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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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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젊은 작가를 알고 그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는 것이 단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눈에 들어오는 주제가 있는가 하면 읽고 나서도 이게 뭔가 싶은, 오묘한 이야기도 있다. 이번에 만난 젊은 작가는 모두 일곱이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이중 내가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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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젊은 작가를 알고 그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는 것이 단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눈에 들어오는 주제가 있는가 하면 읽고 나서도 이게 뭔가 싶은, 오묘한 이야기도 있다. 이번에 만난 젊은 작가는 모두 일곱이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이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장은진 작가다. 그녀의 단편을 읽으려고 이 책을 빌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7개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모두‘비’를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만, 몇 편은 읽고 나서 내가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판단할 수 없어 제대로 이해한 단편 몇 개만 소개해 보기로 했다.

 

-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를 신은 고양이 (장은진)

나는 부동산으로 부를 일군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의 집. 지붕으로 이어진 다락방에서 살고 있는 나는 이혼을 한 뒤 아버지와는 소통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관으로 다녀 본적 없이 이 다락방에 사다리를 놓고 움직인다. 어느 날 티슈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14층 아파트에서 떨어진 티슈는 눈처럼 하얗다. “누가 방법을 알려준다면..” 우연히 티슈에 적힌 글... 그리고 얼마 후 14층에서 남자가 떨어져 자살을 시도한다. 이후 티슈는 떨어지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 왜 지붕에서 지내세요?” “방법이 없어서요.” 문득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울 수도 상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의 티슈처럼 말이다...

 

- 키즈 스타 플레이타운 (김이설)

남편은 수려한 외모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호남형의 사람이다. 유아를 상대로 하는 실내 놀이터 키즈 스타 플레이타운의 사장. 나는 그 사장의 사모님이다. 행복하고 부유해 보이지만 나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다. 왜냐고? 남편은 그 선한 미소 뒤에 무서운 촉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가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CCTV의 사각지대다. 그 사각지대에서 남편은 아이들 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애인이 죽는 사건이 발생되고 경찰이 찾아오게 된다. 그리고 앞 뒤 재지 않고 서둘러 남편과 결혼하게 된 나의 슬픈 이야기가 전개 된다...

 

7개의 단편을 다 소개하고 싶지만 명확한 주제가 드러나는 2편만 소개했다. 치과 대기실에서 생긴 일, 문학이라는 허울뿐인 옷을 입고 있는 주인공, 마법사 마르한의 이야기, 죽음인지 모르겠지만 끝없이 낙하하는 이야기, 할아버지의 죽임에 관한 이야기 등 읽었지만 뚜렷하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쏭달쏭한 단편은 일단 배제하기로 했다.

 

장은진의 소설을 읽으면서 세상을 향한 소통에 대해 생각했다. 부모가 반대한 결혼을 하고는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세상과 등을 진 주인공은 부모입장에서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치부다. 이혼 사유가 뭔지 부모는 알고 싶지만 주인공은 말하지 못한다. 하긴. 자신의 부인이 사랑한 사람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는데 무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위자료로 스포츠 센터 하나를 받아낸 전 부인은 사랑하는 그녀와 세상의 어떤 시선에도 당당해 질 수 있었다. 스포츠 센터의 사장님으로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를 외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세상과 등을 지려던 남자는 티슈를 날려 보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다. 말하고 싶고, 알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라줬던 그 사람의 마음. 결국 쉽게 생각하면 이 세상... 어려울 것도 없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다시 사람들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주인공은 분명 그렇게 깨달았을 것이다.

 

김이설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사실 화가 났다. 그녀의 소설 자체가 유쾌하고 즐거운 편은 아니다. 오히려 눅진눅진한 게 읽고 나면 짜증이 확 올라오기도 한다. 이번 단편도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있다. 자신을 성폭행하는 친 아버지를 피해 급한 결혼을 했지만 남편 역시도 정상은 아니다. 사모님이라는 타이틀. 그 타이틀을 잃기 싫은 그녀는 어린 아이를 추행하는 남편을 알고도 신고조차 하지 않다. 그리고 잔인하고 무서운 결말. 비는 그 결말을 더욱 음산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모든 단편이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유쾌한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단편 안에 숨은 주제가 뭔지 알아내고 생각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편이 친절하지 않음이 왜 늘 안타까운지.. ^^



YES마니아 : 로얄 k*****3 2012.12.08. 신고 공감 5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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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지금 이 순간 나를 적시는 비는...
"[비 :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지금 이 순간 나를 적시는 비는..." 내용보기
"비 때문에...", "비가 내려서..." 가끔은 모든 것의 이유가 될 수 있고, 때로는 모든 것의 변명이 될 수도 있따. '비'라는 것은...... 대학교에 다닐때,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은 적이 많다. 맞아도 될 것 같은 정도면 그냥 비를 맞고 학교에 갔고, 우산이 필요할 정도라면 아예 가지를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로 내가 누린 최고(?)의 특권이 아니었나 싶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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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비가 내려서..."

가끔은 모든 것의 이유가 될 수 있고, 때로는 모든 것의 변명이 될 수도 있따. '비'라는 것은......

대학교에 다닐때,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에는 학교에 가지 않은 적이 많다. 맞아도 될 것 같은 정도면 그냥 비를 맞고 학교에 갔고, 우산이 필요할 정도라면 아예 가지를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로 내가 누린 최고(?)의 특권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친구들도 내가 결석하면 왜 학교에 안나오는지 안부전화 정도는 해주던데, 몇번 비오는 날 결석하고 보니, '얘는 비가 오는 날이니 안나오는구나. 대리출석이나 해줘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는 말을 나중에서야 들었다. 얼핏 듣고 보면, '나'라는 사람은 비에 관해 상당히 운치 있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 반대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비를 엄청 싫어한다. 싫어하기 뿐만 아니라 무서워하기까지 한다. 어떤 식으로 돌려말해도 '비를 싫어한다', 또는 '비오는 날도 싫어한다' 이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에게 비오는 날은 그냥 무섭고 짜증나는 날이다. 그나마 간신히 견딜 수 있는 것은 '빗소리'다. '그나마'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말 그대로다. 그것도 간신히 참아낼 수 있는 감정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싫어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아직도 감당하기 힘든 일상 중의 하나라는 것 밖에는...

 

이 책을 읽고나니 참, 우울하다. 저마다 한권의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렇다. 우울해진다. 우울할 때 싫어하는 소재의 글을 읽어서 그런지 더 우울하다. 일곱 명의 여성 작가가 풀어낸 '비'에 대한, '비 내리는 날'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를 주제로 했지만, 저마다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다 달랐다. 말 그대로 비에 관한 다양한 느낌들을 풀어낸 것 같다.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해 고립된 심정을 공중에서 날리는 티슈로 그려내는가 하면(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장은진), 비 내리는 날의 세상과 맺는 고요한 울림을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대기자들/김숨), 뒤틀린 욕망과 병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누군가의 에로티시즘을 비오는 날의 나쁜 감정으로 표현하는 비도 있다(키즈스타플레이타운/김이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과거의 한 부분은 비에 젖은 전단지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여름 팬터마임/김미월), 땅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서 구슬처럼 만들어진 빗방울,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실마리로 여기는 비가 되기도 한다(엘로/윤이형). 태어나고 죽어가는 모든 것이 날씨로 연결되어 있으며(멸종의 기원/한유주), 점점 소멸해가는 자신의 생과 계속 떨어지고 있는 비와의 관계를 들려주는 것도(낙하하다 /황정은)...

 

'비'라는 단어 때문인지, 아니면 비오는 날의 눅눅함 때문인지... 내가 느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독특하면서도 좀 어둡고, 조용하고, 그리고 지금 내가 비를 맞고 있는 기분이다. 일곱 편의 단편들이 소재는 같아도 저마다의 색깔로 각기 다르게 그려지고 있는데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느낌은 비슷하다. 공통된 소재 때문인지 어떤 건지... 강하게 잠깐 내리는 소나기 같기도 하고, 옷 젖는 줄도 모르게 스며드는 가랑비 같기도 하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면서도 지겹게 내리는 장맛비 같기도 하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비와 닮아있는 듯 하면서도 다르다. '비'라는 것에서 모든 것을 끌어낼 수 있음이 신기하고, 거기에 묻어나는 색깔도 참 가지각색이다. 일곱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색깔을 묻히면서 쏟아낸 짧은 이야기들이 독특하면서 그게 또 단편집의 매력인 것 같다. 약간은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도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비'라는 것의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테니까...

 

"비의 육체는 추억이다. 비는 추억의 힘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지는 비를 가슴으로 머리로 받아내는 것도 때로는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곧 나의 육체가 되고, 시간이 흘러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발휘할지도 모르니... 일곱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여운은 또 하나의 기대를 남기게 해준다. 비가, 더이상 나에게 무섭고 싫어하는 대상이 아닌 추억의 한 자락으로나마 자리잡을 수 있을지도 모를 기대를 심어주는 것 같기도 해서... 

 

이 다음은 시리즈는 "눈(snow)"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나온다니, 재미를 떠나서 궁금해지기는 한다. 어쩌면 계속되는 날씨가 주제로 되어 나오려나? 비, 눈, 바람, 안개, 햇살, 파도 등등...


근데,
우울해질 때는 이렇게 좀 어둡게 다운되는 이야기는 사양하고 싶다.
마음이 별로다.

n******i 2011.04.24. 신고 공감 5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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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비를 맞으며 보낸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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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7명이 '비'를 주제로 쓴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열림원, 2011) 를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다.    장은진의 인물들은 여전히 따뜻한 수인(囚人)들이다. (따뜻한 봄남의 비) 김숨의 광물적인 문체는 진지한 문학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예시처럼 읽힌다. (시멘트 도시에 내리는 비) 윤이형은 점차 상상력이 외계로 뻗는다. (문학은 상상력의 산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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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7명이 '비'를 주제로 쓴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열림원, 2011) 를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다.

 

 장은진의 인물들은 여전히 따뜻한 수인(囚人)들이다. (따뜻한 봄남의 비) 김숨의 광물적인 문체는 진지한 문학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예시처럼 읽힌다. (시멘트 도시에 내리는 비) 윤이형은 점차 상상력이 외계로 뻗는다. (문학은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막다른 골목에서의 비명처럼 느껴진다.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의 비)  김미월은 내 또래의 현실과 기억의 문제를, 아기자기하게 대변한다. (2월의 비) 황정은의 소설은 그간의 찬사에 비해 범작이었다. (젖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스쳐가는 비)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는 김이설의 문체는 녹슬지 않았다. 액체적인 소재와 견고한 문장이 충돌한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차가운 풍경이 연상된다. 살짝 얼어붙은 11월의 비를 보는 듯한. (조만간 김이설이나 김숨, 황정은 이 세 작가는 큼직한 문학상을 타리라. 이 예감은 이들이 뛰어난 작가라는 사실과 그만큼 한국 문단의 폭이 좁다는 사실을 동시에 대변한다)

 

 한유주는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모르는 글쓰기를 '전위'의 이름으로 이어간다. 삶이 아니라 앎으로 쓰여진 소설. 어떤 따스함에 대한 감각이 있긴 하지만, 작위적이다. 그녀의 소설을 '비'에 비유하자면, '인공강우' 에 가깝다.

2*****h 2011.03.27.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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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 Cloud, Dark People, Dark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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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소설집이라는 게 위험 부담이 큰 것 같다. 예전에 강에서 ‘서울’을 주제로 테마소설집을 낸 적이 있다. 작가들 면면도 좋았고(이렇게 모으는 것도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서울’이라는 주제도 새롭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어떤 참신함을 드러낼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혹은 익숙한 것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작가적 시선을 기대했었는데…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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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소설집이라는 게 위험 부담이 큰 것 같다. 예전에 강에서 서울을 주제로 테마소설집을 낸 적이 있다. 작가들 면면도 좋았고(이렇게 모으는 것도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서울이라는 주제도 새롭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어떤 참신함을 드러낼 수 있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혹은 익숙한 것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작가적 시선을 기대했었는데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실망.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테마소설집을 낸다는 게 꽤 위험부담이 크겠다. 일단 작가들을 일일이 섭외해야하고, 마감기한에 맞춰 모든 원고들을 모아야한다는 것부터 고비용 고위험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소설집 역시 그렇다. ‘라는 테마를 가지고 일곱 명의 여성 작가가 뭉쳤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최근 왕성하게 활동하며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렇게 모으기도 힘들 것 같다(가장 어린 한유주가 82년생, 가장 나이 많은 김숨이 74년생이다).

그런데 이 작품집은뭐랄까? 월드컵을 위해 모인 유럽의 축가 국가 대표팀을 보는 것 같다. 각자의 프로팀에서 그들은 최대의 기량을 발휘하지만, 이상하게 모아놓기만 하면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힘을 못 쓴다. 이유가 뭘까? 최고의 기대주들의 작품을 모아놓았는데, 성과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건 일종의 넌센스다.

내가 기대했던 건 뭘까? 차라리 마르탱 파주의같은 형식이나 내용을 취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고생했을 편집부 직원들과 작가들을 생각하면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참 안쓰럽다. 뭐가 문제인 것일까?

 

비는 시종일관 내린다. 검은 먹구름, 사람들의 표정도 잿빛이고, 비가 내리는 도시도 어둡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Gotham City인 걸까? 조커가 웃고 배트맨은 없는.

 

[덧붙임]

1. 사실 기대했던 건 김숨이나 장은진, 김미월, 김이설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건(지극히 상대적일 수 있다) 윤이형이었다. 윤이형의 엘로는 그 자체로 판타지스러운 이야기이지만, 현대 사회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어느 쪽으로 읽든 재밌다. 적어도 이 작가의 작품을 한 편 정도는 읽었을텐데 전혀 기억에 없는데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작가의셋을 위한 왈츠>(여덟 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문지에서 나왔다)큰 늑대 파랑>(일곱 편의 단편을 모았다. 창비에서 나왔다)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작품집들이 아주 맘에 들면 참 좋겠다고, 지나가듯 생각했다.

 

“(전략) 아무것도 붙잡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괜찮지가 않았습니다. 몸에 든 게 너무 적어서 무언가 붙잡지 않으면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인간도 있습니다. 한심하겠지만요.”

한심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젊은 거예요.”

아자레가 엷은 웃음을 지었다(윤이형, 엘로, 126쪽).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엘로는 생각하는 대신 자신이 실은 얼마나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고 실은 자신도 모르게 지키고 있었는지, 아버지가 깨달으셨더라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버지는 자신을 의심하느라 평생 기쁨을 모르고 사셨어요.” (윤이형, 엘로, 129쪽)

 

2. 연작 테마집이 올 상반기에 나왔다. 이번엔 이 테마다. 제목은사랑해, >. 이 작품집은 썩 괜찮길 바랄뿐.

 

3. 170. 밑에서 여섯 번째줄.

평일 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로 북적였고, ~

à 평일과 ‘-에는사이에 한 칸이 띄어졌다. ‘평일에는~’으로 고쳐야 한다.



c*****g 2011.07.06.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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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이야기 머금은 빗방울 터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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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좋다. 홀로 버스를 기다릴 때도 비가 내리는 날엔 우산 위로 얼룩지는 빗방울의 모양이 다채로워 시간이 훌쩍 뛰는 것 같다. 펄쩍 펄쩍 톡톡 으스러지는 빗방울이 물체에 닿는 소리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한다. 나는 자연이 시끄러운 그 고요함이 좋다. 테마소설집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는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여류작가들이 ’비’를 소재로 쓴 단편을 소중하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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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좋다. 홀로 버스를 기다릴 때도 비가 내리는 날엔 우산 위로 얼룩지는 빗방울의 모양이 다채로워 시간이 훌쩍 뛰는 것 같다. 펄쩍 펄쩍 톡톡 으스러지는 빗방울이 물체에 닿는 소리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한다. 나는 자연이 시끄러운 그 고요함이 좋다. 테마소설집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에는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여류작가들이 ’비’를 소재로 쓴 단편을 소중하게 모아놓았다. 톡톡톡톡톡톡톡. 일곱 번의 독특한 비가 연이어 내린 것 같다. 소설을 읽을 동안 내내 일곱 빛깔의 비가 내렸다. 


작가의 ’비’가 개성을 담고 오면 빗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빗소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꾸물꾸물 피어올랐다. 나의 빗소리는. 


내가 보았던 비는 모두 붉은 빛깔과 함께였다. 붉은 들꽃 사이로 물방울이 담겨, 붉지 않아도 붉게 보이는 작은 물방울이 내 걸음을 이끌었다. 어둑어둑하면서도 붉게 빛나는 하늘이 아름다울 때 역시 눈가에 이따금 빗방울이 쳐들어와도 나는 한참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보았던 세상을 의심해야할 정도로 붉어진 세상은, 세상에 잠들어있던 빨간 물감을 찾아내어 스스로가 물통이 된 듯 물방울을 휘저으며 하나씩 붓을 데고 있었다. 물론 색을 지니지 않았던 물이 빨간 빛에 닿음으로서 점점 탁해져 갔는데, 그 빗물을 받은 세상이 탁해져 가는 것은 빗방울이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빗방울은 그렇게 점점 붉어져 갔다. 누군가의 색색의 우산 위에도 떨어지고, 초록빛으로 가득 찬 풀숲 한 가운데에서도 떨어졌다. 심지어는 안경과 눈 사이에도 툭, 하고 차디찬 제 존재를 알리곤 했다. 마치 눈물이 되어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는 듯이.

혹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저만의 세상을 제공하기도 했다.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비는 고요한 소리와 함께 그에게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정도의 소리는 빗물에 반사되어 다시 돌아왔다. 마치 물방울에 닿는 무언가를 닥치는 대로 흡수하겠다는 듯이, 소리는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소리도 함께 빨려 들어갔다. 지금은 자연이 조금 시끄러울 때였다
.


또 다른 빗소리를 적어보아도. 


하나밖에 없는 버스정류장, 그곳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침묵의 장소였다. 대개 가만히 서서 눈앞에 놓인 바다를 응시한다던가,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흥얼흥얼 자신만의 노래를 듣곤 했다. 그러다 간혹 비가 올 때면, 투명한 위쪽 지붕을 올려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정류장에 놓인 작은 쉼터는 윗부분이 움푹 패여 있었다. 그래서 비가 올 때면 항상, 세상의 비가 가장 먼저 그곳에 차오르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물이 차오르다 쓸려 나가면 그곳은, 이를테면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심장과도 같았다. 비가 올 때만 끊임없이 뛰는 심장이었다. 첨벙 첨벙, 심장은 낯선 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아이도 조용히 매료시키곤 했다. 그 곳은 침묵의 장소였다. 


내 빗소리는 침묵으로 끝을 맺었다. 여덟가지 빛깔로 내리는 비.

이 책의 연장선상으로 ’눈’을 주제로 하는 테마소설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형형색색의 눈을 보기만 하더라도, 나아가 혹여 나만의 눈을 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을 것 같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또 좋아하는 작가의 글일 실렸기에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한눈에 바라는 테마집이었고,
그 중에서도 마음에 꼭 와닿았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장은진).

a*******6 2011.03.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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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스며드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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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스며드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학교에 등교했던 어느날 예고도 없이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피해 발걸음을 빨리 했지만 하늘 위에서 내리는 비는 규칙적으로 원을 타고 떨어졌다. 평소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바짖단이 젖어 축축한 물기와 스며드는 물방울이 무거움을 더했고 습한 공기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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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스며드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학교에 등교했던 어느날 예고도 없이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피해 발걸음을 빨리 했지만 하늘 위에서 내리는 비는 규칙적으로 원을 타고 떨어졌다. 평소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았다. 바짖단이 젖어 축축한 물기와 스며드는 물방울이 무거움을 더했고 습한 공기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는 비가 내리면 하루종일 우울했다. 더러는 몸도 조금씩 쑤셔왔다. 이런 나의 몸상태를 보고 친구는 할머니냐고 놀려대곤 했다. 비가 싫은 만큼 화창한 날씨에 맑은 가을 하늘과 나팔꽃이 활짝 피던 아침의 풍경을 좋아했다. 반대로 비가 내리던 날은 우울함을 더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비는 나에게 다른 색색깔로 스며들었다.

 

시간이 흘러 우울했던 무게감이 우울한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좋아했고, 비를 좋아하는 누군가 때문에 내리는 비를 보며 그 사람을 생각했다. 때로는 창가에 흐르는 빗방울 때문에 내리는 비를 한없이 쳐다보았다. 뜨거운 차 한잔을 마시며 한없이 내리는 비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비'에 관한 테마 소설집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비를 좋아하는 어떤 분이 생각나 표지를 손으로 더듬어 보았다. 일곱명의 여성 작가들은 비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매일매일 내리는 지겨운 빗줄기가 있는가 하면 태양의 뜨거운 열을 적셔주는 단비같은 물줄기에 반가움이 서릴 때가 있어 나는 일곱개의 색색깔 비가 어떤 칼라로 가슴속에 스며들까 무척 궁금했다.

 

비에 대한 편견, 지겨움, 우울함, 상쾌함, 시원함을 생각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일곱 편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습하다. 적막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아득함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첫번째 단편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는 어느날 고층 아파트에서 내리는 티슈 조각이 마치 비처럼 내리며 외로움의 존재를 알리는 알림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준다. 김숨의 '대기자들'은 뭔가 모를듯한 강박관념이 가득찬 미로감이 있는 단편이었다. 김미월의 팬터마임은 흘러간 시간에 따라 진의 마음을 대표하듯 적절하게 흘러내렸다. 윤이형의 '엘로'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나는가 하면 김이설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은 휘몰아치는 사나운 비 같았다. 황정은의 '낙하하다'는 모호한 느낌이 나는 단편이었으며 한유주의 '멸종의 기원'은 먼옛날 황량한 사막 같았다.

 

비의 종류가 많지만 소설속에서 보여지는 비는 봄비처럼 단비도 있었고 장맛비처럼 우울함과 습함이 가미된 소설도 있다. 단편에서 느끼는 일곱 가지의 비의 색깔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지만 저마다의 고민과 위로를 동반한다. 현실같이 때로는 안개비같은 모호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녀들이 말한 비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테마에 맞게 비가 오는 날 이 소설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l****9 2011.03.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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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그녀들의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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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비를 테마로 7인의 여성 작가들이 쓴 소설집이다. 나는 비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비에 대해 특별한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은 행복했지만 비가 싫었던 기억도 많다. 비는 행복의 기억에도 불행의 기억에도 존재한다. 독서할 때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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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는 비를 테마로 7인의 여성 작가들이 쓴 소설집이다. 나는 비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비에 대해 특별한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은 행복했지만 비가 싫었던 기억도 많다. 비는 행복의 기억에도 불행의 기억에도 존재한다. 독서할 때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지만 이 책만큼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를 받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비오는 오후에 청량한 빗소리를 들으며 읽고 싶었다. 늘 그렇듯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거나 더디 온다. 그러니까 비는 오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창가를 내다봤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도록 비는 오지 않았다.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에서 ‘그녀’의 티슈가 ‘나’의 손등으로 떨어진 것은 우연이었으나 ‘나’에게 어룽진 눈물자국이 없었다면 ‘그녀’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하고 눈물에는 티슈가 필요한 법. ‘나’는 ‘아내’라는 말조차 싫어했던 여자와 헤어져 우산도 없이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다락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용도를 다한 티슈처럼 그녀에게 버려졌으나 티슈로 눈물을 닦은 ‘나’는 티슈가 필요한 그녀(혹은 그)의 집 앞에 티슈를 놓을 수 있게 된다. 산다는 것은 삶의 방법들을 하나하나 터득하는 과정인 것이다. ‘나’는 미처 몰랐지만 꽤 행복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김숨의 「대기자들」은 비오는 오후, 치과병원에서 사랑니를 발치하기 위해 진료를 기다리는, 일곱 명의 대기자 중 네 번째 대기자이자 서른일곱인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른일곱, 누군가에게는 많은, 누군가에게는 어린 나이. 사랑니, 누군가는 꼭 빼야하는, 누군가는 꼭 빼지 않아도 되는 치아. 일곱 명중 네 번째 대기자, 여유롭게 기다리기엔 불안하고 돌아가기엔 아쉬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서. 병원 수족관에 갇힌 잉어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였다, 비에 갇힌 우리처럼. 나쁜 것이 늘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을까. 지금 비가 온다고(혹은 오지 않는다고) 계속 비가 오는(혹은 오지 않는) 건 아닌 것처럼.

 

김미월의「여름 팬터마임」의 진은 시인이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대학선배의 결혼식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소나기를 만난다. 열아홉의 여름, 그때도 소나기가 내렸다. 진은 문학소년인 반장을 좋아했지만 반장은 이른바 학교가 공인한 문학소녀를 좋아했다. 진은 우연히 남의 시를 봤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반장의 좋아했던 대상은 ‘문학소녀’가 아니라 ‘그 아이’였다. 열아홉의 한여름은 본질을 들여다보기엔 너무 더운 계절이라 소나기에도 쉽게 마음이 혹한다.

 

윤이형의「엘로」를 읽으며 이 세상에 정말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적당한 불행 속에서 살기에 앞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 말고 정말 삶이 즐거워 죽겠는 사람 말이다. 행복이란 나의 불행 혹은 타인의 불행으로 얻은 결과물은 아닐까. 엘로로 만들어진 빗방울로 마르한과 엘로가 행복한 것처럼. 그렇다면 우린 그 결과물로 행복해도 되는 걸까.

 

김이설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은 많이 슬펐고 섬뜩했다. 너무 슬프면 눈물도 나지 않는 법.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한 장의 티슈조차 필요치 않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온풍이라 믿었는데 태풍이었고 태풍을 피해 들어갔으나 더 큰 태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삶이 원래 그렇다고, 그럼에도 견뎌야 한다고 말하기에 그녀가 견뎌야 할 삶은 너무 잔인했다. 태풍 매미를 겪은 사람에게 태풍 곤파스라니.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믿지 말고 스스로 태풍이 되는 일 뿐.

 

황정은의 「낙하하다」의 ‘나’는 삼년 째 무한한 공간으로 떨어지고 있다, 땅이 없는, 하수구가 없는 빗방울처럼. ‘나’에게는 낙하할 수 있는,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면 ‘외롭고 두렵고 무엇보다 지루할’ 것이다. ‘나’는 말한다, “누가 누가 누가 없어요 나와 나와 나와 충돌해줘.” 내 몸이 부서져 소멸하더라도, 무언가에 충돌해서라도 존재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찰나라 할지라도. 지금의 나 역시 그러하다.

 

한유주의 「멸종의 기원」의 ‘나’의 할아버지는 온도 25도, 습도는 60%의 병실에서 폐암으로 돌아가시면서 ‘나’에게 두 권의 책과 건기에는 탑의 발코니에 왕이 나타나고 우기에는 여왕이 나타난다는 날씨표시상자, 그리고 불행하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어차피 죽음(멸종)이 예정되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불행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불행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행복 또한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멸종하려면 살아야한다. 그것은 진실이다.

 

다른 소설에서 만난 작가도 있었고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도 있었다. 내 마음에 그녀들의 비가 내렸다. 어떤 비는 소나기였고 어떤 비는 장대비였고 어떤 비는 보슬비였다. 어떤 비는 촉촉했고 어떤 비는 지독했다. 황인숙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건 아주 많이 재미있었고 어떤 건 조금 많이 재미있었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1.03.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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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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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쓸쓸하다..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가?? 책 속의 계절과는 상관 없이.. 책 속에서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좀 차갑고, 추웠다.마치, 내가 그 비를 맞고 있는 것 마냥..장은진 작가 때문에 찾아 읽었지만, 새롭게 호감가는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참 좋았다.이렇게 한 명 한 명 또 다른 작가를 알아가는 이런 기회가 참 고맙다.좋은 친구를 새로이 소개받는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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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쓸쓸하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이 겨울이라 그런가??
책 속의 계절과는 상관 없이.. 책 속에서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좀 차갑고, 추웠다.
마치, 내가 그 비를 맞고 있는 것 마냥..

장은진 작가 때문에 찾아 읽었지만, 새롭게 호감가는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참 좋았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또 다른 작가를 알아가는 이런 기회가 참 고맙다.
좋은 친구를 새로이 소개받는 기분이랄까??^ㅋ



p.17
어디선가 허둥지둥 달려 나온 경비가 집게와 쓰레받기를 들고 광자에 널린 티슈를 한 장 한 장 집어올렸다. 그것은 하늘에 떠 있는 순간에는 새들의 고귀한 날개짓처럼 보였지만 길바닥이나 먼지 쌓인 나무에 걸려 있자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었다. 가치의 변화란 그렇듯 순식간에 찾아왔다.

p.162
되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라지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확인하고 싶었고, 확인하려 노력했으며,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마도 비겁하거나, 나약하거나, 어리석어서겠지…… 어쨌든 그는 흑마법이 아닌 마법을 하는 진짜 마법사가 될 수 없었고, 알았으니 그것으로 됐다. 희망과 두려움을 반반씩 품고 자신을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 끝없이 의심하던 마음이, 하루하루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던 그 괴로움이 사라지자 몸은 한결 편해졌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그의 몸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그의 몸속에 깊이 박혀 있던 핵심이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p.240
나는 행복을 끝장내고 싶기도 했고 끝없이 연장하고 싶기도 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들이 두려웠고 아직 두려워하지 않은 일들이 두려웠다. 나는 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불행했으나 그러므로 동시에 행복하기도 했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1.11.16. 신고 공감 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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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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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일곱명의 신예 여성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이들의 프로필을 보고있자니 한유주를 제외하곤 모두 70년대생들이다. 30대.. 이제 한창 문학속에서 만개할 시기 아닐까? 너무 어려 세상을 모르지도 않고, 너무 나이들어 나태해지지 않을 나이. 한유주도 82년생이니 올해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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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일곱명의 신예 여성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장은진, 김숨, 김미월, 윤이형, 김이설, 황정은, 한유주. 이들의 프로필을 보고있자니
한유주를 제외하곤 모두 70년대생들이다. 30대.. 이제 한창 문학속에서 만개할 시기 아닐까?
너무 어려 세상을 모르지도 않고, 너무 나이들어 나태해지지 않을 나이. 한유주도 82년생이니
올해 나이 서른이다. 30대 여성 일곱명이 모여 테마 단편소설집을 냈는데 이걸 가만히 보고있자니
옛날 과거시험이 떠오른다. 널직한 마당에 모여앉아 긴장하고 있다가 시험관이 시제를 펼치면
다들 머리를 지필묵에 박고 시제에 맞춰 글을 쓴다. 누가 장원이 되고, 누가 낙방할 것인가.
 
 
 
 

왠지 같은 소설가라도 젊은 여성 소설가가 쓰는 소설은 당돌할것 같고, 발칙할것 같다.
더군다나 혼자 쓰는 소설이 아니라 일곱명이 모였으니 영화로 치자면 '처녀들의 저녁식사'
필이 날것 같다. 오늘의 시제는 '비' 였다. 비를 주제로 각기 어떤 개성있는 작품들이 나왔을까
기대하며 작품들을 읽었다. 비 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단어는?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비에서 희망, 즐거움, 기쁨, 환희, 행복이란 단어보다 슬픔, 절망, 눈물, 상처, 죽음을
떠올린다. 굳이 그래야 하는법도 없는데 백이면 아흔아홉은 그렇다. 왜 그럴까?
이 단편집에서의 작품들도 그렇다. 우울하다. 그나마 장은진의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신은
고양이'는 시종일관 우울한 주인공과 아픈 상처와 이름모를 이웃의 자살시도등을 소재로 삼다가
마지막에 희망의 반전을 띄어놨다. 다만 너무 식상한 제목 작명과 시크한 서술이 흡인력이
떨어지는게 옥의 티다.
 
김미월의 '여름 팬터마임'에서는 인용한 시가 인상깊었다. 소설속 주인공 진이 고3때 백일장에
출품했다 장원으로 당선되어 주최한 대학의 문학관련 학과에 특기생으로 진학할수 있는
기회를 잡는데, 그때 출품했던 시가 사실은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이었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정작 그 시를 외워 자작시라고 발표했건만
심사위원 누구도 이를 알지못하고 감탄하며 장원까지 선정된 그 시를 살짝 들여다보자.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이야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건드리더군.

  ......

 
  
 

김이설의 '키즈스타플레이타운' 은 가장 충격적인 소재로 글을 썼다.
가정폭력, 소아성애, 친아버지가 딸을 성폭행, 살인, 사랑없는 결혼, 훔쳐보기.. 거기다 노골적인
성적 단어까지 사용하며 긴장감을 높여갔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자연스런 결말을 맺지
못하고 용두사미 식으로 끝을 내고있어 아쉬움을 준다. 가장 악당으로 나오는 남편을 어떻게
단죄하고 주인공 아내가 지옥속에서 빠져나올 건지 기대했으나 어이없게 태풍이 불어 깨진
유리창 파편에 맞아 남편이 죽는다는... 어찌보면 너무 아마츄어틱한 결말이다.
 
그러나 꼭 실망만 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이 책의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의욕이 있다.
게다가 여기 작품을 낸 여성작가들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되는 작가들이다보니
독자들의 비평과 본인의 깨달음이 밑거름되어 점차 좋아질거라 믿는다. 앞으로 10년후 여기
나온 일곱명의 이름을 자주 볼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f******e 2011.03.2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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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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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밖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대륙의 먼지를 머금은 황사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봄비라는 의미에서 마음에 한껏 따뜻해 지는 기분이다 맞으면 분명이 먼지를 뒤집어 쓰겠지만 이상하게 비를 마지하러 달려 나가고 마음이다,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를 만났을때 여성작가 7인의 이야기를는 것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 같은 여성의 느낌이니 더 깊숙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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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창밖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
대륙의 먼지를 머금은 황사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래도 봄비라는 의미에서 마음에 한껏 따뜻해 지는 기분이다
맞으면 분명이 먼지를 뒤집어 쓰겠지만 이상하게 비를 마지하러 달려 나가고 마음이다,
 
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를 만났을때 여성작가 7인의 이야기를는 것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다
같은 여성의 느낌이니 더 깊숙히 이해할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야기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짧을수록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내 경험이 들어 맞는
이 슬픈 현실,,, 제일 어려운 것이 시 , 이고 그 다음이 단편 소설인것 같다,,  함축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설정이 나를 당혹시킨다,  나의 이해력부족을 탓할수 밖에 ,,너무 어려운 책을 골랐다는 생각에 또한번
진땀을 뺏다,
첫번째 작품 ,<티슈,지붕 그리고 하얀구두 신은 고양이>에서는 이혼당하고 부모님 에게로 귀환한 인생 실패자 모습의
한 남성이 지붕에 올라 비오는 모습을 감상하며 이웃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티슈를 보며 상상하는 이야기이야
비록 현실을 그가 상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의 이혼 당한 이야기도 처철하게 슬프지만 그의 인생이
어째 찌질하다는 생각을 떨칠수 없다, 그에게 비는 그의 추레한 모습을 더욱 볼품없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매개체일 뿐일까?
그냥 내 생각이다,,,,,
두번째 작품<대기자들>은  기자들의 이야기가 아니고 치과병원에서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자들의 이야기이다,
병원에 방문했을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 진다,,, 혹시 내 순서가 세번째 인가 네번째인가 하고 간호사들의 움직임이나
다른 대기자들의 행동을 엿보던 초조함과 기분들을 엿볼수 있는 작품이다, 조금 읽기가 힘든 작품이였다,
그런 기분은 실지로 느끼는것으로도 충분히거북한 느낌인데 그것을 책으로 읽으려니 정말 손발이 오그라지는 느낌이였다
세번째 작품 <여름 팬터마임>은 고등학교때의  시에 대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한편의 베스트 셀러 극장을
시청하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작품들은 대체로 나같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조금 난해한 작품이였다, 여자들의 비에 대한 수다정도로 알고 덤벼든 나에게는
실패한 책이다, 책에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2 2011.03.20.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