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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초기 독일낭만주의 연구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초기 독일낭만주의 연구" 내용보기
어느새 계몽주의의 반동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 낭만주의에 대해 '중세로 돌아갔다'는 평과 '너무 감성과 예술을 강조했으므로 비합리적이다'라는 평가가 우세해왔다. 유기체론 등 낭만주의 사상과 스타일이 나치즘에 이용되면서 서구 유럽에서는 낭만주의에 대한 연구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을 만나게 되어 책 전체를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초기 독일낭만주의 연구" 내용보기

어느새 계몽주의의 반동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 낭만주의에 대해 '중세로 돌아갔다'는 평과 '너무 감성과 예술을 강조했으므로 비합리적이다'라는 평가가 우세해왔다. 유기체론 등 낭만주의 사상과 스타일이 나치즘에 이용되면서 서구 유럽에서는 낭만주의에 대한 연구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가치관을 만나게 되어 책 전체를 밑줄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직 왜곡되지 않았고 열정이 살아있었던 '초기', '독일', '낭만주의'에 대한 책이다.

 

<2, 3, 4장>

이차문헌들은... 요약하면 우리는 낭만주의의 반이성주의, 공동체주의, 보수주의를 계몽의 이성주의, 개인주의, 자유주의와 대립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사상사의 많은 일반화들처럼 이러한 상식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과도한 단순화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독일낭만주의는 여러 단계를 거치고 여러 변형을 겪은 매우 변화무쌍한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통 세 시기, 즉 1797년부터 1802년까지의 초기낭만주의, 1815년까지의 절정기낭만주의, 그리고 1830년까지의 후기낭만주의로 구분된다... 일반화는 후기낭만주의의 일부 사상가들에게만 해당되며, 낭만주의 운동의 초기 단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p.94

 

초기 낭만주의는 쾌락주의와 칸트주의가 초래할 위험성을 지적하며 나타났다. 이성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었던 계몽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에게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찾아주고자 했다. 또한 낭만주의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라는 통념과 달리 적어도 프랑스 혁명 전과 후를 지냈던 초기낭만주의자들에 있어서는 '자유'와 '혁명'의 '이념'을 찾을 수 있다.  

 

초기낭만주의자들로만 한정한다면 '낭만적 보수주의'를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전히 계몽군주제에 대한 믿음에 매달려 있던 많은 계몽주의자들보다 그들이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이상에 진정으로 훨씬 더 충실했다... 1790년대에 낭만주의자들은 공화주의자였지만 혁명가는 아니었다. 그들은 혁명의 이념은 승인했지만 그것의 실천은 부정했다... 초기낭만주의자들이 마주한 근본적인 정치적 문제는 분명했다. 그것은 도덕적, 정치적, 미학적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독일 국민을 공화국의 높은 이상을 위해 준비시키는 것이었다... 1797년부터 1800년까지의 결정적인 형성기에 낭만주의자들은 혁명가도 아니었고 반동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단순히 개혁가들, 즉 실러와 헤르더, 훔볼트, 빌란트와 계몽주의자 전체의 고전주의적 전통 안에 있는 온건주의자들이었다. p. 101-102

 

<5, 6장>

초기낭만주의자들을 설명하는 주요 테제는 문화와 교육(bildung), 예술, 미와 도덕 같은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실러는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 등에서 미적교육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생각을 대표할만한 명제들을 제시한다. 논문을 쓰는 동안 칸트의 "판단력비판", 실러의 "인간의... 편지"와 함께 이 책의 5, 6장도 두고두고 읽어야할만큼 5, 6장은 전체가 내 문제의식에 유의미한 내용들이다.

 

<8, 9, 10장>

일단 초기낭만주의자들은 칸트를 일정부분 받아들이면서도 그를 극복하고자 한다. 칸트의 이분법과 거기서 나오는 기계론적세계관은 세계와 인간 삶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난점들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세계관과 인간관은 피히테(관념론, 이원론, 비결정론자, 자아)와 스피노자(실재론, 일원론, 결정론자, 자연)을 결합시키면서 형성된 것이다. 공존할 수 없는 두 생각이 결합되면서 양쪽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포기되기도 했다. 이 둘의 결합은 '생기론적범신론'이라는 세계관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그들의 시도에 대해 저자는 '낭만주의 형이상학의 역설'이라는 소제목을 붙이고 있다. 그 세계관에 따라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은 유기체적 자연 안에 사는, 총체적 본성을 발달시켜가는 전인으로서의 개인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은 자기-형성, 자기-실현을 하는, 그들 자체로 창조적인 예술작품이 된다. 그들이 가진 자유 이념의 성격은 어떤 것인가?? 그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어떻게 그어지는가??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이 초기낭만주의자들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낭만주의자들에게 피히테가 지닌 매력은 그의 급진적인 인간의 자유 개념에 있었다... 낭만주의자들이 스피노자에게서 숭배했던 것은 종교와 과학의 종합이었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이성과 신앙 사이의 모든 전통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자연을 신성화함으로써 과학을 종교로 만들고, 신성한 것을 자연화함으로써 종교를 과학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이러한 측면들에서 피히테와 스피노자는 전적으로 화해 불가능해보인다. p. 243

피히테가 주-객 동일성이라고 불렀던 원리의 불가피한 귀결이었다. 이에 따르면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관념적인 것과 실재적인 것은 궁극적으로 동일하다. 낭만주의자들은... 주관적인 혹은 관념적인 것의 한 극은 피히테의 관념론을, 객관적인 혹은 실재적인 것의 다른 극은 스피노자의 실재론을 나타낸다고 여겼다. p. 244

 

궁극적으로 피히테와 스피노자의, 휴머니즘과 종교의 낭만주의적 종합은 문제적이다. 그처럼 대립적인 철학자들의 종합에서는 어떤 것이 포기되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피히테 철학의 급진주의와 행동주의, 한때 낭만주의자들을 그토록 매료시켰던 바로 그 특징들 말이다. 하지만... 생기론적 범신론은... 나에게는 철학사에서 휴머니즘과 종교의 고전적 딜레마를 넘어서려는 가장 창조적이고 흥미로운 시도들 중 하나로 보인다. 낭만주의자들을 그토록 괴롭혔던 문제들...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다. p.330

 

초기낭만주의자들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낭만주의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실정이라니 아쉽다. 아무튼 내용 자체도 흥미로운데다가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드는 그린비의 세심함이 느껴졌고, 명쾌한 번역 덕분에 가해성도 좋았다.

그린비와 번역자의 인터뷰와 편집후기가 있어서 링크한다.

인터뷰: http://greenbee.co.kr/blog/1338

편집후기: http://greenbee.co.kr/blog/1346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1.04.2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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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낭만주의자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용보기
미국의 철학사가 프레더릭 바이저는 독일 낭만주의에 대한 전통적 해석과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 모두가 일면적이라고 비판한다. 전통적 해석은 낭만주의가 본질적인 문학·비평·미학 운동이며, 신고전주의 문학과 비평에 대한 보수적인 반작용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은 낭만주의가 반계몽적이고 감정적이고 비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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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학사가 프레더릭 바이저는 독일 낭만주의에 대한 전통적 해석과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 모두가 일면적이라고 비판한다. 전통적 해석은 낭만주의가 본질적인 문학·비평·미학 운동이며, 신고전주의 문학과 비평에 대한 보수적인 반작용으로 새로운 형식의 시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은 낭만주의가 반계몽적이고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목가적이라 보고, 낭만주의의 반이성주의, 공동체주의, 보수주의를 계몽의 이성주의, 개인주의, 자유주의와 대립시킨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은 초기낭만주의를 계몽에 대한 반동으로 간주한다. 가령 폴 드 만, 만프레트 프랑크, 아이자이어 벌린, 에른스트 벨러, 필립 라쿠-라바르트와 장-뤽 낭시의 낭만주의에 대한 견해가 바로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에 해당한다.

 

그런데 저자가 보기에 이런 선입견과 과도한 단순화는 후기낭만주의의 일부에게만 국한되고, 초기낭만주의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강조한다. 비록 18세기 초기낭만주의자들이 철학적으로는 계몽주의를 비판하고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반이성주의를 표방한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소 연관성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초기낭만주의자들은 철두철미 계몽의 자식들이었다. 특히 통일성과 전체성을 향한 초기낭만주의자들의 노력과 열망은 거대담론과 체계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거리가 멀다. 

 

저자는 철저하게 초기 낭만주의와 후기 낭만주의를 구별하고, 초기 낭만주의가 철학적·이론적·개혁적인 운동이라면 후기 낭만주의는 지방적·목가적·보수적인 운동이라고 규정한다. 대다수 사람들의 낭만주의에 대한 선입견은 바로 후기낭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독일 낭만주의는 세 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1979년부터 1802년까지 예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낭만주의, 하이델베르크와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1815년까지의 절정기낭만주의, 마지막으로 1830년까지의 후기낭만주의가 그러하다. 바이저는 이 책의 논의를 초기낭만주의에 한정하고 있고, 초기낭만주의의 인식론과 형이상학,정치적 윤리적 이상 등을 고찰한다.  

 

저자는 프리드리히 슐레겔, 노발리스, 프리드리히 셸링 등 초기 독일낭만주의자들의 사상이 시학과 비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형이상학,윤리학,정치학의 영역까지 포괄한다고 지적한다.

 

"형이상학에서는 계몽의 기계론적 패러다임과 경쟁하는 유기체적 자연 개념을 발전시켰고, 윤리학에서는 칸트와 피히테 윤리학의 형식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사랑과 개인성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미학에서는 고전주의의 기준과 가치들을 약화시키고, 대신 텍스트의 맥락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비평 방법을 발전시켰다. 마지막으로 정치학에서는 근대 계약론의 개인주의를 문제 삼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적 공동체주의의 전통을 부활시켰다. 사실 아노미와 원자주의 그리고 소외 같은 근대 시민사회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주제적으로 다룬 이들이 바로 낭만주의자들이었다."(19쪽)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윤리적 이상은 교양(bildung), 자아실현 혹은 인간의 전인적 발달이다. 한편, 초기 낭만주의자들의 정치적 이상은 급진적인 세계 혁명이다.이들은 한편으로는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옹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적 분열상에 대응하여 인간의 본성과 세계 전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꿈을 꾸었다. 이런 급진적 이상주의는 세계 자체를 낭만화하라는 요구, 자연과 예술과 학문의 통일성을 요구하는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낭만주의의 명령'에 잘 드러나 있다.

 

"낭만주의의 명령은 모든 시 예술의 융합을 요구한다. 모든 자연과 학문은 예술이 되어야 한다. 예술은 자연이, 그리고 학문이 되어야 한다. 명령: 시는 윤리적으로 되어야 하고 모든 윤리는 시적으로 되어야 한다." ㅡ프리드리히 슐레겔(1794-1798년 노트에서)

 

z***a 2013.02.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