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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나 방학이면 출국 카운터엔 아주 긴~ 줄이 늘어선다. 그 사람들은 짧게는 한두 시간에서 길게는 열시간을 넘는 비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림을 즐기고 있을 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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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라니 왠지 굉장한 모험과 독특하고 신나는 여행이 담겨있을 것 같은 여행에세이여서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다. 여행에세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여행사진을 들여다보는 묘미가 있을터인즉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 책훑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자그마하고 가벼운 책을 아무리 넘겨봐도 사진은 커녕 그림하나 나오지 않는것이다. 여행에세이가 왜 이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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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여객기를 타고 여행 하는것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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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50의 의미는 150일인데 알고 보니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고 그 시간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커플이!
허허. 이런 발칙한 인간들이 다 있나!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시대를 역행해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뭐냐는 말인가. 15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망망대해 물살을 가르거나 엄청난 악취를 풍기는 수많은 사람들과 닭장에 갇힌 신세로 일주일간 기차를 탄다거나 하는 일을 감행하다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행기를 타는 것에 비해서 돈도 엄청나게 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어쨌든 그들은 이를 꽉 깨물고 모험을 감행한다. 멀쩡한 변호사와 어엿한 언론인 커플이 집도 처분하고 직장에는 통보하듯 그만두고 벌인 일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물론 이건 엄청난 질투심에 근거하여 나온 이야기임 ;;;; )
홀홀 떠난 그들, 지구를 땅에 붙은 채로 돌기 시작한다. 버스, 택시, 승용차, 기차, 배, 자전거, 스쿠터....모든 탈것들이 동원된다. 그야말로 비행기를 뺀 리스트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들의 여행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이고 빵 터졌는데 그것은 주인공의 말마따나 땅에 붙어 이동하는 여행을 하게 되면 하늘을 가로질러 휭 날아가는 여행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들 뿐만 아니라 그 탈것의 일정한 리듬에 따라서 깊은 사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스 스티븐슨은 자신이 이동을 하는 동안 그리고 주변 환경을 둘러보고 여정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잘 관찰하며 해낸 깊고 깊은 생각들을 아주 명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기가 막힌(그리고 엄청나게 부러운)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베이징을 출발해서 동남아로 넘어가는 동안 그가 관찰한 러시아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의 이야기라든지 잠시 있었던 일본에서 탄 신칸센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로망인 배타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 맛있게 잘 버무러져 있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나는 아주 훌륭한 만찬을 마친 기분이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훌륭한 파트너가 생긴다면 이런 여행을 반드시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 굳이 세계를 도는 것이 아니더라도 배 타고 중국으로 들어가 기차를 타고 동남아를 쭉 돌고 다시 배를 타고 일본 정도로 가서 일본을 여행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행 정도는 마음에 담고 있긴 하다. 그 정도라면 나 혼자라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까지.....사실 그 믿음에 이 책이 거름이 됐다는 건 매우 명확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라면 워싱톤에서 한 달치 방세 정도의 가격이 드는 기차라면 그냥 비행기를 탈 것 같다는 생각도....;;;;;;
아무튼.
색다른 여행기였다. 그야말로 재미있어서 놓기 싫었고 이들의 여행이 끝나간다는 사실에 안절부절 못했다. 엄청난 대리만족감까지. 사진도 한 장 없이 이런 효과를 끌어낸 책은 진심으로 빌 브라이슨의 책 이후 처음이다.
책도 예쁘도 가방에도 쏘옥 들어가니 이동시간들이 긴 사람들이라면 가방에 이 책 한 권쯤 넣어서 함께 여행해도 좋을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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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않고, 세계일주가 가능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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