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수확은 어떻게 되시었는지요?
"아버지, 어머니, 여러 동기들 배별하고 고향 떠난지 11일, 저는 성길내 아주머니와 무사히 송정역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을 일기 매우 온화한 이 즈음에 그간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기체후 평안하시오며 가내제절이 일안들 하신지요? 저는 여전히 통신과에서 몸 건강히 복무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생각하니 지금도 어머님, 정숙이가 저를 전송 나왔던 굴 너머가 눈에 선연합니다. 아주머니와 바쁜 걸음으로 강경역에 도착했을 때는 9시경이었습니다. 목포행 급행열차가 있어서 타고 송정리에 내렸습니다. 내려 보니 오후 4시 반경인데 이 송정역 앞에서 버스를 탈 아주머니를 모시고 광주 성길 살던 전 집에 찾아가 아주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저는 전선귀영시간이 촉박하여 바로 귀대하여서 차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학교에 들어와 보니 어쩐지 모든 것이 낯선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침착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요새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아버지, 저에 대한 염려는 조금도 마시옵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상근의 편지는 잘 전달되어 조서로 고향 이야기도 하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상근이는 휴가를 언제 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상근이 친구도 여전히 건강하게 군에 복무하고 있다고 전하여주십시오. 저는 9월 18일날 성규 집을 찾아가 아주머니를 만나보고 반가워했으며 또한 편지를 써서 집에 부치나이다. 그리고 한 가지, 독신자 제대 이야기가 있으면 잘 알아보셔서 무슨 필요한 수속이 있으면 그렇게 하여주십시오. 이것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혹간 여기에서 그러한 말이 있으므로 미리 부탁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장님 편지는 잘 드리고 받아보았는데 과장님 말씀이 물론 결혼을 한다면 휴가를 허락해준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그간 가을 수확은 어떻게 되시었는지요? 또한 보리는 가셨는지요? 편지로 자세히 말씀하여 보내주십시오. 편지는 학교로 그냥 보내주십시오. 상서할 말씀 많사오나 이만 그치고 자세한 말씀은 아주머니로부터 잘 들으십시오. 계사 9월 18일 소자 정규 상서" pp.140~141
이 책을 읽다가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편지가 있어서 전문을 올려 본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편지투를 읽으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주인공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임에도 엄청난 존경심이 묻어난다. 그리고 내용도 진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놀랐다.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서 보이는 정중한 문장과 주변 사람들의 안부까지도 묻고 있는 이 편지글에서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았다. 강경역에서 9시에 목포행 기차를 타고 송정역에서 4시 반 경에 내렸다는 부분에선 새로운 정보를 입수하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주인공의 행적이 거의 빠짐없이 적혀 있는 이 편지글을 읽으면서, 그 집안 분위기까지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염려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존중하는 집안은 보나마나 화기애애하고 화목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아들이 아버지를 향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그렇게 자세히 터놓고 이야기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편지글의 주인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전화를 통해서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얼굴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편리해진 만큼 잃어버린 것도 많은 것 같다. 편리함을 얻은 대신에 추억은 만들 기회를 만들지 못해서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국은 마냥 즐거운 계절이겠지만 이곳은 우기에 접어들어 날마다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을 영 차릴 수가 없군요. 이제 우리 집안도 우리가 일으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전 아직까지도 배움밖에 정신이 없으니 요ㅏ이 귀국을 앞두고 매우 고민이 되는군요. 진정 전쟁터에서의 인간이란 건 너무나 허무한 것 같아요. 우린 진정 무엇 때문에, 무얼하고 싶어 살아야 하는지? 답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형, 정말 세상이란 무엇인지? 우린 무엇 대문에 월남에까지 와서 피를 흘리면서 싸워야 하는지? 정말 어떻게 보면 너무나 허무한 인간의 생활 같군요. 저도 어떻게 해서든지 보람찬 생활을 영위해보려고 하나 요사이는 왠지 잠도 못 자고 점점 산다는 것이 두려워져 고민만 늘어가는 것 같군요. 이제 저도 월남 생활 2개월밖에 남지 않아 편지도 해야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이 편지 받으면 답장이나 해주십시오. 큰 누나, 작은 누나 모두 안녕하신지 궁금하군요. 그럼 답을 기다리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69.10.11 퀴논에서 성남 씀." pp.176~177
이 편지글은 당시 월남전에 참여한 어느 장병의 편지글이다. 전쟁통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자신의 경험이 글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를 크게 부각시키지 않아도 편지글의 핵심이 잘 드러난다. 주인공은 월남에 파병된지 16개월 째 접어들었고, 2개월만 더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에 부풀어서 가족들의 안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주인공의 마음을 전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국으로 싶은지 짐작이 된다. 이 팩을 읽으면서 나는 엄청나게 귀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 작품집에 소개된 편지글의 주인공들은 일상의 기록을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
|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
|
집배원 분들의 노고에 대한 기사를 최근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한 분께서 배달해야 하는 우편물의 양이 상당해서 과로로 고생을 하신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중에 편지라고 하면 진짜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편지보다는 각종 고지서나 광고 전단지가 더 많을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만해도 타지로 전학을 갔던 친구와 종종 편지를 주고 받았던 때가 있었으나 이제는 군대에도 인터넷으로 편지를 등록해놓으면 이를 프린트해서 해당 장병에게 전달해준다니 신기한 세상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써내려갔을 추억은, 말 그대로 추억이 된지 오래로 이제는 손편지 받아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인데 『당신의 편지』는 흥미롭게도 바로 이러한 편지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이책의 저자는 개인 수집가라고 할 수 있겠다. 수집을 시작한 지가 오래되었다고 말하는데 처음에는 한 때 많이 해보았을 우표를 모았던 것이 어느 덧 시대별 우편 제도와 디자인에까지 관심이 이어졌고 이는 다시 소인이 찍혀 있는 편지 수집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예쁜 엽서를 수집해본적도 있고 우표 수집도 해본 적이 있으면 그중 우표들의 경우에는 지금도 집안 창고 어딘가에는 그 시절 나름 어렵게 구했다 싶은 우표들 몇 장이 남아 있을테지만 다른 이들의 편지를 수집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일기만큼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소식이 오갔을 편지를 저자는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마치 라디오 PD가 다양한 사연 속에서 그날 그날 방송에 내보낼 청취자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신중하게 고르듯 저자는 그저 처음에는 좋고 신기해서 시작했던 편지 수집이 어느 덧 그속에 담겨져 있는 편지 숫자만큼이나 각기 다른 사연들과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서 무려 15만 개에 달하는 편지를 모았다고 하는데 이는 국내외의 벼룩 시장을 비롯해 야시장,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며 부지런을 떤 결과물이기도 하단다.
『당신의 편지』에는 그중에서도 추려낸 편지들을 서로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과 주고 받은 대상별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부부 편지 · 연애 편지 · 부모자식 편지 · 친지 편지 · 친구 편지로 나누어진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것과는 또다른 차원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솔직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편지를 읽고있노라면 정말 한 편의 라디오 사연을 청취하는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묘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편지 속 주인공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하는 원초적인 궁금증도 들었고 만약 편지 속 주인공들과 관련된 사람들(당사자나 가족, 친구 등)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도 생각해보게 되었던 책인것 같다. |
|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손편지와 우표, 우체통이란 단어가 그립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메일보다는 직접 편지지에 글을 쓰고 우표를 붙여서 보내고, 답장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이메일을 통해 소식을 전하고 수신확인까지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의 손편지가 그리운 건 왜일까? 이 책에는 저자가 오랫동안 수집했던 15만 통의 편지 중에서 특별한 69개의 편지들의 사연을 선별해서 담고 있다. 책에는 부부편지, 연애편지, 부모자식편지, 친지편지, 친구편지로 나눠서 각각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내용들을 볼 수 있다. 편지들 속에는 70년대 쿠웨이트에 파견나간 가장의 이야기,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청춘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수십 년 전의 과거에서 온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베트남 전쟁이야기는 그곳의 참상을 알 수 있었고, 인간으로서 사람을 죽인 죄책감을 말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중동에 파견나간 남편과 부인의 편지에는 서로를 아끼고 염려해주는 애틋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김포를 떠나 쿠웨이트까지는 장장 25시간의 비행을 해야 도착하는 먼 곳이다. 45도를 육박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던 우리의 아버지들... 떠나기 전에 약한 첩 못해드린 게 제일 마음 쓰였다는 부인의 고백... 참으로 따뜻한 이야기들이었다. 이 밖에도 연애편지에는 청춘들의 달달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부모자식편지에는 장모가 사위에게 보낸 편지도 있었다. 또한 따뜻한 친지, 친구의 편지들 역시 읽는 내내 훈훈했었다. 먼 타지에서 편지를 주고받기에는 긴 시간이 걸렸으리라 예상된다. 그래서 답장을 받는 순간 더욱 기뻐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책에 담겨져 있는 수많은 손편지들의 사연을 보면서 풋풋한 인간애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초등시절에 펜팔을 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시절로 돌아간듯 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요즘은 이메일 등으로 손쉽게 소식을 주고받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옛날의 손편지가 그리운 것은...아마도 한자 한자 곱게 써내려갔던 사람들의 정성과 그 편지를 기다리는 설레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
군대 간 남자친구의 편지를 기다린적이 있었다. 이렇듯 우리 기억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손편지,
보내준 칸나 빛과 백합 향기는 손편지를 쓰던 그때에는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었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긴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
|
과거로 타임머신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앞에 놓여진 디지털은 과거 우리 곁에 있었던 아날로그 향수를 하나둘 놓치고 살아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지 않고, 쓰레기를 넣는 지금 우리의 현주소, 전화박스는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변화는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소소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것이 아타까울 따름이다. 효율성과 돈을 먼저 생가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고 있다. 저자 이인석씨는 그렇게 우리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모으기 시작하였으며, 편지봉투에 소인이 찍힌 편지였다.그 안에 숨어있는 과거의 우리 모습은 우리의 부모님,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교차되어 간다. |
|
친구와 오늘 전화로 대화를 하는데 타지에 계신 어머니가 요즘 마음이 힘드신 것 같아서 위로와 사랑을 담아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친구가 가끔 하는 소소한 이벤트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담은 크리스마스 편지를 보낸다고 한다. 들으면서 참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사실 나의 경우에도 종종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곤 한다. 편지만 보내기엔 심심하니까 소소한 깜짝 선물도 함께 동봉하여 :)
부부 편지, 연애 편지, 부모자식 편지, 친지 편지, 친구 편지. 펜팔을 구합니다. 모든 욕망을 보유하고 모든 꿈을 버려둔 채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하여 날아온 비둘기옵니다. 외롭고 쓸쓸한 이국전선에서 고독을 집씻는 인간에게 그 외로움과 고독을 나눌 수 있는 벗을 찾아주실 수 있는지? 이국에 한 젊은이가 선생님께 솔직히 고백한다고나 할까요. 아무쪼록 많은 벗으로부터 많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신문사 선생님 여러분에게 건투와 행운이 깃들기를 빌면서 이만 줄입니다. 이 부분이 참 짠하면서도 마음에 폭 와닿은 부분이다. 60-70년대 파월 병사들의 향수를 달래고 고국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부와 신문사들이 펜팔을 장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하여 날아온 비둘기 군도 펜팔을 구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보냈나보다.
|
|
2000년대를 기점으로 아나로그적 삶에서 디지털적인 삶으로 변환된 우리의 삶의 15만통의 손편지에서 고르고 골라 엮어낸 당신의 편지, 참으로 애틋하고, 그림움이 50년도 족히 지났음직한 편지글에서 묻어나는 당신의 마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지금도 편지를 쓰면, 내 마음 당신에게 어여쁘게 전달 될까 궁금해 지는 편지에 |
|
편지 예전 누군가와 대화를 했던 나의 추억을 떠올리며 읽어본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부부간, 친구간, 애인간, 친지간 그리고 부모님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나 삶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전한다. 그리고 중요한 말들을 편지를 통해 전한다. 계속 편지의 한 구절이 머리에 맴돈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 속에서 웃음이 있었고 눈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리움이 있었다. 먼 거리가 둘 사이를 막더라도 편지속에서는 하나가 되었다. 먼 거리 속에서 슬픔은 기쁨이 되도록 만들었다. 옛 이야기, 옛 편지라하지만 마치 정겨운 우리 일상 같았다. 힘든 타국 생활에서 버틸수 있었던것은 "당신의 편지" 가 있었기 때문인게 아닐까? 고국을 향해 편지를 보내며 애타게 답장을 받길 원하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파온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할지 고민해본다. 책 속엔 사진이 나와 있다. 글을 읽으며 사진을 바라본다. 편지가 나온 사진이 있어 오랫동안 바라본다. 책을 읽으면서 편지문화가 많이 사라진게 아쉬웠다. 편지를 보내며 편지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기대하며 좋은지...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 나만의 보물상자 속 편지를 꺼내보아야겠다. 다시금 펜을 들어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아야겠다.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라온북에서 무료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나무들이 저마다 붉게,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완연한 가을. 그래서 하늘도 그리 맑고도 쾌청한가 봅니다. 가만히 앉아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다보면 문뜩 '손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무래도 가을바람에 마음 한 구석이 시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당신의 편지』 책 표지에 적힌 문구도 인상적입니다. 그리운 날, 조심스럽게 꺼내 읽었을 마음들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그 마음. 저도 같이 공감하고파 이 책을 읽었습니다. <프롤로그>를 읽으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그 흔하던 빨간 우체통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밤새 편지를 쓰고 곱게 접어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이던 날들도, 혹시 우표가 떨어지지 않을까, 비가 오는데 편지가 젖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던 날들도 이제는 없다. 이 책은 사랑이 사랑에게 보낸 마음이 제대로 도착할 때까지 몇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그런 날들의 이야기다. 자전거를 타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다시 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서야 사랑이 사랑에게 도착했던 어떤 편지들의 이야기다. - page 4 저도 어린 시절에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빨간 우체통이 있었습니다. 2개의 입을 가진 빨간 우체통. 그 속에 편지를 넣을 때의 두근거림과 설레임. 편지를 쓸 때의 내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편지. 그리고 언제쯤 도착할지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 시간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비로소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을 때의 감동. 왠지 이 책 속의 편지들도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묻어져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편지들을 읽을 때마다 잠시나마 그 편지에 묻어있던 감정과 내 마음의 이야기가 공존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저에겐 아무래도 '연애 편지'가 인상깊게 다가왔었습니다. 지금은 SNS의 발달로 보다 빠르고, 쉽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가슴 떨림과 기대감은 조금 떨어지는 점이 아쉽기도 합니다. 특히나 <허임구가 호항자에게> 쓴 연애편지 속에 이야기입니다. 모든 사람은 혼자보다 곁에서 도와주고 밀어주고 받들어줄 사람 이 있는 게 없는 것보다 좋고 나으리란 것을 알 것이나, 그 대상자 가 누구라는 것을 애초부터 정해놓는 게 아니며 시간을 두고 자연 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되는 사람, 누구보다 잘한다고 인정받는 사 람....... 쓰다 보니 방향이 어긋나간 것 같군! 그 언젠가는 서로를 확실히 알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해! - page 76 이런 사랑의 애잔한 그리움은 편지이기에 가능한 감정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편지 속에선 친구이기에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음에 그들만의 위로 방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앞으로 27개월. 까마득한 이 생활이 너무도 고달프고 내 생 리에는 안 맞는 것 같아. 저녁에 잘 때면 한숨과 눈물이 절로 솟는 것은 아마 마음이 약해서? 이런 생활에 잠겨보지 않은 자네들은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겠지. 이제 겨울이 찾아오고, 끔직하기만 하다. 그저 '죽으나 사나 세월아 구보로 가라'만 생각하면서 죽는 셈치고 생활하려니 마음속엔 자꾸 갈등이 생긴다. 이런 소린 어울리지가 않겠군. 어제가 무슨 날인지 혹시 자네들 기억하나? 내 생일이었지. 혼자만 알고 축하하고 감사하고.......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욱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네. 밤에 자려니까 서글프더군. 어린애 같은 생각이겠지만 입대 전의 생일은 그래도 괜 찮았는데....... - page 227 ~ 228 그들의 편지를 읽으면서 조금은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 돌이켜보니 제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들도 저처럼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속엔 사랑, 우정, 가족이 있었기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을 '편지'. 그 편지를 읽게되면서 그 속의 그들의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었기에 큰 감동으로 한동안 제 가슴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깊어만 가는 가을. 그 속에서 내 주위의 사람들을 향한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툴게 표현될 지 모르지만 진정성 담긴 글자 속 울림. 그 울림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