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은 있지만 늘 관심에만 머물고 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식 만들기와 차리기이다. 예쁜 그릇도 좋아하고, 뭔가 폼나게, 맛있게 먹고 싶은 마음 또한 굴뚝같은데 오랜 직장생활에 남은 건 그 마음뿐이다.
그래서 늘 책을 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는데, 이 책 역시 보고 나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정성스레 차려낸 음식을 보니 절로 군침이 돈다. 유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약식, 버터 약간과 잼 조금을 담은 토스트 한 조각, 연두색 비대칭형 그릇에 담긴 잡채 등, 일상적으로 보던 음식이 완전히 다른 음식처럼 보인다. 엣지가 있다고 해야 하나 :)
모양과 색상에 많이 좌우되는 내 간사한 눈이 한편으로는 즐겁고 한편으로는 쓸쓸해진다. 나도 나중에 시간 많으면 저렇게 할 수 있으려나? 타고나길 곰손인데 저렇게 되려나.... 그래, 좀더 넓은 부엌과 시간이 주어지면 나도 할 수 있지!(불끈 주먹 쥐고!!)
하지만 내가 이 책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하다 말고 열독했던 것은, 음식이 맛있어 보여서가 아니었다. 얼굴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음식을 나눠 먹을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서였다. 만드는 사람도 즐겁고, 먹는 사람도 즐거울 그 시간을 상상해보라! 아무리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도 같이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냥 '끼니'로 전락했을 음식이, 사람이 있어, 관계가 있어 '마음'을 나누는 끈이 되었으니.
이틀 전 퇴근 직후 서둘러 스파게티 면을 삶아 시판되는 토마토 소스를 뿌려 먹은 것이 떠오른다. 32개월 된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2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포트메리온의 꽃무늬 접시에 담아 먹는데, 정말 행복했다. 비록 내가 한 것이라고는 면을 삶고 꽃접시에 담고 소스를 뿌린 게 다였지만, 행복했다는 말밖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