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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여성이 포태 여부를 결혼 여부에 무관하게 결정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풍조는 이미 저쪽에서는 일반화한지 오래이다(그렇다고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고 오래 알아온 사이지만 어디까지나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은 이성도 현대 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다만 남자는 그런 경우에도 마음 한편에 다른 생각을 품기가 여자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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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여성이 포태 여부를 결혼 여부에 무관하게 결정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풍조는 이미 저쪽에서는 일반화한지 오래이다(그렇다고 아주 오래된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고 오래 알아온 사이지만 어디까지나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은 이성도 현대 사회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다만 남자는 그런 경우에도 마음 한편에 다른 생각을 품기가 여자보다는 더 쉬울 듯하다.

월리와 캐시(제니퍼 애니스톤 扮)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며 방송국 직원인 캐시는 통 결혼할 생각이 없는 진취적이고 유능하며 독립적인 여성이다. 어느날 그녀는 방송국 일을 그만두고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은 후 아이에게 애정을 듬뿍 쏟아줄 수 있는 외조부모가 있는 시골(미네소타라고 함)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는데 마음 속으로 그녀에게 딴생각을 오래 품어 온 월리는 크게 당혹해한다.

'내 껀 어때?'
'넌 너무 걱정이 많고 신경과민이라서 안 돼.'

사실 캐시는 이 말을 하면서 꽤 예의를 차리는 기색인데, 마치 10월 24일에 리뷰한 코언 형제의 <파고>에서 마지(맥도먼드 扮)가 마이크를 거절하는 표정과도 같다. 캐시는 성격 문제 취향 문제를 거론하곤 있지만 속으론 월리가 못생겨서 싫은 것이다(그 외에도 월리의 이상한 습관 등을 대놓고 거론하긴 함).

캐시는 혼자 수소문한 끝에 어느 쟐생기고 건장한 체격에 대학에서 페미니즘(푸!) 문학을 강의하는 교수의 정자를 기증받기로 하고 그를 파티에 초대한 후 빈 방에서 혼자 일을 치르게 한다(이렇게 해야 계약의 진정성이 담보되나 봄). 이 파티에는 월리도 초대되는데 이 당시 정자 기증자인 젊은 교수는 아내가 있는 상태였다. 여튼 혼란스러운 문제의 밤은 지나가고 캐시는 이후 성공적으로 임신한 후 고향(결혼을 안했으므로 '친정'은 아니겠음)으로 떠난다.

7년의 세월이 지나 캐시는 다시 방송국 일을 얻어 돌아오고 아들 세바스천도 좋은 학교를 보내기로 한다. 월리는 이들 모자와 반갑게 해후하는데 쓸데없는 걱정이 많고 주의가 산만하며 운동신경이 꽝인 점까지 모두 자신을 빼닮은 세바스천을 보고 크게 놀라며, 애 엄마의 부탁을 받아 버스로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던 중 옆 승객에게 '아빠하고 아이가 붕어빵이네요?'라는 말까지 듣는다.

(이 다음부터는 스포일러이므로 가급적이면 읽지 말 것)

영화 제목의 '스위치'는 여기서 '바꾸다'라는 뜻인데 월리는 그제서야 7년 전 그날밤 자신이 술에 취해 정자를 바꿔치기했을 수도 있었음을 따올리며, 가뜩이나 마음에 두고 있던 캐시가 낳은 아들이 실은 자신의 DNA를 절반쯤 지녔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크게 설레어한다. 머리에 이가 옮아 온 아이 치료를 남사친에게 맡기고 본인은 정자 기증자의 집에 들러 주말을 근사하게 보내려는 이기적인 애 엄마를 대신해서 월리는 세바스천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데 심지어 이도 안 옮았으면서 자신도 치료용 약재를 머리에 바르고 캡을 뒤집어쓰기까지 한다.

'이 오리를 먹으면 난 아저씨를 미워하게(hate) 될 거에요.'

'엄마가 그 말(미워한다) 쓰지 말라고 그랬지!'

반면 모두가 즐거워하는 월클라이밍을 가르쳐 주려는 교수(패트릭 윌슨이 이 역인데 배우 실물로는 캐시 역의 제니퍼 애니스톤이나 월리 역의 제이슨 베이트먼보다 몇 살 젊음)에게 세바스천은 '미워해요!'라는 표현을 거리낌없이 쓴다. 물론 애도 월리 아저씨에 대한 애정 표현 겸 (주변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므로) 선수를 치려는 의도였겠다. 교수는 그새 아내와 이혼하고 가뜩이나 자기 애도 낳았겠다 이 캐시와 엄청 가까워진 상태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신랑감인 남자라면 남 보이기에도 좋고 반면 모든 면에서 불리한 여건인 월리는 마음이 다급해져 기어이 큰 사고를 ㅎㅎ 치고 마는데...

소재가 일단 기발하며 월리가 사고를 치는 절정부까지는 로코의 기본 공식뿐 아니라 극의 고전적 플롯 패턴까지 아주 충실히 지킨다. 나는 여기서 '월리가 자기 애인 줄 알았고 둘 사이의 유대도 심상찮지만' 사실은 정말로 세바스천은 롤랜드 교수의 아이가 맞았고, '술취한 그날밤'은 그런 상황을 억지로 믿고 싶었던 월리의 픽션이라고 결말이 드러날 줄 짐작했다(또한번의 반전). 허나 극은 그렇게까지 관객들을 격동시키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세바스천이 월리의 씨라고 딱히 확인을 시켜 주지도 않는다. 그날밤 씨가 바뀌었다는 건 어디까지나 월리 개인의 주장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도 캐시, 월리, 롤랜드 등 주변의 모든 이들은 상황을 그렇게 정리(수용)해 버리고 캐시와 월리의 행복한 가정을 인정한다는 식이다. 내 개인적 기대보다는 약간 김이 새는 진행이었다.

나 혼자서 상상한 대로, '실은 롤랜드의 정자가 맞았음'이 드러난 후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바스천은 자신의 생물학적 부친을 따라 애정의 방향을 다시 세팅하게 될까? 세상에는 피 한 방울 안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타인이 있기 마련이며(유전자의 릴레이는, 애초에 유전자 풀이란, 그리 간단한 구조, 패턴이 아니라서 언제나 붕어빵 자녀가 생산되는 게 아님), 세바스천은 결국 부친으로 월리를 '선택'했겠으며 이 트위스팅을 집어 넣었더라면 더 감동이 크지 않았을까?

교수 롤랜드 역의 패트릭 윌슨은 <A특공대>(이 작과 비슷한 시기에 찍혔음)에서 한니발 대령 무리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악당 린치 역이었으며, 아직 내가 리뷰를 안 쓰고 있는 공포영화 <인시디어스>에서 그 모범적인 남편 역(이런 게 잘 어울림)으로 나온 잘생긴 배우이다. 월리 역의 제이슨 베이트먼은 스릴러 <더 기프트>에서 아내를 사랑하지만 타인에게 잔혹하게 대하는 프레데터형 남성 연기를 잘 해내었으며, 개인적으로 그 작 리뷰를 지난 10월 5일에 올렸었다. 여기서는 거기에서와는 정반대로 상사한테 자주 치이고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외유내강형 성격이다.

월리의 상사로 나온 잘생긴 노년 신사는 연기 못한다고 내가 언제나 증오하는 제프 골드블럼인데 이 사람은 키 크지 비율 좋지(이 영화에서도 제이슨 베이트먼과 너무도 대조되며 자신보다 훨씬 젊은 패트릭 윌슨과 비교해도 하나도 안 꿀린다. 그 나이에 말임) 목소리 좋지 정말 배우로서 천혜의 조건이었는데 연기가 너무 나빴으며 뭘 해도 자기 자신이지 해당 캐릭터가 실종되었었음은 여태 여러 번 이야기한 적 있다. 오히려 저리 늙고 나서 에고를 놓으니까 훨씬 편안하고 멋져진 느낌이 들었다.

정지 기증 파티할 때, 사실 파티 BGM은 정신이 없어서 뭐가 뭔지 잘 들리지도 않게 마련이지만, 상황이 상황이고 보니 한 곡만큼은 귀에 또렷이 들어왔는데 바로 마돈나의 초기 히트곡 <파파 돈 프리치>이다. 당시에도 이런 주제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곡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그냥 행실 나쁜 섹시한 미친년으로들 여겼지만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일종의 '시대정신' 주창의 예가 되어버린 셈.

 

앞에서 '월리가 못생겨서 싫다'고 했는게 그건 내 짐작이며 영화에서는 몇몇 습관과 이상한 성격이 너무 거슬려서 그것만 좀 고치면 모르겠는데 전혀 바뀌지도 않았고 심지어 고칠 마음도 안 먹는 꼴이 너무 싫다'고 명시적으로 밝히는 캐시의 대사가 나옴. 그러나 과연 그 말을 액면대로 믿을 수 있을까?

s****o 2023.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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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시선을 바꿔 보는 게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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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와 운명을 결정하는 건 유전자일까, 아니면 세상에 나와 주변과 접촉하며 그가 자신의 노력으로 형성하는 모든 관계망이나 스스로의 인격일까?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라고 내놓은 코미디물 같지만, 은근 보는 이로 하여금 근본의 질문을 곱씹게 하는 마력이 내재해 있다.내가 특히 싫어하는 제프 골드블럼이 찌들고 늙은 모습으로 나오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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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와 운명을 결정하는 건 유전자일까, 아니면 세상에 나와 주변과 접촉하며 그가 자신의 노력으로 형성하는 모든 관계망이나 스스로의 인격일까?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라고 내놓은 코미디물 같지만, 은근 보는 이로 하여금 근본의 질문을 곱씹게 하는 마력이 내재해 있다.

내가 특히 싫어하는 제프 골드블럼이 찌들고 늙은 모습으로 나오고, 오랜만에 줄리엣 루이스가 모습을 선뵌다. 남자에게 있어 뜻하지 않은 2세의 모습을 보는 감격이란 사실 여성 본연의 모성애에 진배 별로 없다고들 하는데, 모르긴 해도 제이슨 베이트먼이 이 모습을 감동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재치 있는 명대사도 제법 나오는, 잘 짜여진 각본이 돋보인다.

s****o 2014.10.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