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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거의 어느 한 시점을 겨냥해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기억이란 것을 끄집어내어 연결한다. 화자는, 과거의 어느 한때, 그것도 지나간 시간의 한 부분이 지금의 나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신들의 이야기로 설명하는 듯했다. 그저 일상 속의 한 부분이었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고, 기억에서 사라져도 괜찮을 것만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기억나는 것, 지금과 결코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 그때의 일들이 지금의 나에게 작용하는 힘까지 서술하고 있었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집이다. 모두 10편의 단편이 담겨 있고,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그 기억에 관한 이야기의 대표적인 설명 같았다. ‘닫힌 문 뒤에 있을 때, 어두운 침실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은 비밀이었다. 주인공들이 회상하면서 기억이라 부르는 그 한때의 일, 하지만 드러내놓지 않은 그 일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말하지 못한 비밀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고통이 되어 남아있는 일이기도 하다. 지워지지 않아 더 아프게 작용하는 감각이다. 친구를 죽게 한 일이 한편으로는 자신이 부추겨서 그렇게 된 거라는 진실을 말하지 못한 것(「구멍」), 한때 천재라 불리던 영화감독이지만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인생으로 바뀐 아버지에 대한 기억(「코요테」), 결혼을 염두에 두어둔 애인이 있지만 노교수에 대한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마음을 간직한 이십대 초반이었던 여자(「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일 년 후의 일을 예언처럼 지금 말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 신혼부부(「피부」), 부재중인 아버지 대신 어머니의 마음속으로 들어온 여자에 대한 이야기(「코네티컷」), 아이가 없는 부부가 시작한 부모의 역할을 뜻대로 진행되지 않아 어려웠고(「아술」), 전적으로 누나 편이었던 나(화자)는 약혼자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혼자 돌아온 누나의 진실을 듣고 생각에 잠겼으며(「폭풍」), 양성애자인 여자의 머킨(이성 애인역할)인 나(화자)는 상대의 마음 변화를 지켜볼 뿐이며(「머킨」), 한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약간의 일탈도 서슴지 않았으며(「외출」), 아직도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동생이 바라본 형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강가의 개」).
10편의 이야기가 모두 일상의 한 단면으로 보이고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기억해내고 있는 순간의 마음은 서늘함이었다. 어느 날 문득 떠올라 추억이라 이름 붙여 즐거워하며 만나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 때로는 잊혀져주었으면 싶은 고통의 흔적이었다. 먼저 손 내밀어 조우하고 싶은 장면들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기억들이 우리들 대부분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 싶었다.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 뜬금없이 다가와 잊히지 않게 하는 일들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평범’한 삶 속에서 ‘평범’하게 일어난 일이었으나, 그 결과는 ‘평범’하지 않았고 지금을 살아가는 나(화자)에게도 ‘평범’하게 작용하지 않는 일들로 남아있다면? 그래서 더 말할 수 없는 시간으로 이어져온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은 일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기억에 자리 잡은 채로 나가지 않았고, 말하지 못한 순간을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후회까지는 아닌 듯했다. 지금 똑같은 순간을 다시 맞이하더라도, 그들은 그때처럼 선뜻 말할 수 없었던 선택을 했을 것만 같다. 나였어도 그 순간에는 그랬을 것 같으니까. ‘비밀’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선뜻 말할 수 없었던 순간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을 있는 그대로, 그 기억이 다시 다가와 고통을 전달해 줄지라도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마음은 내 것이니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실상 기억이란 쓰나미가 밀려오면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닌 게 되어버린다.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별하고 싶은 기억이라도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그게 아픔이라 하더라도 간직하게 되는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기에 말이다.
과학 이론서가 아닐까 생각하다 호기심에 클릭해본 책이, 우리의 일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많이 놀랐다. 단순히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지금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함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잠깐 허둥댔지만, 우리 옆에 너무 가까이 붙어있던 이 감정들을 활자로 확인한 시간이 지나니 안정이 된다. 작가는, 어쩜 이렇게 출렁이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깜찍하게 풀어냈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한 순간이, 혹은 기억이란 것이 지금의 우리 삶에 어떻게 머물러 있을지 궁금해질 때 이 책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떨까 싶다. 주인공들의 모습에 공감하다가, 그들이 미처 치유하지 못하고 건너온 시간을 같이 더듬어올 때, 그들의 이야기 곳곳에서 우리 자신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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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나간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볼 수가 있었다는 점과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는 상처와 연민,비밀들이 한꺼번에 밀려 온다는 것이다.특히 철은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지고 들려 오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당시엔 이해가 가지 않고 막연하게 호기심으로 다가 갔던 일들이 어른이 되고 나면 새삼스레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고 좀 더 나은 과거의 환경 속에서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편린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도 않을테고 보통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덕과 윤리의 기준으로 보았을때 특이하게 남는 한 컷 내지 두 컷 정도는 희미한 필름마냥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내면에서 잠자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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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
너무 오래전에 부케브릿지를 통해 받은 소설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된다. 제목만으로는 소설임을 눈치챌수 없어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혀있었더랬다. 제목만 보고 이건 물리학과 관련된 책이라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내 말에 소설이라고 남편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더 나중에야 책을 읽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 열편의 단편이 실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간혹 너무 짧아 소설이 맞나 싶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부분 제각각의 이야기가 분명한데도, 간혹 앞 소설의 화자가 뒷 소설의 화자와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경험한 삶의 일부분들이 변형되어 시간과 공간을 뒤섞어 소설로 나열된 것이 아닐까...
소설을 들여다보면 소재는 범상하면서도 범상치 않다. 어린시절 겪었던 경험에 대해 너무 담담히 털어놓다보니 그 소재가 평범하게 여겨질 뿐인 것이다. 단편들의 소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구의 죽음, 엄마의 동성연인, 백수인 형과 비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누나, 한편의 성공한 영화를 찍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아버지뻘의 교수와의 사랑이나 미성년의 후견인 부부의 일탈 등... 작가는 이야기속 화자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만들어냈지만, 내용은 어딘가 불편하고 뒤틀린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의 내면에 감춰져있는 과거의 기억들이 어느날 문득 떠올려지기도 한다. 맞아. 나에게 이런 경험도 있었지 하며 내 경험이 아니라 제3자의 경험인양 기술되어지는 소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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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이야기 하나. 세상에 빛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애초부터 빛이란 것이 없었다면 그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촉감을 주는지 상상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특이한 문명과 문화, 역사가 이룩되었을 것이다. 알맹이 없는 이야기 둘. 세상은 다양한 물질들과 그 물질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무수한 조합들 가운데 상당히 특이한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스스로 생각을 하고 의심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심지어는 스스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줄도 아는 매우 독특한 생명체. 아, 이 생명이란 것도 어떤 것은 있는 것으로, 어떤 것은 무생물로 분류된다. 문득 이런 알맹이 없는 생각들 때문에 난 상당히 신비한 기운에 휩싸이곤 한다. 그리고 길을 잃은 아이처럼 한동안 멍하니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정말 어떤 심오한 목적에 의해 세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모든 것이 우연의 연속에 불과한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앤드루 포터의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는 친구의 죽음으로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평생을 악몽과 같은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사람의 독백을, 천재적인 영화감독으로서 주목받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해하려 하는 한 아들의 목소리를, 교수 자신도 1년이 걸려서야 해결한 방정식을 시험문제로 내면서 끝까지 남아 시험지를 제출한 한 여학생과 겪게 되는 복잡한 물리학 이론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 보통의 마을 소년과 아미쉬 마을 소녀의 만남을 통해 기존의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아미쉬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는데,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접하지 못하지만 반드시 인식하고 있고 문제 삼을 소지가 다분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쓰인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있는 그대로 드러낸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아물어가는 모습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평생을 사랑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이 왜 헤어져야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은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실감이 나지 않는지, 어색하게 웃음으로 무마하려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에 무릎이 풀려버리는 것은 어째서인지, 왜 사람과 세상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것인지,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그토록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어떻게’라는 방식으로 밖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인지... 이 책은 살면서 가볍게든 심각하게든 어찌해서든지 들게 되는 무궁무진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직접적인 방식이 아닌 작가만의 담담한 목소리로 몇 가지 상황에 대해 거울로 반사하듯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서 역으로 우리에게 스스로 답을 찾으라고 다시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고민하거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고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덩어리의 부피를 키우거나 줄이는 자양분이 될 것이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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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실체.
'기억의 감각'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단편집이다. '앤드루 포터', 그의 이름을 외워두려 한다. 어느 곳에서건 그의 책을 발견하게 되면 이제 그냥 지나치지 못할 듯하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그의 단편 소설집이다. 서로 다른 열 가지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된 듯 읽히는 점이 흥미롭다. 그것은 그의 단편 소설에 나타나는 몇 가지 공통점 때문인 듯 한데,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작품마다 일인칭 화자를 꼭 등장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기억"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책의 끝에 붙어 있는 '옮긴이의 말'을 들어보면, 읽으면서는 미처 눈치 채지 못한 것들인데 서로의 이야기가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드러나는' 의미는 없는 교차이기도 하면서, 기억처럼 서로 스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모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이해된다. 앤드루 포터는 이 작품으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며 무명의 작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떠올랐다고 한다.
기억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감각적이다. 몸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기억을 깨운다. 분명 기억과 이야기에 집중하는데 감각이 건드려진다. 지난 시간의 기억, 그것은 강렬하지만 격정적이지는 않다. 격정의 시간을 지나왔으므로. 열 편의 이야기들이 떠올리는 기억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잔디 쓰레기 봉지를 구멍 속에 빠뜨린 친구가 그것을 건지기 위해 구멍 아래로 내려간 후, 영영 다시 올라오지 않은 끔찍한 기억도 일상 한 가운데서 벌어진 일이다(구명).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더불어 우리의 삶도 흘러가고, 시간 따라 많은 것이 잊혀지지만, 몇몇 장면들은 기억의 조각으로 남겨진다. 그러나 불행히도 앤드루 포터가 들려주는 열 가지 이야기 중 행복한 기억은 없다. 그 서늘한 기억의 조각들. '그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기억이 달라졌겠지만, 기억이 후회를 부르지는 않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의미가 있을지라도 그것은 그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기억'일 뿐이다.
열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짧으면서도(3페이지) 가장 강렬한 이야기는 <피부>이다.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피부>는 '4월이고 때아니게 따뜻해서 창문들은 열어두었고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는'(252) '오늘'이 기억으로 남을 '미래'를 본다. 갓 결혼을 한 이 남자는 스무세 살 동갑인 아내와 아이스티를 마시며 조그만 스튜디오 아파트 바닥에 벌거벗고 누워, 그리 멀지 않은 어느 날 '우리가 막 서명하여 포기한 아이에게 지어줄 수 있었던 이름들을 떠올리며,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을'(254) 미래를 본다.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고, '우리는 잔인한 짓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안개 속의 꿈을 믿으면서' 잠들었던 오늘은 기억이 되어 남을 것이다. 기억은 그렇게 나의 어제이고, 나의 내일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로 나의 '오늘'이 된다.
치매나 기억상실증과 같이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다룬 작품들은 기억이 지워질 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기억의 실체를 느끼게 해줄 뿐이지 해석은 없다. 상실로, 혼란으로, 고통으로, 의문으로, 아픔으로 남아 있는 기억,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그 무엇으로 말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열 편의 이야기가 닮아있지만,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전체를 감싸는 그 분위기가 짙은 안개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듯 하나의 감각 안으로 우리를 들여보낸다. 이 책은 해석하기 보다 느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을 걸으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더듬 더듬거리게 만드는 책. 열 편의 이야기 중 자신의 기억과 일치하는 모양과 색깔이 있을지도 모른다. 공포일수도 있고, 후회일수도 있고, 그리움일수도 있고, 의문일 수도 있고, 아쉬움일수도 있고, 고통일 수도 있는 기억들. 이 안에 내 것과 일치하는 기억이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신비한 치유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혼란하고 고통스럽던 기억이 튀어나올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러면 기억을 기억인 채로 내버려 둘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
잊고 싶다고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고쳐 쓰고 싶다고 다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기억, 어쩌면 그것 때문에 우리가 오늘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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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피죤(Rebecca Pidgeon)은 가수보다는 배우로서 더 기억된다. 재미있게도 가수로서나 배우로서나 그녀의 분위기는 유사하다. 우아하면서 자연스러운 외모처럼 가수로서 그녀는 거부감 없는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그녀의 미성은 고급 클럽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갖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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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감각적이고 예쁜 표지와 독특한 제목이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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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류 포터(2016.03.26.) ... 로버트란 물리학자와 헤더라는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헤더와 로버트는 가끔 만나서 물리학 이야기나 일상적이 이야기를 한다. 로버트와 헤더는 콜린의 수영대회나 바쁜 틈을 이용해 가끔 만나 영화나 여러 이야기들을 한다. 왜 책 제목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일까? 빛과 물질은 어떤 관계일까? 로버트는 헤더에게 빛이 아니었을까? 1년 전 쯤 처음 읽을 때 그냥 노교수와 젊은 여대생의 환타지 이 책은 나에게 빛 이 책은 여러 단편으로 묶여있고 그중 제목을 담고 있는 단편을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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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거푸 영어권 작가들의 단편 소설집을 읽었다. 줌파 라히리, 앨리스 먼로, 그리고 앤드루 포터. 그들에게서, 겉으로 드러나는 어떤 차이보다 보이지 않는 공통점을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사건들과 인물들을 사이에 서서, 그 숱한 감정들에 휩쓸리지 않으며, 쓸쓸한 냉정을 유지하며, 아파하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사랑을, 혹은 미래를 믿으며 살아가는(남는) 것... 어쩌면 21세기 초반 동시대 단편들이 가지는 특징일까. 그리고 앤드루 포터에게서는, 사건 속에 있지만, 사건에 대해서 그 어떤 것도 판단내리지도, 결정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과 만나게 된다. 절망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적이지도 않은 모습. 그렇게 그저 사라질 뿐인 우리들의 모습. 한때 마음 속 깊이 사랑했지만(아니면 사랑이 아닌 어떤 사랑인지도 모를), 단 한 번도 고백하지 못했던 불륜의 연인처럼. 로버트의 와인을 마시면서 거기 어둠 속에 앉아, 결국, 어쩌면 몇 시간 동안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결국에 나는 떠나야 하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 131쪽 소설 속에선 아직 추억으로 펼쳐지지만, 끝내 망각될 흔적이다. 서로에게 입히는, 혹은 스스로 입는 상처에 대해 알지만, 아는 것과 그 상처를 치료하는 것, 그 상처에 반항하고 저항하는 것은 무관하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서로 다르고, 이제 만나지도 않는다. 아는 것은 그저 아는 것일 뿐이고 움직이는 것은 그저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빛과 물질은 다르고, 빛은 물질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에 빛이 한 번도 가 닿은 적이 없거나 물질이 빛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알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부정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그러나 견디기 힘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이 무섭고,이미 떠나버린 그가, 그녀가 내 곁을 떠났음을 공식적으로 알려오는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떠나는 것으로 꾸미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믿지만, 이젠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모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 조금의 노력으로도 실체를 알 수 있음에도, 그래서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부정하는 것. 사랑 앞에서 사랑을 부정하는 것. 미래 앞에서 과거를 핑계삼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앤드루 포터의 소설들은 휴머니즘을 버리지 않지만, 휴머니즘 앞에서 한없이 주춤거린다. 그는 무척 힘들게 이 소설들을 썼을 것이고 지금도 참 고통스럽게 글을 쓰고 있을 게다. 주춤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21세기의 도시는 우리에게 생의 열정 대신 병든 마음까지 치료한다는 정신의학과 배 고프면 언제든 허기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을 가져다 놓았으니,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렸으나, 그걸 알고 있으나, 그것을 모르는(외면한) 상태다. 끝없이 주춤거리다, 주춤거리다, 죽을 생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못할 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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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떠오르며 지워지지 않는 그날의 기억에 대해서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충격적인 경험을 했기에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나에겐 딱히 그런 기억이 없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지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살아 왔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인지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나조차도 기억 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혹시라도 존재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아무튼 책을 읽으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우리 주변의 누구나가 주인공 일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지워지지 않는 이야기라고 해서 악몽 같은 끔찍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여 누군가의 충격적인 죽음이나 아니면 그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 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못했던 친구에 대한 기억과 교환학생으로 들인 ‘아술’의 부적절한 관계와 생활로 인한 부부의 갈등과 칼부림. 하지만 ‘구멍’과 ‘아술’을 제외 하고는 딱히 그런 내용의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각 단편마다 느낌은 하나 같이 똑같았다. 책의 내용들이 다 담담하게만 느껴졌다. 무능한 아버지와 대비되는 어머니의 외도와 남자 친구를 두고서도 서른 살이나 차이 나는 대학 교수님에게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에서부터 소문만 무성한 형에 대한 기억까지 책을 읽어 내려 갈수록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기억 속에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진실 된 사실들이 아닐까 하고 느껴졌을 정도다. 소설 속의 작품 중 ‘외출’이라는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상을 받았다고 소개 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소설의 내용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간직 한 채로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들의 만남과 그들의 이야기가 신선했다. 소녀가 살고 있다던 아미시 공동체에 대해서도.. 소녀들이 외출 허가를 받고 나와 소년을 만나고, 자신들의 문화보단 소년의 생활을 동경하다가 결국 돈에 굴복하여 그들의 보금자리를 팔아 버리고 떠났기에 더 이상 소년과의 만남은 지속 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의 소녀를 그리워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책 없이 행동했던 그날을 행동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한다. 아마 살아오면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는 사랑의 미묘한 추억도 누군가의 상처와 비밀 또한 지울 수 없는 기억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나에게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털어 놓을 수가 없다. 왠지 말을 하게 되면 듣는 사람에게 그 기억을 선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 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