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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 커버로 창비에서 시도한 책의 디자인이 담박해서 우선 마음에 든다. 시 「나비와 광장」으로 잘 알려진 모더니스트 김규동 시인의 전집인데, 한 시인의 첫 시집부터 마지막 시집까지 그의 지적 모험을 따라가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집’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수록된 초기 시집 『나비와 광장』, 『현대의 신화』는 지난 50년대에 많이 판매된 시집의 하나로 문단에서 꼽히는데 한반도의 전쟁이 가져온 민족의 불행, 기계문명이 유발한 파괴, 혼돈의 현대에 막 들어선 한국 사회의 동요와 우울을 주지주의자의 눈으로 예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긴 창작의 휴지부 이후 나온 『죽음 속의 영웅』이 모더니즘의 기반 위에서 정권의 압제에 시달리는 사회와 민중의 고뇌를 포착했다면, 마지막 시집 『느릅나무에게』에서는 삶과 운명, 인간 문명에 대한 노시인의 해석을 서정성을 담아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김규동 시인이 타계(2011)한지 이제 10여년이 지났고 문단에서도 재 조명의 시도가 있다 하니, 대학의 강단이나 도서관 서가에 두 세 권은 비치할만한 ‘두터운 책’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