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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은 섬이 된 월미도의 아픈 과거를 알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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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울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자주 가보지 못했다. 특히 월미도는 이름만 자주 들어보았을 뿐이다. 오늘날 존재하는 소수의 여행상품을 통해 월미도가 일종의 놀이동산처럼 조성된 곳일 거라고 짐작해왔는데, 굴곡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끌어안은 섬임을 이번 독서를 통해 뒤늦게 배웠다. 지도를 펼쳐놓고 월미도가 어디 즈음인지를 찾아본다. 영종도가 다리로 연결돼 있다면 월미도는 간척사업의 결과인지 아예 육지와 맞닿아 있었다. 지도상으론 섬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바로 아래쪽으로 인천항이 있었다. 지금도 백령도 등 섬을 오가는 배가 이용하는 항구다. 바다로 나아갈 수 있으며 서울에도 쉽사리 닿을 수 있는 곳.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그렇다. 역사를 공부하며 접했던 제물포가 바로 이 곳이라고 보면 된다.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할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조선 조정에서 끝까지 개항을 반대했던 바로 그 곳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월미도에 어떤 역사가 깃들었을지 대략 짐작이 가능했다. 나라 힘은 약했고, 외세가 일찌감치 진출했다. 그만큼 민중의 삶은 퍽퍽할 수밖에 없었다. 대량 수탈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집을 빼앗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사는 나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원치 않는 이유로 월미도를 떠난 이들이 여전히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니, 금시초문이었다. 그렇게 된 원인을 듣고 나니 더욱 허무했다.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작전으로 손꼽는 인천상륙작전과도 밀접하다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기는 하나 싶었다. 전쟁은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만 하는 참혹한 무언가다. 세계 최강 미군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일 터. 그들은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만에 하나 위협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제거하려 들었다. 월미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개해야만 하는 인민군이 되어버렸다. 왜 자신을 향해 폭격이 자행되는지 월미도 주민들은 알지 못했다. 눈 앞에서 집이 두 동강이 났다. 방금 전까지 하하호호 같이 웃던 친지가 처참하게 숨을 거뒀다. 예의를 갖춰 묘지를 꾸리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산 자는 살아야 했기에 맨몸으로 월미도를 빠져나왔다. 그 때부터 그들은 눈 앞에 고향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나면 일상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희망이 그들을 버티게 했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군사정권은 월미도의 군사적 가치를 높이 샀다. 현대적 의미의 소유권을 증명해 보일 만한 문서 따위를 주민이 지녔을 리 없었다. 땅 주인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군사정권은 백분 활용했다. 군부대가 들어섰는데 주민들은 어떠한 반대 의사도 표명할 수 없었다. 사회를 짙게 물들인 레드 콤플렉스 탓이었다.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든 존재는 빨갱이, 북한 추종자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몇 안 되는 남은 이들은 고령에 성치 않는 몸 때문에 고향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 버겁다. 자칫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혼자만의 아픔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을 월미도 문제는 그러나 서서히 세상에 알려졌다.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 주민들 덕이었다. 뒤틀린 역사는 아직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세상은 역사를 바로잡는 일을 이기주의라 평하기도 한다. 월미도 주민들에게 고향을 되찾아주는 일은 그렇게 일종의 특권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들의 일상을 존중하고 싶다. 남들처럼 살고 싶은 마음은 철없는 욕심이 아니다. 무엇이 그들을 떠돌게 만들었는지를 되짚다 보면 우리가 필히 기억해야만 하는 한 단어와 만나게 된다. 평화. 만일 우리의 지난날이 평화로웠더라면 월미도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가난했을 수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부족함 없이 살아왔을 것이다. 월미도 주민들이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일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요, 혼란을 평온으로 뒤바꾸는 일이다. 월미도는 평지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섬의 중심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어 오르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게 그곳에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외치고 싶다. 그토록 바라던 평화를 드디어 되찾았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