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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 카버 전집의 마지막 권. 물론, 카버의 전작을 소개하지는 않았으니 '전집'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카버 선집의 마지막 권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에서 두드러지는 건 첫머리에 있는 카버의 에세이들이다. 대단한 겉치레나 영탄조, 감상적인 회고 등과 거리가 먼 담백하면서도 수채화 같은 단편들은 제각각 예술적인 깊이를 갖추고 있다. 특히 카버의 창작론을 비롯해 카버의 스승 존 가드너에 대한 이야기들은 카버의 글쓰기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아버지를 추억하는 에세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중국인 에세이스트 주자청의 '아버지의 뒷모습'을 읽으면서 '마음이 짜했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거장 로버트 앨트만이 메가폰을 잡아 카버의 단편세계를 엮어냈던 영화 '숏 컷'을 봤던 이라면 '그들은 당신의 남편이 아니다''제리, 몰리, 샘' 등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성당'이나 '내가 전화를 거는 장소'만한 감격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흠이지만, 카버는 어느 작품에서나 평균 이상의 솜씨를 발휘하니까 안심해도 좋다.
책 뒤에 붙은 카버 친구들의 '카버 추도문'은 그럭저럭 읽을만하다. 모두 카버의 '글발'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카버의 가장 뛰어난 추종자 하루키의 해설이 읽을만하다. 카버 선집 3권에서 사실 가장 읽을만한 부분은 하루키의 카버 인터뷰와 짧은 카버론(論)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니멀리즘과 레이몬드 카버'라는 김욱동 교수의 글은 없었으면 더 좋을뻔 했다. 김 교수는 현저히 떨어지는 작품 분석 능력을 예술 사조 소개로 메꾸는 경향이 있다. 역자 안종설의 솜씨는 불만스럽다. 그저 카버의 영어가 쉬운 영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에 쫓겨 번역한 느낌이다.
제대로 된, 영어를 잘 이해하는, 뛰어난 문장력의 소유자가 카버 전집을 제대로 번역했어야 옳다. 유력한 출판사, 안목 있는 편집자, 재능과 열정을 갖춘 번역자가 한데 모여 카버 전집을 다시 펴내기를 희망한다.
한없이 수줍음을 타면서, 그 커다란 체구를 조심스레 움직이며 사물과 현실을 예리하게 묘파한 작가 레이몬드 카버. 그의 세계 전부를 제대로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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