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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소녀가 알게되는 어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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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흉내도 내고, 어른들의 옷도 입어본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어른들이 가는 곳도 몰래 가보고, 어른들처럼 말도 해 본다. 그렇게 다들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어차피 나이가 들면 다 어른이 되는 것인데. 그때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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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른들이 흉내도 내고, 어른들의 옷도 입어본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어른들이 가는 곳도 몰래 가보고, 어른들처럼 말도 해 본다. 그렇게 다들 어른이 되어간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어차피 나이가 들면 다 어른이 되는 것인데. 그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다.


주디 블런델의 [그 여름의 거짓말]에도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에비'라는 소녀가 나온다. 소설의 배경은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흔히 이야기하는 전후 특수를 누리는 미국사회이다. 에비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 친구와 함께 담배 모양의 초코렛을 빨면서 담배를 피는 시늉도 하고, 엄마가 바르는 '치명적인 사과 색깔'의 립스틱도 바르고 싶어 한다.


"소녀들은 거품이 이는 것 같은 드레스에 코르사주를 달고 있었는데, 스커트는 부채처럼 펼쳐지며 발목까지 내려왔다. 전쟁 중에는 군인들을 위해 물자를 절약해야 했기 때문에 짧은 스커트를 입었지만, 이제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모든 것이 커졌다. 자동차도, 빌딩도, 스커트도.

그리고 향수! 창가에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정글가드나아와 이브닝파리의 향기였다. 마음속에 있던 욕망으로 인해 나는 두근거렸다. 저 소녀들처럼 되고 싶었다. 엄마처럼 금발의 미인이 되고 싶었다. 스커트가 풍성한 드레스를 갖고 싶었다." (P51)"


 

 

 


에비의 엄마 베브는 당시 인기를 끌던 금발의 영화배우 '라나 터너'를 닮은 미인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 에비를 나았고, 지금은 새아빠 조와 함께 퀀시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조가 옛 군대 동료의 전화를 받더니, 쫓기듯 플로리다의 휴양도시 팜비치로 놀러가자고 말한다. 에비는 마냥 좋기만 한다. 꿈에 그리던 켈리포니아의 팜비치라니! 하지만 새아빠 조와 엄마 베브와 도착한 팜비치는 휴가철이 끝나서인지 썰렁하기만 하다. 그래도 그 곳에서 피터라는 남성을 만난다. 피터는 에비를 처음으로 여자로 대해준다. 그는 에비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선 너는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아는 소녀처럼 걷지 않아. 정말 애석한 일이야!" (P95)


그래서 에비는 이제 예쁜 소녀처럼 걸으려 한다.


"다음날 나는 내가 얼마나 예쁜지 아는 것처럼 걸으려고 노력하면서 로비를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냈다." (P98)


피터와 에비의 데이트를 감시하기 위해 엄마는 에비와 함께 피터를 따라다닌다. 함께 영화도 보고, 해변에 드라이브도 다닌다. 그런데 새아빠 조는 피터를 대하는 행동이 이상하다. 함께 군대에서 근무했다던 피터를 조는 극도로 경계한다. 그리고 엄마와 피터와의 묘한 행도들, 이제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 신경질적인 다툼이 계속된다. 에비가 예상했던 핑크빛 분위기는 이제 점점 어두운 분위기로 변해간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병에 든 우유 냄새를 맡아보고 내일이면 상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쨌든 시리얼에 부어 먹는 것처럼,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P156)


허리케인이 부는 날 아빠와 엄마, 그리고 피터는 에비만을 남겨둔채 낚시배를 타고 호수로 나간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만이 돌아온다. 이제 에비는 어른들의 진실을 알았다.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 선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갔으니, 어른들의 행동을 해야 한다. 그는 아빠와 엄마를 위해 거짓말을 해야했다. 그것이 어른들의 행동이었으니까.


 

어린 에비는 항상 엄마처럼 되고 싶어했다. 새아빠 조가 하는 일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했다. 얼른 어른이 되어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에비는 어른이 되어가며 어른들의 거짓말의 세계를 알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어른들의 어둡고 잔인한 세계를. 에비는 비록 그 세계 속에 발을 들여놓지만, 결코 그 세계 속에 동화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나는 조와 엄마와 함께 살 것이다. 그 외에는 갈 곳이 없다. -중략- 하지만 내가 그들의 딸로 지내면서 토스트를 먹고, 데이트를 끝내면 집으로 돌아오고, 접시를 닦는 동안, 나는 내 자신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나는 엄마를 사랑할 테지만 엄마처럼 되길 원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우습지 않은 농담에도 절대로 웃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건 아마도 힘든 일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강했다." (P359)


그러나 에비가 과연 그 여름의 거짓말 사건의 트라우마를 이기고, 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어른들의 거짓말 세계에서 처름 가졌던 그 결심과 순수함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읽었다면 에비의 결심을 백프로 응원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세상의 잔인함과 인간의 연약함을 깨달은 후에는 자신이 없다. 세상은 어린 소녀의 결심 정도는 순시간에 바꾸어 버릴 정도로 잔인하니까. 그럼에도 에비의 결심을 응원한다. 인생은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싸우기로 결심하는 의지자체가 중요하니까. 에비의 의지가 어른들의 거짓말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래본다.

i*******3 2016.08.25. 신고 공감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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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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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거짓말 주디 브런델 지음문학동네  초반부터, 젊고 멋진 피터 콜리지를 두고 두 모녀가 줄다리기를 벌이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기운이 돌기는 했지만, 애써 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이 많은 남자가 어린 여자에게 연정을 느끼고 로맨스를 형성하는데는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며 유혹하는 상황은 별로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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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거짓말 

주디 브런델 지음

문학동네

 

 초반부터, 젊고 멋진 피터 콜리지를 두고 두 모녀가 줄다리기를 벌이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기운이 돌기는 했지만, 애써 이를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이 많은 남자가 어린 여자에게 연정을 느끼고 로맨스를 형성하는데는 비교적 우호적이지만, 나이 많은 여자가 젊은 남자에게 추파를 던지며 유혹하는 상황은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나 보다……. 

2008년도 전미도서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작가 주디 블런델이 데뷔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쓴 소설이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밤마다 소설을 써내려간 끝에 결국 작가가 된 주디 블런델은 그동안 주드 왓슨이라는 필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아왔다. 2008년에 바라본 1945년의 플로리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을 듯 싶다.

2차 대전 직후의 뉴욕과 플로리다의 텅 빈 휴양지를 배경으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의 성장을 그려낸 이 소설은 '뛰어난 미스터리이자, 생생한 등장인물이 살아 숨쉬는 영리한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미국도서관협회, 스쿨라이브러리저널에서 뽑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쟁이 주는 상처, 전쟁터에서 싸웠던 전우들은 다시 사회로 나가 삶을 개척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후의 혼란 상황?

플로리다는 대학시절 친구 아이들 넷을 끌어안고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찾아간 곳이기도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가 몹시 보고싶어졌다. 1945년이 아니라 2016년 현재 플로리다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18장까지 읽다가 날도 너무 지나치게 덥고... 진도도 참으로 안나가서 뒤의 해설을 읽어보았다, 반칙인 줄 알면서도…….

책 소개글에서 미스터리라는 단어에 끌려서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읽었다. 미스터리라고는 하는데 과연 어떤 방식의 미스터리일지, 누구의 어떤 거짓말일지 그저 궁금해하면서 들춰본 해설을 통해 중후반은 비교적 수월하고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그 여름의 거짓말은 순진하고 꿈 많은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현실적이고 냉철한 수사관의 역할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은 자연스레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풍기게 되었지만, 열다섯 살 주인공 에비 스푸터 덕분에 아름다운 성장 이야기가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에벌린 블렁킷의 불행은 너무 어린 엄마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열일곱에 엄마가 된 비벌리는 너무 아름답다는 점이 더더욱 불행을 가속시킨다. 평범한 소녀인 주인공 에비의 열다섯 살 여름은 너무나 잔혹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답다. 에비는 어른들은 모두 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어른이 되면 뭐든 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은 위선과 거짓말로 가득할 뿐이다. 추악한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며 에비는 자신만은 그런 어른이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리고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한 그녀의 선택. 그녀의 행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그 선택은 더 강렬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2016.8.20.(토) 두뽀사리~ 

i***2 2016.08.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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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열다섯 소녀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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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날 그날을 보내는 것이 딱히 나쁘지 않았고, 굳이 빨리 어른이 되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금도 역시 어른은 빨리 되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지금의 나를 진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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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날 그날을 보내는 것이 딱히 나쁘지 않았고,

굳이 빨리 어른이 되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금도 역시 어른은 빨리 되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지금의 나를 진짜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하지만 이 책, <그 여름의 거짓말>의 주인공 에비는 나와 다르다.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에비의 꿈이다.

어쩌면 지나치게 예쁜 엄마에게 늘 조금은 주눅이 들어 있기에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나 동경하던 어른의 세계가 사실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한 곳이라면?

한발짝 내디딘 그곳에서 만난 진실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면?

열다섯 소녀에겐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지만, 그런 현실이 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직후.

아직은 성수기가 아니라 황량하기까지 한 플로리다의 휴양지에서 에비는 피터라는 잘생긴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새아빠의 군대 후임이자 부잣집 둘째아들이고 예일대학교를 나온 피터.

첫사랑에 눈이 먼 에비에게는 이 남자가 동화 속 왕자님 같을 테지만,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이 남자 어쩐지 수상하다.

에비의 새아빠와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불편한 관계가 된 건지,

에비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 에비의 엄마에게 관심이 있는 건지,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며 에비 역시 피터에 대한 진실을 서서히 알아차린다.

그리고 피터에 대한 진실은 엄마와 새아빠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기도 하다는 사실까지 모두...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에 후반부에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사고는 그 전말이 책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에비도 우리도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고의 전말이 무엇이건 그것에 상관없이 에비가 이 책의 결말에서 택한 행동은

굉장히 용기 있는, 진짜 어른다운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꽤 괜찮은 어른이 될 것 같은 주인공에게 언니로서 응원을 보내고 싶다.

 

스릴러 같은 면도 있고(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뒷이야기가 엄청나게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엇다), 동시에 성장과 어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무엇보다 진실과 정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j******8 2013.1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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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거짓말로도 완벽히 가려지지 않는 그때 그 시절의 속사정... 주디 블런델, 그 여름의 거짓말
"소녀의 거짓말로도 완벽히 가려지지 않는 그때 그 시절의 속사정... 주디 블런델, 그 여름의 거짓말" 내용보기
‘그때는 1947년이었고, 전쟁이 끝난 후였다.’ 열다섯 살의 소녀 에벌린은 서른 두 살의 엄마 비벌리와 함께 전쟁에서 돌아온 조를 반겼다. 혹시 조가 돌아오지 못할까봐 비벌리와 에벌린은 노심초사하였다. 모두가 감내하는 것을 두 사람도 감내하면서 전쟁의 시간을 보냈다. 조는 에벌린의 의부였지만 두 사람은 조를 좋아하였고 조 또한 두 사람을 좋아하였다. 전쟁은 끝났고
"소녀의 거짓말로도 완벽히 가려지지 않는 그때 그 시절의 속사정... 주디 블런델, 그 여름의 거짓말" 내용보기

  ‘그때는 1947년이었고, 전쟁이 끝난 후였다.’ 열다섯 살의 소녀 에벌린은 서른 두 살의 엄마 비벌리와 함께 전쟁에서 돌아온 조를 반겼다. 혹시 조가 돌아오지 못할까봐 비벌리와 에벌린은 노심초사하였다. 모두가 감내하는 것을 두 사람도 감내하면서 전쟁의 시간을 보냈다. 조는 에벌린의 의부였지만 두 사람은 조를 좋아하였고 조 또한 두 사람을 좋아하였다. 전쟁은 끝났고 조는 돌아왔고 조가 시작한 사업들도 나쁘지 않았다.


   열일곱 살에 에벌린을 낳았고 친부가 떠난 후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던 비벌리는 에벌린이 자신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랬다. 에벌린은 엄마와 비교되는 자신의 미성숙한 현재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기를 에벌린의 엄마 비벌리 또한 바랬다. 세 사람이 팜비치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그곳에서 조의 군대 시절 전우였던 젊은 피터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계속 지금처럼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일단 첫발을 떼면 거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원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이제는 안다. 원하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세상에 단 한 번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p.57)


  하지만 성수기가 아닌 이 휴양지의 호텔에서 이들이 만나고, 에벌린의 어린 마음에 피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허리케인의 전조는 에벌린과 피터가 만난 호텔 수영장에 도사리고 있었다. 어쩌면 허리케인은 이들이 나눈 말과 눈빛과 몸짓들이 뿜어내는 수증기를 머금으며 힘을 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허리케인이 이 바닷가 휴양지를 덮쳤고, 피터는 죽었다.


  “그는 나를, 마치 한 번만 제대로 쳐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속속들이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점에서 피터는 아버지를 닮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나를 들여다보자 나는 흔들렸고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뭔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할 것인가?” (p.340)


  피터는 죽었지만 함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비벌리와 조는 돌아왔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두 사람은 돌아왔고 피터는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두 사람은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소녀 에벌린은 자신의 지난 시간을 복기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소녀는 안다. 피터와 자신이 보내는 시간을 엄마가 방해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야말로 두 사람 사이의 훼방꾼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벌린은 진실을 진실인 채로 드려내지 않는다. 아니 사실 소녀가 생각한 진실은 진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피터는 죽었고 남은 것은 이 세 명의 불안정한 가족이다. 이 가족의 연명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에벌린이었고 에벌린은 이 가족을 좀더 연명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는지 그른 판단이었는지를 지금은 아무도 말해줄 수도 없다.


  “나는 피터에게 무엇을 빚졌을까? 이제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진실보다 더 큰 것이다. 약간의 정의. 그를 위한 정의가 아니라, 그 자신도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정의.”(p.359)


  소설은 전쟁이 끝난 시기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기는 열다섯 살 소녀 에벌린처럼 불안정하다. 전쟁 후의 호황은 첫사랑에 빠진 에벌린처럼 핑크빛이지만 (전쟁 중 불법으로 취득한 유대인의 금붙이, 흑인용과 백인용으로 나뉜 개수대, 유대인을 차별하는 호텔 등과 같은) 그 속사정은 실은 겉모습과는 조금 다른 내막들을 가지고 있다. 허리케인이 낱낱이 속살을 드러내도록 만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이제 소녀 에벌린만이 그 속사정을 알고 있고 그것이 이 소녀에게는 너무 무거운 빚이다. 그리고 그 빚의 속성은 바로 ‘약간의 정의’가 아닐까.


  소설은 열다섯 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성장 소설의 외양을 띠면서 동시에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일종의 사회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작가는 주드 왓슨 등의 여러 필명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하는데 (그리고 이 작품은 작가가 본명을 걸고 쓴 첫 번째 소설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처럼 한 편의 소설에 여러 장르적 속성이 포함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주디 블런델 / 김안나 역 / 그 여름의 거짓말 (What I Saw and How I lied) / 문학동네 / 369쪽 / 2013 (2008)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6.0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