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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57 가을 감잎
《토리빵 2》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 커뮤니케이션즈 2011.3.5.
《토리빵 2》을 보면 처음에 감잎이 나온다. 다시 보아도 참 곱다. 감잎은 붉은빛이 가장 돌 적에 곱다고 느낀다. 푸릇하던 잎이 발갛게 물들면서 새롭게 오는 철을 알려주는 듯하다.
올해는 감잎에 홀딱 반했다. 곱게 물든 가랑잎을 책에 끼워 놓으면 이내 바랜다. 단풍나무잎만 붉은 그대로 있지만, 여느 잎은 노랗고 빨갛게 곱던 잎이 흙빛이 되더라. 감잎을 몇 군데서 땄다. 팔공산에서 만난 감잎은 크고 아직 푸릇했다. 팔공산 미술관 옆 빈터에 감나무 한 그루 있는데, 잎이 손바닥보다 크고 붉게 물들었다. 몇 자락을 땄다. 계명대 뜰에서 만난 감나무는 잎이 몇 안 남았는데 가장 빨갛게 물이 들었다. 팔이 닿는 데까지만 감잎을 따 보았다.
《토리빵 2》을 읽다가 큰아이 어린 날을 떠올린다. 세이레 동안 젖을 먹이고서 시골집에 맡기고 일을 하러 나갔는데, 큰아이는 시골집에서 걸음마을 뗀 뒤로는 닭하고 오리하고 놀았다. 등겨를 떠서 부어 주면, 닭은 한쪽으로 몰려서 우리 딸을 지켜보곤 했다. 시골을 가까이서 보며 자란 큰딸인데, 이젠 서울티가 나는 아가씨로 자랐다. 흙을 만지고 밭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서울살이로 뿌리를 내리며 시골하고 더 멀어졌다.
그러나 나도 큰딸처럼 살림이나 보금자리보다 일자리를 찾아서 움직였는걸. 서울티가 나는 삶으로 나아간 큰딸도 일 때문이겠지. 큰딸은 어린날 함께한 오리랑 닭이랑 강아지랑 나락을 떠올릴까? 시골빛을 만지고 놀던 그때를 떠올릴까?
아마 내가 모를 뿐, 큰딸은 큰딸대로 시골빛을 이따금 떠올리겠지. 몸에 물든 빛은 어느 날 가만히 깨어나겠지. 아이들은 저마다 무언가 새롭게 배우려고 태어나리라 본다. 나도 우리 어버이가 못 다한 무언가를 배우려고 태어났을 테고, 우리 짝꿍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아이들한테 이모저모 가르친다고 하지만, 막상 돌아보면 아이한테서 배우는 대목이 아주 많다. 큰딸이 속으로 품는 사랑을 머잖아 나도 받아들여서 좀더 따뜻하게 이 삶을 바라보고 풀어낼 수 있겠지.
며칠 동안 우리 집 모이터 물이 꽁꽁 얼었다. 비둘기가 왔다가 그냥 가고 작은 새가 왔다가 그냥 갔다. 멸치 머리를 담아 놓은 그릇을 비웠다. 물을 끓여 얼음에 부었다. 곧 다시 얼겠지만 한 모금이라도 축이기를 바란다.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는 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무언가 바라고 우리 집까지 날아왔을 텐데, 먹이도 없고 물마저 얼면 새로서도 섭섭해서 유리창에 똥만 뿌직 남기고 날아가지 싶다.
이제 《토리빵 2》을 덮는다. 그림도, 그림에 붙는 말도, 어쩜 하나하나 노래 같다.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촐하게 여민 작은 만화책은 통째로 노래 같다. 시가 달리 있겠는가. 이렇게 가을빛을 이야기하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하루를 곰곰이 돌아보도록 북돋우는 글이라면, 모두 노래이리라.
2023.12.03.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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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토호쿠 지방 이와테현의 한 베드타운. 그곳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만화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토리노 난코. 그녀가 들려주는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과 귀여운 들새들의 따스한 이야기 제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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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지빠귀 Turdus naumanni 참새목 개똥지빠귀과. 시베리아 동부에서 캄차카 반도에 걸쳐 번식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일본으로 찾아와 평야, 산지, 농촌, 도시 등 다양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지렁이나 곤충, 과일 등을 먹는다. 몸 길이 24cm. 봄은 새에게도 봄이다. 만물이 피어나는 계절이니 만큼 먹을 것도 많다. 이 때에 맞춰 짝도 찾고 새끼를 치는 새가 많다. 새에게 가장 힘든 시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겨울이다. 먹을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지런한 새는 겨울에 먹을 것을 찾을 장소를 미리 확인해 둔다. 먹을 것이 많은 가을에도 우리 둘레에서 새를 볼 수 있는 까닭이다. 토리노 난코는 집 둘레의 새를 집중 관찰하고 있다. 새를 보기 위해 종종 먼걸음을 하기도 하지만 집 정원에 있는 모이터에 오는 새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아주 깊이 관찰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모이터를 만드는 과정만 살펴보더라도 얼마나 세심하게 새에게 먹이를 주며 관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장소 정하기 아무리 맛있는 먹을거리라도 사람들이 많은 거리의 테이블에선 먹고 싶지 않다. 새도 마찬가지다. 바닥 한쪽에 덤불이 있는 마당의 큰 나무 밑에 모이터를 설치한다. 2m 높이 이상이면 좋다. 단, 모이터 바로 밑에는 덤불이나 풀숲이 없도록 한다. 약한 녀석이 밑에 떨어진 먹이를 먹기 힘들게 되니까. 모이터 모이터는 눈과 비를 막기 위한 지붕, 과일을 꽂기 위한 못을 접시와 함께 설치한다. 접시는 도기로 된 파이 접시가 좋다. 가벼운 접시는 새가 앉으면 뒤집어지고, 얇으면 새가 서 있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씻기 쉽고 더러운 것이 배지 않는다. 손님 분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귀엽고 귀한 새가 오길 바라는 것이라 덩치가 크고 난폭한 녀석은 미움을 받는다. 까막딱따구리, 오목눈이, 쇠박새, 동박새는 반갑지만 까마귀, 직박구리, 비둘기, 물까치는 성가시다. 모이터에 줄을 치면 까마귀나 비둘기는 막을 수 있지만 개똥지빠귀 같은 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되므로 모이의 종류별로 모이터를 나눠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먼저 참새와 직박구리를 소중하게 대하자. 지역 주민에게 평이 안 좋은 가게에는 관광객도 안 가는 법이니까. 엿보기 모이터가 보이는 창문은 발을 쳐둔다. 밖에서는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창 바로 앞에 모이터를 만들 수 있다. 새는 안심하고 먹이를 먹을 수 있어 때로 새의 배를 볼 수도 있다. 새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며 모이터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많은 새가 왔을 리 만무하다. 처음에는 참새나 가끔 찾아오다가 직박구리가 소란을 피웠다. 그러다 가까이서 처음 본 물까치의 아름다움에 놀랐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은 더 많은 새를 불러모았을 것이다. 모이접시에 거의 올라가지 않고, 자신보다 작은 참새에게조차 먹이를 양보하며, 반드시 구석진 곳에 숨어서 먹이를 먹는, 가난이 몸에 밴 개똥지빠귀도 그들 중 하나다. 넓디넓은 하늘에서 자신의 집을 골라 내려오는 새들을 즐겁게 기다리는 작가의 모습은 조만간 내가 구현해야 할 미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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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지빠귀와 왕사마귀
토리빵2에서도 역시 자연의 벗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별명을 붙인 새들 중 나 역시 마음이 쓰이는 새가 있다. 바로 가난뱅이 근성이 몸에 밴 개똥지빠귀 츠구밍이다. 너무나 소심하여 먹이통에 다가가지 못하고 다른 새가 먹다 흘린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추구밍이었다. 작가가 정말 동물 또는 곤충을 좋아함을 느낀 에피소드가 왕사마귀를 먹여 살려 알까지 낳게 도와준 편이다. 곤충을 좋아하지 않던 나도 작가의 왕사마귀를 향한 애정을 보니 왠지 흐뭇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