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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고민을 별로 안하지만, 제목을 붙이기 살짝 고민이 되는 책이었다. 예전에 봤던 '불멸화 위원회'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당혹스러운 재미도 느껴졌고. 페인이라는 사람은 학부때(자그마치 26년전) 이데올로기 어쩌고 하는 교양수업에서 처음 들어봤었다. 그리고 미국독립혁명에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저작에 대한 언급이 되는 것을 몇몇 책에서 본 기억도 있고, 그때마다 그 수업이 살짝 떠올랐다. 그 수업에서 배웠던 인물 중 기억나는 건 페인과 하이예크... 차라이 하이예크는 보수주의의 거두로 좀 더 상세히 언급되는 글들을 본 기억이 있긴 한데, 페인의 경우는... 유진 하워드의 책과 같은 미국역사에서도 그다지 상세한 소개를 받은 기억은 없다. 영국계 미국인이라는 일반적인 설명정도여서 그런지... 이 책에 대한 소개도 꽤나 오래 전에 인터넷 상에서 봤던 것 같고, 어쩌면 불멸화 위원회와 같이 봤을 수도 있다. 그리고, 뭔가 코믹한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손에 잡아봤는데... 분명 그런 구석이 정말 있는 건 사실이다. 모닝턴 크레센트 게임이란게 대표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역사적 에피소드들도 여럿 있고. 머글토니언이란 종파도.... '영국식 유머'라는 용어, 혹은 표현이 그냥 나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영국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한 종족이 아닌가? 히치하이커 시리즈, 좀 더 통속적으로는(??) 닥터 후가 나오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만 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윌리엄 코빗, 존 스튜어트, 몬큐어 콘웨이, 리차드 칼라일. 에드워드 풋 ... 등등 거의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그들과 토머스 페인과의 관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페인의 사상 및 유골과의 관계가 이와 같은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것(픽션이라는게 아니라) 자체가 매우 특이한 접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긴, 세번째 말하지만 불멸화위원회 같은 책을 쓰는 사람도 있으니, 적어도 세상에는 이런 사회사 혹은 비사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꽤나 되는 모양이다. 하여간, 저 사람들은 ... 어떤 이야기를 말할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긍정적인 것 부터 말해보자는 뜻으로... 현대의 상식, 그것도 인간의 진보를 향한 발걸음에 기여를 하게 되는 이념의 단초들을 제시하고, 또한 구현하려 했던 선도적인 인물들이었던 듯 하다. 그리고(부정적으로) 현대 상식으로 이해 안되는 또라이적 기질과 잘못된 믿음, 그리고 유사과학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아무리 페인의 선도적인 업적을 추종한다 하더라도, 그의 유골에 대해 이상스러운 집착들을 했던 것을 보면, 지금 기준으로는 상식적이지 않은 행적들도 많이 남겼고. 정말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들이 불과 100-200년 전에는 어떤식의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기괴하다고 할 지경이다. 유사과학의 대표로 소개되는 골상학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세기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책을 많이 출판했던 파울러 앤드 웰스 출판사에 모였던 사람들 중에, 노예폐지론자, 여권운동가, 채식주의자 등등.. 정말 지금의 뉘앙스와는 다소 다를 수도 있으나, 현재에도 긍정적 이상주의로 평가할 수 있을만한 사상들의 당대 활동가들이 골상학이나 강신술 같은 책들을 많이 펴내는 출판사 부근에 모여 교감을 나누었다는 이야기는... 진짜 레닌의 시신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에 대해 볼셰비키가 취했던 다양한 행동들에 대한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게 상식이었나보다. 자칫 오독을 하면(의도적이던 아니던), 다양한 진보주의적 사상의 초창기는 사이비적인 감수성에서 비롯된 또라이들의 활동이 주도적이었다, 그렇기에 그와 같은 사상의 한계가 있다... 는 식의 결론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오독이고... 이와 같은 뒤섞임은 꼭 이상주의에만 있는게 아님은 여러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거니까. 이 책을 쓰게 된 발단이 된 호기심, 그리고 자료를 모으고 글을 이어나가면서 저자가 느꼈던 놀라움은, 어쨌거나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잊혀진 영웅이었던 토머스 페인을 어떻게든 기억하려고 하던 비주류인들의 열정의 연대기로 정리된다 하겠다. 한편, 이처럼 수많은 상식과 몰상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저작들이 문화적으로 생산되던 시기를 우리사회보다 대략 200년 정도 더 겪은 그 영어문화권의 토양과 내공에 대한 부러움도 들게 되고... ㅎㅎㅎ 아내가 특히 좋아할만한 책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