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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들어지고, 국가가 만들어진 다음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에는 고리대금, 혹은 사채가 있다. 고구려의 진대법이 바로 그러한 고리대금과 사채에
대한 국가의 대책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길게 이어져온 역사는 너무나 장대하
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케이블만 채널에서 너무나 쉽게 그러한 사채의
이름만 바꾼 모습을 보고 있다. 이런 저런 말로 포장을 하지만 결국 과거의 그 모습에서
그렇게 많이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말이다.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식적으로 그런
과거의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모습이 없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제는 공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의 스팸과 전화로 우리를 괴롭히는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짜증이 날 정도의 기분을 느끼
게 되기도 한다. 그런 사채의 문제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불량남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혀 사회적인 영화가 아닌 그냥 로맨틱 코미디다.
나름대로 연기력이 검증이 된 임창정과 엄지원을 주연으로 한 이 영화는, 거기에다가
로맨틱 코미디에 너무나 익숙한 배우인 임창정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구나 우리가 다양한 경로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사채와 독촉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흥미로운 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임창정과 엄지원이 벌이는 연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호흡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 영화는
진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이니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된 구성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 '불량
남녀'는 그 공식을 제대로 따라간다. 신용 불량 형사 임창정이 신용 불량이 된 것에도 충
분한 이유를 주고, 그런 임창정을 쪼는 상담원 엄지원에게도 그렇게 그녀가 행동하게 된
과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런 악연으로 만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도움
이 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하나의 사건으로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그 과정까
지 이 영화는 그대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
고 그런 점에서 보통 수준 정도는 지킨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아쉬운 것은 그러
면서도 무엇인가 새로운 부분을 더하지 못한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
다고 특별히 잘못 만든 영화가 아니기에 '불량남녀'는 재미있게 한 번 볼 수 있는 영화다.
만약 의미를 찾고 싶다면, 그러한 사채 혹은 캐피탈 업체들이 영화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
리 사회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