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고1때 뭐라 말할수 없는 울림으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잊지 못하던 책을 결국 사고야 말았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 '장미의 이름'에서 그렇게 데이고도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을 덜컥 구입했었던 것은 알 수 없는 울림의 정체를 알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받아본 책은 역시 묵직하면서도 아담한 느낌이었다. 보슬보슬한 감촉의 표지에 고전 명화같은게 찍혀있는 양장판으로 이정도 두께의 양장으로서는 전체 사이즈가 작은편이라 그런지 아담하고 들고다니며 읽기에 좋았다. 페이지당 글자수는 다소 빡빡한 느낌이나 읽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고 전체 편집이나 번역도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 ['푸코의 진자'에 얽힌 신비스런 에너지의 비밀을 쫓는, 움베르토 에코의 '백과사전적 추리소설'. 성당기사단, 장미십자회, 기호와 암호학, 신비주의와 밀교, 중세 기독교의 역사 등 고도로 지적이고 은밀한 퍼즐들이 여러 개의 언어로 뒤섞여있는 책...] 이라고 했는데, 딱 그거다. 리뷰쓸 맛이 없어진다. 확실히 전문가는 전문가인것이 어떻게 필자의 마음속에서 느낌으로만 맴도는 것을 어떻게 저렇게 몇줄로 딱 표현하는지, 그저 좌절할뿐이다..OTL 그래서 그냥 필자의 감상만 얘기하자면, 역시 '재미없다'. 백과사전적 추리소설답게 백과사전적 지식이 없고서는 너무 어려운데다 이야기의 맥도 잘 안잡히고 문체까지 뻑뻑하다. 몇번의 도전끝에 완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놓고도 내용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같은 책 소개에 [책의 커다란 골격을 이루는 '추적'의 결과가 무엇이냐는 결국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라고 했는데 이것 역시 딱 맞는 말이다. 주인공들이 무슨일을 벌였고 어떻게 위험에 처했으며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마치 안개속에 빠진것처럼 희미하다. 필자는 정말 이 작품을 읽는동안 몽롱한 상태로 진흙창을 헤쳐나가는 느낌이었다. 희한한것은 '재미'야말로 책의 미덕이라고 끊이없이 주장하는 필자인데도, '장미의 이름'에 이어 '푸코의 진자'까지 구매한데다 완독까지 하였는데, 재미가 없음에도 밉거나 짜증나지 않고 볼때마다 뭐라 말할수 없는 애증이 느껴져 언젠가는 다시 한번 도전해 보리라 생각되는 것이다. 책을 구매하실 분에게 건방진 조언을 드리자면, 고전을 비교적 편하게 읽으실 수 있는 공력의 소유자이시거나 미스테리의 필독서로 읽으실 매니아분들만 구매하시기를 권유드린다. 재미있다에 2, 외관에는 4.5, 편집에 3.5, 소장가치에는 4 대충해서 평균 3.5의 별점을 주고 싶다. |
고전이 고전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다양하게 읽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만이 아니라 그 외의 많은 다른 장르에서도 고전이 되는 작품들은 그 작품이 나온 그 시대에 갇혀있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고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하게 그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그 이야기 속에 잘 담아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들은 고전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많이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이것은 고전이 될 것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 작품들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이런 글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글을 쓴다는 쪽이 더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한다. 단순히 읽고 버릴 수 있는 글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라 움베르토 에코의 현학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가득 채운 글들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움베르토 에코 스타일이 가장 잘 보여지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 '푸코의 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그 수식어들은 아마도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번쯤은 건드려 본 것 같은 이 대단한 학자를 표현하는 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움베르토 에코의 지식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만들어낸 움베르토 에코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바로 '작가'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쓴 글들은 온갖 지식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단순히 참고 서적들을 모으고 지식들을 적당히 모아서 하나의 글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그 글에 언급이 되는 책들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공부하면서 읽는 소설이라는 말처럼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잘 표현하는 말은 그런 점에서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 움베르토 에코도 자신의 작품이 그런 특징을 갖는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푸코의 진자'는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 책 '푸코의 진자'는 사실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는 아니다. 상당히 긴 이야기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지식들을 담아내면서 펼쳐지지만, 그 핵심적인 이야기만으로 따로 놓고 보면 사실 그렇게 특별히 대단한 반전이나 사람들을 긴장시키는 사건의 연속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작품 '푸코의 진자'를 읽다보면 연속적으로 등장하새 우리의 머리를 강타하는 그 방대한 지식들에 의해서 어느새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면서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더불어 그 지식들이 너무나 잘 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우리의 마음은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이 마치 진짜 벌어진 일처럼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책 속의 그 많은 이론과 지식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그 많은 지식들을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바로 그 충동이 움베르토 에코가 이 '푸코의 진자'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마치 이 책 속의 그 모든 사건들이 단순한 상상에서 시작되어 큰 사건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조금은 어이없는 모습이 바로 인류가 지금까지 이 지구에서 생존하고 문명과 문화라는 만들어온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 '푸코의 진자'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단순히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사건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모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 '푸코의 진자'는 바로 고전이 주는 즐거움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우리에게 전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장미의 이름을 읽고, 에코의 특이한 성향의 소설 기법에 매료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