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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위기의 순간과 좌절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 라네샤는 이제 열두살이 되는 보통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아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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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네샤가 열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라네샤는 얼굴에 얇은 막을 뒤집어쓴 채 태어났다. 열일곱 살 미혼모 엄마는 라네샤를 낳다가 숨을 거두었다. 그때 산파였던 마마 야야가 라네샤 얼굴에서 피투성이 막을 잘라 내지 않았다면 라네샤도 죽었을지 모른다. 마마 야야가 그 막을 거둬 냈을 때, 라네샤는 비로소 울음을 터뜨리며 첫 숨을 들이마시고, 세상의 빛을 처음 봤다. 마마 야야는 라네샤의 연둣빛 눈과 얼굴을 덮고 있던 막을 보고 다른 세상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을 떠나지 않는 엄마 유령도 볼 수 있다. 라네샤에게 동무는 거의 없다. 육손이 타숀과 지진아 앤드루 정도가 있을 뿐이다. 라네샤와 함께 사는 마마 야야는 여든두 살이다. 이제 앞이 거의 안 보일 정도로 눈이 침침하다. 예전에는 산파 일을 했다. 마마 야야가 지금까지 돌봐 준 사람은 엄청 많다. 풀뿌리와 약초로 관절염과 열병을 고쳐 주고, 아기를 받고, 그 아이들이 커서 아이를 가지면 또 그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는 걸 도와줬다. 앞을 내다보는 지혜로운 마마 야야와 다른 세상을 보는 라네샤는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마마 야야는 “때가 무르익으면, 온 우주가 사랑으로 빛난단다.”, “세상엔 나쁜 암호보다 좋은 암호가 더 많아.”, “사랑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거란다.”, “폭풍이 가져가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다.” 같은 말로 라네샤에게 사랑과 지혜를 듬뿍 안겨준다. 비록 가난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허리케인이 다가온다. 그런데 앞날을 내다보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 마마 야야가 꾼 꿈은 해석하기 어렵다. 두려워하던 허리케인은 정작 용케 피했는데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죽은 사람의 몸에 수의를 덮어씌운 것처럼 모든 게 검게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라네샤와 마마 야야는 엄청난 위력의 허리케인을 잘 버틴다. 그러나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사는 이들에게 홍수가 다가온다. 마마 야야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무지개가 뜨면 그게 다시는 홍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신의 약속이라며 라네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라네샤 또한 마마 야야의 영혼이 새로운 것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아챈다. 여태까지 마마 야야를 이보다 더 사랑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마마 야야에게 깊은 사랑을 느꼈다. 살면서 이렇게 감사했던 적이 없었다. 마마 야야 옆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마마 야야의 살은 아주 부드러웠고, 여전히 달콤한 냄새가 났다. 마마 야야의 호흡에 맞춰서 숨을 쉬었다. 마마 야야는 내게 말하고 걷고 보는 법을 가르쳤다. 내 생일을 챙겨 주고,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었다. 해마다 내 생일이 돌아오면 우리는 함께 요리를 하고, 케이크를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진짜 가족처럼 붙어 지냈다. 마마 야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마 야야, 그동안 고마웠어요.”(207 - 208쪽) 물이 계속 차오르는 집에서 다락방으로 지붕으로 피하는 라네샤는 점점 지쳐간다. 보이는 건 오로지 하늘과 더러운 물뿐인 곳에서 함께 대피한 타숀은 점박이의 털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운다. 라네샤 또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인다. 그러나 그것은 마마 야야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작은 배에 올라타기에 이른다. 곁에 있는 소중한 동무 타숀과 강아지 점박이도 살아남는다. 노를 저어가는 이들 위로 하늘이 파랗다. 무지개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지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라네샤는 안다. 그리고 자신은 새로 태어났으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잘 견뎌 내리라는 것도 잘 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