>> 이정도 이름이 거론되면 그 어떤 와인이라도 확 땅기게 마련이다. 백포도주... 라고 적혀 있으니 꼭 성당에서 사용하는 백포도주가 떠오른다. 하지만, 늘 마시던 white wine 그것이겠지. - 일찍이 괴퇴는 :그 어떤 포도주도 이렇게 맛있을 수 없다:라고 하며 프랑켄바인을 즐겨 마셨다. - 방문을 열자마자 음악회에서 들었던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었다' 남독일 프랑켄의 눈부신 햇살이 담김 적포도주 한 병을 땄다. 지금쯤 로스트 로포비치도 황혼의 연주를 축하하며 한잔 마시고 있겠지.나는그를 위해 건배했다. - 독일은 예술적인 느낌의 종이와 붓, 물감과 잉크 등이 다양하게 있는 문구의 나라였다.독일에 연상이 있을리 만무했지만 동양의 먹이나 벼루, 붓과 같은 역할을 했던 서양의 잉크와 잉크병,펜촉과 펜대를 만나게 되었다. ============================================================================= 도서관에서 나름 흥미로와서 빌려 왔을 때, 남편이 먼저 읽어보더니 한소리했다. <이런 신변잡기 같은 글로도 책을 쓰는구나.> 크크크, 그러고보면 우리 부부가 읽는 책들은 너무 편협적이다. 이러한 신변잡기적 내용을 담은 것이 수필이라는 엄연한 장르로 자리잡은 글쓰기 부문임에도 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문제인 것이겠지. 너무도 공대답게 실용서적만 잡고 읽어댄 탓이다. 소설도 읽고 여행기도 읽고 수필도 많이 읽어야하는데... 우리야 일상에 맞추어 우리 조건에 맞추어 사느라 그리 책읽기가 편협되어 간다지만 아이들도 자칫 그리 책을 골라주는 것은 아닌지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신경써서 조심해야 하겠다.
|
|
[리뷰]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민병일: 아우라, 2011) 오래된 물건들을 통해 예술을 이야기하다.
"오래된 사물들은 나에게 비루한 현실을 넘어서는 초현실적 예술의 오브제로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텍스트 밖에 있는 삶 속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프롤로그
일본에는 팔백만신(八百万神. 야오요로즈가미)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정확히 일본의 신이 팔백만이라기보다는 신이 너무 많아서 수백만의 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힘을 가진 존재라면 모든 것이 신이 되는 나라 '일본', 일본 사람들은 어느 곳 어느 것에도 영이 깃들어 있으며 그 영이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한다고 믿습니다. 사물에 깃든 특별한 능력을 다른 말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물건들에 새겨진 수 많은 이야기들을 듣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물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조금 특별한 존재이다.>
저자는 사물들에 내재되어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리켜 '무언의 언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가시적인 것이 아닌 비가시적인 것이기에 특별한 작업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작가 또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것들과 동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화려했던 꿈을 간직한 사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들려주는 저자의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이 '삶의 기쁨'을 경험케 해줍니다.
<예술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사물들을 통해 특별한 만남을 경험한다.>
"만년필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느 독일 사람의 사유 도구가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과 우정의 가교가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삶의 위안을 주는 말을 이 고릿적 만년필로 쓸 생각이다."-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中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저자 민병일이 예술에 대한 동경에 이끌려 떠난 뒤늦은 독일 유학 생활 가운데 만난 예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간의 앙금 속으로 침잠해 갔던 시간으로 회상되어지는 독일 유학생활. *고릿적 물건들을 접하면서 예술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예술적 감각이 키워진 성장기 시절의 이야기들이 삶의 위로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듯 싶습니다. 총 29개의 꼭지로 이뤄진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오래된 사물을 통해 예술적 오브제를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일상 생활 곳곳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사물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의 통로가 된다는 사실과 현재와 과거를 예술이 가교처럼 연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과도 같은 잊지 못할 사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물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비록 말로는 표현할 순 없어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마음 속 고릿적 사물들의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의 시간들이 우리의 삶에 위안과 격려가 되어준다는 사실에서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의 의미를 찾아봅니다. 비록 예술은 알지 못하지만 삶의 위안을 만날 수 있었기에 특별한 경험의 시간이었습니다.
*고릿적: 옛날의 때 ** 몽블랑 만년필: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몽블랑 만년필은 수공으로 만들며 펜촉은 18k의 금을 사용한다. 몽블랑의 심볼인 '몽블랑 스타'는 눈덮인 몽블랑 산의 만년설을 상징하며 제품에 새겨진 '4810'은 몽블랑 산의 높이라고 한다. 독일이 1990년 통일 조인식을 가질때 서독의콜 총리와 동독의 디메제이로 총리의 통일 조약식에서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틱 149"가 사용된 일화가 있다. |
|
낡은 것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져다준다. 낡아지기까지 수많은 손길들이 그것들 위를 스쳐갔을 것이며, 그러면서 누군가의 추억이 그 물건들 위에 쌓였을 것이다. 때로 손때 묻은 물건들은 낡았다는 이유로 버림받기도 하지만, 그 낡음이 바로 추억의 깊이라는 같은 이유로 애착과 미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
"등燈은 에고를 해방시켜주는 사물이다. |
|
손때묻은 물건을 만나는 일은 행복하다. 낡아서 날이 서지 않은 느낌은 언제나 뭉클하고 정겹기 때문인데 물건마다 추억이 깃들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다리 하나가 어딘가 사라진 클래식한 작은 탁상시계, 학창시절의 감수성이 담긴 시 액자, 누군가가 만들어 준 열쇠고리, 몽당연필…. 사물은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시간을 견뎌왔고 사람은 거기에 추억을 덧칠한다. 그리하여 온기가 피어난다.
저자는 시인, 출판편집을 거쳐 뒤늦게 예술에 대한 동경으로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독일 유학생활 중 벼룩시장 등을 돌며 만난 그만의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첫 산문집이라 그런지 독일과 오래된 사물이라는 한정된 주제임에도 많은 것이 응축되어 있다. 읽기 편하고 사진도 예쁘다. 특히 처음 소개되는 램프는 다음 장에 한 면을 할애해 은은한 빛을 보여주는데 사진을 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세속 도시에서 한 발만 비켜서면 차 한 잔으로 비울 수 있는 마음이 곁에 있는데, 비울수록 차오르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내 안에 있는데……
(57쪽. 백년 찻잔과 찻주전자에서.)
개인적인 일기를 펼쳐보는 느낌처럼 조심스럽지만 이내 부러워지는 물건을 만날 수 있었다. 램프, 연필깎이, 촛대, 타자기 등을 비롯한 사물 그리고 독일문화를 간접적으로 맛보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다. 휠덜린, 괴테, 쉴러, 헤세, 베토벤 등 내가 사랑하는 독일의 예술가 그리고 저자의 클래식 사랑도 엿보인다. 책을 읽어갈수록 머릿속에서는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 둥둥 떠다녔다. 왜 그랬을까. 웅장한 그 음악이 책과는 그다지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지만, 독일 이야기라서 그런 거 같다.
외로운 유학생활을 버티게 해준 벼룩시장, 엔틱한 물건, 미술과 음악 등을 비롯해 그에게 친절했던 이들 덕택에 좋은 기억이 가득한 거 같다. 클레의 소묘집 편에서 '책은 사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72쪽.) 라는 말에 공감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독일에서 출판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는데 정말 심봤다가 아닐까 싶다. 물론 외국인이 본 조선의 모습이라 조금 생소하기도 하지만 흑백, 칼라시진을 비롯해 세밀화까지 담아낸 소중한 자료였다. 1915년 초판본의 견고한 제본술이라니 책장 한 장 잘못 건드려 십 여 장이 절로 뜯어지는 책과는 비교할 수조도 없다.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보며 거기에 깃든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새삼 느끼지만 소박하게 사는 독일인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물건을 사는 이에게 "오래 머무르는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란다." (60쪽.) 고 행운을 비는 모습이 정겹다. 우리에게도 오래된 우리만의 풍경이란 게 있다. 다듬이, 맷돌을 비롯한 그 많은 사물이 떠오르는 날이다. 나의 고릿적 풍경에는 어떤 사물이 들어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본다.
|
|
읽는 것도 괜찮겠지만, 그래도 보는 쪽이 더 나은 책이었다.(시와 같은 산문이었는데, 작가의 약력을 보니 짐작이 갔다. 작가의 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좀 들었고.) |
|
대학 시절 시간이 날 때면 가끔 들렸던 곳 중 하나가 청계천에 위치한 황학동 벼룩시장이라는 곳이다. 그곳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오래된 고서나 어릴 적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다양한 우리의 옛 생활용품들 그리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잘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들까지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이란 모두 한곳에 모아 놓아서 나에겐 아주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장소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무런 부담 없이 휭 하니 한번 둘러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기도 했고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어서, 때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마치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을 발견하게 될 경우 호기심에 의해 구입을 하기도 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지금은 도시개발에 밀려 그곳이 사라지면서 조금 떨어진 새로운 곳에 다시 터를 잡았다고 해서, 2년 전인가 옛 정취를 느껴볼까 싶어 우연하게 들렸던 그곳이 이제는 예전만큼의 정감을 내게 전해주지는 않았지만, 매일 같이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겐 아직까지 충분히 흥미 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말한 대로 오래된 사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인지는 몰라도 나 역시도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래서 이제는 먼지만이 수북하게 쌓인 지난날의 물건들을 어쩌다 마주치게 되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올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때가 있었던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일종의 무의식적인 나의 행위가 이제와 돌이켜 보건데 나도 서서히 나이가 먹어가는 것일까 하는 마음 한편에 쓸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보다는 날로 빠르게 변해가는 오늘날의 현상에 반하여 지나간 향수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새 나의 가슴 한편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
|
사물이 주는 위로란 어떤 것일까. 저자가 서두에서 사용한 ‘인간화 된 사물’이라는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후반부의 포도주 이야기에서는 포도주를 ‘사유하는 사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무엇이든 이름을 부여하기 좋아하는 나도 인간화 된 사물에 중독 상태는 아닐까. 어떤 작은 사물이라도 생명을 가졌다고 상상하면 즉시 따뜻한 온기가 돌고 내게 체온을 나누어주는 것 같아서 큰 위로가 된다. 사물 뿐 아니라 집이나 도서관처럼, 공간이 그런 역할을 해 줄 때도 있고 조각조각의 시간으로 엮인 추억이 우리를 다독여 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