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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 문학상 시상식이 열릴때쯤이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름이 고은 시인이다. 올해는 혹시하는 맘으로 기다렸던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그런 영광은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외국어로 표현하기에는 미흡함이 많아서인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된다. 그런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 출판사 '아시아' 에서 대단한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한국 시의 정수를 뽑아 영어로 번역해 한영 병기한 후 국내외 시장에 보급하고자 하는 'K-포엣' 시리즈.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영대역 한국 대표 시선> 이란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멋진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하여 우리 시를 세계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분명 되리라고 보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시리즈의 첫 주자가 고은 시인이다. 고은 시인을 시작으로 안도현, 백 석, 허수경,김소월등 많은 시인들의 시를 새로이 감상할 수 있도록 시리즈는 마련되어 있다. 시를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부끄럽게도 고은 시인의 시들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만났다. 그냥 읽는 것보다는 써보면 느낌을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필사를 하면서 여러번 읽어 보았다. 유일하게읽어본 적이 있는 시는 <순간의 꽃>이었다. 사실, 고은 시인의 시인줄은 이제야 알았음을 고백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는 문장일 수 있는데, 제목이 주는 임팩트가 너무 강렬했고, 몇 번을 곱씹어 읽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스쳐 지나가버리는 것이 어디 꽃뿐일까? 다시 한번 돌아봤을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을 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한없이 많을 것이다.
고은 시인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다. 저항시인이었다는 사실을 <화살>을 읽는 순간 알게 되었고 검색을 해보면서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974년 이후 민주화운동에 앞장섬으로써 시 세계가 바뀌게 되었음을. 누리고 살던 모든 것을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돌아오지 말자! 라는 그 문장들 속에 담겨 있는 아픔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고은 시인의 스무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그 중 첫 번째 시가 <시인의 마음>이었다. 힘든 세상에 한 생명으로 태어나 세상을 담으려고, 바꿔 보려고, 진실을 위해 시를 쓰지만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꼈던 것일까? '시인의 마음은 이윽고 불운이다' 는 문장에서 시인으로서의 허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가지 않은 길>에서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걸어 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할 길이 있다' 는 문장에선 아직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했음을, 그렇기에 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얘기하는듯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의 끝에는 분명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가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글로 읽고, 영어로 씌어진 표현들과 비교해보는 것은 나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시를 있는 그대로 읽고 감동을 느끼는 과정도 즐기면서, 번역된 문장들의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 판단이 옳고 그르다를 떠나서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유익하게 느껴졌다. 거꾸로 읽으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글로 된 이 문장, 이 느낌을 떠올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문학계에서 이렇듯 많은 노력을 들여 끊임없이 시도를 하고 있으니 분명 그 마음이 전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고은 시인의 시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서 정말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 아시아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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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서평 모집 당첨 도서
<저자는>
<책 읽고 느낀 바> 아시아의 K 픽션 시리즈는 여러 권을 만났다. 한영표기 방식의 책으로 왼쪽은 한글이고 오른쪽은 영어다. 이 시집은 그런 스타일인 K 포엣 시리즈의 첫 책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고은 시선이다. 시인이 직접 고른 20편이며 시력 60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후보자에 오르면서 자국민의 관심은 높아졌으나 그 관심이 노벨문학상 결과에만 있는 관심인가 싶으니 부끄러웠다. 그러던차 만나게 된 첫 시집. 밝고 아름답고 긍정적이다 그런 것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어딘지 모르게 번뇌가 들어차 있고 삶에 대한 환희나 희열 같은 게 없다. 무덤덤하다. 지나간 것들에의 향수가 있다.
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짧은 노래 모음집「순간의꽃에서」
고은 시인 하면 딱 떠오르는 시. 어떻게 간결한 단 세 줄로 감정 요약이 되느냐고. 반했다. 이 반함은 예전에 알던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변함이 없다는 건 명시라는 얘긴데 나의 내면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꽃은 그 자리에 늘 그 모습으로 있다. 햇볕이 내리쬐면 말없이 받고 바람이 불면 흔들려주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뿐이다. 꽃은 그대로인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 마음 따라 외로워 보이기도 꼿꼿해 보일 수도 있다. 자연은 그대로인데 저마다 처한 상황따라 자연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시키는 때문이다. 올라갈 때 못 본 꽃이라면 꽃 대신 다른 것들을 봤으리라. 나무일 수도 있고 청솔모나 다람쥐를 봤을 수도 있다. 변화하는 자연을 더듬는 눈길이 꼭 꽃에만 국한될 수는 없었으리라. 담소를 나누며 지나쳤을 수도 있다. 꽃이 다치지 않았음에 감사할 일이다. 누군가의 무지막지한 발밑에 깔렸을 수도 있음을 말이다. 내려갈 때 봤을 꽃은 올라갈 때 봤을 꽃과 달랐을 수도 있다. 보는 위치 각도 따라 조금은 다른 경우를 안다. 올라갈 때 꽃을 봤다면 목적지를 다녀와얀다는 조급함이 자리했을터. 내려갈 때 본 꽃은 느긋한 여유로 바라보게 되니 아름다움을 더 세심히 봤을 것이다. 이미 할 일은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본 꽃은 그래서 더 반갑고 그래서 더 이뻤을 것이다.
초보 님 방에서 선인장 꽃을 봤다. 이 꽃은 피었을 때 봐야지 바로 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게 바로 순간의 꽃이 아닐런지. 어쩜 고은 시인이 내려갈 때 본 꽃은 선인장 꽃일지도 모른다고 우겨본다. 아름답고 이쁜 꽃이라면 올라갈 때 봤어도 이쁘고 내려갈 때 봐도 그 느낌이리라. 여유로 바라보는 꽃은 더 관찰하기가 쉽고 감정이입도 쉽다고 본다.
들국화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고개 숙여 돌아오는 길 누가 우러러 보지 않아도 하늘이야 얼마나 아스라이 드높으신지
내 조상대대의 산자락이거든 거기 불현듯 손짓 있어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들국화 한 송이 한 송이와 더불어 얼마나 행복한가
「어느 기념비에서」
가을날이 날로 깊어진다. 하늘은 맑고 높고 청명하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애국가 귀절이 그대로 증명된다. 낮은 왜 그리 짧아지는 게야. 퇴근길은 늘 어둠 속이다. 밤은 길어졌는데 피곤은 여전한 지. 추석 명절도 지났다. 결실의 계절답게 모든 것들이 수확되고 있다. 꽃들은 만개한 싯점을 결실로 봐야하나. 시골태생이다 보니 들국화는 정겨운 꽃이다.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 은근 화려함을 담고 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그리고 벌개미취를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산야에 자유로이 자라는 생명력이 강인하고 늘 거기에 있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꽃. 그럼에도 그 자리에 없으면 몹시 서운한 뭔가 비어 있는 듯함을 준다.
첫 귀절을 보면서 늘 생각하는 고마움이 있다.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 편히 쉴 집이 있다는 것. 더 깊숙이 들어가면... 등등에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도 있지만. 피곤에 지친 몸을 뉘는 달콤한 휴식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안다. 어떠한 이유들로 인해 노숙인의 삶을 산다던지 혹은 구속되어 있다면, 빚쟁이에 쫓기는 삶이라면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지 않는가. 시계추처럼 기계적으로 왔다갔다만 하는 삶이 새삼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된다. 별일 없어서 평범한 삶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자각하게 된다.
저자인 시인이 직접 선정했다는 20편 시는 나름의 어떤 사연이 있을게다. 그건 사적인 시여서인지 내가 생각하는 시는 이러해야지 범주에 가깝지 않다. 그렇기에 크게 와 닿는다 말하기도 어렵다. 시력 60년을 앞두고 계시다니 그 시간 안에서 낳은 시들이 솔찬할테다. 인생이 오롯이 담겼을테다. 사연 많은 인생이 시로 투영되었고 시로 화하여 살아 숨쉬고 있을테다. 이미 뱉은 말처럼 이미 활자화된 시는 시인의 감성으로 남아 있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걸 읽는 사람의 느낌으로 해석되면서 이해공감이 쉬울 때 애송시가 되겠지. 애송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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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고은/안선재, 이상화 옮김 아시아/2017.9.30.
눈 내리는 날
눈 내린다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 마을 보리밭에서 개가 되고 싶다 아냐 깊은 산중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곰이 되고 싶다 눈 내린다 눈 내린다
시인은 눈 내리는 날 왜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고 했을까요? 개들은 눈이 오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눈 내리는 현실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을 에서도 파란 보리밭에서 뛰고 싶은 것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싶은 시인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아무것도 모르고 겨울잠을 자는 곰이 되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외부에 영향 받지 않고 내부의 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밤에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더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작대기 뉘어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령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 새우는 불빛이었지요
옛날 농촌에서 농사를 많이 짓는 집에서는 주인들이 일을 다 못하기 때문에 머슴을 두고 일하는 집이 있었지요. 어린 아이가 숙식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일해줄 때는 애기머슴이 되고, 나이가 들어 제 몫을 하면 1년에 얼마씩 세경(연봉)을 받고 일하다가, 일 잘하는 청년이 되면 상머슴이 되어 많은 세경을 받았어요.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상머슴은 1년에 쌀 14-20가마니를 세경으로 받았지요. 큰 부자 집에는 머슴이 몇 명씩 있었는데, 그 중에서 대장격인 머슴이 상머슴이지요. 조선시대에 노비가 하던 일을 갑오경장 이후에는 머슴들이 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시절에는 마을 행사 때나 명절에 돼지를 동네에서 잡았는데, 멱(목)을 따서 숨통을 끊었습니다. 죽기 직전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지르는 것이 돼지 멱따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돼지 오줌보를 갖고 공놀이를 하던 것이 그 시절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다 큰 돼지(90∼100kg)를 잡아서 우리에 넣을 정도로 힘이 셌던 일 잘하는 대길이라는 상머슴 아저씨는 한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연이 있는 사람이었겠지요. 그러기에 동네 처녀들에게 한눈을 팔지도 않고, 먼 바다를 보며 꿈을 꾸는 사람이기에 주인이나 동네 사람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입은 옷이 변변하지 못하여 겨드랑이로 찬바람이 드나드는 고생을 하면서도, '사람은 너무 호강하면 자기밖에 모른다고, 남과 어울려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아저씨를 시인은 존경하고 등불 삼아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해방이 되어 나라를 찾았을 때 한글을 알고 있는 이는 자기 혼자가 된 것도 그 상머슴 아저씨의 덕이라 생각하며, 남과 어울리기 위해 노동운동에 앞장을 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산을 올라갈 때는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볼 수 있는 것은 왜 일까요? 아무래도 목표를 향해 오를 때는 곁눈질 할 여유가 없었겠지요. 그러나 내려 올 때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살펴보다가 길 가에 핀 꽃을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는 이웃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비로소 이웃과 주변 사람들이 보여 그들에게 마음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직 가지 않은 길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 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열심히 걸어온 길이 험하고 멀게 느껴진다고 해도 아직도 더 먼 길을 가야 하기에, 날이 저물고 고단한 몸을 짐승처럼 쓰러져 잠을 자고 나면 더 멀리 갈 길이 있기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길을 바람이 불더라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도움을 주던 장애물이 되던 모두 이기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고은은 1933년 출생하여 1958년 시인생활 시작 이래 시집, 소설 평론 등 저서 150여 권 간행. 서사시 <백두산>7권, <만인보>30권, <고은전집>38권 등, 세계 30여개 국어로 번역 출판됨.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중예술인총연합 초대회장, 경기대 대학원 초빙교수, 국내외 문학상 및 서훈 30여 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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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고은/안선재, 이상화 옮김 아시아/2017.9.30. sanbaram 눈 내리는 날 눈 내린다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 마을 보리밭에서 개가 되고 싶다 아냐 깊은 산중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곰이 되고 싶다 눈 내린다 눈 내린다 시인은 눈 내리는 날 왜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고 했을까요? 개들은 눈이 오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눈 내리는 현실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을 에서도 파란 보리밭에서 뛰고 싶은 것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싶은 시인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아무것도 모르고 겨울잠을 자는 곰이 되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외부에 영향 받지 않고 내부의 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밤에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더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 오듯 읽었지요 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작대기 뉘어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려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찬 겨울 눈더미 가운데서도 덜령 겨드랑이에 바람 잘도 드나들었지요 그가 말했지요 사람이 너무 호강하면 저밖에 모른단다 남하고 사는 세상인데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 새우는 불빛이었지요 옛날 농촌에서 농사를 많이 짓는 집에서는 주인들이 일을 다 못하기 때문에 머슴을 두고 일하는 집이 있었지요. 어린 아이가 숙식을 해결하는 조건으로 일해줄 때는 애기머슴이 되고, 나이가 들어 제 몫을 하면 1년에 얼마씩 세경(연봉)을 받고 일하다가, 일 잘하는 청년이 되면 상머슴이 되어 많은 세경을 받았어요. 시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상머슴은 1년에 쌀 14-20가마니를 세경으로 받았지요. 큰 부자 집에는 머슴이 몇 명씩 있었는데, 그 중에서 대장격인 머슴이 상머슴이지요. 조선시대에 노비가 하던 일을 갑오경장 이후에는 머슴들이 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시절에는 마을 행사 때나 명절에 돼지를 동네에서 잡았는데, 멱(목)을 따서 숨통을 끊었습니다. 죽기 직전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지르는 것이 돼지 멱따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돼지 오줌보를 갖고 공놀이를 하던 것이 그 시절 시골 풍경이었습니다. 다 큰 돼지(90∼100kg)를 잡아서 우리에 넣을 정도로 힘이 셌던 일 잘하는 대길이라는 상머슴 아저씨는 한글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연이 있는 사람이었겠지요. 그러기에 동네 처녀들에게 한눈을 팔지도 않고, 먼 바다를 보며 꿈을 꾸는 사람이기에 주인이나 동네 사람들도 함부로 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입은 옷이 변변하지 못하여 겨드랑이로 찬바람이 드나드는 고생을 하면서도, '사람은 너무 호강하면 자기밖에 모른다고, 남과 어울려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아저씨를 시인은 존경하고 등불 삼아 인생을 살았다고 합니다. 해방이 되어 나라를 찾았을 때 한글을 알고 있는 이는 자기 혼자가 된 것도 그 상머슴 아저씨의 덕이라 생각하며, 남과 어울리기 위해 노동운동에 앞장을 섰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산을 올라갈 때는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볼 수 있는 것은 왜 일까요? 아무래도 목표를 향해 오를 때는 곁눈질 할 여유가 없었겠지요. 그러나 내려 올 때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살펴보다가 길 가에 핀 꽃을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는 이웃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비로소 이웃과 주변 사람들이 보여 그들에게 마음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직 가지 않은 길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 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열심히 걸어온 길이 험하고 멀게 느껴진다고 해도 아직도 더 먼 길을 가야 하기에, 날이 저물고 고단한 몸을 짐승처럼 쓰러져 잠을 자고 나면 더 멀리 갈 길이 있기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아무도 모르는 길을 바람이 불더라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도움을 주던 장애물이 되던 모두 이기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고은은 1933년 출생하여 1958년 시인생활 시작 이래 시집, 소설 평론 등 저서 150여 권 간행. 서사시 <백두산>7권, <만인보>30권, <고은전집>38권 등, 세계 30여개 국어로 번역 출판됨.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중예술인총연합 초대회장, 경기대 대학원 초빙교수, 국내외 문학상 및 서훈 30여 개를 받았다. (이 리뷰는 예스24를 통해 아시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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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산을 올라갈 때는 못 본 꽃을 내려올 때 볼 수 있는 것은 왜 일까요? 아무래도 목표를 향해 오를 때는 곁눈질 할 여유가 없었겠지요. 그러나 내려 올 때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 주변을 살펴보다가 길 가에 핀 꽃을 보았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는 이웃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비로소 이웃과 주변 사람들이 보여 그들에게 마음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눈 내리는 날 눈 내린다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 마을 보리밭에서 개가 되고 싶다 아냐 깊은 산중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곰이 되고 싶다 눈 내린다 눈 내린다 시인은 눈 내리는 날 왜 마을에서 개가 되고 싶다고 했을까요? 개들은 눈이 오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처럼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눈 내리는 현실을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을 에서도 파란 보리밭에서 뛰고 싶은 것은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싶은 시인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아무것도 모르고 겨울잠을 자는 곰이 되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외부에 영향 받지 않고 내부의 나를 지키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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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우리나라 고은 시인. 이번에도 조금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노벨문학상과는 자꾸 거리가 멀어지는 듯.... 왜 해마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까? 고은 시인은 1958년 등단한 이래 50년 넘게 유수의 작품을 남기며 문학성을 인정받아왔고, 150권 이상의 시·소설 책을 냈고 20여개에 달하는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매스컴에서는 고은 시인이 지난해 한국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는 등 문학인으로서의 양심을 지켰기 때문에 올해 더욱 수상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지만 결국 올해도 노벨문학상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에게 돌아갔다. 고은 시인의 시집 『순간의 꽃』만 접해봐서 시인의 詩 세계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한 권의 시집을 통해 詩들이 명징하고 아름답다고 느낀 반면 詩는 여전히 어려운 것. 그리고 주저없이 K-poet series로 <고은 시선>이란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고은 시인의 詩들을 더 음미해보고 싶어 서평단 신청했는데 고맙게 선물로 나에게 왔다^^
고은 시인의 詩들을 영문으로도 만날 수 있다. 한글 개역 성경을 보면 우리 한글로 쓰여졌는데도 이해되지 않는 구절을 종종 만난다. 그럴때 영문 성경 구절을 번갈아 보면 그 구절의 의미들이 명확해지고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기대감으로 사실 영어로도 같이 쓰여진 詩들을 보기를 원했다. 그런데 와닿는 의미 확장들은 찾아볼 수 없고, 그냥 詩의 단어와 문장 자체 그대로 번역되어져 있어서 조금 실망했다. 영문으로 쓰여진 시보다 그냥 고은 시인의 詩 자체로 음미하는게 훨씬 좋았다.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영문으로 번역을 한 데보라 스미스 씨에게도 같은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는데, 새삼 다른 언어로의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순간의 꽃'은 짧지만 너무 유명해서 각인된 詩다. 평범한 詩 속에서 혹여나 놓칠세라 어느 자연물 하나 소홀하지 않은 시인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다. '선제리 아낙네들' 詩는 몇번이나 다시금 음미하게 된다. 먹밤중 한밤중 새터 중뜸 개들이 시끌짝하게 짖어댄다 이 개 짓으니 저 개도 짖어 들 건너 갈뫼 개까지 덩달아 짖어댄다 이런 개 짖는 소리 사이로 언뜻 언뜻 까 여 다 여 따위 말끝이 들린다 밤 기러기 드높게 날며 추운 땅으로 떨어뜨리는 소리하고 남이 아니다 콩밭 김치거리 아쉬울 때 마늘 한 접 이고 가서 군산 묵은 장 가서 팔고 오는 선제리 아낙네들 팔다 못해 파장떨이로 넘기고 오는 아낙네들 시오릿길 한밤중이니 십릿길 더 가야지 빈 광주리야 가볍지만 빈 배 요기도 못하고 오죽이나 가벼울까 그래도 이 고생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못난 백성 못난 아낙네 끼리끼리 나누는 고생이라 얼마나 의좋은 한세상이더냐 그들의 말소리 익숙한지 어느새 개 짖는 소리 뜸해지고 밤은 내가 밤이다 하고 말하려는 듯 어둠이 눈을 멀뚱거린다 개도 자기 사람을 알아보는지 한밤중의 발자국 소리에도 언제 그랬는지 떵떵거렸던 소리를 낮춘다. 시장이 파하고, 팔지 못해 남은 것들을 떨이로 넘기고 저녁밥도 먹지 못한 채 십오리 길을 걸어 집으로 와야하는 참 녹록치않은 삶 속에서도 서로 고생했다고 나누는 선제리 아낙네들의 속내는 수십년간 힘겨웠던 삶들을 함께 했던 시간의 흔적인 것 같아 그냥 마음이 따뜻해졌다. 밤에 더 당당한 선제리 아낙네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했다.
조금 아쉬움이 남는 <고은 시선>이지만, 그럼에도 고은 시인의 詩 속에서 정의로운 세상, 인간적인 본성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詩 자체만으로도 가슴에 와닿는 詩들을 만남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구나!!! 시대의 아픔을 일깨우는 다소 무거운 詩는 그 자체만으로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시인은 또다른 목소리로 주어진 시대를 대변해야하니깐. 그 시대를 오롯이 맨 몸으로 맞서야하니깐. 그래서 詩는 그 어느 문학보다 절대 무덤덤하지 않음을 느낀다. 쉽게 읽혀져서도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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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Flowers of a Moment
Going down I saw the flower I did not see going up."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읽고, 들어 접해봤을 시를 꼽아보았다. 짧지만 어딘가 여운을 깊게 남기는 구절이 인상적인 고은 시인의 '순간의 꽃' 전문과 번역본을 함께 옮겨놓았다. 인생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이 느낌이 영문으로도 전해질까 궁금해진다.
시가 주류인 시대가 왔다. 언제부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시집의 리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체감은 그 지점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내맘대로 꼽은 시인계의 아이돌 이병률의 여행에세이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었고. 요즘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가 메인 매대로 장식되어 있다. 문학 서가의 한 켠에 조용히 아우성치던 감성에의 외침이 드디어 닿았다는 듯이. 작년 말 정도부터 시집의 판매율이 엄청 올랐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가을부터 시작한 시집 읽기 바람이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재출간을 힘입어 엄청난 상승곡선을 넘어선 직선을 보여줬다고 한다. 도리어 올해 들어 간간히 읽던 시집 읽기도 뜸해진 탓에 괜히 멋쩍어지면서도 좋다. 내 시집도 아닌데, 내가 읽은 것도 아니면서.
얼마 전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다. 노벨 문학상이라 하면 떠오르는, 몇번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고 졸이게 만드는 문학가 고은의 시선이 아시아 출판의 K POET 시리즈로 출간되었다고 하여 읽어보았다. 약 90쪽의 얇고 작은 크기의 시선집은 휴대하기 좋은 가벼움과 조밀함이 특징이다. 많은 작품을 수록하지 않았지만 작품은 한글과 영문으로 동시에 수록해놓았다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 된다. 마음에 드는 시를 영어로 읽어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해석 실력이랄 것도 없지만, 한글로 읽은 시를 영문으로 다시 읽다보면 미묘한 어감이나 정서가 와닿지 않는듯해 아쉽다. 어쩌면 원어민이 읽었을 때는 좀 더 나은 뉘앙스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덕분에 외국인 친구와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 되겠다.
다른 작품으로는 '어떤 기쁨'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세계의 어디에선가/누가 생각했던 것/울지마라" 는 싯구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으로 반복되고 있다. 짧게 옮겨놓은 부분만으로도 일부 위로가 됨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길기 때문에 전문을 옮기진 않을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에 읽었던 신용목 시인의 '타자의 시간' 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두 시 모두 좋으니 가을을 맞아 모두 읽어본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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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시상즈음이 되면 늘 떠오르는 이름, 고은 시인... 본명으 고은태 님입니다. 올해도 아쉽게 노벨상이 고은님의 품에 안기지 못해서 너무도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선 으뜸이신 시인이시니..언젠간 꼭 노벨상을 타시리라 믿습니다. 이미 마음속으론 노벨문학상 열개쯤은 타신 분이에요..
태어난 연도를 보면... 일제시대도.. 남북분단 상황도 다 겪으셨다는거...아시겠죠? 대한민국 역사를 몸소 보시고 느끼시며 살아오신 분이지요. 시 속에는 대한민국이 늘 들어있습니다. 이력은 독특하게도.. "일초"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의 승려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은 시선은 단국대 석좌교수인 "안선재(Brother Anthony of Taize)교수와 중앙대 명예교수인 이상화 교수가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그러기에 고은 시인의 시를 외국인들도 영어로 그 의미를 느낄수 있겠지요. 시의 언어는 함축미지요. 그래서 고은님의 시를 읽으면 짧은 시선에 많은 의미들이 담겨있음을 느낍니다. 그걸 영어로 번역해서 전세계 사람들이 다 같이 읽을 수 있게 되니 참 좋습니다.
단 3줄의 시이지만... 시적 언어는 소설의 언어와 차원이 다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이것을 사람에 비유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고은 시인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신경림 시인이 적은 고은시에 대한 글을 읽어보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담고 싶은 싯구를 적어볼까합니다.
-고은- 갈 곳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가 돌아올 곳이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누가 우러러 보지않아도 하늘이야 얼마나 아스라이 드높으신지
거기 불현듯 손짓있어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는 들국화 한 송이 한 송이와 더불어 얼마나 행복한가
고은 시선를 읽는 기쁨, 싯구를 얌얌 씹어 그 깊은 맛을 느낀다는 것 이것은 소설이나 인문학을 읽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고은 시는 혈관의 피를 타고 그 전율이 온 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네요.
고은 시선...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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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매년 노벨상의 후보에 들어가는 그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그의 작품과 시를 읽어본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리고 고은의 시를 읽다보니 그가 참 한국의 아름다움을 잘 그려내고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점을 느끼게 되었다. "머슴 대길이"라는 시가 특히 그런 느낌을 잘 설명해주는듯 싶다. 일제강점기와 신분의 한계라는 장애를 그는 머슴 대길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절망이 아닌 희망의 노래로 새 아침을 열어가고 싶어하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느낌이 참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시인은 또한 삶의 기쁨을 우리에게 시를 통하여 축약하여 보여주곤 한다. 바로 "순간의 꽃"처럼 말이다...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못 본 그 꽃... 이 짧은 시를 통하여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라는 그의 조심스럽고도 살며시 건네는 한 마디가 느껴진듯 하다. 종종 힘들고 삶의 고달픔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는 날이 오면 그의 시가 유난히도 떠오를것 같다. 잔잔하게 위로가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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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K-픽션'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야기도 짧고 가벼워서 외출 시에 들고 다니기 좋고, 무엇보다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들의 짧은 단편이라 믿고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해 한영대역으로 소개하여,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기획된 의도가 신선하고 좋았다. 또한 세계 각국의 한국 문학 전문 번역진이 참여했으며, 번역과 감수, 그리고 원 번역자의 최종 검토에 이르는 꼼꼼한 검수 작업을 통해 영어 번역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K-픽션' 여러 권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이러한 기획과 꾸준한 출간을 응원하게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한영대역 한국 대표 시선을 표방하는 'K-포엣' 시리즈 첫 번째, 고은 시선. 'K-픽션'의 그 노력은 픽션, 소설에 머물지 않고 포엣, 시까지 옮겨왔다. 그 처음은 한국 시를 대표하는 고은 시인이다. 2017년 노벨문학상 발표 후 만난 'K-포엣' 고은 시선은 그래서 더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고은 시인이 직접 대표시 20편을 고르고, 안선재 교수와 이상화 교수가 공역하여 공을 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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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쁨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 울지 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어디에서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 울지 마라
A Certain Joy
What I am thinking now is waht someone else has already thought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What I am thinking now is what someone else is thinking now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What I am thinking now is what someone else is about to think somewhere in this world. Don't cry.
How Joyful it is that I am composeed of so many I's in this world, somewhere in this world. how joyful it is that I am composed of so many other others Don't cry.
아침에 읽었던 이 시는, 여러 번 되뇌여 읽고 또 읽고, 그리고 다시 소리내어 읽었다. 무언가 주체할 수 없는 마음. 시인의 "울지 마라"는 다독임에 마음을 다잡는다.
미국 시인 게리 스나이더는 고은 시인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고은은 한국문화 전체의 중요한 대번자일 뿐만 아니라, '지구 행성 유역(流域)'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 순결함과 그 대담한 명징성과 그 연민의 가슴 때문에 그의 시는 한국의 시만이 아니다. 그의 시는 세계에 속한다.
시와 번역된 시를 보면서, 고은 시인의 시어와 시구를 제대로 표현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마음을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인을 만나고, 또 그의 시를 읽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 감사한만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헤아린 것이 'K-포엣'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시작에 또 감사하다.
시인의 마음은 모든 악과 허위의 틈으로 스며나온 이 시대의 진실 외마디를 만든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른 마음에 맞아 죽는다.
시인의 마음은 이윽고 불운이다.
_'시인(詩人)의 마음' 중에서
'K-포엣' 시리즈는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 20편을 모아 한영대역으로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치지 않는 작업이 되길 바라면서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